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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o von Boehm,"오디세이 3000"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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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o von Boehm,"오디세이 3000"

 

이 책은 독일 ZDF의 과학 기술의 미래에 관한 TV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성공한 드라마를 다시 소설로 출간하면 대개의 경우는 소설이 원작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 책은 원래 다큐멘터리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왜냐하면 글은 TV보다 생각할 여유를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 이 책은 TV ()처럼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지만 그 보다 훨씬 깊은 윤리철학적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뛰어나다.

 

이 책의 주제는 첨단 과학기술의 다섯 측면-생명 공학, 인공지능(AI), 거대 도시화, 바이러스의 문제, ()의 파괴이다. 그러면 '오디세이 3000'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1-

프랑켄슈타인의 아이들-유전 공학, 생식 의학의 문제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진흙과 말 오줌을 이용하여 '작은 인간(호문 클로스)'를 만들려고 했었다. 현대 과학 기술은 생명 기술과 유전자 지식으로 신()인류를 만들려 한다. 유전자 구조를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와 생식 의학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HGS2000년까지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모두 밝혀 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게다가 2020년이 되면 개개인의 유전자를 드러내고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준텐토 병원 연구실에서는 인공자궁에 대한 연구가 한참 진행중이며 이미 염소의 태아를 잉태시킬 정도까지 기술을 축적시켰다. 이런 시도들이 성공하게 된다면, 더 이상 '유전적 질병' 은 없을 것이다. 유전자를 변형하여 도마뱀처럼 손상된 장기를 스스로 회복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모든 결함을 제거한 최상의 인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 인공 자궁은 출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과 돌발 변수를 최소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이에 못지 않다. 이미 미국에서는 취직하거나 보험을 들 때 질병 발생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전적 질병이 있으면 보험에도 들 수 없고 취직도 할 수 없다. 유전자가 새로운 '카스트'제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유전 공학은 새로운 '우생학'이 될 수 있다. 유전 공학이 지향하는 '보다 완전한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과거 히틀러는 '인류 종족의 저열화'를 막기 위해 유태인을 학살했다. 그러나 도대체 '열등하다'는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는가? 마찬가지로 '완전한 인간'에 대한 유전 공학의 꿈은 최악의 인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실험에 쓰일 '재료'가 바로 인간의 배아(胚芽)라는 점이다.

생식 의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 자궁이 실용화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인간 태아가 실험실에서 버려져야 하는가? , 인공 자궁으로 태어난 사람이 나중에 자신의 '어머니'가 인공 자궁임을 알았을 때 어떻게 느낄 것인가? 생명 공학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만을 보고 있다.

 

-2-

슈퍼 두뇌 네트-인공 지능(AI)

 

20세기 첨단 과학 기술의 가장 중요한 축은 컴퓨터 공학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지능을 모델로 했다. 컴퓨터는 계산하고 기억하는 등의 지엽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여전히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컴퓨터는 곤충의 지능 수준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인공 지능을 갖춘 '인간 같은', 나아가 인간보다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두 시도는 크게 더글러스 레너트의 CyC MIT'(Cog)'을 들 수 있다. CyC는 인간이 쓰는 모든 논리적 문장을 입력하여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게 하려는 계획이다. 반면, 콕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어 컴퓨터가 인간처럼 스스로 '배워나가게' 하려는 시도이다.

 

나아가, 인간 같은 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을 컴퓨터에 직접 이식하려는 시도도 있다. MIT의 마빈 민스키는 인간의 뇌를 통째로 반도체 칩에 옮겨 놓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쓸모 없는 육체'를 버리고, 컴퓨터 넷 망 속으로 인간이 직접 들어가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영혼을 반도체 칩에 '복사'한다면 이제 인간은 영생할 것이다. 그리고 기계의 엄청난 정보 처리력과 인간의 창조성과 판단력이 결합된 새로운 인류종이 출현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마빈 민스키의 시도는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된다면 인간 존엄성의 기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는 상황 판단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린다. 인간이 프로그램대로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상황이 도래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마빈 민스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래서 인간의 두뇌와 반도체 칩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인간을 외부에서 조종하고 이용할 가능성은 없는가? 기술적인 성취가 반드시 윤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무한한 발전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뿌리부터 파괴해 버릴 위험이 있다.

 

-3-

거대 도시화의 문제

 

현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엄청난 인구 집중을 가능하게 했다. 가난+인구폭발+환경오염+교통대란+부패+범죄율=몰락. 현대의 메가폴리스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 확실히 계획하고 통제하여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다운(Top down)'적인 발상은, 과도한 인구 집중으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기계로 친다면 도시는 '망가진 기계'.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그다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20세기의 복잡계 이론은 도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열어 주었다. 독일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은 말한다. 도시를 통제하려는 발상을 버리라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통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여건만 주어진다면 도시는 스스로 자신을 조직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개미나 꿀벌의 집단이 그렇듯이 도시는 생존의 논리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꾸려 가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사회는 적응하기 위해 꿀벌이나 개미들처럼 구성원을 잔인하게 도태시킬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가 도시 생존에는 부과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LA에서 볼 수 있듯이 고속도로와 자동차는 도시의 엄청난 확장을 가져 왔다. 마찬가지로 정보화가 도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4-

바이러스의 문제

 

2015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90억으로 늘 것이다. 그리고 운송 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돌아다닐 것이다. 이런 조건은 바이러스의 번식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붙어서 병을 옮길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예컨대, 만약 지금의 독감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결합하여 호흡기로 감염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이는 가공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이를 프랭크 리안은 '바이러스 x'라고 한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밀림 개간 등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인류는 이에 맞서 백신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내성을 길러 점점 더 치료하기 어려운 형태로 바이러스를 발전시킨다. 치료를 위한 항생제의 개발이 오히려 더 강력한 바이러스를 길러 내고 있는 셈이다. 보통 한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데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항상 바이러스의 발전 속도는 백신의 발전 속도를 추월한다. 인류의 건강한 생존을 위한 약물의 개발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5-

지상 낙원을 짓밟는 대량 학살극: 종의 소멸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가 '고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1년에 약 27000여 생물체가 멸종하고 있다. 혹자는 벌레 몇 마리 사라지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문제인가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야생 상태와 유사한 상황에서 실험할 수 있는 '애코트론' 실험실의 연구 결과는 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안정 상태를 얼마나 잘 보전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종의 파괴는 다양성을 파괴함으로써 생태계에 균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화로 인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이를 소화할 종들은 점점 줄어들지 않는가? 또한 각각의 식물종은 그 자체로 하나의 '화학 공장'이다. 멸종된 식물 하나에서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이 있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종의 멸종은 가시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책 내용 자체가 과학기술의 각 부분을 소개하고 비판하는 것이기에 일관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단순히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하기만 했다. 옌스 라이히가 말하듯이, 과학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과학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과학은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학 기술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의 비판적 자세는 그 것이 한없이 타락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백신'이므로. 이 책이 주는 장점은 이런 자세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는 데 있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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