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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2 - 나를 아는 지혜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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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2


 

1.

오늘날은 모든 것이 그 정점(頂點)에 도달했다. 그 중에서도 자기 주장(主張)을 관철(貫徹)하는 기술은 최고에 달해 있다. 오늘날에는 한 사람의 현인(賢人)이 옛날 일곱 사람의 현인이 지녔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옛날 한 민족(民族) 전체를 다스릴 때보다 오늘날 한 사람을 다루는 데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2.

심장(心臟)과 머리는 우리 능력의 양극(兩極)점이다. 서로가 다른 한쪽이 없이는 행복(幸福)을 느낄 수 없다. 이성(理性)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감성(感性)이다. 어리석은 자의 불행은 신분, 관직, 땅을 관리할 때, 사람들과 교제(交際)할 때 자신의 사명을 그르치는 데서 시작된다.



3.

지식(知識)은 용기(勇氣)가 뒷받침될 때 위대함을, 즉 불멸(不滅)을 낳는다. 그것들 자체가 불멸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해낼 수 있지만 현인은 무엇이나 할 수 있다. 무식(無識)한 인간은 암흑 속의 세계에 있다. 성찰(省察)과 의지(意志)의 관계는 눈과 손의 관계와 같다. 용기가 없는 지식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4.

자신의 의도(意圖)를 남에게 확실(確實)히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注意)하라. 새로운 것을 보고 경탄(敬歎)하는 것은 이미 그것이 성공(成功)할 것을 기대(期待)하고 가치를 평가(評價)하는 것과 같다. 공개된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은 유리(有利)하지도 유쾌(愉快)하지도 않다. 자신의 의도를 곧바로 밝히지 마라.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기대감(期待感)을 고조시킬 수 있다. 특히 높은 직위에 있어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對象)이 될 때에는 더욱 그렇다. 모든 일에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엿보이고 그것이 지닌 폐쇄(閉鎖)성 자체로 경외(敬畏)심을 불러일으켜라. 자신을 드러낼 때조차 평범한 모습은 피하라. 사람들과 교제할 때도 자기 내면을 모든 사람에게 열어 보이지 마라. 신중한 침묵(沈默)은 지혜의 성역이다. 이미 입 밖으로 한번 새어나간 의도는 결코 높이 평가되는 법이 없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만일 결과가 안 좋으면 그 불행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니 마치 섭리를 만든 신처럼 자신의 의도를 감추라. 사람들로 하여금 추측(推測)케하고 불안케하라.

5.

남의 의타심(依他心)을 굳혀라. 우상(偶像)을 만들어내는 자는 도금(淘金)장이가 아니라 숭배자들이다. 현명한 자는 사람들이 그한테 고마워하기보다는 그를 필요로 하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을 희망의 밧줄에 묶을 수 있는 것은 노련한 궁신의 기술이며, 사람들의 칭찬에 만족하는 것은 치졸한 농부의 기법이다. 후자는 잊혀지기 쉬우나 전자는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남에게 감사할 때보다 의존할 때 더 많은 것을 갈구한다. 그러나 목의 갈증이 식으면 곧 그 샘에서 등을 돌린다. 마치 사과의 즙을 다 짜먹은 뒤 흙 속으로 내던져 버리듯 사람들은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을 때 그들의 화합도 끝이 나고 더불어 존경심도 사라진다. 그러니 희망(希望)을 갖되 결코 희망만으로 채워서는 안 되는 것이 체험(體驗)에서 나온 큰 교훈이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라. 그대 주인이 왕관(王冠)을 썼더라도 그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쳐 침묵이 되어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그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외부에서 피해를 받았을 때 이를 회복시키지 않고 그냥 놓아두어서는 결코 안 된다.

6.

자기 완성에 도달하라. 완전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매일같이 사람은 인격을 닦고 소명을 다해야 한다. 모든 능력이 완벽하게 발휘되고, 뛰어난 성품이 다 발전하여 자기 완성에 도달할 때가지 고상한 취미가 생기고, 생각이 맑아지고, 판단이 성숙해지고, 의지가 순수해질 때 그 완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7.

윗사람을 능가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뛰어난 것은 미움받기 마련이다. 자기 윗사람을 능가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 아니면 운명의 장난이다. 언제나 뛰어난 것은 미움을 받는다. 더욱 뛰어난 것은 더 미움을 받는다. 그러니 신중한 사람이라면 속물들이 내세우는 장점을 감출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은 허술한 옷차림으로 감출 것이다. 행운이나 정서에 관해서는 남에게 양보할지 몰라도 지적인 것에서 양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8.

열정을 다스려라. 열정은 위대한 정신의 속성이다. 그 뛰어남은 일반의 감명을 산다. 자신과 자신의 열정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큰 권세는 없다. 이는 자유의지의 승리다. 혹 열정이 사람을 지배하더라도 그가 하는 일까지 지배를 당해서는 안 된다. 불쾌한 일을 피하여 지름길로 명망을 얻는 것은 고상한 수법이다.


9.

국가적 과실을 감춰라. 아무리 교육수준이 높은 국민이라도 이웃나라한테 비난받을 잘못이 하나도 없는 국민은 없다. 이웃나라들은 자기들을 스스로의 과실로부터 보호하거나 이웃나라의 과실로 위로하려 한다. 그러니 자기 국민의 그런 결점 자체를 개선하거나 감추는 것은 훌륭한 수완이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훌륭한 평판을 얻을 수 있다. 가정, 신분, 직무, 그리고 자기 나이에 저지르는 과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억제되지 않고 쌓이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낳는다.



10.

행복과 명성. 전자는 일시적이지만 후자는 지속적이다. 전자는 현세를 위한 것이고, 후자는 후세를 위한 것이다. 행복은 갈망하는 것이나 명성은 획득하는 것이다. 명성에 대한 소망은 그 가치에서 우러나온다. 명성의 여신은 거인들의 자매였고 지금도 그렇다. 이 여신은 언제나 특출하고 기괴한 것, 이상하거나 혐오스러운 것, 또는 갈채의 대상이 되는 것의 뒤를 따른다.



11.

배울 것이 있는 사람과 교제하라. 우정어린 교제는 지식의 학교이며 즐거움이 있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친구를 교사로 삼아 배움과 즐거움을 교대로 얻도록 하라.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로 이끄는 것은 대개 우리 자신의 관심사이다. 신중한 사람은 허영에 찬 화려한 궁전보다 위대함의 산실인 노련한 궁신의 집을 종종 방문한다. 여기에는 처세술로 명성을 떨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본보기가 되고 또 그들이 말하는 위대한 예언과 그들이 사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무리들로 인해 온갖 훌륭하고 고귀한 지혜의 아카데미를 열고 있는 것이다.



12.

자연과 예술, 자연은 질료이고 예술은 작품이다. 어떤 아름다움도 보조 없이는 존속할 수 없고 어떤 완전함도 예술에 의해 고상하게 빛나지 않으면 야만적인 것으로 퇴보한다. 예술은 나쁜 것을 거르고 좋은 것을 완성한다. 자연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최선의 상태이고, 우리는 예술 속에서 그 완성을 기대한다. 예술 없이는 최고의 재능도 가꿔질 수 없다. 완벽한 것도 가꾸지 않으면 부족한 것이 되고 만다. 어떤 인위적 교육 없이는 거칠고 천하기 마련이니, 어떤 종류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연마는 필요하다.




13.

실체와 형상, 사물 속에 있는 본질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형상도 필요하다. 아름다운 행동, 태도는 삶의 장식이며 모든 즐거운 표현은 그것의 훌륭한 보조 역할을 한다.

 

14.

그대의 뜻을 때로는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나타내라. 인간의 삶은 바로 인간적 사악함과의 투쟁이다. 지혜는 의도하는 대로 전법을 쓰며 인간을 이끈다. 지혜는 그것이 사칭하는 것을 속임수로 삼을 뿐 결코 목표로 삼지는 않으며, 수완으로 허세를 부리고 실제로 나중에는 뭔가 예기치 않았던 것을 나타낸다. 지혜는 자신의 게임을 늘 감추려 한다. 적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자 거짓 의도를 드러내고, 돌아서서는 누구도 생각 못했던 것을 통해 승리에 이른다. 그러나 또 앞서 예리한 주의력으로 교묘히 숙고하고 염탐한다. 지혜는 늘 사람들이 보통 알려 주는 것의 이면을 파악하고 일부러 거짓 표정을 짓기도 한다 첫 번째 암시는 그냥 보내고 두 번째, 세 번째 암시를 기다린다. 그럴 때 거짓은 위장에 치장을 더해 기승을 부리고 더욱이 진실 자체를 이용해서까지 속이려 한다. 또 술책을 바꾸려고 게임도 바꾼다. 그리하여 실체를 허상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때는 완벽한 솔직성에 속임수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깨어 있는 지혜는 망을 본다. 그 예리한 눈빛을 긴장시켜 빛 속에 숨겨진 암흑을 주시한다. 그리하여 솔직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더욱 기만적이었던 그 의도를 남김없이 밝혀낸다. 이처럼 사악한 피톤은 사물을 꿰뚫는 아폴론의 태양 빛에 대적한다. (피톤Python :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용. 태양신 아폴론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

 

15.

도움되는 인물을 확보하라. 권력자들의 행운은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데 있다. 현인들은 권력자들을 무지의 위험에서 지켜주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이 이들을 신하로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보다 우월하게 만든 자를 인위적으로 우리의 신하로 만들 수 있다면 이는 인생 최고의 일이다. 지식은 길고 인생은 짧다. 무식한 자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힘 안 들이고, 그것도 전지한 자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을 통해 공부하는 것은 지극히 현명한 일이다. 그리하여 나중에 모임에서 자신의 입으로 여러 사람을 위해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으면 이는 타인의 노력을 빌어 자신이 예언자의 영예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자들은 먼저 교훈을 모아 그 지식의 정수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하지만 그 현인들을 직접 신하로 만들 수 없을 때는 교제를 통해 그들의 도움을 얻어라.

 

16.

통찰력과 정직한 의도. 이 두 가지만 겸비되면 매사가 잘 될 수 있다. 분별력이 좋아도 나쁜 의지와 결합되면 그 결과는 언제나 실패이다. 사악한 의도는 완전성을 해치는 독소다. 그것이 지식과 결부되면 교묘하게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분별이 없는 지식은 그 배로 어리석다.




17.

변화 있는 스타일을 가져라. 남들의 관심을, 특히 적의 관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는 가끔 모양을 바꿔라.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날고 있는 새를 맞히기는 쉬우나 방향을 바꾸는 새를 맞히기는 어렵다. 도박꾼은 결코 상대방이 기대하는 패를 내놓지는 않는다.

18.

근면과 재능, 두 가지가 다 결여되면 결코 뛰어난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다 겸비하면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평범한 머리를 가진 사람도 근면하면 뛰어나고 근면하지 못한 사람보다 더 앞질러 나아갈 수 있다. 근면의 대가로 살 수 있는 것이 명성이다. 대가가 적으면 그 가치도 적다. 최고의 직위에서는 노력 부족 때문이지 제2인자가 낮은 지위에서의 제1인자보다 낫다는 것은 나름대로 변명이 된다. 그러나 높은 지위에서는 뛰어난 반면 낮은 지위에서 평범하게 머무는 데 만족한다면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다같이 필요하다. 그리고 양자를 보장해 준다.








19.

남에게 지나친 기대를 주면서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유명한 것들이 대개 다 불행해지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들에 대해 갖는 지나친 상상을 유명한 것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소망과 결합되어 실제 사물의 모습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상상해 낸다. 아무리 탁월한 것이라도 부푼 선입견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들의 허황된 기대에 못 미치면 그 탁월함을 칭찬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난한다. 그러니 남 앞에 무엇을 드러낼 때는 그 결과에 대해 위험하지 않은 정도에서만 기대를 불러일으켜라. 실제가 기대 이상이라면 이는 훨씬 더 낫다. 그러나 이 규칙은 나쁜 일에서는 거꾸로 이다. 왜냐하면 나쁜 것도 과장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반대로 보고 싶어하고, 그렇게 되면 처음엔 아주 혐오스러웠던 것, 무서워했던 것을 사람들은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20.

바람직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라. 분별 있는 사람은 우아하고 품위 있는 다독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또 시대에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걸맞은 지식을 갖춘다. 그러나 평범한 방법이 아닌 비범한 방법으로 한다. 현명한 자들은 적절한 때에 쓰기 위해 기지와 지혜를 혀에 비축한다. 좋은 충고는 때로 진지한 교훈이 아닌 재치 있는 말로 더 잘 나타낼 수 있으므로. 때로는 상식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그 학문이 아무리 자유의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지라도.

 

21.

행복을 얻는 기술, 행복을 얻는데는 규칙이 있다. 왜냐하면 지혜로운 자에게는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일어나지 않으니까. 노력이 행복을 뒷받침한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기분으로 행복의 여신의 문턱에 가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어떤 사람들은 좀더 노력해 앞으로 나가 자신들의 영리함과 대담성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용기의 날개를 타고 여신 앞에 날아가 그녀의 은총을 얻어 온다. 그러나 제대로 철학을 해보면 미덕과 조심성의 길 외에 행복의 여신에게 이르는 다른 길은 없다. 누구나 자기가 지혜로운 만큼 행복하고, 지혜롭지 못한 만큼 불행하니까.

 

22.

자기 시대의 사람이 되라. 특출한 인물도 그 시대의 일부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시대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시대를 발견했으나 그것을 이용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나은 시대에 적합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선이 모두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은 그에 맞는 시기가 있다. 하물며 최고의 미덕도 시대의 스타일을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철학자에게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그것은 불멸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시대가 그에게 맞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에게 맞는 다른 시대가 많이 있을 것이다.


23.

결점을 갖지 마라. 이는 완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그런 결점들을 열렬히 사랑한다. 그것들을 쉽게 치유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명성을 해치는 결점도 마찬가지다. 적의는 그 결점을 재빨리 발견해내고 좀처럼 그것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결점을 장식품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수완이다. 시저는 자신의 육체적 결점을 월계관으로 덮을 줄 안 위인이었다.

 

24.

상상력을 다스려라.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북돋우면서. 상상력은 우리의 행복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우리의 이성조차 휘어잡을 수 있다. 상상력은 폭군처럼 권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하릴없이 관망하기도 한다. 만족할 줄 모르고 움직이면서 심지어 우리 존재를 완전히 사로잡는다. 우리를 기쁨이나 슬픔에 몰아넣기도 한다.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만족하게도 하고 만족하지 못하게도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상상력은 늘 고통을 주면서 우롱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늘 행복과 낭만을 선사한다.

25.

건전한 분별력. 한 때는 말을 잘하는 것이 기술 중의 기술이었다. 이제는 그것으로 족하지 않다. 예측해야 한다. 속임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 깊은 곳을 예측하고 의도를 알아채는 모사가들이 있다. 우리가 갈망하는 진실들은 늘 절반만이 말로 표현된다. 오직 주의 깊은 자만이 완전한 분별력으로 그것을 다 파악해 낼 수 있다. 주의 깊은 자는 보이는 것 모든 것에 대해서는 믿음에 고삐를 당기되, 보이지 않는 것에는 믿음에 박차를 가한다.

 

26.

모든 인간을 설득하는 기술을 터득하라. 타인의 의지를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다. 어디서부터 각 사람의 마음에 접근할 수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모든 인간은 다 우상을 받들고 있다. 어떤 자는 명예를 우상으로, 어떤 자는 이익을 우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쾌락을 우상으로 받들고 있다. 개개인이 섬기는 우상을 알아내 그것을 이용하여 그를 설득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그를 움직이는 충동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의 의지를 움직이는 열쇠를 쥔 셈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침투해야 한다. 먼저 자기 감정을 가다듬어 상대방에게 한 마디 자극을 주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취향을 무기로 결정적인 공격을 가한다. 그러면 결코 그르치는 일없이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27.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소중히 하라. 완성은 양에 있지 않고 질에 있다. 뛰어난 것은 언제나 드물고 귀하며, 흔한 것은 그 가치가 감속된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거인들은 대부분 진짜 난쟁이들이다. 외적인 것만 보면 결코 평범함을 넘어설 수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뇌는 그들이 도처에 있으려 하다 보니 사실은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는 데 있다. 반대로 특출한 것은 내적인 것에서 솟아난다. 그 본질이 고귀한 것이면 이는 족히 영웅적이다.

28.

어느 것에도 대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첫째는 취향에서. 오, 위대한 현인들이여! 그들의 역작이 대중의 마음에 들면 얼마나 기가 꺾이는 일인가. 대중의 넘치는 갈채는 지혜로운 자에게는 즐겁지 않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에 마음 쓰는 변덕쟁이들은 자신들의 기쁨을 부드러운 아폴론의 숨결 속에서 느끼지 않고 어리석은 대중의 숨결 속에서 느낀다. 둘째는 이성도 대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어리석은 대중의 경탄 대상 속에서 만족을 찾지 마라. 대중의 무지는 놀라운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어리석은 일반인들은 어떤 것을 보고 경탄하지만 분별 있는 자는 그 속에 있는 속임수를 알아낸다.




29.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 곧은 자는 항상 옳은 자들 편에 선다. 일반 대중의 열정도 전제 군주의 무력도 그로 하여금 결코 정의의 경계를 넘어서도록 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체 누가 이 정의의 불사조인가? 이 정의를 진정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 된다. 정직을 칭찬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위태로울 때까지 그것을 추종한다. 그러다가 위선자들에 의해 부인 당하고 정치가들에 의해 배신당한다. 정의는 우정이든 권력이든 자신의 이익이든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정의는 거부당하는 위험에 처한다. 교활한 사람들은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나 국시(國是)에 어긋나지 않는 그럴듯한 형이상학으로 정의를 추상화시킨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정직을 고집하는 사람은 어떤 속임수도 일종의 배신으로 간주한다. 그는 자신의 지혜보다는 굴하지 않는 자신의 견고한 정신에 더 가치를 둔다. 진리가 발견되는 곳에는 항상 정의가 있다. 정의로운 사람이 만일 어느 파에 대한 충성을 바꾸면 이는 그가 변절해서가 아니라 그 파 쪽에서의 변덕 때문이다. 그 파는 사전에 이미 진리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30.

그대의 명망을 해치는 일에 끼이지 마라. 망상적인 일에는 더욱 그렇다. 만일 그럴 경우 얻는 것은 명망보다는 경멸이다 늘 지혜로운 자들이 내 던져 버린 것을 주워 그 특이함을 맘에 들어하는 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자들은 일반에게 알려지더라도 유명해지기보다는 조소의 대상이 되고 만다. 신중한 사람은 자기가 자신 있는 일에서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며, 특히 어떤 일로 자신을 조소의 대상으로 만드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31.

행복한 자를 알아 그를 붙들고 불행한 자를 알아 그를 피하라. 불행은 대개 우둔함에 대한 벌이고, 그에 가세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전염성이 짙은 병은 없다. 아무리 작은 재앙에도 틈을 보이면 결코 안 된다. 만일 그러면 그 뒤로 곧 더 큰 재앙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32.

