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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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n Maalouf, "마니(Les jardins de Lumiere)"

 

이 책과의 만남은 다소 '운명적'이다. 윤리 보충시간에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서 설명을 하던 날, 도서관 북트랩에 놓여 있던 이 책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젊은 시절 무려 9년간이나 마니교에 빠져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마니교란 '조로아스터교'라고 설명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마니교에 대해서 공부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마니가 나에게 그를 이해하라고 던져준 교과서일지도 모른다.

 

 

마니는 미치광이, 광적(狂的)임을 의미하는 mania,maniac의 어원이다. 마니교의 사상은 역사상 많은 종교와 사람들에 의해 왜곡, 파괴, 은폐되어 왔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이단(異端) 교파중 하나 정도로 간주하며 그 인상은 현대 영어에서 보여지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마니교에 대한 기록은 동,서양 모두에 골고루 펴져 있다. 당나라 측전무후때는 말미교(末尾敎 )라고 불리웠다는 기록이 있다. 마니교가 그토록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이 종교의 사회 문화적 표용력을 보여준다.

 

이 소설 속에 그려진 마니교의 모습은 이렇다. 마니교는 모든 종교를 통합하는 하나의 세계 종교를 구현하려고 했다. "모두가 섬기는 신은 하나이며 구현되는 모습이 다를 뿐"이기에 모든 숭배 대상과 종교를 존중한다. 그리고 당시의 사산조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처럼 세계를 '빛'과 '어둠'의 이분법으로 바라본다. 가나안의 예수, 부타, 조로아스터의 면모를 모두 존중하였기에, 역으로 서양에서는 예수의 이단으로, 페르시아에서는 조로아스터의 위협적인 이단아로 배타시 되었다. 미술과 예술등 심미적 활동을 중요시 하였다.

 

 

마니 자체가 훌륭한 화가며 의사였다. '종려나무 숲'의 그노시스 교의 사상 속에서 성장하였기에 절제와 무소유의 사상이 녹아 있다. 그리고 석가모니가 자이나교의 극단적 自虐(자학)에 반발하여 중도의 길을 택했듯, 그도 또한 극단적 절제와 무소유에 반발했던 것같다. 그래서 종려나무 숲에서 나와 뎁으로 갔고 그곳에서 페르시아의 황태자 오르미즈드의 딸을 치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산조 폐르시아의 황제 샤부르의 고문이 된다. 이는 지나치게 성장하여 권력을 넘보려 하고 있는 조로아스터교를 견제하려는,그리고 제국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을 필요로하는 샤부르의 이해가 마니의 무소유와 세계 통합적 종교관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마니의 사상은 페르시아 곳곳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샤부르가 죽고 조로아스터의 사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그의 아들 바흐람이 권력을 승계하자 그는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의 사형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페르시아 제국을 유지시켜주던 신분제-카스트를 부정했을뿐더러, 폭력을 거부함으로써 제국의 무력 확장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후 마니교는 소멸하지 않았다. 중앙 아시아와 유럽, 서구로 전파되어 상당한 교세를 확보하게 되었다. 총명한 젊은이인 아우구스티누스가 무려 9년 동안이나 마니교의 신자였다는 점은 이 종교가 결코 부패하고 퇴폐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또한, 기형적인 휜 다리와 세 개의 눈썹을 가진 왜소한 그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그의 사상에 사람의 깊은 곳을 울리는 심오함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진정 중요한 것은 마음이며 흔들리지 않는 추구함이야 말로 좋은 영혼(eudaimonia)를 가져올 수있음을 마니는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마니의 사상을 깊이 알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니의 맑은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마니는 죽어 가며 이렇게 말했단다."...네가 무엇을 말하면 저들은 다른 것으로 이해했다. 인간들은 언제나 다른 것만을 원했다." 나또한 그가 전하려는 바와 다른 것을 얻은 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를 정신을 살찌워준 또 하나의 스승으로 부르고 싶다. 그는 훌륭한 화두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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