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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리처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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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리처

 

 

맥도날드는 성공한 기업의 대표 사례이다. 1950년대 최초의 맥도날드 가게가 문을 연 이후로 2000년 현재, 119개국 2,5000여 점포를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나아가, 이제 맥도날드는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바라보면서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문화를 떠올리곤 한다.

 

사실, 맥도날드의 급속한 성장 뒤에는, 성공을 가능케 했던 여러 요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요인들은 맥도날드의 성공 신화를 타고 사회 각 분야로 파고 들어가, 사회 전체를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하고 있다. 일찍이 막스 베버(M.Weber:1864-1920)가 관료제에서 산업 사회의 '합리화 과정(rationalization)'을 밝혔다면, 이제 리처는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점에서 현대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를 찾으려 한다. 리처는 이 책에서 맥도날드를 특징 짓는 요소들을 밝히고 이 것이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를 보인다. 그가 밝힌 맥도날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효율성(efficiency)

효율성이란 목적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는 '배고픔 해소'라는 우리의 목적을 위한 최선의 수단을 제공한다. 맥도날드에서 우리는 음식을 먹기 위해 종업원과 '불필요한 인간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 , 메뉴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기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아가, 음식이 거의 다 조리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 맥도날드는 배고픈 이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음식점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맥도날드는 매우 효율적이다. 판매되는 음식이 단순하고 규격화되어 있기에 조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지 않는다. , '샐프 서비스'라는 규정에 따라 손님들이 스스로 일을 하도록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경비도 절약된다. 말하자면, 맥도날드는 손님과 경영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선의 방식인 셈이다. , 매번 상황이 생길 때마다 효율적인 방식을 찾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맥도날드는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한 행동 방식을 규정해 놓고 있다. 직원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맥도날드식 효율성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 대표적인 사례를 '패키지 여행'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하면 우리는 최고로 '효율적'이 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숙소와 교통편을 알아보고, 불편한 현지 음식과 문화에 적응할 필요 없이도 우리는 '원하는 곳'에 곧바로 가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계산 가능성(Calculability)

우리가 맥도날드에서 기대하는 것은 최고의 고급음식이 아니다. 그냥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만한 햄버거'를 기대할 뿐이다. 맥도날드의 모든 제품은 양이 규격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맥도날드에서 주는 음식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이 얻는다면 이익을 보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맥도날드에서는 제품의 질보다는 양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big)', '라지(large) 프라이' '더블(double) 치즈 와퍼(Whopper)'등의 음식 이름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음식뿐만 아니라 맥도날드의 업무에 있어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맥 잡(Mc job)이 허드렛일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되었듯, 맥도날드에서 하는 일치고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란 없다. 단순한 노동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이렇게 질보다 양을 강조하는 경향은 사회 전반에 걸쳐 두루 나타나고 있다. 취직을 하는데도 자격증을 '몇 개나 갖고 있는가'를 중요시하는 것, 그리고 교수들의 평가에 있어서도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는가'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데에서 이런 경향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3.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맥도날드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수량화, 표준화되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같은 메뉴라면 어느 맥도날드 지점에 가더라도 똑같은 맛, 똑같은 크기의 음식을 먹으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에서는 종업원이 손님을 대하는 방식과 대화 내용까지도 모두 '규격화' 해 놓았으므로, 우리는 종업원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서비스 할 것인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규격화, 표준화는 인종이나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모든 이들에게 최대한 같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돌발적인 요소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변화'란 오히려 '변화 가능성을 최대한 없애기 위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상품의 품질과 양이 차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이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측가능성은 경쟁 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4. 통 제(Control)

맥도날드는 고도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종업원과 제품에 대한 통제 수준을 점점 높이고 있다. 예컨대 종업원에 따라 음료수 양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적으로 컵에 따라야 할 음료의 양을 조정해 주는 장치를 개발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맥도날드는 종업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점점 표준화시키고 단순화시킴으로써 통제의 수준을 높인다. 궁극적으로 맥도날드는 인간의 노동을 무인 기술로 대체하여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맥도날드는 손님의 행동 방식까지도 통제한다. 줄 서서 기다리기, 제한된 메뉴에서 선택하기, 불편한 의자에 앉아 빨리 먹고 스스로 쓰레기를 처리하기 등의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은연중에 손님이 '맥도날드 방식'에 따라 움직이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도 일종의 '맥도날드화'를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주어진 사회 규칙을 준수하고 이에 순종하라고 교육받고 있으니 말이다.(리처는 '유순화 학습(Education for Docility)'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로써 권력은 시민을 더욱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5.합리성의 불합리성(Irrationality of Rationality)

그러나 '맥도날드화'가 앞서처럼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맥도날드식 극도의 합리주의는 오히려 불합리한 점을 많이 발생시킨다. 예컨대, 음식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종업원이 할 일을 대신하여 손님이 음식을 식탁에 갖다 놓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나아가, 예측 가능성과 통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동의 단순화는 그 '단순함' 때문에 높은 이직률을 낳았다. 종업원이 자주 바뀌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도 결코 이익이 되지 못한다.

 

리처는 이러한 맥도날드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합리성의 불합리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리처는 진정한 맥도날드화의 위험은 지금 현재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에 있다고 말한다. 맥도날드화는 결국 모든 변화 가능성을 통제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말살시킬 것이다. 나아가, '예측 가능성'은 결국 여러 문화가 가진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고(이미 맥도날드는 전세계에 걸쳐 이런 비판을 충분히 받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인간 관계를 메마르게 버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맥도날드화에 부정적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화는 그 자체로 많은 장점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창의적인 일보다는 그다지 노력이 필요치 않는 쉬운 일을 더 좋아한다. , 창의적인 일을 할 만한 능력도 없다. 나아가 귀찮은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 손쉽게 원하는 것만을 얻고 싶어한다. 따라서, 맥도날드화는 반드시 '쇠감옥' 만은 아닌 것이다. 리처는 맥도날드화에 대한 가장 좋은 태도는 '맥도날드 체재에 갇히지 않은 채 그것이 제공하는 장점만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처는 맥도날드화에 대처하는 여러 삶의 방식을 소개하면서 맥도날드화로 단순하고 필요한 일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고 그렇게 해서 번 시간을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삶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후기 산업 사회 단계에 있는 대다수의 선진국들에서는 아마도 이런 삶의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리처는 맥도날드화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무리하게 끌고 나간다. 맥도날드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모든 이들은 '합리화의 쇠 감옥'에 갇히고 말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확실히 '맥도날드화'는 산업 사회의 패러다임이지, 후기 산업 사회의 패러다임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리처는 '포스트 모던'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보이려 산업 사회와 후기 산업 사회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연장선 상에 있음을 보이려 한다. 이를 통하여 맥도날드화가 우리 사회가 향해 가야 할 '비관적 운명'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리처의 작업은 매우 엉성해 보인다.(나아가, 그가 제시하고 있는 포스트 모던의 조건들에 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지도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는 상당히 유익한 책이다. 사회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그 속에 내재한 매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기초로 사회를 설명하는 리처의 시도는 '사회학적 접근'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이 책은 독자에게 문화를 읽는 '혜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수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전문 용어 없이 일상 생활의 예들로 평이하게 설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맥도날드 가게에 여러 번 가 보았다. 확실히 모르고 먹을 때와 알고 먹을 때는 다르다. 유홍준이 말한 대로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안다. 똑같은 사실을 보더라도 남들보다 더 깊이 보고 더 넓게 느끼는 것, 인문학을 하는 즐거움은 여기에 있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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