자비심을 가져라. 나라를 움직이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비심으로 일반 사람의 존경을 산다. 이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성품이며 그것으로 사람들의 호의를 입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최고의 권력이 지도자에게 주는 유일한 장점이다.

33.

자신의 욕구를 멀리할 줄 알라. 사람이 거부할 줄 아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처세술이다. 보다 더 중요한 처세술은 사업이나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멀리 할 줄 아는 것이다. 값비싼 시간을 좀먹는 낯설고 괴상한 일거리들이 있다. 부적당한 일에 열중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소일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조심성 있는 사람에게는 주제를 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다른 모든 사람한테는 속하되 자신한테는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자기 쪽에서는 친구들을 악용하거나 그들을 허용하는 것 이상을 그들에게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과오를 범하게 되며, 사람과의 교제에서 특히 그렇다.






34.

자신에게서 어떤 능력이 우세한지를 판단하라. 자신의 특출한 재능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를 가꾸고 다른 재능을 보완하라.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알면 무엇인가에 특출한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성이 특출하고 어떤 사람들은 용기가 특출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타고난 재능을 아무렇게나 다뤄 그것을 빛내지 못한다.

 

35.

생각하라. 그것도 가장 중요한 일을. 모든 우둔한 자들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파멸한다. 그들은 결코 사물 속에 있는 본질의 절반도 보지 못한다. 게다가 그들의 노력은 미미해서 자신에게 오는 피해나 이로운 점까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에,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큰 가치를 두고, 중요한 일은 경시하는 등 항상 거꾸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애당초 분별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염려도 없다. 영리한 자는 매사에 대해 차이를 두고 생각해 본다. 귀한 것을 발견할 전망이 있으면 더욱 더 몰두하여 깊이 파고 들어간다. 때로는 거기에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숙고를 통해 처음에 감지한 것을 나중에 파악하게 된다.





36.

사물의 성숙 단계를 알아 그것을 즐겨라. 자연의 창조물은 모두 어느 완성점에 도달한다. 그 순간까지 그것들은 성장하고 그 후로는 사그라든다. 완성에까지 도달해 더 이상 수정이 필요 없는 예술 작품들은 얼마 안 된다. 매사를 그 완성의 단계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할 줄 아는 사람들도 그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정신의 열매에도 그러한 성숙의 단계가 있다. 그 가치를 알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 성숙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37.

자신의 행복을 헤아려 보라. 행동하기 위해서, 거기에 자신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 이것이 자신의 기질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자신의 행복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큰 기술이다. 때로는 밀고 나가면서, 왜냐하면 행복에는 때가 있으므로, 행복의 걸음걸이는 불규칙하여 그것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것을 유리하게 포착하면 곧장 전진하라. 행복은 모험적이고 용감한 자들의 편에 서 있다. 또 행복은 아름다운 여성처럼 젊은이들은 사랑한다. 그러나 불행을 만나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자신을 움츠려라. 이미 그의 앞에 서 있는 불행 외에 또 다시 두 번째 불행을 만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38. 승리했을 때 행운으로부터 떠나라. 명성 있는 도박사들은 늘 그렇게 한다. 멋있는 후퇴는 용감한 공격과 똑같은 가치가 있다. 자신의 승리가 충분하고 위대할 때 이를 안전히 하고 위험을 막아야 한다. 오래 지속되는 행운은 언제나 의심스러운 것. 중단된 행운이 더 안전하며 그 맛도 더 달콤하다. 큰 행운의 은총은 종종 그 지속이 짧은 것이다.

39.

빈정거릴 줄 알라. 이는 사람들과의 교제에 있어 최고의 섬세한 기술이다. 사람들의 기분, 감정을 시험하기 위해 종종 내뱉는 빈정거리는 말은 타인의 마음을 가장 은밀하게,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 그러나 빈정거림에는 사악하고, 뻔뻔스러우며, 질투심의 독으로 오염되었거나 열정에 병든 것도 있다. 그 전에는 어떤 음모나 대중의 미움에도 끄떡하지 않던 사람일지라도 그런 종류의 빈정거림에 한 번만 당하면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파멸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어떤 빈정거림은 우리의 명망을 뒷받침하고 확고히 하여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그 빈정거림이 가진 수완만큼 조심성을 갖고 그것을 파악하고 예상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앙을 알아야 그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그전에 총을 쏘던 탄환은 과녁을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40.

사람들의 호의를 얻는 것은 큰일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사랑을 얻는 것은 더 대단한 일이다. 어떤 일은 자연의 은총의 의지하지만, 어떤 일은 노력에 더 의지한다. 자연이 초석을 놓으면 인간은 노력을 이행한다. 뛰어난 능력은 전제될 수 있어도 노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남의 호의는 좋은 일을 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두 손을 벌려 좋은 일을 하라, 좋은 말을 하라. 그러나 행동은 더 좋게 하라.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라. 정중한 예의는 위대한 사람들이 지닌 정치적 수완이다. 자신의 손을 먼저 성취할 일에 뻗치고, 그리고 나서 펜에 뻗쳐라. 그대에 관해 쓸 작가에게서 오는 호의도 생각하라. 이는 불멸하는 것이다.

41.

절대 과장하지 마라. 중요한 대상에 대해 최상급을 써가며 말하지 마라. 진리를 손상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며 우리의 판단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칭찬은 호기심을 일으키고 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보통 그렇듯 나중에는 그 가치가 그 대가에 상응하지 못한다. 그러면 기대에 실망한 자는 자신의 그 헛된 기대를 적으로 삼아 유명한 것과 그것을 칭찬하는 사람들을 하찮게 여김으로써 복수를 한다. 과장은 거짓과 흡사하다. 바로 과장을 통해 사람은 좋은 취향의 평판을 소홀하기 쉽다. 이는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남의 좋은 평판을 잃으면 이는 더욱 심각한 일이다.

42.

타고난 통치력, 이는 특출함을 보여 주는 비밀스러운 힘이다. 이는 혐오스런 수단으로 얻어져서는 안되며 외경스러운 천성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그럴 때 모든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굴복하며 그 숨겨진 자연적 권위를 시인한다. 이 뛰어난 정신은 왕과 같은 가치, 사자와 같은 우선권을 지닌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경외심으로 그들은 사람들의 마음과 이성을 사로잡는다. 그들에게 다른 능력도 주어졌다면 그들은 국가체제를 움직여 갈 지렛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일장연설로 얻는 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표정 하나만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43.

위대한 인물에게 공감하라. 영웅들과 공감하는 것은 영웅들의 성품이다. 여기에 바로 자연의 기적이 있다. 그 속에는 비밀스러움뿐만 아니라 유용한 것도 있으므로 그것은 마음과 기질을 서로 닮게 만든다. 그 효과는 무지한 대중이 마약의 힘으로 돌리는 효과만큼 크다. 이는 단지 공격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호의와 애착까지 얻게 된다. 이는 말 없이도 남을 설득하고 일한 대가 없이도 획득한다.



44.

소수처럼 생각하고 다수처럼 말하라. 역류를 헤엄치려 하면 과오를 저지르고 위험에 빠지기 쉽다. 그것을 감행할 수 있는 자는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뿐이었다. 사람들은 누가 자기들 의견에서 벗어나면 이를 모욕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자기들 판단으로 저주를 내린다. 진리는 소수만을 위해 있고, 기만은 비천한 만큼 널리 퍼져 있다. 시장에서 떠드는 자를 현자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는 거기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의 어리석은 지혜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내면에서는 아무리 거부하더라도 겉으로 사람들의 반박 받기를 피한다. 스스로 다른 사람을 반박하기를 피하듯. 그의 내면에서는 질책해도 이를 표현하는 데는 조심한다. 생각은 자유다. 거기에는 어떤 완력도 주어질 수 없고 주어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는 침묵의 성역으로 몸을 숨긴다. 가끔 가다 그것을 가까운 소수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만 드러낼 뿐이다.

45.

예민하고 약삭 빠르라. 그러나 이를 오용하지 마라. 그에 우쭐대지도 그것을 암시하지도 말라. 모든 기교적인 것은 의심받기 쉬우므로 은폐되어야 한다. 특히 그것이 예방책일 때에는. 그렇잖으면 미움 받기 쉽다. 기만은 세력이 크지만 더불어 배로 의심을 받는다. 그 까닭은 기만은 불신을 야기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고 복수를 일으키고 전에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나쁜 일을 일으키니까.

 

46.

혐오감을 자제하라. 우리는 종종 사람들의 성품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싫어하는 수가 있다. 이 타고난 천박한 반감은 때때로 아주 훌륭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어나는 수가 있다. 지혜로 이를 제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중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것을 혐오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으닌까.

47.

자신에 대한 경의를 결코 잃지 마라. 또 자기 눈앞에서 자신을 값싸게 만들지 마라. 우리 자신의 티끌 없고 탓할 것 없는 행실이 우리의 규범이 되어야 한다. 다른 어떤 외부 규정보다 우리 자신의 엄격한 판단이 우리에게 대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온당치 않은 일은 엄격한 타인의 권한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통찰이 무서워서 그만두어야 한다. 자신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세네카 같은 가상의 궁신이 필요 없을 것이다.



48.

명예의 결투를 삼가라. 이는 가장 주의할 일 중에 하나이다. 명예의 결투는 다른 더 나쁜 것을 초래한다. 그때 그 명예는 아주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자기 성격 또는 국민성 때문에 이런 종류의 의무를 쉽게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성의 빛 속을 거니는 자는 더 깊이 사물을 숙고한다. 그는 어떤 일에 승리하는 것보다 그 일에 끼여들지 않는 것에 더 큰 용기를 둔다. 우둔한 사람들이 아무리 그를 부추겨도 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변명을 하며 발뺌을 한다.

49.

철저하고 심오한 자만이 훌륭하게 하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항상 외면보다 내면에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재 부족으로 끝까지 다 못 지은 집처럼, 입구는 궁전 같으나 내실은 헛간처럼 외양만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오래 머물러 있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들은 지루한 사람이다. 그들은 시실리의 말처럼 일시적으로는 좋은 기분으로 허세를 부리며 등장하나 다시 곧 침묵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생각의 원천수가 흐르지 않는 말이 곧 고갈되고 마는 것처럼.





50.

통찰력과 판단. 이 재능을 지닌 사람은 사물에 지배당하지 않고 스스로 사물을 다스릴 줄 안다. 사람을 보면 그를 이해하고 그의 실체를 파악할 줄 안다. 그는 예리하게 주시하고 철저하게 파악하고 올바르게 판단한다. 매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주시하고 이해한다.

51.

선택할 줄 알라. 인생의 거의 전부가 이에 달려 있다. 거기에는 좋은 취향, 옳은 판단이 필요하다. 학식도 이성도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선택이 없이는 완전함도 없다. 선택은 그 자체 안에 선택을, 그것도 최선의 것을 선택할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풍요롭고 노련한 정신, 예리한 이성, 학식, 신중함을 지닌 사람들도 선택에 이르러 파멸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일부러 그른 길을 가려는 듯 늘 최악의 것을 선택하곤 한다. 그러니 올바른 선택의 재능이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준 가장 위대한 재능 가운데 하나이다.



52.

절대 냉정을 잃지 마라. 이는 자신을 격분시키지 않는 훌륭한 지혜이다. 그럴 줄 아는 사람은 위대한 마음을 지닌 온전한 인간이다. 모든 위대한 것은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완전한 주인이 되고 위대해져서 어떤 행운, 어떤 불행에서도 격분하는 허점을 보이지 마라. 오히려 그런 것을 초월한 것처럼 보여 남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키라.

53.

이성과 행동. 이성이 깊이 숙고한 것을 행동은 신속히 이행하라. 성급함은 우둔한 자들의 성품이다. 그들은 일의 어려움을 못하기 때문에 예방책이 없이 일을 시작한다. 반대로 지혜로운 자들은 몸을 도사리다 일을 그르치곤 한다. 선견은 예방책을 낳는다. 그러나 행동력의 결핍은 때로 올바른 판단의 결실을 그르친다. 신속은 행운의 어머니이다. 내일로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은 많은 것을 해낸 사람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하라는 말은 바로 제왕의 좌우명이다.



54.

용기를 가져라. 죽은 사자의 갈기는 토끼도 뜯을 수 있다. 거기에는 용기가 필요 없다. 용기는 웃어넘길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양보하면 두 번째도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양보해야 한다. 마지막에 이기기에 위해 쓴 큰 힘을 처음에 썼더라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의 용기는 육체적 약함보다 더 많은 것을 훼손시킨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많은 사람들도 정신이 결여되면 죽은 사람처럼 살고 무위 속에 갇혀 생을 마친다. 육체도 힘줄과 뼈를 가졌는데 하물며 정신도 단지 온순한 것만은 아니다.

55.

기다림을 배워라. 성급한 열정에 휩쓸리지 않을 때 인내를 지닌 위대한 심성이 드러난다.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타인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계절은 완성을 가져오고 감춰진 것을 무르익게 한다. 신은 우리를 채찍으로 길들이지 않고 시간으로 길들인다. "시간과 나는 또 다른 시간, 그리고 또 다른 나와 겨루고 있다."는 위대한 말이 있다.


56.

재치 있는 사람이 되라.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여 나중에는 모든 것을 그르친다. 어떤 사람들은 사전에 숙고하지 않고도 모든 목표를 달성한다. 궁지에 몰려서야 비로소 모든 것을 잘하는 진짜 천재들이 있다. 그들은 즉석에서 하면 다 해내지만 길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일종의 괴물들이다. 그들은 즉석에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나중에 결코 발견하지 못한다.

57.

깊은 숙고를 거쳐 하는 일이 빠르고 안전하다. 즉석에서 만든 것은 즉석에서 다시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것은 생겨날 때까지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성과 철저함은 불멸의 작품을 창조한다. 가치가 큰 것은 그 대가도 크다.




58.

자신의 리듬에 순종하라. 사람은 늘 자신을 같은 모습으로 남에게 보여서는 안되며 필요 이상으로 많은 힘을 보여서도 안 된다. 어떤 것도, 지식도 성취도 한꺼번에 다 탕진하지 마라. 모든 것을 항상 한꺼번에 다 전시하지 마라. 그러면 내일은 아무도 더 이상 그대를 경탄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 더 많은 것을 발견하는 자만이 기대를 보존할 수 있고, 그의 위대한 능력은 한계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59.

끝을 생각하라. 환호의 문을 지나 행운의 집안으로 들어서면 통탄의 문을 지나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사람은 끝을 생각하고, 들어설 때의 갈채보다 행복하게 나올 것을 생각하라. 들어설 때의 일반적인 갈채 소리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받는 것이다. 물러설 때 받는 갈채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이 다시 열망된다는 것은 드문 일이며, 행운이 문지방까지 따라가는 자는 얼마 안되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자는 정중한 대접을 받으나 퇴장하는 자는 경멸 당하기 쉽다.





60.

건전한 판단력을 기르라. 어떤 사람들은 분별을 갖고 태어나니 그들에게는 성공의 길이 이미 반은 주어진 셈이다. 나이와 체험이 그들의 이성을 완전히 성숙케 만들 때 그들은 완전한 가치가 있는 올바른 판단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고집스런 변덕, 망상을 지혜의 유혹자로 여기며 싫어한다. 특히 중요하고 철저한 안전이 요구되는 국사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61.

최고의 것 안에서 최고가 되라. 어떤 일에 있어 다른 모든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고서 위대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범용(凡庸)은 찬탄의 대상이 아니다. 뛰어난 직무에서 최고의 탁월함만이 우리를 일상의 대중에서 벗어나 진귀한 사람들의 부류에 넣어 준다.

 

하찮은 직업에서 뛰어나다는 것은 하찮은 것 안에서 무엇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하찮은 것은 여전히 하찮은 것이다. 이는 편하다는 장점은 있을 지 몰라도 영예는 상실한다. 최고의 것을, 그것도 최고의 부류 안에서 해내는 것은 우리에게 바로 군주의 성품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62.

좋은 도구를 사용하라. 대신이 탁월하다 해서 그가 섬기는 군주의 위용이 감소되는 일은 없다. 성공하여 영예를 얻을 때는 항상 그 주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비난을 받는 일도 마찬가지다. 명예의 여신은 항상 주요한 인물들 편에 선다. 여신은 이자는 좋은 신하고, 저자는 나쁜 신하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만 이자는 훌륭한 예술가요, 저자는 서투른 예술가였다고 말할 뿐이다.

63.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는 것은 큰 영예다. 게다가 탁월함까지 곁들인다며 영예는 곱절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천직(天職)에서 자기보다 나은 자가 없었다면 모두 불사조가 되었을 거다. 어느 분야에서나 1인자는 거대한 영예를 안고 그곳을 떠나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그가 남긴 자양분이 돌아갈 뿐이다. 그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모방자라는 비속한 오명을 씻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일류에서 제2인자가 되기보다는 이류에서 제 1인자가 되기를 더 좋아한다.



64.

취향을 가꿔라. 숭고한 취향은 이성처럼 가꿔 키울 수 있다. 훌륭한 정신은 그것이 지닌 고귀한 취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해가 높아지면 취향도 높아진다. 큰 먹이가 큰 입에 맞듯이 고상한 일은 탁월한 정신에 맞는다. 세상에서 가장 대담한 일도 탁월한 정신의 심판을 무서워하고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도 그 심판 앞에서는 두려움에 떤다. 아주 탁월한 일들은 적고 따라서 절대적인 높은 평가도 드물다. 타인과의 교제를 지속하면 취향도 점차 나눌 수 있으니, 올바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 대한 불만족을 일거리로 삼지 마라. 이는 아주 고지식하고 우둔한 짓이며 그것이 마치 불협화음에서 솟아 나오는 과장 치레로 되었을 때는 더욱 혐오스럽다.




65.

불행을 만들지 말고 성가신 일을 피하라. 이는 바람직한 지혜이다. 나쁜 소식들은 전하지 말고 받아들이지는 더욱 마라. 도움되는 소식이 아니라면 그것이 안으로 발을 디디는 것조차 거부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달콤한 아첨에만 귀를 기울이고 어떤 사람들은 사악하고 쓰디쓴 험담만을 좋아한다. 매일 화나는 일이 한 가지라도 없으면 못사는 사람도 있다. 매일 조금씩 독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미트리다테스왕처럼. 그러나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가깝다 해서 그 사람 마음에 드는 일을 해주려고 평생 자신에게 슬픔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자기보존의 법칙에 어긋난다. 또 와서 조언만 구하고 가버리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안녕을 해치는 짓을 해서도 안 된다. 타인에게는 기쁨을, 자신에게는 고통을 주라는 일반 규칙이 있지만, 보다 더 나은 규칙은 상대방이 지금 슬퍼하는 것이 그대가 나중에 아무의 도움 없이 슬퍼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66.

행복한 끝을 눈 여겨 두라. 많은 사람들은 즐겁게 목표에 도달하기보다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목표에 도달하려 한다. 대중에게는 항상 실패했을 때 주는 치욕이, 성공했을 때 그 노력에 대해 주는 인정보다 비중이 크다. 그러나 승리한 자는 변명할 필요가 없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돋보인다. 아무리 그 수단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하더라도. 달리 행복한 결과에 도달할 수 없을 때는 종종 예술의 법칙에 반해서 나아갈 때 바로 예술이 있기 때문이다.

