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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배 후성장 정책의 함정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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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배 후성장 정책의 함정

김영용

 

 

선거철이 돌아오면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공약의 하나로 등장한다. 어떤 후보는 ‘선성장 후분배’라는 논리를 펴는가 하면 다른 후보는 ‘선분배 후성장’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선성장을 주장하는 논리는 빵의 크기를 크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배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선분배를 주장하는 논리는 빵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르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방법, 즉 복지 정책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경제 원리에 명확하게 부합하는 개념은 아니다. 성장과 분배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적인 것이며 분리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선분배 후성장’이라는 논리가 더욱 그러하다. -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에 대한 관점

시장 경제에서는 가격이 희소한 자원을 적재 적소에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가격은 정보 전달 기능, 유인 제공 기능, 그리고 소득 분배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정보 전달 기능이란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변화 상황을 각 경제 주체에 전파하는 기능이며, 유인 제공 기능이란 경제 주체들이 가격 변화가 의미하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대처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또한 소득 분배 기능이란 각 경제 주체가 가진 자원의 소유량과 시장 가격에 의해 소득을 얻게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 시장 경제에서 가격의 기능

‘선성장 후분배’라는 논리는 대체로 이러한 가격 기능을 왜곡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각 생산 요소는 성장에 기여한 몫만큼 분배받게 된다는 논리다. 이에 비해 ‘선분배 후성장’이라는 논리는 가격에 의한 소득 분배 기능은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 기능을 정부가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즉, 복지 정책을 강화하여 균등한 소득 분배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대중이 시장 경제에 대해 가지는 반감도 바로 가격의 소득 분배 기능에 있다. 시장 경제에서는 가난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시장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따라서 온정주의[아랫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려는 생각이나 태도 / 노사 관계를 대등한 인격자 상호간의 계약에 의한 권리 ·의무 관계로 보지 않고, 사용자의 온정에 따른 노동자 보호와, 이에 보답하고자 노동자가 더욱 노력하는 협조관계로 보는 것이며, 합리적인 계약 관계 대신에 서로의 정감(情感)에 호소함으로써 노사관계를 원활하게 하려는 노무관리 방법이다. 유럽에서는 상여(賞與) ·복지시설 등을 충실하게 함으로써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독점자본의 노무관리 정책으로서 중시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8 ·15광복과 6 ·25전쟁 이후로 주종(主從) 간의 정의(情誼), 가족주의 등의 형태로 온정주의가 노무관리의 기조(基調)로 되어 있어, 온정주의가 노무관리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세계적으로 온정주의 대신 파트너십(공동의 사업추진자) 사상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영국의 오언과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 의하여 실험되다가 독점 자본이 확립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노무 관리의 주된 방법이 되었다.]와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에서 복지 정책이 태동한다. 그리고 복지 정책은 가격의 소득 분배 기능을 정보 전달 기능 및 유인 제공 기능과 분리시킨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앞의 두 기능은 가격이 담당하도록 하고, 소득 분배 기능은 정부가 맡아 공평한 소득 분배를 이룩함과 동시에 성장도 꾀한다는 것이다. - 성장과 분배에 대한 두 관점의 차이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데 복지 정책의 함정이 있다. 가격의 소득 분배 기능을 정부가 대신하게 되면 정보 전달 기능과 유인 제공 기능도 함께 작동하지 않으므로 생산은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선분배 후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분배 방식에 따라 생산과 성장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두더라도 생산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어렵고 위험한 일에 매달려 노력한 결과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일할 유인은 크게 떨어진다. 성장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어진다. ‘선분배 후성장’이라는 정책이 대중에게 일견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러한 정책은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우리 모두를 가난으로 인도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 선분배 후성장 논리의 함정

‘선성장 후분배’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 빠른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득 분배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결 고른 편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반면에 ‘선분배 후성장’은 두 목표 중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역사적 실험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 이제 더 이상 이것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온정주의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굳이 복지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면 생산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 유인을 성찰하여 경제 원리에 입각한 복지 정책을 설계하여야 한다. -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 유리한 이유

선성장 후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글로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글이다. 필자는 글의 서두에서는 두 가지 의견을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개하는 듯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선분배 후성장의 정책에는 함정이 있어서 우리 모두를 가난하게 할 수 있지만, 선성장 후분배 정책은 두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하여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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