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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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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아는 만큼 본다고 한다. 그러나 서점에서는 고민한 만큼 보인다. 절실할 수록 자기도 모르게 어떤 책에는 강하게 끌린다. '몰입의 즐거움' 도 그렇게 내 눈에 끌렸다. 서른. 공부. 그리고 직장. 너무도 할 일이 많아서 오히려 아무 것도 손에 잡을 수 없던 날들. 나에게 정말로 절실한 것은 몰두해서 무엇을 정신없이 해결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분류상 심리학 책이다. 그러나 다분히 철학적 요소가 강하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활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 행복이다. 그러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행복한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개에 있어서 행복은 잘 먹고 잘 자며 사랑해 주는 주인의 보호 아래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아주 시설이 좋은 정박아 수용소에 갇혀서 편안하게 '사육' 당하며 일생을 보낸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가? 더욱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이 반드시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지는 않다. 오히려 우울증과 정서 장애는 선진국일수록 많다. 칙센트 미하이는 바로 이 점에 문제를 던진다. 인간다운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의 행복은 결국 '몰입(flow)' 경험이라고 주장한다. 몰입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온 정신을 발휘할 때 도달하는 상태이다. 몰입의 순간에는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비로소 성취에서 오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약물이나 오락물을 봄으로써 주어지는 수동적 몰입은 그 순간이 지나면 오히려 불행을 준다. 바람직한 삶이란 '실력을 높이고 가능성을 채워 우리를 성장시키면서 행복을 맛보는 일'이다.

 

그는 몰입이 일어나는 조건을 엔트로피 개념을 끌어드려 설명한다. 정신의 엔트로피가 높으면 몰입 경험은 일어나지 않는다. ,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혹은 명확한 목표가 없을 때 정신은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그러나 목표가 명확하고 정확한 규칙이 있으며 결과가 신속하게 나타날 때 몰입에 빠져들기 쉽다. 또한, 과제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쉽거나 어려우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려 몰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제의 난이도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조금 높으며 모든 능력을 발휘해야 그것을 성취할 수 있을 때 몰입은 최고도에 달한다. 성취감도 가장 크고.

또한, 몰입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교감도 중요하다. 일상의 생활은 크게 보면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혼자서 하는 작업은 지치기 쉬우며 한계에 이르기도 하므로 자신을 알아주고 새로운 경험을 주고받을 타인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서로 일치하는 목표를 찾으려는 자세와 상대를 알아주려는 마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몰입은 능동적 활동이므로 주어지는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만으로는 이 상태에 이를 수 없다.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고 왜 이렇게 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탐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하므로 의미가 없는 생업과 목적이 없으므로 의미가 없는 여가'

 

사이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살아온 생활의 관성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지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몰입할 만한 대상을 찾아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해결하려는 자세이다.

마지막 장에서 칙센트미하이는 다소 받아드리기 힘든 신과학적인 진화론을 끌어들인다. 엔트로피는 악이고 선은 질서를 지켜나가고 공동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행위라는 것. 그에 따르면 몰입은 엔트로피와 싸워나가는 선의 행위인 셈이다. 또한 그는 진정한 몰입의 경험은 '인간 정신 진화라는 큰 틀 안에서 일상 생활의 의무에 집중할 때 우주의 미래를 엮어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고 주장한다. 몰입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런 형이상학적 구조가 왜 필요했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이 책은 몰입의 경험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서술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상당히 긴 내용을 어떤 중간 부제 없이 '물 흐르듯'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에 제목을 넣어주고 단락 배분을 해주는 편집상의 배려가 아쉽다.

 

책 뒷 표지에 권하는 글에서 로버트 N. 벨리라는 사람은 " 이 책은 '-라는 10가지 방법'과 같은 시시껄렁한 책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코비의 '-라는 10가지 방법'이 이 책보다는 여러 면에서 나은 듯 싶다. 전체적으로 주는 메시지가 그다지 참신하지 않고 몰입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확한 도움을 주는 실용서도, 그렇다고 체계적인 사상을 설파하는 사상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루함을 주는 서술 방식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그런 부정적인 측면에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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