 

67.

천박한 변덕에 자신을 맡기지 마라. 기괴한 느낌에 흔들리지 않는 자가 훌륭한 사람이다. 자신을 관찰하는 것은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고, 자기인식은 가기 개선의 출발점이다. 늘 변덕에 빠지고 취향 역시 늘 바뀌는 불협화음의 괴물이 있다. 이 방탕한 편애는 의지를 파멸시키고 이성에게 덤벼든다. 의지와 올바른 인식이 그로 인해 뒤틀리고 만다.

68.

갈채 받는 직업을 선호하라. 거의 모든 일은 타인들의 호의에 달려있다. 꽃에는 서풍이 필요하듯 재능에는 진가의 인정이 필요하다. 이는 호흡과 생명의 관계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관직이 있다. 또 그보다 더 중요하긴 해도 어떤 명망도 즐길 수 없는 관직도 있다. 전자는 모든 사람들 눈앞에서 이행되기 때문에 일반의 호의를 사고, 후자는 드물고 더 값어치가 있어도 소극적이어서 눈에 띄지 못한다. 존경을 받지만 갈채는 못 받는다. 군주들 가운데도 승리하는 자들이 유명해진다. 그래서 아라곤의 왕들은 전사나 정복자, 영웅이 되어 그토록 높은 영예를 얻었다. 재능 있는 자라면 모든 사람에게 돋보이고 다른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칭송 받는 관직을 선호하라. 그러면 대중의 목소리는 그에게 영원불멸의 명성을 안겨 주리라.


69.

거절할 줄 알라.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허락해서는 안 된다. 거절하는 일도 허락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한 사람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여러 사람이 '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 미화된 거절이 무미건조한 허락보다 더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입에 '아니오'라는 말을 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모든 것을 망쳐 놓는다. 그들의 입에서 노상 거절의 말이 떨어지다 보면 나중에 모든 것을 허락해도 사람들은 이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앞서 거절의 말로 일을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곧바로 거절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간청하는 사람이 점차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천천히 유도하라. 그리고 무엇이든 완전히 거절하지 마라. 이는 그 사람의 의타심을 단호히 뿌리치는 것이 된다. 거절의 쓰라림을 조금은 덜어주기 위해 언제나 약간의 희망을 남겨 둬야 한다. 또 호의를 표시할 수 없을 때는 정중함으로 그 구멍을 메꿰라. 네, 아니 오를 말하기는 쉽지만 그전에 오랜 생각이 필요하다.



70.

편향적인 사람이 되지 마라. 자신의 태도에서 모순을 드러내지 마라. 성품에서도 외양에서도. 분별 있는 자는 항상 그대로이며 늘 자신의 완벽함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사려 깊고 지혜롭다는 평판을 받는다. 변화가 있으면 외부 사정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원인일 뿐이다. 지혜로운 일에 변화는 달갑지 않다. 매일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는 '네'하고 흰색이었다면 오늘은 '아니오'하고 검은 색으로 변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그들은 항상 자신들의 신용과 명망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고 타인들의 이해에 혼란을 가져온다.

71.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 되라. 일을 그르치는 것은 결단력이 없는 것처럼 파멸적이지는 않다. 결단성이 전혀 없이 늘 타인의 자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종종 판단력의 혼란과 행동력의 결핍에서 나온다. 어려움을 참을 때 통찰력이 입증된다. 하지만 그 어려움으로부터 탈출구를 발견한다면 더 큰 통찰력이 입증될 것이다. 반면에 어떤 일도 곤경에 빠뜨리지 않고, 곧장 모든 일을 끝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일을 세상에 해명하고 나면 그들에게는 다음 일을 처리할 시간이 남아있다. 그 일을 위해 먼저 요행히 계약금을 받았다면 그들은 더욱 안심을 하고 일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72.

간과(看過)할 줄 알라. 그렇게 해서 영리한 사람들은 일에 말려드는 것을 피한다. 즉 가볍게 품위를 지켜 약간만 방향을 바꾸고도 가장 복잡한 미로에서도 빠져나오는 것이다. 아주 어려운 싸움에서도 그들은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빠져나온다. 뭔가를 거절해야 할 때 화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도 그들의 정중한 계략이다. 그러나 그것을 마치 못 알아들은 척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섬세한 계략은 없다.

73.

사람들에게 냉정하지 마라.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곳에는 진짜 거친 짐승들도 산다. 무뚝뚝함은 자기 자신을 오인한 데서 오는 잘못된 태도이다. 그것으로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적합한 길이 아니다. 항상 자신의 반항적이고 비인간적인 성격에 사로잡힌 무뚝뚝한 괴물은 정말 볼 만한 구경거리다. 가혹한 운명에 처해 그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마치 호랑이와 싸울 때처럼 공포에 사로잡혀 조심스런 무장을 하고 등장한다. 그런 냉정한 사람은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법을 알았으나 이제 그것을 차지한 이상 자신을 모든 사람에게 미움받도록 함으로써 그에 대한 보상을 하려 한다. 그의 관직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있어야 하나 그는 반항과 오만심으로 누구를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자를 멋있게 징계하는 방법이 있다. 즉 그와 교제를 끊으면 그의 교활한 지혜도 사라지고 말고 것이다.

 

74.

자신의 광채를 새롭게 하라. 이는 불사조의 특권이다. 탁월함도 명성도 낡아지게 마련이다. 탁월한 것이 낡아지면 평범한 새로움에 밀려날 수도 있다. 그러니 용기, 재능, 행운, 모든 것을 늘 재생시켜라. 새롭고 빛나는 일을 갖고 등장하여 태양처럼 다시 솟아라. 자신의 광휘의 무대도 바꿔라. 때로는 그 희귀함에 대한 열망이, 때로는 그 새로움에 대한 찬사가 일어나도록.

75.

신맛 쓴맛을 다 맛보지 마라.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정의는 부당함이 될 수 있다. 사과를 너무 짜면 나중에는 쓴맛이 나온다. 무엇을 향유할 때도 지나치지 마라. 최후까지 긴장하면 정신마저 둔해진다. 너무 잔인하게 짜내면 우유 아닌 피가 나온다.




76.

자기 자신을 파악하라. 아무도 자신을 먼저 파악하지 않고는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분별력, 자신의 섬세함을 파악하라. 거래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라. 자신의 깊이가 어떤지 알아보고 모든 일을 감당할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탐지하라.

 

77.

스스로 용서할 만한 잘못은 허용하라. 왜냐하면 태만은 가끔 재능에 가장 권할 만한 것이니까. 타인들의 질투는 그대에게 비열하고 모독적인 패각(貝殼)추방을 내릴 수 있다. 질투는 완벽한 자의 무과실 자체를 과실로 간주하고 그 완벽함을 저주한다. 남들의 질책이 번개처럼 그의 최고 업적 위로 떨어진다. 그러니 호머 같은 천재도 때로는 잠을 자면서 재능이나 용기에서 짐짓 태만을 꾸몄다. 악의를 달래 그 독소가 터지지 않도록 하라. 불멸의 것을 구하기 위해 질투의 황소 위에 망토를 던져라.




78.

적을 이용하라. 매사를 다뤄 봐야 한다. 그러나 칼날은 잡지 마라. 다칠 것이다. 칼집을 잡아라. 보호해 줄 것이다. 적을 잘 다룰 줄 알라. 지혜로운 자에게는 적의 도움이 어리석은 자에게 오는 친구의 도움보다 더 낫다. 때로는 호의가 감히 겨룰 자신이 없는 난관의 산도 악의가 평평하게 해 줄 수 있다. 증오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아첨이다. 증오는 오점을 없애려 하나 아첨은 그것을 감추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자는 남의 원망에서 귀감을 배운다. 이는 호의보다 더 충실하다. 그리하여 누가 자신의 잘못을 험담하지 못하게 예방하거나 이를 개선한다.

79.

나쁜 험담에 주의하라. 대중에게는 머리가 많고 따라서 시기하는 눈도 많다. 그들 사이에 나쁜 험담이 돌면 그 중 가장 명망이 큰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 그 험담은 비열하여 명예를 땅에 떨어뜨릴 수 있다. 어떤 궁지에 몰렸을 때, 형편이 좋지 않을 때, 우스운 잘못, 구설수에 맞는 소재 같은 것이 그런 동기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간계가 때로는 일반 사람들의 중상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 중상자들은 커다란 명성조차 공공연하고 파렴치한 비난 아닌 한 마디 간단한 험담으로 몰락시킬 수 있다. 나쁜 것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깨끗이 씻어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니 지혜로운 자는 일반 대중의 몰염치를 경계해야 한다. 구제보다 쉬운 것이 예방이다.

80.

교육과 우아함. 인간은 야만인으로 태어나며 교육만이 그를 야만성에서 해방시킨다. 교육이 사람을 만든다. 자식들의 교육 덕택에 그리스인들은 다른 모든 나라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지식보다 더 우아한 것은 없다. 그러나 지식은 멋을 잃으면 꼴사납다. 우리의 지식뿐 아니라 의지와 말도 우아해야 한다. 생각, 말, 몸을 치장할 때 자연스런 멋이 있고, 내적이나 외적으로 유순한 사람들이 있다. 이는 나무껍질에 비유된다. 정신의 재능이 열매에 비유되듯이.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거칠어 때로는 자기들이 가진 뛰어남조차 참을 수 없는 야만적인 것으로 연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81.

숭고함을 위해 행동은 관대하게 하라. 훌륭한 사람은 자기 행동에 소심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에서 너무 하나하나를 따져서도 안 된다. 특히 불쾌한 일일 때는 더욱 그렇다. 때로 매사에 유의하는 것은 유익하지만 매사에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상적인 일에는 관대하라. 이는 고상한 품위이다. 타인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수완은 관대함이다. 친지, 친구, 특히 적들 사이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일은 못 본 척 지나가라. 불쾌한 일에 매번 다시 관여하는 것은 미친 짓 가운데 하나이다.



82.

매사에 뛰어나려 하지 마라. 모든 탁월한 것의 결함은 너무 많은 것을 이용하려다 이를 오용하고 마는 것이다. 바로 그런 노력이 결국 모든 사람의 혐오를 산다. 어떤 일에도 쓸모가 없는 것은 큰 불행이지만 모든 일에 쓸모 있으려 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이다.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얻기 때문에 잃고, 처음에 그를 갈구하던 모든 사람들이 마침내는 그를 혐오한다. 그런 사람은 온갖 완벽함을 다 탕진해 버려 마침내 진귀한 사람이라는 평가 대신 천대를 받는다. 그런 극단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명성이 있을 때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완벽함 자체에도 지나침이 있으니 이를 표현할 때는 자제하라. 자신을 나타내는 데 인색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83.

오래 사는 기술은 선하게 사는 것이다. 수명이 짧아지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어리석음과 방종이다. 전자는 생명을 지킬 이성이 없고 후자는 의지가 없다. 미덕이 그에 대한 보답이라면 악덕은 그에 대한 징벌이다. 악덕에 열중해 살면 빨리 죽고 미덕에 열중에 살면 죽지 않는다. 정신의 생명은 육체의 생명이다. 선하게 영유하는 삶은 내적으로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긴 것이다.




84.

의혹이 들 때는 결코 일에 착수하지 마라. 행동하면 실패하리라는 걱정만 보여도 상대방에게는 안심을 준다. 특히 그가 경쟁자일 때는 더욱 그렇다. 첫 번째 사업을 벌일 때 벌써 판단력에 의심이 나, 나중에 그 일에 열정적으로 빠져들 때는 우행(愚行)이라는 공공연한 저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조심성이 의심되는 행동은 위험하니 이를 중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지혜는 결코 확률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업 계획이 벌써 우려를 자아낸다면 그것이 어떻게 제대로 되겠는가? 우리 내면에서 깊이 숙고하여 결정된 일도 종종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흔들리는 이성과 그른 판단력에 의해 결정된 것이 어떻게 기대될 수 있겠는가?


85.

매사에 더 나은 분별력을 기르라. 이것은 행동하고 말할 때 첫째 가는 최고의 규칙이다. 그리고 우리의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 타당한 규칙은 소량의 지혜가 백 파운드의 재치보다 낫다는 점이다. 거기서 사람은 커다란 갈채를 받지 않고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지혜롭다는 평판은 명예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들은 그들의 판단이 성공한 행동의 모범이 된 것으로 만족하라.



86.

보편성을 지닌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그는 교제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것이 지닌 즐거움을 전하고 삶을 아름답게 한다. 보편성의 변화는 최고의 여흥을 제공한다. 매사에 최선의 것을 획득할 줄 아는 것은 위대한 예술이다. 자연이 인간을 들어올려 자신의 축소판으로 만들었듯이 예술도 인간의 오성과 취향과 연마를 통해 인간을 소우주로 만든다.

87.

헤아릴 수 없는 능력. 지혜로운 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때 자신의 능력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도록 주의한다. 사람들이 그를 알되 그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게 하라. 누구도 그의 능력의 한계를 발견해서는 안 된다. 실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누구나 아무리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이에 대해 정확히 들어 알고 있는 것보다 추측과 의심을 갖는 쪽이 더 큰 숭배를 불러일으킨다.

88.

자기 자신의 훌륭한 보호자가 되라. 인생의 모든 행위는 그 영향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은 오성에 따라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 보호는 오성에 맞는 모든 것을 자연스레 애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사람은 매사에 가장 올바른 것을 포착한다.

89.

왕성한 기대를 길러라. 많은 것은 더 많은 것을 약속하고 빛나는 행동은 더 빛나는 행동을 예고한다는 그런 기대를 계속 길러라. 사람은 자기의 전부를 한 번에 다 걸어서는 안 된다.

90.

영웅적 이상을 고르라. 모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하기 위해서이다. 위대한 이상은 명예를 위한 살아 있는 책이다.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을 이상으로 삼는다. 그들을 모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기 위해서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땅에 묻힌 영웅 아킬레스를 위해 운 것이 아니라 아직 명성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자기 자신을 위해 울었다. 타인의 명성을 위해 울리는 나팔 소리보다 더 자신의 마음 속 명예욕을 자극하는 것은 없다. 자신의 질투심이 매장될 때야 비로소 고귀한 심성이 자극을 받는다.



91.

항상 농담을 하지는 마라. 진지할 때에 사람의 이성은 드러나고 그것은 익살보다 더 많은 명예를 가져다준다. 항상 농담하는 자는 진지한 일을 결코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그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한다. 거짓말쟁이에게서는 거짓말이 익살꾼에게서는 익살이 두렵다. 그런 사람은 도대체 분별을 갖고 이야기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분별이 너무 많아 마치 없는 것 같다. 쉴 새 없는 익살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익살꾼이 되는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혜로운 자라는 명성을 잃기 쉽다. 그러니 한때는 익살을 부리더라도 나머지 다른 때는 진지하라.


92.

자신을 모든 사람에게 순응시키는 법을 배우라. 학자에게는 학식으로, 성자에게는 성심(聖心)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은 대단한 일이니까. 사람들의 기분을 관찰하고 자신을 그 사람들 각각에 맞춰라.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기술이 긴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아주 섬세해서 많은 재능을 요구한다. 머릿속은 지식으로 차고 취향이 다양한 사람에게는 이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93.

사업에서는 수완을 발휘하라. 우둔한 자는 언제나 느닷없이 불손한 말을 하곤 한다. 그는 무모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함이 그들에게서 예방책을 마련할 주의를 빼앗고, 나중에 실패했다는 욕설에도 그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모든 무모함은 지혜에 의해 멸망당하고 만다. 때로는 요행히 그냥 넘어가더라도 더 깊은 심연이 우려되는 곳에서는 신중히 나아가야 한다. 지혜로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라. 주의력이 점차 발판을 확보할 때까지. 오늘날 인간관계에는 커다란 심연이 가끔 나타난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측연(測鉛)을 사용해야 한다.

94.

쾌활한 기분. 이는 적당히 있으면 재능이지 과실이 아니다. 가장 훌륭한 사람들도 가끔 익살을 부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도 그들은 지혜와 명망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일에 휘말리는 것을 농담으로 거뜬히 벗어나기도 한다. 어떤 가벼운 농담은 다른 사람들이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한다. 붙임성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자석이다.


95.

정보를 얻을 때는 신속하라. 사람은 주로 정보를 들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적다. 우리는 진리와 믿음에 산다. 그러나 우리의 귀는 진리의 곁문이고 거짓말의 대문이다. 진리는 대부분 눈으로 목격되는 것이지 들리는 경우는 예외이다. 진리가 순수하게 왜곡되지 않고 우리에게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는 길이 더 멀 때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지나는 곳마다 항상 흥분과 감정에 오염된다. 정열은 그것이 스치는 모든 것에 색깔을 물들인다. 그것은 항상 어떤 인상을 주려고 한다. 그러니 칭찬하는 자에게는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고 비난하는 자에게는 더 큰 조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라. 이 점에 있어 우리는 모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을 전달하는 자의 의도를 밝혀 그가 내딛는 걸음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서.

 

96.

명성을 얻고 이를 지켜라. 명성은 얻기 힘들다. 이는 뛰어난 성품에서만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얻으면 보존하기는 쉽다. 명성은 구속력이 있으나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 명성은 근원이 고귀하므로 한번 숭배를 받으면 우리에게 일종의 위엄을 부여한다. 그러나 진실한 근거가 있는 명성만이 오래 지속된다.


97.

자신의 의지를 넌지시 나타내라. 열정은 정신의 창문이며 실제 지혜는 변장술에 있다. 공개된 카드로 게임을 하면 질 위험이 있다. 신중한 자는 조심하여 탐색하는 자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의 취향조차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반박이나 아첨으로 그에 맞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98.

실제와 외양. 사물은 그 실제의 모습이 아닌 그 외양에 가치를 둔다. 사물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사람은 적고 외양에 머무는 사람은 많다. 외양이 나쁘면 내적인 정당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99.

편견 없는 사람. 현명하고 철학적인 궁신이 되라. 그러나 짐짓 꾸며 그렇게 보이지는 마라. 철학은 오늘날 그 위신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는 여전히 현자가 할 최고의 일거리다. 사상가들의 학문은 모두 공경을 잃었다. 이제는 부당한 것이 인정을 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기만을 발견하는 것은 항상 생각하는 정신에 양식이 되고 올바른 자들의 기쁨이 된다.

100.

세상의 절반이 다른 절반을 비웃는다. 양쪽 모두가 다 바보이다. 그들이 선택하는 대로 매사가 다 좋거나 매사가 다 나쁘게 된다. 매사를 자기 생각대로만 정리하려는 자는 참을 수 없는 바보다. 거기에는 진정한 머리 대신 그렇고 그런 수많은 감각들이 있을 뿐이다. 어떠한 과실이라도 그것을 감싸주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 일이 몇몇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용기를 잃을 필요는 없다. 그것을 인정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러나 찬사에 너무 들뜨지 마라. 이를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명망 있는 사람들 가운데 발언권을 지닌 사람들이 주는 찬사가 진짜 만족을 주는 찬사이다. 사람은 어떤 한 사람의 찬사나, 일시적 또는 한 시대만 지속되는 찬사를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



101.

