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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 레비 스트로스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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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 레비 스트로스

 

"슬픈 열대"는 레비스트로스가 1937년부터 1938년까지 했던 브라질 탐사를 주요 부분으로 하는 기행문이다. , 카두베오족, 보로로 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히브 등의 원주민에 대한 민족지가 이 책의 주요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 만은 아니다. 이 책 속에는 '민족학'에 대한 그의 소신, 문명 비판, 그리고 구조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 앞 부분에서 자신이 영향 받은 세 가지 사상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마르크스 사상이다. 마르크스에 의해 레비스트로스는, 자연과학처럼 사회과학도 하나의 설명 모델을 만들어 그것이 사실에 비추어 테스트해 봄으로써, 우리의 관찰 결과를 경험적 사실들의 해석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두번째 부류는 프로이드의 이론이다. 프로이드를 통하여 레비스트로스는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논리적 모순들은 단지 모순인 것이 아니라 전()논리적인 것으로 사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본질을 보여주는 것을 배웠다.

 

마지막 한 가지는 지질학이다. 그는 지질학을 통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무질서한 풍경 가운데서도 그 풍경의 발달의 역사와 그 풍경을 구성하는 암석들의 내재적 구조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시간과 장소는 서로 소통될 수 있는 하나의 공통 언어를 통해 서로 융합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적 탐구란 항상 내적인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딜레마를 두 가지 상이한 인류학적 탐구태도로부터 살펴 볼 수 있다. 첫번째 태도는 인류학자가 그가 속한 사회에 환멸감을 느낀 나머지, 그의 사회의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발견하려는 노력으로 인류학적 탐구를 하려는 것이다. 이 경우 그는 결코 다른 사회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없다. 왜냐하면 만약 그가 그 자신의 사회에서 환멸감을 느꼈던 부분들을 다른 사회 안에서 보게 된다면, 그는 그것에 대하여 그의 사회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의 것인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 자신의 '부족적 편견'으로부터 출발하여 부족적 편견하에서 그의 탐구를 마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태도는 반대로, 인류학자가 그가 속한 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초탈하여, 순수한 지적 호기심의 지평에서 다른 사회를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인류학자는 그가 속한 사회의 실질 적인 개선에는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편견없는 탐구와 사회의 개선 노력 사이의 딜레마-인류학이 이러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면 인류학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봉착하여 레비스트로스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사회 계약설'에 이르는 루소의 사상사적 여정에서 이상적인 인류학의 모델을 찾는다.

 

인류학의 이상적인 모델을 살펴봄에 앞서서, 먼저 인류학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인류학이란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으로서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 있는 인간'을 탐구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사회 ''에 있으며 사회를 떠난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학은 인간을 탐구하되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를 탐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학은 자신의 사회와 다른 사회를 탐구한다.

 

그러나 이 '사회'를 탐구하는 인류학의 작업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이상 사회를 탐구하는 작업이 아니다. 인류학은 다른 사회들을 탐구함에 있어서 완전한 사회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학이 하려는 작업은 다른 '사회들'을 통하여, '존재하지 않았고, 과거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어떤 사회'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사회는 우리의 사회가 스스로를 개선하여 지향해 가야할 하나의 '범형'이다. 이 범형을 찾는 인류학은 'anthropology'가 아닌 'enthropology'여야 한다. ,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한 사회를 '완전 사회'로 파악하고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고찰한 각각의 사회를 분해하여 다시 재조합할 수 있는 요소들로 파악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다양한 각각의 사회의 요소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아상적인 '구조'를 이루어 내려는 노력-이것이 바로 인류학의 작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탐구 노력에는 하나의 사회와 다른 사회는 서로 어떤 우열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열역학적(Themodynamic)' 사회는 미개사회인 '정적 사회(cold or static society)'보다 우월하지 않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사회가 환경에 적응한 생활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사회보다 더 합리적이고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과열된 우리 사회'보다 원시 사회가 사회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대안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각각의 사회는 그들 사회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충분히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컨데, 카두베오 족의 신체 장식은 자연과 인위적인 것을 구별하고, 인간을 동물과 대칭적인 차원에서 표현하기 위하여, 갖가지 형태의 무늬를 사용하는 회화구도를 지녔다. 그래서 카두베오 족의 예술에서 발견되는 이원주의는 남자의 조각과 여자의 채색 활동이라는 실제적 기능을 통해서, 각에 대한 곡선, 대칭에 대한 비대칭, 선에 대한 면 등으로 이루어져서 전체 구도는 양화와 음화의 조화 가운데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보로로 족의 경우에는 계급적 위계라는 비대칭성이 반족(半族)이란 대칭성에 의해서 균형을 이루며, 기타 주거지역, 결혼 법칙, 무기나 도구의 장식, 장례의식, 종교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이원주의가 적용되어 기능적 조화를 이룩한다. 뿐만 아니라 남비콰라족의 경우에는 족장의 직무에 따른 책임과 의무와 이것에 대해서 심리적 위안과 격려를 제공하는 일부다처의 특권은 대칭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는, 역할과 권력 사이의 균형관계가 루소가 의미했던 바의 '동의''계약'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집단은 족장에게 일부 다처의 특권을 제공함으로써, 일부일체에 의해서 보증되는 개인적 안전의 요소들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개 사회들도 그 나름의 합리성에 의해서 조직된 사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사회와 다른 사회를 동격에 놓고 비교, 연구함을 통하여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구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각각의 합리성을 이루고 있는 미개 사회들에 우리의 '합리성'을 강요함으로써, 열대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 그리고 그들의 조화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악의 기원은 우리의 문명에 있다. 우리의 문명에 의해서 조화로운 열대는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열대'는 슬픈 것이다.

 

....생각보다는 구조 주의 적인 색체가 강하지 않았다. 프랑스 지식인들 특유의 암호같은 지적 묘사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려운 철학책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기행문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다면적인 책이다. 해석이 여러 개로 나올 수 있는, 세월이 흐르고 지식이 쌓이면 다시 한번 숙독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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