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 미래 속으로
by 처사21클릭 ! 미래 속으로 / 페이스 팝콘
10년쯤 전일까,'스카이 콩콩'이라는 놀이 기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한 2년쯤 전국의 어디를 가나 아이들은 이 걸 타고 놀았다. 1999년, 'DDR'이라는 댄스 게임 기구가 엄청난 인기다. 어디를 가나 DDR이 설치되지 않은 오락실을 찾기 힘들다. 만약 DDR이 70-80년대에 나왔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스카이 콩콩'이 90년대에 나왔다면 그때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70-80년대 미인의 기준은 작은 머리, 오똑한 코, 크고 둥근 눈, 팔등신(八等身) 이런 거였다. 그러나 요새 '뜨고 있는' 여자 탈렌트들을 보라. 찢어진 눈에 튀어나온 광대뼈, 옛날 같으면 도저히 미인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독특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왜 옛날에 미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지금은 미인으로 인정받는가?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유행에 따라 바뀐다. 그리고 한 상품이 '뜨는지 안 뜨는지는' 유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유행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여 일시적 붐을 조성할 수는 있다. (최근의 '용가리' 영화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유행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국내외 대기업들은 '시장 동향'을 조사하고 유행을 파악하는데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페이스 팝콘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것이다. 유행을 예측하여 돈을 버는 것 말이다.
그녀는 유행을 '트랜드(trend)'라 부르며, 이 것을 신문, 잡지, TV, 공연 등 여러 가지 문화 현상을 통해 예측한다. 그녀는 '팝콘 리포트'란 책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코카콜라 '뉴코크'의 실패를 예견함으로써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주장은 간단하다. '트랜드와 일치하는 상품이나 아이디어는 성공한다. 그러나 트랜드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망한다.' 트랜드는 10년 이상 지속되기에 이 것의 파악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미래의 트랜드 17가지를 소개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코쿠닝(Cocooning) 트랜드
누에고치처럼 보호막 안에 칩거하려는 현상으로 사람들은 위험한 외부 환경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가정과 같은 안락한 자기만의 공간에 파고들려고 한다. 외식 사업의 몰락과 가정 배달 업종의 번창, 실내 놀이방, 실내 정원 가꾸기 등등의 사업이 점점 인기를 끄는 것이 이 트랜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2. 유유상종 트랜드(Clanning)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집단에 속함으로써 든든함과 유대를 느끼고 싶어한다. PC통신 등에서 벌어지는 각종 동아리의 번창, 회원제 클럽의 유행, 각종 생활 공동체의 등장 등이 이 트랜드에 속한다.
3. 환상 모험(Fantasy Adventure)
사람들은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짜릿한 모험을 원한다. 그러나 안전해야 한다. 거친 자연에서나 필요한 4륜 구동차가 도심에서 유행하는 것, 실내 암벽 등반, 환타지 류의 컴퓨터 게임 유행 등등이 이 트랜드를 잘 보여 준다.
4. 반항적 쾌락 트랜드
가끔은 금지된 쾌락을 맛보고 싶다. 다이어트 열풍 와중에도 엄청난 칼로리의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끄는 것, '칼로리 폭탄'에 가까운 맥도날드의 '빅맥'이 유행하는 것 등등. 그러나 이 것은 생활 습관이 되지는 않는다. 단지 일시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다.
5. 작은 사치 트랜드
엄청난 교육비,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 저축하고 성실히 살아 봐야 돌아오는 것은 늘 찌들린 생활 뿐.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이제 즐기려 한다. 그러나 돈이 없다. 방법은? '작은 사치'다. 50달러 이상 하는 만년필이 잘 팔리는 것. 다도(茶道)의 유행, 애완 동물 전용 가게의 번창 등등
6. 마음의 안식처 트랜드
사람들은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거친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한다. 명상 프로그램의 유행 신비주의 경향의 유행이 이 트랜드를 보여준다.
7. 개성 찾기 트랜드.