커다란 행운을 입에 넣으려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위를 가져라. 커다란 행운은 더 큰 행운조차 맞이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직도 배고프다. 소심한 천성 때문에 훌륭한 음식을 소화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높은 관직을 위해서 태어나지도 교육받지도 못했다. 그들은 공들이지 않고 명예를 얻을 경우 그 속에서 솟는 향기가 그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여 높은 곳에서는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들 자신 속에는 행운이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위대한 사람은 더 큰 일도 받아들일 공간이 있다. 그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 소심한 마음을 보일 기미를 피한다.


102.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권위자가 되라. 위엄을 지녀라. 제왕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기 영역에서 제왕의 위엄을 지녀야 한다. 행동은 고귀하게, 생각은 높이. 매사를 추진할 때 제왕과 같은 업적을 이룩하라. 권력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탓할 데 없는 도덕 속에 진정 제왕다움이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함을 이상으로 삼는 사람은 그 위대함을 질투해서는 안 된다.



103.

여러 분야를 타진해 보라. 주의하여 여러 분야를 살펴보면 그 대가로 분야의 다양성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은 용기를, 어떤 것은 예리한 오성을 요구한다. 수완이 필요한 분야보다 공정함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경영하기가 쉽다. 사람을, 더욱이 우둔한 자를 다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분별없는 사람을 다스리는 데는 곱절의 분별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재료로 한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요구하는 그런 분야는 참을 수 없다. 좀더 자유롭거나 힘들더라도 변화 있는 분야가 더 낫다. 변화는 정신을 새롭게 하니까. 의존성이 가장 적은 분야가 바람직하며, 죽도록 땀흘려야 하는 분야는 가장 나쁜 것이다.

104.

번거로운 짐이 되지 마라. 다사다난한 사람이나 화제의 주인공은 폐를 끼치기 쉽다. 단순한 것이 매력적이고, 일의 진행에도 더 적절하다. 좋은 것이 짧으면 곱절로 좋다. 나쁜 것도 수량이 적으면 꼭 나쁘지는 않다. 난잡한 것보다 핵심적인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지혜로운 자는 특히 훌륭한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라. 그들은 바쁜 사람들이다. 빨리 나오는 것이 좋은 말이다.



105.

늘 자신의 행복을 뽐내지 마라. 개인의 성격이 눈에 띌 때보다 신분이나 위엄이 화려하게 눈에 띌 때 감정이 더 상하기 쉽다. 자신을 늘 중심 인물로 만들면 미움을 살 수 있다. 질투를 더 이상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다. 남이 공경해 주기를 바랄수록 사람은 더 적은 공경을 받는다. 공경은 타인들의 의사에 달려 있으니까. 그러니 공경은 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얻어지는 것이다. 높은 직위일수록 그에 맞는 명망이 요구된다. 이것 없이는 그 관직은 결코 위엄 있게 이행될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의 임무를 잘 이행하기 위해 거기서 필요한 명예를 보존하라. 공경을 받으려고 치달으면 안 된다. 이는 그대의 재능에서 나와야 한다. 자신의 일에만 법석을 떠는 사람은 많은 공적을 쌓을 수 없다. 그는 곧 그 관직의 위엄이 자신의 어깨에 너무 무거움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 것이다.

106.

불평하지 마라. 모든 것을 악으로 모는 음울한 심성을 가진 자들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한 것, 할 것을 모두 저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비열한 감정에서 나온다. 이는 부스러기를 들보로 만드는 과정과 같다. 게다가 열정까지 가세해서 그들은 모든 것을 극단으로 몰아붙인다. 반대로 고귀한 심성을 지닌 자는 일부로 과실을 눈감아 줌으로써 매사를 용서할 줄 안다.



107.

결코 자만을 보이지 말라. 자신에게 불만족하는 것은 소심한 것이며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자만은 분별없이 기뻐하는 것이다. 이는 평판이나 위신에는 해로운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끝없이 높은 완벽성을 통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 속에 있는 비천하고 평범한 재능에도 아주 만족하다. 불신이 차라리 늘 지혜로우며 더 유용하다. 이는 일의 나쁜 결과가 오더라도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불행은 이미 그것을 두려워한 자에게는 커다란 놀라움이 아니다. 그러나 실속 없는 자만이 팽배하고 그 씨가 점점 더 만연할 때 그 우둔함은 더 이상 고칠 수 없다.

108.

남과 잘 어울려라. 이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교제는 전적으로 효과적인 것. 관습과 취향을 서로 나누고 의견, 정신까지도 모르는 사이에 취하게 된다. 따라서 재빠른 자는 자기보다 나은 자와 어울린다. 의견 교환에서도 서로 무리 없이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대립되는 것들의 교착과 상호작용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보존한다. 육체적 조화를 이루는 것은 도덕적 조화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친구와 신하를 선택할 때 이 지혜를 신중히 기용하라. 상호 대립되는 것을 잘 결합하면 아주 지혜로운 중도(中道)를 걸을 수 있다.


109.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지혜로운 자의 처세술은 일이 그들을 떠나기 전에 그들이 먼저 일을 떠나는 것이다. 자신의 종말에서조차 승리를 취할 줄 알라. 태양도 빛이 찬란할 때 구름이 뒤로 숨어 그것이 기우는 것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니 태양이 기울었는지 안 기울었는지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사람은 적절한 때 재난에서 벗어나 수치를 멸할 줄 알아야 한다. 미인은 거울이 자신의 추함을 알려 스스로를 자기 자만에서 벗어나게 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 때 거울을 깨뜨린다.

110.

친구를 가져라. 이는 제2의 삶이다. 어떤 친구라도 자신을 위해 얼마간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는 모든 일이 잘 된다. 어떤 친구도 또 다른 친구만큼 가치가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그를 친구로 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여기에는 호의의 표시보다 더 강력한 마술은 없다.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가 무엇을 얻고 그것도 제일 좋은 것을 얻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어차피 친구들 사이에서 아니면 적들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 매일 친구를, 정확한 친구보다는 호의적인 친구를 얻으려고 노력하라. 그들 중 몇 명을 나중에 그대는 신뢰자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111.

사랑과 호의를 얻어라. 호의를 통해 호의적인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만을 대단히 여겨 남의 호의를 얻는 것을 경멸한다. 경험 있는 자는 남의 호의 없이 이루는 일이 아주 멀고 험한 길임을 안다. 호의는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하고 보완해 준다. 매사에 용기, 성실, 학식, 영리함과 같은 성품이 늘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런 완벽한 성품은 애초부터 타고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호의는 일에 잘못이 있더라도 이를 일부러 간과하고 감싸준다. 물질적으로 마음으로 서로 화합할 때 친척, 국민, 관직, 국가의 화합이 생겨난다.

112.

행복할 때 불행을 생각하라. 행복할 때는 타인들의 호의를 쉽게 살 수 있고 우정도 도처에 넘친다. 이는 불행할 때를 위해 저장하는 것이 좋다. 그때를 위해 지금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라. 지금은 높이 평가되지 않는 것이 언젠가는 귀하게 여겨지리라. 미련한 사람은 행복할 때 친구를 두지 않는다. 지금 행복할 때 친구를 모르면 불행할 때 친구가 그대를 알지 못할 것이다.


113.

결코 경쟁자가 되지 마라.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대적하면 그들도 우리를 중상하고 우리를 이기려 한다. 솔직한 전법으로 전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쟁자들은 조심 없이 저지른 잘못을 들추어낸다. 그들의 격분은 이미 사장(死藏)된 욕을 다시 땅에서 파내어 오래된 악취를 드러낸다. 경쟁자는 중상을 비롯해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다 취한다. 그러나 호의는 늘 평화롭고, 평판과 명망이 있는 사람들도 호의적이다.

114.

지인(知人)들의 결점에 익숙해라. 그래야 할 의무가 따를 때는 어쩔 수 없다. 주위에는 우리가 더불어 살 수 없는 끔찍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없어도 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마치 추한 얼굴에 익숙해지듯 그들의 결점에도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면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서도 결코 분별을 잃지 않으리라. 처음엔 그 결점들이 경악을 불러일으키지만 우리 눈엔 점차 그 추함도 익숙해질 것이다.



115.

오직 명예심 있는 사람들과만 교제하라. 그런 사람들과는 서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그들 자신의 명예가 그들 행동의 보증인이기 때문이다. 불화가 있을 때조차 그들은 항상 자기 위신을 생각하여 행동한다. 올바른 사람들과 다투는 것이 부당한 사람들을 이기는 것보다 낫다. 나쁜 사람들과는 안전한 교제를 할 수 없다. 그들은 정직에 대한 의무를 모른다. 그러니 그들 사이에는 참된 우정도 없다. 명예를 중시하지 않는 자는 정직의 미덕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명예는 바로 정직의 왕관인데도.

116.

결코 자신에 대해 말하지 마라. 자기를 칭찬하는 것은 허영심이고 자기를 책망하는 것은 소심함이다. 말하는 자에게서 어리석음이 드러나면 듣는 자에게는 괴롭다. 이는 평범한 교제에서도 피해야 할 진데 높은 지위에서나 회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말하는 사람은 조금만 어리석음이 드러나도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자로 여긴다. 현명한 자라도 남들 앞에서 말할 때 그들의 아첨이나 질책 둘 중 하나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117.

예의를 보여라. 호감을 얻는 데는 그것으로 족하다. 예의는 교양에서 오며, 이는 모든 사람의 호의를 얻는 일종의 마법 약이다. 반대로 무례함은 일반의 경멸과 반감을 산다. 무례함이 자만에서 오면 혐오스럽고 거칠고 천함에서 나오면 경멸스럽다. 너무 적은 예의보다는 지나친 예의가 낫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같은 예의를 보여서는 안 된다. 이는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적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보이기 위해 의무적으로 정중하라. 돈 드는 일없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남을 존경하는 자는 존경을 받는다. 예의와 명예는 바로 그것을 보여 주는 사람에게 머문다.

118.

미움을 사지 말고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마라. 미움은 초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는 불청객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괜히 서로 싫어한다. 그들의 악의는 친절보다 앞선다. 그들은 현명한 자를 두려워하고 고약한 혀를 가진 사람을 싫어하고 건방진 사람을 혐오하고 조소가들을 피하고 별난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니 남의 존중을 받기 위해서 남을 존중하라. 그리고 존중받는 것을 소중히 여겨라.



119.

시대에 순응하라. 지식조차도 유행에 따라야 한다. 유행을 모르는 것은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구식 생각을 버리고 현대식 취향을 가져라. 모든 분야에서 취향이 발언권이 세다. 현대식 취향을 따르고 이를 더 높이 완성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현명한 자는 정신이나 육체의 치장에서 과거의 것이 더 좋아 보이더라도 현재에 순응한다. 마음이 착한 것만으로는 처세훈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미덕을 실행해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를 아는 체하려 안 한다. 진실을 말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을 구시대의 일처럼 진부하게 보는 오늘날이다. 착한 사람들도 옛날 좋은 시절에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오늘날도 사랑을 받는다.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면 모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현명한 자라면 그가 원하는 대로는 아니라도 그가 힘껏 할 수 있는 대로 살라. 그리고 운명이 그에게 부여한 것을 그에게 거부한 것보다 더 소중히 여겨라.

120.

말과 행동에서 당당해라. 이를 통해 어디서나 곧 명망과 존경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정복하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승리다. 이는 어리석은 불손이나 나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 재능과 업적에서 얻은 탁월하고 당당한 권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21.

자기 일이 아닌 것을 일거리로 만들지 마라. 어떤 사람들은 매사를 헐뜯고 어떤 사람들은 매사를 자기 일거리로 만든다. 매사를 심각하게 여겨 거기서 싸움이나 은밀한 일거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짜증나고 불쾌한 일은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부적합한 때 휘말려 들기 쉽다. 한 귀로 흘려 버려도 될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리석다. 정말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방관하여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큰 일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제거하기 쉽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다. 일찍 그만두는 것이 꼭 인생에 나쁜 처세훈이 되는 것은 아니다.

 

122.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자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저지른 후에 그 어리석음을 덮을 줄 모르는 자가 어리석다. 때로는 그대의 장점도 감춰야 하는 데, 그대는 어떻겠는가. 모든 사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지만 차이가 있다. 현명한 자는 저지른 과오를 숨기고 우둔한 자는 저지르기도 전에 앞서 이를 떠벌린다. 우리의 명망은 우리의 행동보다 그 조심함으로 얻어진다. 순수하지 못할 바에는 조심이라도 해라. 자신의 과실을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지 마라. 가능하면 자신에게조차 감춰야 한다. 그러나 여기 또 다른 처세훈이 있다. 즉 자신이 과실을 잊을 수 있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123.

점잔빼지 마라. 재능이 많을수록 잰 체하지 마라. 이는 비열하고 볼품없다. 치레는 하는 사람에게는 괴롭고 보는 사람에게는 역겹다. 신경을 써서 치레하는 것은 고문 같은 일이다.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일수록 그것이 마치 우리의 천성에서 나온 완벽함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 안에 들인 노고를 감춘다. 현명한 자는 자신의 장점을 결코 알리지 않는다. 그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완벽성을 자신 속에 갖추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곱절로 훌륭하다. 남들이 그에게 더욱 찬사를 보낼 것이니 그는 역효과로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다.

 

124.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라. 남들에게서 큰 호의를 얻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특히 현명한 사람들의 호의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큰 행운이다. 일반 사람들의 사람을 받는 가장 확실한 길은 자신의 재능과 직무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것이다. 행동으로 마음을 끌 수 있다면 이도 대단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직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위가 우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그대의 후계자들이 서툴러서 그대가 특출하게 보이는 것은 영예가 아니다. 이는 사람들이 그대를 다시 원해서가 아니라, 그대의 후계자들을 싫어해서 된 일이기 때문이다.


125.

남의 죄를 들추는 사람이 되지 마라. 타인의 오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오명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과실로 자신의 과실을 덮거나 씻어내려 한다. 아니면 그 속에서 자신들의 위로를 찾는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무지에 대한 위안일 뿐이다. 과실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처에 과실이 있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과실은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현명한 자는 남의 죄를 기록하고 들추지 않는다. 만일 그러면 겉은 좋은 사람이지만 속은 비인간적인 것이 될 것이다.

126.

매사에 고상하고 자유로운 매력을 풍겨라. 이것은 재능에게는 생명, 말에는 호흡, 행동에게는 영혼, 명예에게는 장식과 같은 것이다. 그 밖의 완벽함은 우리 천성에 붙은 장식품과 같다. 고상하고 자유로운 매력은 완전성의 장식이다. 이는 생각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자연의 선물이지 교육의 덕택은 아니며, 교육보다도 우월하다. 그 매력은 민첩하고 대담하기까지 하다. 이는 자발적이고 행위에 완벽함을 더해 준다. 이것이 없이는 모든 아름다움은 죽은 것, 모든 우아함은 서툰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용기, 지혜, 신중, 위엄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 매력은 어려운 일을 줄이고, 우아한 동작으로 모든 난처한 일에서 빠져 나오는 섬세한 지름길이다.

127.

숭고한 야망. 이는 영웅에게 필요한 첫째 조건이다. 왜냐하면 야망은 모든 위대한 일을 위해 그에게 박차를 가하기 때문이다. 야망은 어느 누구의 심중에 있더라도 고개를 쳐들고 분투한다. 때로 야망에 어떤 무거운 짐이 지워져도 그것은 빛나며, 아무리 쓰라린 운명이 야망의 노력을 헛되게 하더라도 그것은 더 굳건한 의지로 되돌아온다. 야망 속에서는 대범함, 고귀함, 모든 영웅적 성품이 드러난다.

128.

결코 하소연하지 마라. 하소연은 늘 우리의 위신을 해칠 뿐이다. 울화가 치밀어도 배짱을 보이는 것이 연민 속에 한탄을 하는 것보다 낫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겪은 부당함을 하소연하여 새로운 부당함의 계기를 만들거나, 타인의 도움과 위안을 얻으려다가 그들의 경멸을 사기 쉽다. 한 사람에게서 얻은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여 그에게도 비슷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 더 뛰어난 수완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함으로써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감사를 받고 싶어하도록 충동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들에게 얻은 명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다.




129.

행하라, 그리고 그대의 행동을 보여주라. 사물은 실제 모습보다는 그 외양으로 평가받는다. 값어치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밖으로 보일 줄 알면 그 값어치는 곱절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마치 없는 것과 같다. 정의는 그것이 정의로 보이지 않으면 존중되지 않는다. 거짓이 횡행하고 사람들은 사물을 외양으로만 판단하지만 그 외양과는 아주 다른 사물도 많다. 훌륭한 외양은 내면의 완벽함을 알려주는 최고의 보증인이다.


130.

고귀한 심성, 관대한 정신, 폭넓은 아량을 기진 사람이 있다. 이것이 아름답게 표현되면 성품은 찬란히 빛난다. 누구나 다 이 고결한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는 정신의 위대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적을 좋게 말하고 그에게 더 나은 행동을 보인다. 또 적에게 복수할 기회가 주어질 때조차 그는 자신의 위용을 보인다. 즉 복수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승리의 직전에 예측하지 않았던 관용으로 그 복수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뛰어난 수완은 외교의 꽃이다. 그는 결코 오만하지 않고 승리를 뽐내지도 않는다. 승리의 공을 얻어도 그의 고귀한 심성은 이를 감춘다.



131.

모든 사람 속에서 바보로 있는 것이 혼자 현명하게 있는 것보다 낫다. 만일 모든 사람이 바보라면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을 바보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자가 한 사람만 있다면 그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때로 최고의 지식은 무지(無地) 속에, 또는 무지를 가장한 것에 들어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 그것도 대다수의 무지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혼자 살려면 신이나 금수(禽獸)와 같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분별 있게 사는 것이 혼자서 바보로 사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일에서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132.

인생에 필요한 조건을 두 배로 구비하라. 그러면 생활 역시 두 배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일도 그 일에만 매달리거나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사람은 모든 것을, 특히 생활 방식, 좋은 의지, 만족 등은 곱절로 가져야 한다. 영원한 달도 그 모습을 바꾸듯, 인간의 연약한 자비심에 의존해야 하는 인생 속에서 사물의 모습은 얼마나 더 자주 바뀌는가. 그러니 이처럼 깨어지기 쉬운 인생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사는 데 필요한 것을 곱절로 저장해야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신체의 중요한 부분인 팔과 다리를 둘씩 주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인생에게 의지하는 그것들을 곱절로 갖추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133.

반항심을 일으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지혜를 짜내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반항심을 드러내는 것은 예리한 정신에서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무분별한 고집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가볍고 유쾌한 유흥에서도 작은 싸움을 전쟁으로 확대시키고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보다 자기 친구들을 더 적으로 만든다.


134.

사물의 핵심을 파고들어 일을 시작하라. 많은 사람들은 사물의 본질을 맞추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깊이 생각하여 옆길로 새거나 수다에 빠진다. 이는 소모적인 일이다. 그들은 어느 한 점의 주위를 수백 번 뺑뺑 돌며 자신과 타인들을 피곤하게 할 뿐, 실제 본론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혼란한 사고력 때문이다. 그만 두어야 할 일에 그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인내심을 고갈시킨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그 일을 다시 고려하려 해도 시간과 인내가 부족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135.

