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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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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전수용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작가 조이스는 1882년 아직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여섯 살에 제수잇 교단이 경영하는 클론고스 우드 칼리지라는 기숙학교에 입학했으며가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보다 서민적인 제수잇 계통의 학교인 더블린의 벨베디어 칼리지로 옮겼다열여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그는 더블린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를 다녔고1902년에 학사학위를 받았다그후 의학공부를 하러 파리로 떠났던 그는 1904년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일시 귀국했다가 1904년 다시 유럽대륙으로 떠났다이번에는 노라 바나클이라는 호텔의 하녀로 일하던 여자와 함께였다둘이는 오랜 동거생활 끝에 결혼했는데미모에 관능적이면서 낭비벽이 있던 노라는 극도로 지성적이었던 조이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짝같이 보였다그러나 둘은 유별나게 사이가 좋았으며조이스는 평생을 노라에게 헌신하며누구보다도 충실한 가정생활을 하였다

 

1909년 두번 아일랜드를 방문한 것을 빼고는 그는 유럽대륙의 폴라 트리에스테 로마 파리 취리히 등을 전전했으며 주로 영어를 가르쳐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창작생활을 했다

 

1914년에 첫작품 더블린 사람들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출판되었다1916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발표한 후 그는 문예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그리고 그가 40세 되던 해인 1922년에는 율리시스를 발표하여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말년에 알코올 중독과 시력의 약화그리고 정신이상자 딸 등으로 시달리다가 1941년 취리히에서 위궤양의 악화로 사망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성장소설그 중에도 특히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나 플로베르의 앙리 브륄라르의 일생등과 같이 예술가의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조이스는 이 소설 속에다 자기 자신의 성장과정을 거의 그대도 재현해 내고 있다다섯 장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의 첫 장은 그의 클론고스 우드 칼리지 시절을234장은 그의 벨베디어 칼리지 시절을5장은 그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시절을 다루고 있다이 소설에서는 언어의 구사 정도와 세상을 감지하는 방법 등이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의 성장단계에 따라 변화하도록 조절되어 있어 조이스의 대가적 재능을 느낄 수 있다감각이나 이미지가 연상작용에 의하여 다음 장면으로 연결되도록 한 의식의 흐름 수법에 나타난 그의 장인적 솜씨도 감탄할 만하다

 

1장에서는 기숙학교의 거친 상급생들과가정의 아늑함을 떠난 썰렁한 환경단체생활의 규율이 여리고 섬세한 스티븐의 감수성을 압박해 오는 느낌을 어린아이 특유의 감각적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거친 급우가 자신을 시궁창 속에 밀어 넣었을 때의 미끈둥하면서도 차갑고 젖은 느낌열이 났을 때의 더웠다 추웠다 하는 느낌어린 시절 오줌을 쌌을 때의 따스했다가 식어가는 느낌빨간 장미와 흰 장미의 색감크리켓 배트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픽퍽 하고 나며이것은 마치 작은 분수가 넘실거리는 수반에 떨어지며 나는 소리와 같다는 느낌감각은 그 자체로만 가능하는 것이 아니고리듬을 이루고 연상으로 연결되어 예술가로 성장하게 될 스티븐이 예술의 바탕이 되는 감각의 재료를 익히고그 조합을 연습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그런 가운데 특히 돋보이는 것은 어린 스티븐의 언어가 가진 소리와 의미에 대한 유난한 민감성이다

 

 

1장의 스티븐이 공부에 열중하는 모범생이라면2장에서 스티븐은 욕망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어스름할 무렵의 산책길에서 만나게 되는 장미가 가득한 하얀 집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여인 메르세데스가 산다고 상상한 스티븐은 자신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환상에 빠진다아버지와 함께 가산을 정리하기 위하여 아버지의 고향에 내려갔던 스티븐은 술을 좋아하고 허풍떨기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자신과의 정신적 거리를 느낀다가계가 기울어 더블린으로 이사를 와서 빈곤하고 조야한 환경에 처하게 되어서도스티븐은 여전히 끝없는 산책 중의 상상 속에서 도피처를 찾는다우연히 만나게 된 에마라는 소녀에게 수줍은 연정을 품기도 하는 한편 육신의 욕망에 시달리던 그는 창녀의 품에 안기게 된다

 

3장에서는 학교에서 때마침 부흥회에 참석하게 되어 죄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지옥의 형벌에 대하여무시무시한 설교를 들은 스티븐은 자신이 저지른 육신의 죄악 때문에 절망과 고민에 빠졌다가 마침내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4장에서는 참회를 위하여 신앙생활에 몰두하게 된 스티븐이 교장신부의 눈에 들어신부가 되어 학교에 남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그러나 스티븐은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은 냉랭한 회색의 성직의 세계가 아니라 감각과 유혹과 욕망이 있는 세속의 세계임을 직감적으로 느껴이 명예로운 제안을 거절한다어느 날 산책을 하던 스티븐은 해변에서 물장난을 하며 자신의 성인 디달러스를 외쳐대는 친구들의 소리를 듣고그리스 신화 속의 공장 디달러스의 의미를 되새긴다크레타섬의 미궁으로부터 날개를 만들어 달고 탈출한 디달러스는 어려서부터 그가 안개 속을 헤매듯 모색해 온 예술가 본분의 상징으로 이해된다`자신의 작업실에서 흙이라는 맥없는 질료로부터 새롭게 솟구치는 잡을 수도 없고 소멸하지도 않는 존재를 새로이 담금질해 내는 예술가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한다그리고 해변에서 그는 날아갈듯 물새와 같은 자태로 바닷가의 얕은 물 속을 걷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그녀는 그에게 `살고오류를 범하고타락하고승리하고삶에서 삶을 재창조'하라고 손짓하는 예술적 소명의 사자로 보인다

 

5장에서는 대학생이 된 스티븐이 친구들과의 논쟁을 통해서 자신이 갈 길을 지적으로 정립하며 자신의 예술론을 펼치기도 하는데종결부에서 스티븐은 아일랜드를 떠나기로 결심한다그는 예술적 비상을 위하여 자신을 결박하는 모든 것 즉 종교가정국가 등으로부터 탈출하여 자기만의 길예술의 성직에 몸을 담기로 결심을 굳힌다당시 영국의 피압박국이었던 아일랜드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는 친구에게 그는 아일랜드는 제가 난 새끼를 잡아먹는 암퇘지 같은 존재라고 쏘아붙이며예술을 위한 철저한 독립을 선언한다

 

이와 같이 이 소설은 스티븐이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정립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그러나 이 소설은 꼭 예술가의 소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도미지의 미래를 위하여 진지하게 자기 탐색을 하며자신을 결박하는 모든 것들을 고민하며 그것들과 투쟁하며 청소년기를 보냈거나보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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