나는 대중의 일부가 아니다. 나는 나만의 대우를 원한다. '맞춤 대우'. 언제나 필요할 때 이용할 있는 24 시간 세탁소와 편의점, 비디오 대여점 등등
8.여성적 사고 트랜드
섬세한 배려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지성보다는 감성 위주인 사회. 결과의 성취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 지위 상승보다는 집단의 친밀감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 24시간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주부의 일처럼, 일과 가정 생활의 구분이 흐려지는 재택 근무의 유행 등등이 이 트랜드에 속한다.
9. 남성 해방 트랜드
남성의 이미지는 더 이상 강인한 것만은 아니다. 개인사에 관심 있고 가정적인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남성 향수,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것, 가정적인 남자가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것 등등.
10. 99가지 생활 트랜드
현대인은 바쁘다. 따라서 빠른 코스, 즉 시간이나 노력을 줄여주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다. 반대로, 바쁜 생활에 반발하여 나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갖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 일을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시간을 합리적으로 쓰려는 움직임도 있다.
11. 행복 찾기 변신 트랜드
이제까지 사회의 모토는 "더 많이, 더 크게, 더 좋게, 그리고 더 빠르게"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사회와 회사에 좋은 일일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의 계획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홈 오피스가 번성하는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12. 건강 장수 트랜드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얼마나 오래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있느냐가 중요해 졌다. 따라서, 치매 예방, 자연 요법,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3. 젊어지기 트랜드
나이든 사람의 행동이라는 고정 관점에서 벗어나 영원히 성장하는 젊은이의 마음을 갖기. 역으로 옛 것에 대한 향수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다.
14. 소비자 감시 트랜드
소비자들은 성급하다. 조그마한 기업의 잘못이나 부정도 눈감아 주지 않고 즉각 반발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솔직해야 하며 항상 적극적으로 서비스하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15. 우상 파괴 트랜드
사람들은 더 이상 권위를 순순히 추종하거나 규칙들을 받아들이거나, 유명 브랜드만을 사지 않는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우리는 더욱 의심하고 분개한다. 광고 모델로 유명 배우보다 무명의 배우나 일상인이 등장하는 것 등등에서 이 트랜드를 엿볼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16. S.O.S. 트랜드
지구 환경은 날로 파괴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보다 환경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7. 공포의 기류 트랜드
공해는 확산되고 질병은 점점 가혹해진다. 반면, 우리의 면역 체계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다 안전하고 감염이 안 된 것을 선호한다. 쇠고기의 유통기한 뿐만 아니라, 출산지와 양육 방법까지 표기되고 있는 현상이 이 트랜드를 잘 보여 준다.
페이스 팝콘은 이 17가지 트랜드를 소개하고, 이 중 4개 이상이 자신이 하려는 사업과 일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견해로는 페이스 팝콘의 주장은 너무나 포괄적인 나머지 어떤 것도 설명하고 예측해 주지 못할 것 같다. '신이 원했다'라는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설명이 될 수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설명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팝콘의 17가지 트랜드는 '신이 원했다'라는 것만큼이나 애매 모호하고 포괄적인 설명틀이다. 또, 트랜드들 끼리 서로 상충하기도 한다.(예컨대, 반항적 쾌락 트랜드와 건강장수 트랜드는 명백하게 모순된다)
'팝콘 리포트'가 성공했을 무렵, 그녀는 '비지니스계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렸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그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역사와 관련 있는 듯 하면서도 지극히 애매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론은 그만큼 틀릴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틀릴 가능성이 적은 만큼 맞을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페이스 팝콘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보다 철학적으로 거대 자본이 유행을 창출하여 돈을 번다는 마르크스적인 '문화 사업이론' 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유행-트랜드는 결코 거대 자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자본조차도 문화와 대중에 변화에 적응 못하면 쇠퇴할 수밖에 없음을 보였다는 점.
...이 책은 실용서이기는 하지만 돈주고 사볼 만큼 유용한 내용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한번 확인해보는 정도로는 유익할 것이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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