자신에게 만족하라. 매사에 있어 늘 자신에게 만족했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죽었을 때 자신 안에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그대에게 로마 제국과 전 세계를 줄 수 있는 박학하고 만능한 친구가 있을 수 있다면 바로 그대가 스스로에게 이런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사람은 혼자 살 능력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오성보다 더 큰 오성이 없고 자신의 취향보다 더 올바른 취향이 없는데 누구를 더 아쉬워하겠는가.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할 수 있을 때 최고의 존재와 비슷하게 될 것이며 최고의 행복을 의미한다.

136.

사물을 내버려 두라. 인생을 엮어 가는 데는 열정의 소용돌이에 부딪치곤 한다. 그럴 때는 여울이 있는 안전한 항구에 머무르는 것이 지혜다. 의사는 처방할 줄 아는 만큼이나 처방을 안하고도 치료하는 법을 알 필요가 있다. 때로는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것도 수완이다. 대중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용히 있으려면 양손을 뒤로 제치고 스스로를 가라앉게 하라. 제 때에 양보하는 것이 결국은 승리이다. 샘물이 작은 교란으로 흐려지면 거기에 무엇을 더 넣어야 맑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버려두어야 맑아진다. 반목과 혼란이 있을 때는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면 저절로 조용해질 것이다.


137.

불행한 때를 알라. 그러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는 아무 일도 잘 되지 않고, 게임이 바뀌어도 재난은 계속된다. 매사가, 지혜조차도 그 바뀌어 찾아오는 재앙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그리고 아무도 언제나 지혜롭지는 않다. 마치 편지를 잘 쓰는 일에도 그렇듯 옳게 생각하는 일에도 행운이 따른다. 모든 일의 완성은 시간의 주기에 달렸다. 아름다움조차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매사가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조금만 애를 써도 모든 것이 잘 된다.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은 집중되어 있고 기분은 최고이며 행운의 별은 빛나고 있다. 그때 자신의 이점을 감지하여 이를 조금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생각이 깊은 사람은 사고 하나 때문에 어떤 날을 결정적으로 나쁘다고 하거나 또는 반대의 경우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전자는 조그마한 불운, 후자는 우연한 행운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8.

자신에게 귀기울이지 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도 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는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고 동시에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자신하고만 이야기하는 것이 어리석은 듯이, 남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만을 경청하는 것은 곱절로 어리석은 일이다.

 

139.

매사에 있어서 곧바로 최선의 것을 취하라. 이는 좋은 취향에 대한 보상이다. 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단 것으로 달려들고 뱀은 독을 모으기 위해 쓴 것으로 달려든다. 어떤 사람들의 취향은 바로 좋은 쪽으로, 어떤 사람들의 취향은 바로 나쁜 쪽으로 향한다. 어떤 일에도 뭔가 좋은 것은 있다. 특히 생각의 산물인 책은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늘 불행한 생각만을 갖고 있어, 천 가지 완벽함 속에서도 단 한가지 과오가 있으면 이를 끄집어내어 질책하고 말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지와 오성이 폐기한 것들을 열심히 수집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남의 과오를 기록하며 줄곧 쓴 것을 먹고, 불완전한 것을 그들 인생의 양식으로 삼으면서 슬픈 인생을 보낸다.

140.

경쟁자가 이미 좋은 쪽에 섰다고 고집을 부려 나쁜 쪽에 가담하지 마라. 상대방이 재치 있게 좋은 쪽을 택해 한 발 앞섰다고, 그에게 적대하기 위해 일부러 나쁜 쪽을 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고집쟁이는 보통 억지로 진리에 대항해 싸우며 그것을 이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현명한 자는 결코 감정의 편에 서지 않고 항상 정당한 편에 선다. 물론 처음부터 더 나은 것을 염두에 두고 좋은 쪽에 가담했을 경우도 있지만 이때 그의 적수가 어리석다면 방향을 바꿔 억지로 반대편인 나쁜 쪽에 설 것이다. 상대방을 좋은 쪽에서 쫓아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좋은 쪽을 택하는 것, 상대방이 어리석다면 당연히 좋은 쪽을 놓칠 것이다.

 

141.

진부해지는 것이 두려워 역설적으로 되지마라. 진부한 것도 역설적인 것도 둘 다 극단적인 것으로 우리의 위신을 해친다. 모든 모험은 처세훈에 어긋나는 것으로 우행(愚行)에 가깝다. 역설은 다분히 기만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그 새롭고 짜릿한 맛으로 찬사를 받지만 그 속임수가 사라지고 약점이 드러나면 나쁜 결과가 온다. 그런 일이 국사에 있으면 국가를 파멸시킨다. 뛰어난 일로 진정 커다란 업적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감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되곤 한다. 우둔한 자들은 그것을 경탄하지만 현명한 자들은 이를 경고한다. 역설은 판단의 왜곡에서 나온다. 그리고 간혹 그것의 근거가 틀린 것이 아니더라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에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142.

그대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계획에 가담하라. 이는 목표에 도달하는 멋있는 전략이다. 선의를 모아 훌륭한 사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힘든 사람 앞에서는 그 연극을 감춰야 한다. 자신의 계획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간접적 수단으로 계획에 착수하는 처세훈의 하나이다.



143.

아픈 손가락을 보이지 마라. 그러면 모두가 그것을 찌를 것이다. 아픈 것을 하소연하지 마라. 악은 늘 약점이 있는 곳을 노리니까. 그대가 분노하면 타인의 기분만 돋구어줄 뿐 아무 쓸모가 없다. 나쁜 의도는 범행을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아픈 곳을 찾을 때까지 수천 번 시도할 것이다. 그러니 신중한 자는 결코 자기가 상처 입은 것을 말하지 않고 개인적 불행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로는 운명조차도 그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아픈 것도 기쁜 것도 드러내지 마라. 전자는 끝나도록, 후자는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144.

내면을 들여다 보라. 대부분의 사물은 그 외양과 내면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외양, 껍질만 꿰뚫어 보다가 내면에 이르면 착각은 사라진다. 착각은 피상적인 것,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은 피상적인 것을 빨리 받아들인다. 그러나 참되고 옳은 것은 깊이 물러서서 자신을 숨긴다.



145.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 되지 마라.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사람은 치유할 수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우정의 충고를 받아들일 여기가 있어야 한다. 왕의 권력조차 유순함을 배척하면 안 된다. 자신을 모든 것으로부터 폐쇄하는 구제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도 그들을 감히 붙잡아 주려 하지 않으므로 몰락하고 만다. 가장 탁월한 사람도 우정에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우정은 도움이 된다. 친구에게는 그대를 질책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친구의 충직과 분별에 대해 우리는 만족하게 되고, 그는 권위를 얻게 될 것이다. 아무에게나 신임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을 지키려는 우리의 깊은 내면에는 질책과 경고를 통해 오류에 빠지는 것을 건져 주는, 믿을 만한 사람을 고마워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진실한 거울이 있다.

146.

비난을 남에게 돌릴 줄 알라. 악의에 대항하는 방패를 갖는 것은 통치하는 자의 큰 술책이다. 이는 시기자들이 말하듯 무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남에게 돌리려는 고도의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다. 매사가 다 잘 될 수는 없고, 더욱이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니 자족하기 위해서라도 결과가 불행한 일을 뒤치다꺼리할 희생양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147.

대화의 기술을 지녀라. 사람은 대화 속에서 바로 자신을 전부 드러낸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큰 주의를 요하는 일은 없다. 바로 대화 자체가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람은 특출해지거나 몰락한다. 편지는 깊이 생각해서 쓰는 대화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준비 없이 재치만으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일상대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험 있는 자들은 혀 속에서 영혼의 맥을 발견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말하라, 그러면 내가 너를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옷처럼 느슨하고 아무런 기술이 없는데 바로 대화의 기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가능하나, 중요한 사람들과 환담할 때는 말하는 내용을 더 함축적으로 나타내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상대방 대화자의 기분이나 분별력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말하는 데는 능변보다 사려분별이 더 중요하다.


148.

오늘 벌써 내일을, 먼 훗날을 생각하라. 미래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최고의 선견이다. 신중한 자에게는 사고도 위험도 없다. 목이 늪 속에 빠질 때까지 생각을 미루지 마라. 미리 조치를 취하라. 잠자리의 베개는 말없는 예언자이다. 시작하기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시작하고 나서 일이 잘못되었을 때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생각의 연속이어야 한다. 올바른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149.

자기 일을 돋보이게 할 줄 알라. 사물은 내적 가치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다 사물의 핵심을 건드리거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으니까. 일반 대중은 오히려 남들이 모두 가는 것을 보고 그리로 간다. 때로는 자신의 일에 스스로 멋있는 이름을 붙여 칭찬하여 존경받게 하는 것은 큰 기술이다. 왜냐하면 칭찬은 타인의 욕구를 자극하니까. 그러나 모든 거드름은 피해야 한다. 또 자기가 칭찬하는 일은 현명한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다고 규명하는 것도 자극제가 된다. 왜냐하면 일반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을 그런 사람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반면에 자기의 일을 결코 가볍게 평범한 일로 알리지 마라. 만일 그러면 그는 부담을 덜기보다는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흔치 않은 것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취향에도 사고에도 더 매력적이다.

150.

큰 틈을 메워야 하는 일에 뛰어들지 마라. 만일 그래야 할 경우에는 앞사람을 능가할 만큼 안전할 때 하라. 그에게 겨우 견줄 만큼 되려면 그대의 가치가 곱절은 돼야 한다. 우리 뒷사람이 우리를 존경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이듯 앞사람이 우리를 능가하지 못하게 주의하는 것도 영리한 일이다. 큰 틈을 메우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지난 것이 항상 더 좋아 보이므로. 그러니 앞사람과 똑같이 되기는 힘들다. 벌써 그가 먼저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151.

자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마라. 장점이 많은 자가 존경도 더 받는다. 그런 사람이 주역을 맡게 되면 그대의 처지는 차역 밖에 없다. 그러니 그대를 능가하는 사람과 어울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인해 그대가 돋보이는 사람과 어울려라. 베짜는 여신 파불라도 그녀를 수행한 시녀들이 밉고 나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군신에게 아름답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자신의 명망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에게 영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아직 일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으면 탁월한 사람들 편에 서라. 하지만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이 낫다.

152.

쉽게 믿지도 사랑하지도 마라. 정신의 완숙함은 서서히 생기는 믿음에서 생겨난다. 거짓은 비천하나 믿음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이 의심스럽더라도 이를 알아차리게 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자를 당장 사기꾼으로 모는 것은 정중하지 못하다. 듣는 자가 판단을 주저하는 것은 지혜롭다. 듣는 자가 자신의 호의를 금방 보이는 것은 조심성이 없는 짓이다. 사람은 말과 행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행동은 더 활성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긋나면 그 위험은 더 크다.


153.

화낼 줄 아는 기술을 배워라. 가능하면 분별 있게 생각하여 천한 분노 같은 내지 마라. 이성 있는 자에게는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화를 낼 경우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이 화내고 있음을 아는 일이다. 그 화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통찰하고 어디서 그 분노를 멈춰야 할 지를 추측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은 나아가지 마라. 이 신중한 책략으로 자신의 분노를 적절한 시기에 멈출 줄 알라. 왜냐하면 움직이는 것을 멈추는 일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우둔한 자들이 그들의 판단력을 잃고 있을 때 그대의 머리가 그것을 지니고 있으면 현명한 것이다. 지나친 열정은 모두가 우리의 천성인 이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154.

사람에게 속지 마라. 사람에게 속는 것은 제일 쉬우면서 제일 나쁜 일이다. 상품에서보다 차라리 가격에서 속는 것이 더 낫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을 아는 것과 사람을 아는 것은 서로 상이한 일이다.


155.

친구를 스스로 선택하라. 친구는 여러 치레 시험한 후에 선택해야 한다. 단지 끌리는 마음이 아닌 통찰에 의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우연히 생긴다. 사람은 그 친구를 보고 평가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좋아지더라도 그와 절친한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의 능력을 신뢰해서라기보다는 그와의 여흥에서 오는 호감일 수 있으니까. 진실한 우정과 진실하지 못한 우정이 있다. 후자는 오락을 위한 것, 전자는 훌륭한 생각과 행동의 결실에서 오는 것이다. 친구 한 명의 유능한 통찰은 다른 많은 사람들의 선의보다 더 쓸모가 있다. 그러니 우연에 맡기지 말고 자신이 선택하라. 지혜로운 자는 불쾌한 일을 피할 줄 알지만, 어리석은 친구는 이를 가져다준다. 또 친구를 오래 간직하고 싶으면 그에게 너무 큰 행운이 오기를 바라지 마라.

156.

말할 때 자신을 조심하라. 경쟁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경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신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디 말을 내뱉기 전에 시간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이미 쏟은 말을 돌이킬 시간은 없다. 말할 때는 유언을 하듯 하라. 말수가 적을수록 다툴 일도 적다. 비밀스러운 것은 항상 신의 체취 같은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말할 때 경솔한 자는 결국 승복 당하고 만다.


157.

친구를 이용할 줄 알라. 그러기 위해서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멀리 있을 때 좋고 어떤 사람은 가까이 있을 때 좋다. 어떤 사람은 대화에는 안 맞으나 서신 왕래에 좋다. 떨어져 있으면 가까이 있을 때 참기 어려운 서로의 과실을 덜어주므로. 친구와는 여흥을 즐길 뿐 아니라 친구를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친구란 우애, 자비, 진실, 이 세 가지 속성을 지녀야 한다. 친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은 적다. 게다가 선택할 줄 모르면 그 수는 더욱 적어진다. 친구를 보존하는 일이 얻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 오래 가는 친구를 구하라. 처음에는 그들이 새 친구라도 오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라. 가장 좋은 친구는 신랄한 사람들이다. 친구가 없는 것보다 더 큰 적막은 없다. 우정은 좋은 것을 같이 키우고 나쁜 것을 서로 나눈다. 이는 불행을 견뎌내는 유일한 수단이며, 영혼의 자유로운 호흡이다.



158.

우둔한 자를 참을 줄 알라. 현명한 자들은 인내심이 부족하기 쉽다. 지식이 늘면 성급함도 늘기 때문이다. 훌륭한 통찰력은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에픽테트는 말하기를 최고의 처세훈은 참을 줄 아는 것이며 지혜의 절반은 참는 데 있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의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종 인내심을 발휘한다. 이는 극기를 위한 좋은 연습이다. 참을 때 평화가 이루어지고 세상이 행복해진다. 그러나 다른 일에 참는 일이 그래도 가능하다면.

*에픽테트 : A.D.50-A.D.138 그리스 출신의 철학자. 네로 황제에 의해 노예신분에서 해방됨. 로마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임.

159.

자기가 자주 범하는 과실에 민감해라. 완벽한 인간도 그런 잘못은 갖고 있어 그것과 비밀스럽게 친근한 사이다. 그런 과실은 때로 정신 속에도 있다. 그것이 클수록 더 눈에 띈다. 자기 과실을 알면서 그것을 사랑하는 것, 이는 이중의 불행이다. 과실에 열정적으로 끌리는 것은 완벽함에 묻은 오점이며 자기 마음에 드는 만큼 타인에게는 혐오스럽다. 자신의 다른 장점을 위해서는 그런 오점으로부터 용감히 벗어나야 한다. 누가 그런 과실에 부딪치면, 사람들은 그의 경탄할 일, 칭찬할 일에는 가만히 있고 될 수 있으면 그의 재능을 비난하려는 것이 그들의 성품이니까.


160.

경쟁자에게 승리하는 법을 알라. 그를 경멸하는 것으로는 분별이 있다 해도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아량이다. 자신을 중상하는 사람을 좋게 말하는 자는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적수를 이기고 그를 괴롭히는 영웅적인 복수는 바로 재능과 공을 겸비하는 것이다. 새로 얻은 행운은 악의 있는 경쟁자의 목을 조이는 강력한 끈이다. 또 자신의 명성은 경쟁자에게는 지옥과 같이 모든 벌 중에서 가장 혹독한 것이다. 행운에서는 독이 나온다. 그래서 타인의 행운을 질투하는 자는 한 번만 죽는 것이 아니라, 찬사의 음성이 상대방에게 울려 퍼질 때마다 죽는다. 한 사람의 불멸하는 명성은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이다. 그렇기에 전자는 영예 속에서, 후자는 고뇌 속에서 산다.

161.

사람의 말과 그의 업적을 구별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확성이 필요하다. 친구들에도, 일반 사람들에도, 직무에도 항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도 없고 나쁜 업적도 없으면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쁜 말이 없고 좋은 업적도 없으면 더 나쁜 일이다. 말은 바람과 같아 먹을 수가 없다. 점잔만 빼고는 살 수 없다. 그것은 예의만 차리는 기만이다. 말은 업적의 담보가 되야 한다. 그때 비로소 말의 가치가 살아난다. 열매를 못 맺고 잎사귀만 지닌 나무는 생명력이 없다. 열매 맺는 나무는 소용이 있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그늘만을 위한 것임을 알라.

 

162.

결코 동정심에서 불행한 자의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어떤 사람의 불행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는 행복일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져야만 어떤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자는 남들의 연민을 쉽게 얻어 그것으로 자기들의 운명의 시련을 보상하려 한다. 어떤 사람들이 행복의 정상에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했으나 불행해지자 모두가 그를 동정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기보다 숭고한 자에 대한 복수심은 추락한 자에 대한 연민으로 변한다. 그러나 현명한 자라면 운명의 카드가 종종 뒤섞인다는 것을 잊지 마라. 항상 불행한 사람들하고만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는 행복한 자라 하여 사람들이 기피했으나 오늘은 불행한 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자를 보라. 이는 지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163.

자신을 도울 줄 알라. 큰 위험에 처했을 때 강건한 심장보다 더 좋은 동행자는 없다. 그 심장이 약해지면 옆의 다른 기관들이 그것을 보조해야 한다. 자신을 도울 줄 알면 어려움이 줄어든다. 자신의 운명에게 화살을 겨눠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운명은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재난을 당했을 때 자신을 잘 돕지 않는다. 그 재난을 참고 견딜 줄 모르면 재난은 곱절이 될 것이다.

 

164.

성실한 경쟁자가 되라. 분별 있는 사람은 적수가 되더라도 값어치 없는 적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기 있는 그대로 행동해야지 남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 적과 싸울 때도 아량 있는 자가 갈채를 받는다. 싸울 때도 단지 더 큰 힘만 갖고 싸울 것이 아니라 싸우는 법을 알고 승리하기 위해 싸워라. 비열한 승리는 영예가 아니라 패배이다. 성실한 사람은 감춰진 무기를 쓰는 것과 같다. 끝난 우정을 증오의 시작으로 대하는 것도 비열한 무기를 쓰는 것과 같다. 사람은 주어진 신뢰를 복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배신한 후에 냄새를 풍기면 좋은 명성이 더럽혀지기 때문이다. 신중한 사람에게는 비열함은 낯선 것이다. 아량, 관대, 신뢰를 세상에서 잃었더라도 우리 가슴속에서 그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는 데에 우리의 명예를 두라.

165.

백 번 맞추기보다는 한 번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찬란한 태양은 아무도 보려 하지 않으나 지는 해는 모두 보려 한다. 세상의 비열한 평판은 그대의 성공을 칭송하지 않고 그대의 과실을 험담하리라. 험담은 좋은 일에 대한 평판보다 나쁜 일에 대한 소문을 더 멀리 퍼뜨린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다 살고 지날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한다. 한 사람이 평생 이룩한 모든 업적을 합해도 작은 오점 하나를 지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166.

우둔한 사람이 되지 마라. 그런 자들은 모두 허영적이고, 거만하고, 고집스럽고, 변덕스럽고, 독선적이고, 극단적이고, 상만 찌푸리는 데다가 익살꾼, 험담꾼, 역설가, 이단자, 완전히 비뚤어진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철면피한 괴물들이다. 그러나 정신적 기형은 육체의 기형보다 더 추하다. 정신적 기형은 최상의 아름다움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그런 완전히 비뚤어진 것을 도우러 오겠는가? 자신이라는 커다란 보호막이 없어지면 어떤 좋은 인도도 할 수 없다. 그러면 남들이 조롱하리라는 생각이 드는 대신에 그들에게서 찬사 받으리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만다.

167.

매사에 항상 여유를 가져라. 그래야 그대의 지위가 안전하다. 자신의 능력과 힘을 한 번에 모두 다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떤 나쁜 결과에 이르는 위험이 있을 때는 항상 빠져나갈 무엇을 지녀야 한다. 구원병은 공격병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신뢰와 굳건함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168.

호의를 남용하지 마라. 훌륭한 후원자는 큰일이 일어날 때를 위해 있는 것이다. 작은 일에 큰 신뢰를 두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호의를 낭비하는 일이다. 작은 목적을 위해 큰 것을 낭비해 버리면 남는 게 뭔가? 든든한 후원자보다 더 귀한 것이 없고, 오늘날 호의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호의는 세상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것은 정신을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한다. 큰 재산보다 권력 있는 자의 호의를 입는 것이 더 중요하다.

169.

무슨 일이든 감행하는 자와는 관여하지 마라. 그럴 경우 말할 수 없이 심한 투쟁이 따른다. 상대방은 수치심도 걱정도 없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끝장났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만큼 최악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철면피한 일에도 달려든다. 그런 끔찍한 위험에 자신의 더없이 소중한 평판을 내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을 얻는 데 수년이 희생되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잃을 수 있다. 의무감과 명예심이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잃기 쉬우니 위신을 지켜라. 자기 위신을 다른 것과 더불어 깊이 생각하라. 신중하게 관여하고 일에 착수할 때는 조심하라. 적당한 때에 물러서서 자신의 명망을 안전하게 할 준비를 갖춰라. 한 번 불행해져 잃어버린 것은 행복이 오더라도 다시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170.

교제에서도 우정에서도 약해지지 마라. 어떤 교제와 우정은 아주 쉽게 깨어져 그 성분에 결함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거짓과 반감으로 가득 찬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기분은 농담도 진담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눈동자보다 더 연약하다. 의미 없는 사소한 일에도 결말도 못보고 기분이 상한다. 그들과 교제하는 사람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항상 그들의 연약함에 신경 쓰고 표정도 살펴야 한다. 조금만 나쁜 일에도 불쾌함을 드러내는 그들은 대부분 아주 괴짜다. 자기 기분의 노예가 되어 모든 것을 내팽개친다. 스스로 환상에 빠져 자기 명예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반면에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오래간다.

171.

조급하게 살지 마라. 매사를 적당히 나눌 줄 알면 그것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인생보다 행운이 먼저 끝난다. 그들은 그 행운을 기뻐하기보다는 그것을 망친다. 그리고 나중에 행운이 멀리 떠난 후에야 아쉬워한다. 그들은 인생의 기쁨을 앞질러 가 벌써 미래를 다 갉아먹는다. 그들은 성급하여 모든 것을 쉽게 끝장내 버린다. 사람은 지식을 갈구할 때도 정도를 지켜 차라리 안 배우는 것이 더 나은 것을 배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날은 기쁨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다. 그러니 여흥은 천천히, 일은 빨리. 일과를 끝내는 것은 보기 좋으나 여흥이 끝난 것은 보기 좋으나 여흥이 끝난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으므로.

 

172.

내실 있는 사람이 되라. 그런 사람은 내실 없는 일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두 겉으로 온전한 듯 보여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은 망상을 잉태해서 기만을 낳고,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의 지원을 받는다. 불확실한 기만을 확실한 진실보다 선호한다. 한번 기만하면 더 많은 기만을 필요로 한다. 그 모든 것이 망상에 의한 공중누각이어서 반드시 땅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도. 거짓 세워진 것은 결코 지속되지 못한다. 그리고 많은 약속을 하는 것은 벌써 의심스러운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173.

통찰력을 가져라, 아니면 그것을 가진 자에게 귀를 기울여라. 스스로 지혜나 남의 지혜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들이 안다고 믿지만 알지 못한다. 허약한 두뇌는 고칠 약이 없다. 무지한 자들은 자신을 모르므로 자기들에게 모자라는 것을 찾지도 않는다. 스스로 현명하다고 믿지 않으면 현명한 일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예언자들이 본래 그 수도 드물지만 하릴없이 살고 있다. 아무도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오지 않으니까. 남에게 충고를 구한다고 자신의 위대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는 자신의 능력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충고를 잘 들을 때 자신이 능력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174.

평상시에 허물없는 교제를 피하라. 신뢰를 쏟아 부으면 곧 탁월함을 잃고 만다. 자신의 완벽함을 남에게 주면 자신에 대한 공경마저 빼앗긴다. 별은 우리보다 높이 멀리 떠 있기 때문에 그 찬란함을 유지하듯, 신적인 것은 경외심을 낳는다. 붙임성은 경멸의 길을 터 준다. 세상사가 그렇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일수록 이를 경시한다. 많이 있음을 공공연히 알리는 것도 완벽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보다 높은 자를 믿지 마라. 이는 위험하다. 자기보다 낮은 자를 믿지 마라. 이는 볼품없다. 그들에게 호의를 보이면 그들은 이를 우리의 의무로 오해한다. 큰 붙임성은 비천함과 닮은 것이다.

175.

자기 마음을 믿어라. 그 마음이 확실할 때는 특히, 그리고 그 마음의 소리를 경청하라. 마음은 때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사전에 알려준다. 내면의 진실한 예언자이다. 많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참된 마음을 갖고 있다. 마음은 불행이 다가올 때면 예방하라고 그들을 경고하고 때린다. 불행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것은 지혜가 아니다. 불행을 극복하려 할 때가 아니라면.


176.

침묵은 유능한 두뇌의 봉인이다. 비밀이 없는 가슴은 공개된 편지와 같다. 근원이 깊은 곳에는 비밀도 깊이 숨겨져 있다. 침묵은 훌륭한 자제에서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참된 승리다. 사람은 자기가 할 일을 말할 필요가 없고, 이미 말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177.

지금 경쟁자가 하는 일을 그릇 본받지 마라. 그대가 우둔하다면 영리한 자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그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반면에 그대가 조금 영리하다면 남이 이미 앞서 한 것에 뒤늦게 발을 내딛지는 않을 것이다.



178.

거짓말을 하지 말고, 그렇다고 진실을 다 말하지도 마라. 진실처럼 조심해야 할 것은 없다. 이는 심장의 피를 뽑아내는 것과 같다. 진실을 말할 줄 아는 것도 침묵할 줄 아는 것도 다 중요하다. 사람은 단 한번의 거짓말로 책잡을 데 없는 명성을 일시에 잃을 수 있다. 사기가 범죄라면 사기꾼은 더 나쁘고 불성실한 인간이다. 모든 진실을 다 말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때로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179.

매사에 약간의 대담성은 큰 지혜이다. 남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좀 낮춰 보는 것도 필요하다. 마음의 상상력이 너무 우세하지 못하게 하라.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기 전까지는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교제해 보면 그들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아지기보다는 자기가 가졌던 환상이 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간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결점을 갖고 있다. 혹자는 머리에 혹자는 마음에. 직분과 위엄은 겉보기에만 훌륭한 뿐, 인격이 같이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상상력은 늘 한발 앞서 매사를 실제보다 훨씬 훌륭하게 그린다. 실제 있는 일뿐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일도 상상한다. 이성이 많은 체험을 거쳐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면 미덕도 너무 수줍어하거나 우둔함도 너무 뻔뻔스럽지 않게 될 것이다. 때로는 자신감이 우둔함에도 도움이 되는데 가치 있는 것과 이해하는 데는 얼마나 더 큰 도움이 되겠는가.

 

180.

의례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제왕조차도 너무 이 치레에 빠지면 우스꽝스럽다. 매사에 트집잡기 좋아하는 자는 성가시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이런 버릇을 갖고 있다. 우둔한 자의 옷은 그런 버릇으로 기워져 있다. 의례를 지키고 고수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거창한 의전관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모든 형식을 차리지 않을 때 사실 더 뛰어난 미덕을 필요로 한다.

181.

너무 확신하지 마라. 우둔한 자는 꼭 확신하고 있고 확신하고 있는 자는 다 우둔하다. 그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수록 그의 고집은 더 세다. 권리가 있고 우리가 점잖음도 알고 있다. 사람은 승리로 얻는 것보다 완고한 고집으로 잃을 때가 더 많다. 그것은 진리 아닌 거칠고 천함을 변호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확신시키기 어려운 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 무슨 일이든지 철저히 확신하는 변덕스럽고 망상적인 고집쟁이도 있다. 둘 다 우둔함과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다. 그런 단호함은 분별력이 아닌 의지에서 나올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예외가 있다. 즉 잘못 판단하고 또 그 판단에 따라 이행해서 실패했을 때 그 피해는 이중이 될 것이다.




182.

자신의 명예를 단 한번의 시험에 걸지 마라. 만일 그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간단히 메울 수 없다. 한번쯤, 그것도 맨 처음엔 실패할 수가 있다. 시간과 기회가 늘 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구는 운이 좋은 때를 맞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첫 번째 시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두 번째 시험을 위한 담보가 되게 하라.


183.

자신의 명망이 높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라. 청렴한 자는 악덕이 금과 비단으로 치장했어도 이를 간과하지 않는다. 악덕은 고상해 보일지는 몰라도 결코 고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람에게 이런저런 과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일지라도 그 때문에 그가 훌륭한 사람이 못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자의 위엄은 설득력이 있어 그의 과실을 간과하게 하지만, 하찮은 자의 과실은 경멸할 뿐이다.


184.

유리한 일에는 직접 나서고, 불리한 일에는 남을 통하라. 전자로는 호의를 얻고 후자로는 반감을 피할 수 있다. 훌륭한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 때보다 기쁨이 더 크다. 이는 그의 고결한 마음에 스며드는 행복이다. 남에게 고통을 야기하면 자기 스스로도 연민이나 보상으로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좋은 것은 직접 베풀고 나쁜 것은 간접적으로 남을 통해 하라. 군중의 분노는 개의 분노와 같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오는 고통의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꼭두각시에게만 대든다. 그 꼭두각시는 진짜 원인이 아니면서도 앞에 나선 탓에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185.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가 되어라. 그러면 그대의 좋은 취향을 증명하고 또 다른 때도 그대가 가장 좋은 것을 가릴 줄 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리라. 어제 좋은 것을 알아본 자는 내일도 이를 알아볼 것이다. 그대 주위의 사물 중 완벽한 것을 존중하는 것은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늘 나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자들 앞에서 없는 자를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간교한 일인지를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떤 정략가들은 어제 있었던 탁월한 일보다는 오늘 있는 평범한 일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분별 있는 자는 이런 모든 간계를 간파하면 어떤 사람들의 과장된 이야기에 용기를 잃지도, 어떤 사람들의 아첨에 들뜬 기분이 되지도 않는다.

 

186.

매사에 위안을 찾아라. 쓸모 없는 사람들조차 그들이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는 데서 위안을 찾는다. 어떤 근심도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우둔한 자들에게는 그들이 행복하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오래 살려면 별로 쓸모 없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질 나쁜 그릇은 잘 깨지지 않고 수명이 길어 역겨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운명은 중요한 사람들을 질투하는 것 같다. 운명은 쓸모 없는 사람들에게는 긴 수명을,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짧은 수명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187.

다른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을 이용하라. 이는 그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철학자들은 욕망이 천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치가들은 그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후자가 더 잘 이해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갈망하는 것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계기를 만들 줄 안다. 그들은 기회를 이용하여 어떤 일이 달성되기 어렵다고 선전하며 남들의 구미를 돋군다. 그들은 남들이 소유했을 때보다 욕구할 때의 열정이 더 큰 것을 알고 이에 기대를 건다. 저항이 크면 클수록 소망도 더 열정적이 되니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들이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영리한 일이다.



188.

겉치레만 대단한 예절에 만족하지 마라. 이는 속임수이다. 어떤 자들은 마법을 쓰는 데 테살리라의 약초가 필요 없다. 아첨하면서 모자 한 번만 벗으면 허영심이 강한 바보들이 저절로 마법에 걸리니까. 진실한 예절은 의무처럼 행해야 한다. 쓸모 없으면서 꾸미기만 한 예절은 기만일 뿐이다. 이는 영예를 트는 길이 아니라, 타인들을 자기 밑에 종속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테살리아 : 그리스 중부 지방

189.

평화롭게 사는 자가 오래 산다. 살고 싶으면 살게 내버려두라. 평화로운 자는 스스로 살 뿐 아니라 군림한다. 보고 듣고 그리고 침묵을 지켜라. 낮에 싸움이 없으면 밤에 조용히 살 수 있다. 오래 살고 기분 좋게 사는 것이 모두를 위해 사는 것. 그것은 평화의 결실이다. 매사를 다 명심하는 것보다 고약하고 부조리한 일은 없다.


190.

자신을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을 잘 파악하라. 인생에 발을 디딜 때는 특히 그렇다. 누구나 자신을 고상하게 여긴다. 게다가 그럴 이유가 가장 적은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꿈꾸고 자신을 하나의 경이로운 존재로 여긴다. 그 허황된 상상은 한번 진짜 현실에 의해 깨어지면 고통의 근원이 되고 만다. 지혜로운 자는 그런 착각에 거리를 두고 인생을 살아간다. 항상 최선의 것을 희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것도 늘 예상하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화살이 맞출 수 있도록 목표를 좀 높이 두는 것은 좋다. 그러나 너무 높게 잡아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 경력을 완전히 그르쳐서는 안 된다. 어리석음을 방지하는 최고의 만병통치약은 통찰이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알아라. 그러면 자신의 관념과 생각을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191.

자신의 일에서 발뺌하기 위해 딴 사람 일에 관여하는 자를 조심하라. 교묘한 간계를 냄새 맡으려면 민감한 코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용무를 딴 사람의 용무로 만든다.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자는 상대방의 간계를 알 길 없어 매번 발을 디딜 때마다 더 깊은 함정에 빠진다. 불 속에서 자신의 손을 태워가며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끄집어 오기 위해.


192.

평가할 줄 알라.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무슨 일인가에 다 타인의 스승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을 능가하는 사람을 또 능가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 지혜로운 자는 매사를 평가할 줄 안다. 매사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고 또 어떤 일을 좋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우둔한 자는 모든 사람을 경시한다. 그는 좋은 것을 알지 못하고 나쁜 것을 선택한다.

193.

자기 행운의 별이 어떤 것인지를 알라. 누구나 그 별을 갖고 있다.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유 없이 군주나 권력자의 은총을 입는다. 다만 운명이 그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력은 다만 운명의 보조 역할을 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인들의 은총을 입는가 하면, 직위나 신분에서 타인보다 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운명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 내키는 대로 뒤섞을 수 있다. 그러니 누구나 자기 재능뿐 아니라 자신의 행운의 별도 알아라. 그 별을 따르고 조력하면서 그것이 뒤바뀌지 않도록 조심하라.

194.

어리석은 자를 떠맡지 마라. 어리석은 자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바보이다. 알면서도 그들로부터 자신을 멀리하지 못하면 더 바보다. 어리석은 자들은 파상적인 교제에서는 위험하고 신뢰하는 교제에서는 부패하기 쉽다. 바보들 스스로가 한동안 조심하고 타인들이 신중하더라도 그들은 결국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만다. 그들이 그때까지 참은 것은 그렇게 하면 좀더 고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즉 우둔한 자에게 현명한 자는 도움이 안되지만 우둔한 자는 현명한 자에게 큰 소용이 있는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현명한 자는 우둔한 자를 보고 깨달음에 이르고, 다른 한편으로 우둔한 자를 본보기로 자신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

필요하면 이주하라. 어떤 민족은 더 나은 지위를 얻기 위해 이주한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그의 조국은 늘 계모와 같다. 그 재능이 싹튼 토양에는 질투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그 재능이 도달한 위대함보다 처음 그것이 싹텄을 때의 불완전함을 더 잘 기억한다. 낯선 것은 혹 그것이 멀리서 왔거나 완성된 상태에서 수용되기 때문에 다 존경받는다. 한 때는 자기가 살던 구석 땅에서 경멸만 받다가 후에 가서 조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존경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보아왔다. 늘 자기 정원에서 익히 보아온 동상을 제단 위에 세워둘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6.

뻔뻔함이 아닌 지혜로 자기 자리를 마련하라. 높은 명망을 얻는 참된 길은 업적을 쌓는 것이다. 근면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의 근원이다. 이를 통해서만 가장 빨리 명성을 얻는다. 흠잡을 데가 없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 애만 쓰고 추진해 봐야 가치가 없다. 그렇게 달성한 명망은 흙탕물을 맞아 구역질이 난다.

197.

뭔가 아쉬운 것을 남겨둬라. 완전히 행복하면 불행해지기 쉬우므로. 육체는 숨을 쉬고 정신은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면 실망이 오고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의 오성에게는 뭔가 알고 싶은 것이 아직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호기심이 일고 희망이 되살아날 수 있다. 칭찬할 때도 완전한 만족을 주지 않는 것이 수완이다. 더 이상 원할 것이 없으면 모든 것이 두려워진다. 이 얼마나 불행한 행운인가! 소망이 그치는 곳에서 바로 두려움이 시작된다.



198.

우둔해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우둔하고, 우둔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절반도 우둔하다. 세상은 어리석은 자들로 가득 차 있고, 혹 그 안에 지혜가 있더라도 이는 천상의 지혜와 비교하면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진짜 바보는 자신은 바보가 아니고 남들이 바보라고 생각하는 자이다. 진짜 현명한 자는 현명하게만 보여서는 안 된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보여서는 안 된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가 아는 자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자는 보는 자가 아니다. 세상이 비록 우둔한 자들로 꼭 차 있지만,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거나 한 번이라도 미심쩍어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199.

말과 행동이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 그러니 입으로 훌륭한 것을 말하되 행동은 영예롭게 하라. 전자는 두뇌의 완성을, 후자는 마음의 완성을 드러낸다. 둘 다 고상한 정신에서 나온다. 말은 행동의 그림자이다. 말이 여성적이면 행동은 남성적이다. 칭찬하는 사람보다 칭찬 받는 사람이 되라.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행동이 삶의 본질이면 말은 그 장식품이다. 뛰어난 행동은 뒤에 남지만 말은 덧없는 것. 행동은 생각의 결실이니, 생각이 지혜로우면 행동은 성공적이다.



200.

자기 시대의 위대한 사람들을 알라. 이는 많지 않다. 세기의 불사조, 위대한 장군, 완벽한 웅변가, 현인, 여러 나라의 위대한 왕들. 평범한 것은 일상적이다. 뛰어나고 위대한 것은 완전성을 요구하므로 모든 면에서 그 수가 적다. 그것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그 최정상에 도달하기도 더 어렵다.


201.

쉬운 일은 마치 어려운 일처럼, 어려운 일은 마치 쉬운 일처럼 하라. 전자는 우리의 소심함이 우리을 나태하게 하는 것을 막고, 후자는 소심함이 우리의 용기를 뺏는 것을 막는다. 어떤 일을 끝내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일을 마치 이미 해버린 듯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력하고 애쓰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 큰 책임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려움을 보고 우리의 행동력이 마비되지 않도록.

202.

도처에 오합지졸이 있음을 알라. 뛰어난 가문에도, 보통 집안에도 오합지졸이 있고 그 밑에 더 열악한 천민이 있다. 이들의 성품은 언뜻 보통 사람과 비슷해 보인다. 마치 깨어진 거울조각들이 모여 완전한 거울처럼 보이듯이. 그러나 이들은 더욱 해롭다. 그들은 어리석은 말을 하고 오히려 질책한다. 무지의 제자이고, 어리석음의 후원자이며 험담의 동맹자들이다. 그들의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마라. 그들의 생각은 더욱 별 것 아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려면 그들을 알아야 한다. 어리석은 것은 다 오합지졸 같은 것. 오합지졸은 늘 어리석은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203.

무시할 줄 알라. 무엇을 얻으려면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사람이 보통 무엇을 찾는 동안에는 그것을 얻지도 못하고, 그것을 중시하지 않을 때는 저절로 우리 손에 떨어진다. 또 무시하는 것은 영리한 복수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을 붓으로 방어하지 말라는 현인의 충고가 있다. 그런 방어는 뒤에 흔적을 남겨 결국 적의 뻔뻔함을 징계하기 보다 그들에 대한 칭찬으로 바뀔 수 있다. 직접 공을 세워 명성을 얻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유명해지려고 훌륭한 사람들 가운데는 만일 그들의 경쟁자들이 스스로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사람도 많다. 망각에 버금가는 복수는 없다. 망각은 상대방을 무의 먼지 속으로 묻어 버리고 만다. 중상 모략을 무마하는 최고의 기술은 이를 무시하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에 대항해 싸워 보았자 불리할 뿐이다. 우리의 명망을 해치고 적을 알면 기쁘게 할뿐이다. 작은 과실의 그림자조차 우리 명성의 빛을 흐리게 한다. 그 때문에 그 빛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더라도.


204.

자제하라. 오랜 시간의 평정보다 한 순간의 분노와 기쁨이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때로는 한 순간의 일이 평생의 수치가 될 수 있다. 타인의 악의는 때로 일부러 그대의 이성을 그런 식으로 시험한다. 그것은 그대의 정신 깊은 곳을 탐지해내고 아주 뛰어난 그대의 머리라도 궁지로 몰 수 있는 비밀 도구를 사용한다. 한 마디를 내뱉는 사람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은 이를 막중하게 여긴다.

205.

바보처럼 죽지 마라. 대부분 현자들은 분별을 잃으면 사그러들고 만다. 반면에 바보들은 많은 좋은 충고를 들으면 죽는다. 바보처럼 죽는다는 것은 너무 많은 생각에 눌려 죽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고 느끼기 때문에 죽고, 어떤 사람들은 생각 안 하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산다. 후자는 고통 없이 죽기 때문에 바보요, 전자는 고통으로 죽기 때문에 바보다. 너무 분별이 많아 죽는 자도 바보다. 어떤 사람들은 분별이 있어서 죽고, 어떤 사람들은 분별이 없어서 산다. 많은 사람들이 바보처럼 죽지만 진짜 바보는 별로 죽지 않는다.

206.

어리석은 일로부터 자신을 지켜라. 이는 진실로 지혜로운 일이다. 어리석은 일들은 널리 펴져 있어 그 세력이 크다. 자기 개인의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는 자도 일반 대중의 어리석음을 피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운명이 좋아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 판단이 나빠도 이에 만족하듯, 대중의 어리석음에도 천박한 편견이 있다. 자기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것도 이런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오늘 어제 지난 일을 칭찬하고, 여기 있는 사람은 여기 없는 것을 칭찬한다. 지난 것은 다 더 좋아 보이고 멀리 떨어진 것은 다 더 소중해 한다. 매사를 비웃는 자는 매사를 슬퍼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바보다.

207.

진실을 다룰 줄 알라. 진실은 위험한 것이다. 그래도 정의로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신을 다루는 의사는 진실을 달콤하게 만드는 법을 생각했다. 만일 그것이 그릇되면 가장 쓴 약이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좋은 기교와 수법을 지니고 있으면 그 수완을 발휘할 수 있다. 같은 진실이라도 어떤 자에게는 아첨이 되고 어떤 자에게는 아첨이 되고 어떤 자에게는 호된 아픔이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일을 보고 현재의 일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으로도 통한다. 그러나 어떤 짓을 해도 통하지 않을 때는 침묵이 엄습할 뿐이다.

 

208.

천상에는 기쁨이 지옥에는 고통이, 그 중간인 세상에는 두 가지 모두 있다. 운명은 바뀌고, 늘 행복한 것도 늘 불행한 것도 없다. 이 세상은 무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 없고, 오직 천상과 더불어 생각할 때만 가치가 있다. 운명의 바뀜에 평온한 자는 지혜로운 자다. 새로운 것은 현자의 일이 아니다. 우리 인생은 그 진행 속에서 연극처럼 뒤얽히다가 마지막에 다시 발전해 간다. 그러니 좋은 결과에만 마음을 두라.

209.

기술의 정수는 자신만 알고 있어라. 사람은 항상 남보다 뛰어나고 대가로 남아야 한다. 기술을 전달할 때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결코 그 가르침의 원천을 다 바닥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자신의 명망을 지키고 그에게 타인들이 의존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남의 마음을 사고 그들을 가르칠 때도 그 규칙은 꼭 지켜야 한다. 늘 경탄하게 만들고 늘 완벽함을 지녀라. 매사에 여분을 두는 것은 인생의 큰 처세훈이다.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또 남보다 높은 위치에 있기 위해서.

210.

반박할 줄 알라. 이는 무엇을 탐색하는 데 큰 기술이다. 자기가 말려들지 않고 남을 말려들게 하는 것이다. 남의 정열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효과적인 도구이다. 남이 흘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은 듯 여기는 술책은 남의 마음속에 감춰진 비밀을 캐낸다. 한 번씩 깨물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서 단물이 나오고 그것이 혀에까지 이르고 마침내는 교활한 속임수의 망 속으로 떨어진다. 신중한 자가 짐짓 지어내는 소극적 태도는 남들의 주의를 빼앗고 결국은 그들의 생각을 캐낸다. 일부러 의심을 보이는 것도 남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캐낼 수 있는 보조수단이다. 때로는 교사에게 반박하는 것도 배우는 학생에게는 좋은 기교가 된다. 교사는 열중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학생을 진리의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즉 적당히 발을 들여놓고도 완성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11.

하나의 우행에서 또 다른 우행을 낳지 마라. 한 가지 우행을 개선하려고 네 가지 다른 우행을 저지르거나 한 가지 그릇된 일을 보상하려고 더 그릇된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악을 방어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이를 보호하려는 짓이다. 그리고 악보다 더 나쁜 것은 그 악을 감추지 못하는 일이다. 과오는 분별 있는 사람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오가 두 번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

212.

간접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남들의 의지를 마비시켜 이를 공격하려는 것은 중개자의 간계이다. 만일 이에 속아넘어가면 지는 것이다. 그자들은 의도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기들의 진짜 의도를 감춘다. 이를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의 수법은 성공한다. 이중의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자를 조심하라. 그리고 그가 진짜 의도를 관철하려고 내세우는 변명을 조심하라. 하나는 진짜이고 하나는 가짜이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재치 있게 몸을 돌려 과녁의 중심을 맞힌다. 그런 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양보하지 않을 것인지를 미리 간파하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그를 파악하고 있음을 그에게 암시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다.

213.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또 우아하게 표현하라. 어떤 사람은 잉태는 좋은 데 출산이 어렵다. 명확함이 없이는 정신의 산물인 생각과 결심은 세상에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의 이해력은 많은 것을 담지만 적은 것밖에 내놓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말한다. 의지가 결단한 것을 오성은 표현한다. 둘 다 큰 장점이다. 명민한 재능을 가진 머리는 찬사를 받고 혼탁한 머리는 아무도 그를 이해 못하므로 때로 존경을 받는다. 그러니 때로 평범한 것을 피하려고 너무 명확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가 하는 말속에 아무런 생각이 들어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청중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214.

영원히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마라. 오늘의 친구를 신뢰할 때는 그가 내일의 적이, 그것도 가장 나쁜 적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 이는 실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예방책을 쌓아라. 우정의 변절자에게 무기를 주어 그가 나중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걸어오지 않도록 조심하라. 반면에 적에게는 늘 화해의 문을 열어 두라. 그것도 가장 안전한 관용의 문을. 너무 일찍 복수를 하여 뒤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 자신이 행한 나쁜 보복을 기뻐하는 마음은 곧 비탄으로 변한다.


215.

결코 고집이 아닌 통찰력으로 행동하라. 모든 고집은 정신의 군살이요, 사물을 올바로 인도하지 못하는 열정의 산물이다. 매사에 작은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 교제에 있어서의 싸움패들이다. 그들은 매사에서 승리만을 거두려 한다. 결코 평화로운 교제라는 것을 모른다. 이들의 거만이 팽배하면 파멸로 간다. 그들은 당파를 만들고 유순한 사람들을 적으로 삼는다. 남들이 그들의 그릇된 의도를 알면 모두가 이를 적대하고 그 의도를 깨리니, 그들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비뚤어진 머리, 흉악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종류의 괴물들은 피해 가는 수밖에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216.

사기꾼이라는 평을 듣지 마라. 오늘날 세상에 그런 인간들이 팽배해 있을지라도. 교활한 인간이 아닌 신중한 인간의 가치를 지녀라. 자신의 행동이 겸허하면 모두의 마음에 들게 된다. 그러나 정직함이 우둔함이 되지 않고, 영리함이 악의가 되지 않게 하라. 간계로 남의 두려움을 사기보다 지혜로 남의 존경을 받아라. 마음이 솔직한 사람은 사랑은 받지만 속기도 쉽다. 남들에게 사기로 보이기 쉬운 것을 감추는 것도 큰 수완이다. 과거의 황금 시대에는 솔직함이 일상적이었지만 이 칼같은 시대에는 악의가 일상적이다. 뭔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영예로운 것이며 신뢰를 준다. 그러나 사기꾼이라는 평판은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며 불신을 야기한다.


217.

사자털을 걸칠 수 없으면 여우털이라도 걸쳐라. 자신의 계획을 관철하는 사람은 결코 명망을 잃지 않는다. 힘으로 안되면 수완으로 해야 한다. 이 방법이 안되면 저 방법을 써라. 용기의 대로를 갈 수 없으면 간계로 옆길로 가라. 어떤 일을 달성할 수 없으면 그 일을 차라리 경멸하라.

218.

삼가는 것이 현명하고 안전한 길이다. 혀란 야수와 같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그것을 다시 잡아매기는 지극히 어렵다. 가장 삼가야 할 사람이 가장 그렇지 못할 때가 가장 나쁘다.

219.

특별한 사람인 체하지도, 경솔하게 그렇게 보이지도 마라. 어떤 사람들은 괴상한 것으로 눈에 띈다. 제 정신이 아닌 태도 같은 것이 그렇다. 이는 특출한 것이 아니라 결점이다. 외모가 특히 추해서 알려지는 사람들이 있듯이 태도가 특히 상스로워 알려지는 사람도 있다.


220.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은 결코 하지 마라. 매사에는 양면이 있다. 가장 좋고 유리한 것도 그 칼날 쪽을 붙들면 고통이 되고, 반대로 적대적인 것이라도 그 손잡이를 잡으면 방패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장점만 보고 기뻐했던 일들을 나중에는 한탄하곤 한다. 매사에는 유리한 쪽과 불리한 쪽이 있다. 그중 유리한 것을 골라내는 것이 수완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매사에 근심하는 것이다.


221.

자신의 주요한 결점을 알라. 자신 속에 훌륭한 장점과 이에 반하는 단점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이것이 나쁜 습성이 되면 독재적인 힘을 갖는다. 그러니 신중히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 첫 단계는 자신의 큰 결점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스스로 주인이 되려면 자신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우선 자신 속에 있는 나쁜 주동자를 굴복시키면 다른 것들도 자연히 자신을 따를 것이다.



222.

적중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그들의 모습대로, 또는 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직무에 맞게 말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의 대부분과 최선의 것은 남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 남에게 예의를 보이는 것은 별로 돈이 안 들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은 말을 가지고 행동을 산다. 세상이라는 이 거대한 집안에서 한 번쯤 쓸모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가치가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아쉬울 때가 있는 법이다.


223.

첫 번째 인상에 쏠리지 마라. 어떤 사람들은 귀에 들어오는 첫 번 때 소식만을 믿고 그 다음에 오는 소식에는 무관심하곤 한다. 그러나 거짓은 늘 앞서 가니 뒤따르는 진실에게는 관심을 쏟을 여지가 없어진다. 첫 번째 소식으로 우리의 육안도 오성의 눈도 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빈약한 정신이며 그것이 알려지면 파멸이다. 나쁜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악한 의도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쁜 마음을 가진 자들은 쉽게 믿는 사람들을 자기 패로 끌어들이려고 부산히 움직인다. 그러니 항상 두 번째, 세 번째의 소식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 놓아라. 첫인상에 굴복하는 것은 능력 부족을 말해 주며 이는 열정에 가까운 것이다.


224.

험담을 하지 마라. 험담자는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라는 오명을 산다. 남을 교활하게 희생시키려 하지 마라. 이는 혐오스럽다. 남을 험담하는 자는 역시 남들의 험담을 듣는다. 그들의 수가 많으면 그는 굴복하게 되고 만다. 나쁜 것은, 우리의 기쁨이 되어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상자는 영원히 미움을 받는다. 나쁜 것을 말하는 자는 더 나쁜 것을 말하는 자는 더 나쁜 것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225.

자신의 인생을 잘 다룰 줄 알라. 쉬지 않고 사는 것은 주막에서 쉴 사이도 없이 강행하는 긴 여행처럼 피곤하다. 많이 알고 있으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인생의 첫 여로는 죽은 자들과의 여흥으로 보내라. 우리는 인식하고 우리 자신을 깨닫기 위해 산다. 그러므로 진실한 책은 우리를 사람으로 만든다. 인생의 두 번째 여로는 산 자들과 보내면서 세상의 좋은 것을 보고 느껴라. 좁은 땅 안에서는 모든 것을 분배하여, 때로는 풍요로운 것에 추한 것을 곁들여 놓았다. 인생의 세 번째 여로는 자기자신 속에서 보내라. 이 마지막 행복은 철학을 하며 사는 것이다.

226.

제 때에 눈을 떠라. 본다고 다 개안(開眼)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주위를 둘러본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볼 것이 없을 때야 보기 시작하여 제대로 사람이 되기도 전에 집이고 가정이고 다 망쳐놓는다.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이해를 심어 주기는 힘들고, 이해를 못하는 사람에게 의지를 심어주기는 더욱 어렵다.

227.

절반만 완성된 일은 결코 남에게 보이지 마라. 시작의 단계에 있는 일은 아직 다 형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상상력 속에 쉽게 남는다. 무엇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단계에서 보면 그 기억은 오래 남아 비록 완성되더라도 그 완성의 묘미를 깬다. 위대한 사물은 단 한번에 그 완벽함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일은 완벽하기 이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 훌륭한 대가는 아직 맹아의 상태에 있는 자신의 작품을 결코 보이지 마라. 자연 속에서 교훈을 배워라. 자연은 아직 보여질 단계에 있지 않은 사물을 결코 빛 속에 드러내지 않음을.

228.

약간은 장사꾼의 기질을 지녀라. 조금은 거래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자들은 속기가 쉽다. 그들은 뛰어난 것은 잘 알지만 일상 사는 데 필요한 일에는 어둡다. 너무 고상한 일만 쳐다보느라 하찮은 일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 아는 일을 모르고 있으면 경탄의 대상이 되던가 아니면 무식하다고 일반 사람들의 경멸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현명한 자는 속지 않을 정도만 장삿속을 지녀라. 실제 활용할 수 없는 지식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사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오늘날 진짜 지식이다.

229.

담보 없이는 결코 그대의 명예를 남에게 맡기지 마라. 명예에 관한 일이 있을 때는 안전과 위험을 상대방과 똑같이 나누라. 결코 자신의 명예를 남에게 맡기지 마라. 만일 그럴 경우에는 신중 하라. 상대방과 서로 위험 부담을 나누고 그대에게 어떤 일이 있을 때 그대를 아는 상대방이 그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도록 하라.



230.

남들의 취향을 놓치지 말고 파악하라. 그렇지 않으면 기쁨 대신 늘 곤혹이 따른다. 같은 것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첨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모욕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 그를 불쾌하게 하는 데 더 큰 희생이 따른다. 남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면 그를 만족시키기는 힘들다. 그래서 칭찬인줄 잘못 알고 질책을 하는 바람에 벌을 받는 사람도 있다. 또 능변으로 남을 즐겁게 해주려다 험구로 남의 기분을 그르치는 사람도 있다.



231.

간청할 줄 알라. 어떤 사람에게는 그 일처럼 어려운 일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일처럼 쉬운 일이 없다. 어떤 사람은 한번도 거절할 줄 모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거절만 한다. 이런 사람은 기회를 붙들어야 한다. 그가 좋은 기분일 때 재빨리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그에게 기쁜 날이면 그의 호의 역시 넘치는 날이다. 호의는 마음속에서 밖으로 넘쳐흐르는 것이니까. 그러나 다른 사람이 먼저 거절당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그에게 접근하지 마라.


232.

먼저 은혜를 베풀어라. 그리고 그 보상은 나중에 받아라. 이는 현명한 자들의 수완이다. 미리 호의를 베풀면 이를 받는 자는 더욱 고마움을 느껴 더욱 공적을 쌓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명예심이 있는 자에게만 가능하다. 비천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 미리 은혜를 베풀면 그에게는 제약이 될 뿐 박차가 될 수는 없다.


233.

그대보다 윗사람의 비밀에는 절대 끼여들지 마라. 자기의 추함을 알려주는 거울을 깨버리는 사람은 많다. 또 우리를 진심으로 파악한 자를 우리는 즐겨 보려 하지 않는다. 또 우리를 반겨 맞지 않는 자는 우리도 역시 반기지 않는다. 결코 누구에게도, 특히 권력 있는 자에게는 그들의 비밀을 캐는 너무 무거운 채찍을 가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우정의 신뢰이다. 남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은 자신을 그의 노예로 만들고 만다. 그러니 남의 비밀을 듣지도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도 마라.



234.

자신에게 부족한 성품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어떤 사람들은 조그마한 일만 개선하면 능히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들에게 대부분 부족한 것은 진지함이다. 이는 큰 능력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친절이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동력이 부족한 사람, 절제가 부족한 사람이 있다. 사람은 자신을 조금만 돌이켜보면 이런 결점들을 가볍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선천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거기에서 제 2의 천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35.

너무 재치를 부리지 마라. 지혜로운 것이 더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아는 것은 섬세하고 이해력을 가지게 되어서 좋으나 수다쟁이가 되지는 마라. 너무 지나친 표현은 벌써 싸움거리가 된다. 차라리 필요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고지식한 머리가 더 낫다.


236.

어리석음을 이용할 줄 알라. 가장 현명한 사람도 때로는 이 카드를 내놓는다. 또한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가장 좋은 지식을 갖고 있는 수도 있다. 우둔한 사람들 앞에서 현명한 체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그 사람에게 맞는 언어로 이야기하라. 어리석은 체하는 사람이 사람이 둔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고통스러워하는 자가 둔한 것이다. 남의 호의를 입는 유일한 방법은 동물의 단순한 털로 자신을 덮이는 일이다.

237.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알라. 그러나 농담을 남용하지는 마라. 전자는 일종의 예절이지만, 후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축제날 기분을 상하는 자는 야수처럼 되기 쉽다. 좋은 농담은 분위기를 살린다.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자는 머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것에 흥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흥분하게 만들고 만다. 그러니 더 나은 것은 농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최선책은 농담을 알아차리지 조차 못하는 것이다. 심각한 일들은 늘 처음 농담에서 시작하곤 한다. 농담을 시작하기 전에 그 농담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이를 견딜 수 있을지 없을 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238.

성공했을 때 계속 추구하라. 어떤 사람들은 시작할 때 힘을 다 소모하고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다. 고안은 하지만 완성하지 못한다. 이는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이는 인내심의 부족에서 나온다. 성급함은 스페인 사람들의 흠이요, 끈기는 벨기에 사람들의 장점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때가지 사람들은 혼신을 다해 일하다가 일단 성공하고 나면 이에 만족해 일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텐데도 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솔하기 때문이다.

239.

늘 순진하지만 말고, 뱀 같은 교활함과 비둘기 같은 순진함을 골고루 겸비하라. 정직한 사람처럼 속이기 쉬운 사람은 없다.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은 쉽게 믿고, 속이지 않는 사람은 쉽게 남을 신뢰한다. 그러나 늘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호의에서 속아 주는 사람도 있다. 속임수를 피하는 데 능숙한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경험 있는 사람과 교활한 사람이다. 경험 있는 자는 속임수에서 빠져나오려 하고 교활한 자는 일부러 그 속임수로 빠져들어가 준다.



240.

어떤 사람들은 남에게서 받은 은혜를 마치 자기가 베푼 은혜처럼 보이게 하는 수완을 갖고 있다. 자기가 받은 이익을 마치 남의 이익처럼 보이게 하고 마치 자기가 남을 위해 봉사한 것처럼 교활하게 꾸민다. 그들은 또 남이 자기에게 베푼 호의를 남이 자기에게 당연히 줄 의무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훌륭한 수완이다. 그러나 더 훌륭한 수완은 이런 어리석은 거래를 그만두고 각자에게 그에게 맞는 영예를 돌려주는 일이다.


241.

일상적인 아닌 독창적인 생각. 이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이다. 우리에게 반박하지 않는 사람만을 소중히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사랑한다. 오히려 때로는 탁월한 것을 질책하는 사람들에게서 질책 당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라. 반면에 우리의 일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든다면 이는 서글픈 일이다. 이는 그 일이 쓸모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탁월한 일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맞는 일이다.





242.

변명할 필요가 없을 때 굳이 변명하지 마라. 스스로 변명하는 것은 잠자고 있던 남의 불신을 깨우는 일이 된다. 영리한 사람은 남의 의심을 눈치채지 못한 척한다. 이는 일부러 골칫거리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다. 변명보다는 자신의 올바른 행동으로 이를 다시 반증하라.


243.

좀더 즐기고, 좀 덜 노력하라. 다른 사람들은 반대로 말한다. 하릴없이 보내는 것이 분주한 것보다 낫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밖에는 없다. 집 없는 자도 시간 속에서는 살 수 없다. 귀중한 시간을 기계적인 일, 너무 고상한 일로 보내 버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너무 성공에 매달리지 마라. 질투 때문에 몰락할 위험이 있다.




244.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휴식을 취하고 노력을 마지막으로 미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에 오고, 그리고 나서 여지가 있으면 나중에 부수적인 것이 따른다. 어떤 사람들은 싸우기도 전에 승리하려 한다. 또 부수적인 것이 따른다. 어떤 사람들은 싸우기도 전에 승리하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영예롭고 쓸모 있는 것을 배우는 일은 인생의 마지막으로 미룬다. 이들은 아직 행운을 붙잡으러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현기증으로 비틀거린다. 배우고 인생을 사는 데도 방법이 필요하다.


245.

반대로 추론하라. 특히 남이 우리에게 나쁜 일을 말할 때 그렇게 하라.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다 반대로 받아들여야 할 경우가 있다. 그들이 수긍하는 것은 나쁜 것이고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일에 대해 불리하게 말하는 것은 그가 이것을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 자신이 이것을 갖고 싶기 때문에 남한테 나쁘게 말하는 것이다. 또 무엇을 칭찬한다고 그것을 꼭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좋은 것을 칭찬하지 않으려고 나쁜 것을 칭찬하기 때문이다.



246.

인간적인 수단은 지극히 인간적인 수단답게, 천상의 수단은 지극히 천상의 수단답게 이용하라. 이는 대가의 처세훈, 다른 해석이 필요 없다.


247.

거만한 자, 고집쟁이, 오만한 자, 바보들에게 늘 예의를 보여라. 사람은 늘 많은 사람들과 부딪친다. 그들에게 대적하지 않은 것이 현명하다. 안전한 것은 그들과 거리를 두는 일, 또 그들이 꾸미는 일을 일부러 못 본 체하는 것도 영리한 수법이다. 매사를 예의로 감싸 버리면 그런 사람들이 꾸며내는 온갖 복잡한 일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 있다.




248.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완전히 속하지 마라. 둘 다 비열한 독재자와 같다. 자신을 위해서만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혼자만 가지려 한다. 이런 사람은 하찮은 일에도 결코 양보하지 않고 자기에게 편한 것을 조금도 희생하려 안 한다. 때로는 남이 나에게 속하도록 나도 남에게 속할 줄 알라. 공직에 있는 사람은 공적인 노예가 되어야 한다. 반면 남에게만 속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어리석음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한시도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게 남을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공복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것이 지나치면 그들은 분별을 잃고 남을 위해서는 매사를 알되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자가 된다. 신중한 자라면 사람들이 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이익을 찾는 것을 알아야 한다.

249.

좀 모호한 구석을 지녀라.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이 이해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파악할 수 없는 것을 숭배한다. 무엇을 소중히 여기려면 노고가 깃들여야 한다. 그래서 잘 이해되지 못하는 자가 유명해진다. 사람은 늘 필요 이상으로 현명하고 영리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평판도 높아진다. 그러나 과장하지 말고 적당히. 그래서 통찰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각과 분별이 중요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남들에게 자신을 감추는 치장이 필요하다. 깊이 숨겨진 것은 경외심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250.

작은 재앙이라도 결코 가볍게 보지 마라. 행운이 혼자서 오지 않듯이 재앙도 결코 혼자서만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행이 잠자고 있을 때는 이를 깨우지 마라. 조금만 그 불행 속으로 빠져들어 가도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행복이 결코 다 실현되지 못하듯이, 재앙도 결코 다 끝나지 않는다.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 주는 일에는 인내를 갖고, 이 지상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는 지혜를 갖고 대하라.

251.

좋은 일을 하라. 그것도 한꺼번에 다하지는 말고, 가끔씩. 남들에게 호의를 베풀 때는 결코 그들이 다시 갚지 못할 만큼 지나치게는 베풀지 마라. 너무 많은 것을 주면 이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다. 또 남이 이를 완전히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마라. 자기 분수에 넘게 베푸는 것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마라. 자기 분수에 넘게 베푸는 것을 남이 알면 그는 교제를 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주려다가 다 잃고 만다. 이를 받는 사람들은 그 부담을 두려워하여 몸을 삼가고 마침내는 은혜 입은 자에서 적으로 변신한다. 그러니 무엇을 주더라도 남이 갈구하되 부담이 적은 것을 주는 것이 훌륭한 수완이다.




252.

결코 절교하지 마라. 한번의 절교로 우리의 명망은 많은 상처를 입기 쉽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친구는 가장 나쁜 적이 될 수 있다. 그들은 남의 과실을 대중에게 보이면서 자신의 과실을 덮으려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데로 보고, 자기에게 보이는 대로 말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우리를 질책하면 이는 우리가 애초에 주의가 없었거나 마지막에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친구와 결별해야 할 때가 오면 우정이 저절로 서서히 식도록 하라. 이는 서로 분노를 폭발하며 매듭 짓는 것보다 낫다.


253.

불행을 같이 나눌 사람을 구하라. 그러면 위험에 처해도 혼자 있지 않고, 남의 증오도 혼자만 감당하지는 않게 되리라. 어떤 사람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영예를 혼자만 간직하려다가 나중에 공적인 불만을 혼자서 몽땅 짊어지는 수가 있다. 운명도 대중도 두 사람을 한꺼번에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현명한 의사는 환자의 치료에 실패를 해도 그 환자의 시체를 넣은 관을 밖으로 같이 들어내 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254.

모욕이 될 만한 것을 먼저 칭찬으로 바꿔라. 모욕을 피하는 것이 이를 복수하는 것보다 현명하다. 적수가 되기 쉬운 사람을 신임자로 만드는 것은 참으로 영리한 일이다. 오히려 그에게 많은 호의를 보여 그의 입에서 모욕 대신 감사의 말이 넘치게 하라. 불쾌한 것이 될 일을 유쾌한 일로 바꾸는 것은 인생을 살 줄 안다는 뜻이다.


255.

남이 완전히 우리 것이 아니듯, 우리도 완전히 남의 것이 아니다. 친척간에도, 친구간에도, 아무리 서로 은혜를 입은 사이라도 서로를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완전히 신뢰하는 것과 호의를 보이는 것은 서로 상이한 일이니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예외는 있으며, 그렇다고 우정에 금이 가지는 않는다. 친구도 그만이 간직한 비밀이 있고, 심지어 아들도 아버지 앞에서 감추는 일이 있다. 어떤 일은 남에게 알리고, 어떤 일은 감춰야 한다. 상대방에 따라서 같은 이라도 감출 것과 알릴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256.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지 마라. 어떤 사람들은 한번 잘못한 일을 계속 의무로 알고, 한번 내디딘 길이니 계속 가는 것이 결단력을 보이는 거라고 오인한다. 이로써 그들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사려 없다고 질책을 받지만, 그 일을 계속 해나가는 동안 어리석다고 경멸을 받게 된다.


257.

잊어버릴 줄 알라. 잊을 줄 아는 것은 기술이라기보다는 행복이다. 사실 가장 잊어버려야 할 일을 우리는 가장 잘 기억한다. 기억은 우리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비열하게 우리를 떠날 뿐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가장 원하지 않을 때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억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에는 늘 친절하고도, 우리를 기쁘게 해 줄 일에는 늘 태만하다.


258.

기쁨을 주는 일은 소유하지 마라. 남의 일은 그것이 다칠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새로운 맛도 있으므로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 무엇을 소유하면 그에 대한 즐거움은 줄어들고 싫증은 늘어난다.


259.

하루도 태만하게 보내지 마라. 운명은 장난을 좋아해 모든 일을 우연으로 보이게 하다 갑자기 우리를 급습한다. 우리는 늘 머리, 기지, 용기를 가지고 언제 닥칠지 모를 운명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미모도 마찬가지다. 걱정 없이 무심코 있는 날, 미모는 추락하고 말 것이다. 교활한 의도를 가진 적은 상대방의 완벽함조차 그것이 부주의할 때 단호하게 시험하려 한다. 화려한 축제의 날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운명의 농간은 이 날을 지나친다. 그리고 가장 준비가 안되어 있는 날을 택해 갑자기 우리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260.

익사의 위기에 처한 수영선수가 발버둥치듯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한 행동으로 일약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다. 위험한 기회가 우리에게는 명성을 떨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명예를 모험하는 사람은 수천 명 몫의 용기를 갖고 있다. 이사벨라 여왕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주위에 수많은 영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이사벨라 여왕 : 1451-1504. 카스틸리아 레온과 아라곤의 여왕, 1469년 아라곤의 페르디난드 2세와 결혼한 그녀는 이를 계기로 스페인 왕국의 탄생에 주춧돌을 놓았으며,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탐험을 적극 후원하였다.


261.

너무 마음이 좋아 조악한 사람이 되지 마라. 그런 사람은 결코 화낼 줄 모른다. 이는 타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능력에서 오는 것이다. 적당한 때에 감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새들도 허수아비를 조롱할 줄 안다.

262.

비단 같은 말,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 화살은 몸을 찌르고 나쁜 말은 마음을 찌른다. 천 냥 빚도 말로 갚을 수 있고, 불가능한 것도 말로 해결할 수 있다. 언제나 입에 설탕을 바르고 달콤한 말을 만들어 내라. 그대의 적에게조차 달콤하도록. 남의 호감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적 자세를 취하는 일이다.

263.

바보가 마지막에 하는 일을 현명한 자는 처음에 한다. 둘 다 같은 일을 하지만 때가 다르다. 전자가 좋지 않은 때에 하는 것을 후자는 제때에 할뿐이다. 일단 이성이 한번 뒤틀린 사람은 매번 일을 바꿔한다. 왼쪽 일을 오른쪽 일로 만들고, 아울러 매사에 좌익으로 쏠린다.

264.

자신의 참신한 면을 이용하라. 사람은 참신한 동안에는 좋은 평을 듣는다. 그러나 새로운 것의 광휘는 그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알아라. 그러니 처음 좋은 평을 받은 것을 잘 이용하여 그 바람 같은 찬사가 사라지기 전에 재빨리 자기가 정말 노리는 것을 붙들어라.




265.

많은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을 간단히 비난하지 마라. 좋은 것은 여러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이것을 즐긴다. 홀로 떨어져 비난하는 자는 늘 의심스럽고 우스꽝스럽다. 그런 행동은 그가 비난하는 대상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게 한다. 그런 자는 자기 취향에 빠진 채 고립되고 만다.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없는 자는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려고 사물을 무조건 비난하지 마라.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말하는 그대로이거나 그렇게 되기를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266.

잘 모르면 언제나 가장 안전한 것을 붙들어라. 그리하면 멋은 없을 지 몰라도 든든할 수 있다. 다만 잘 모르면서 위험을 감행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파멸을 찾는 것이 된다. 항상 옳은 것을 붙들어라. 이미 확고한 것은 그르칠 염려가 없다. 잘 알건 잘 모르건 항상 안전한 것이 특수한 것보다 안전하다.

267.

그대가 지닌 것을 정중하게 주어라. 그러면 그대는 남에게서 많은 감사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은 그냥 예절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써 남에게 감사의 의무를 지우게 되는 것이다. 고상한 덕은 큰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남이 그에게 선사하는 것보다 더 값비싼 것이 없다. 이를 받으면 그는 두 가지를 동시에 사게 된다. 하나는 그가 받는 물건이요, 다른 하나는 예의이다. 그러나 생각이 비천한 사람에게 고상한 덕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는 좋은 예절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268.

그대와 관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항상 파악하라. 그래야 그들의 의도를 캘 수 있다. 원인을 제대로 알면 동기도 결과도 알 수 있다. 심성이 우울한 자는 늘 불행한 사건을, 사악한 자는 늘 범죄를 예견한다. 그들은 최악의 일만 상상할 뿐, 일상의 좋은 일은 감지하지 못한다. 열정적인 사람은 늘 사물의 본질에서 동떨어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한다. 이는 그의 열정에서 나오지 오성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모두가 자기 기분에 따라 이야기하고 진실에서는 멀어진다. 늘 웃는 자는 바보요, 전혀 웃지 않는 자는 위선자임을 알라. 늘 묻는 자도 조심하라. 그는 경솔한 사람이 아니면 염탐꾼이다. 볼품없는 사람에게서도 기대하지 마라. 이런 자는 자연스러운 것에 복수를 가하고 누가 자기에게 경의를 표해도 그는 남에게 경의를 보이지 않는다.

 

269.

매력을 지녀라. 능란한 예절을 지니고 있는 자는 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끄는 힘을 지니고 있으면 실제 이익보다는 남의 호의를 끌 수 있다. 호의가 따르지 않은 공력만으로는 성공에 도달할 수 없다. 분발은 남을 지배할 수 있는 효과적 도구이지만 이에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도울 수는 있다.

270.

품위에 지장이 없는 한 동조하라. 자신을 항상 대단히 여기고 남에게 적대할 필요는 없다. 일반의 호감을 사기 위해 자신의 위엄을 약간 낮춰도 지장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좋아하라. 그렇다고 품위를 잃으면 안 된다. 사람은 오랫동안 진지하게 애써 모은 것을 어느 하루 경솔한 날 모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늘 고립시키지는 마라. 또 너무 진지한 체하지 마라. 종교적인 진지함조차도 역겹고 우스울 때가 있다.

271.

자연의 힘으로 또 인위적으로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라. 사람의 심성은 매 칠 년마다 변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의 취향을 개선하고 더 고상하게 가꾸어라. 처음 태어나 칠 년이 지나면 사람의 정신에는 분별력이 들어선다. 그리고 나서 매번 칠 년이 지날 때마다 새로이 완성된 품성이 들어선다. 이 자연적인 변화를 주시하고 이를 힘써 도와 주라. 이십 세에 이르면 사람은 공작이요, 삼십 세에는 사자요, 사십 세에는 낙타, 오십 세에는 뱀이요, 육십 세에는 개, 칠십 세에는 원숭이가 되고, 팔십 세가 되면 아무 것도 아니다.

272.

자신을 과신하라. 이는 재능이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는 한 번 온다. 그것을 붙잡아라. 모든 날이 다 승리의 날이 될 수 있으니까. 화려하게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에게는 하찮은 것도 그럴 듯해 보이고, 중요한 것은 찬란하게 빛난다. 뛰어난 재능에다 능력까지 더해 빛이 나면 이는 기적과 같은 명성을 획득한다. 빛나는 민족이 있다. 화려한 과시는 많은 것을 메꿔주고 보완하고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한다. 완벽한 것을 내려주는 하늘은 그것을 또한 완벽하게 배치한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시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제 때에 드러나지 못하면 이는 조악하다. 그렇다고 거짓 치레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허영과 경멸스러운 점 때문에 한계를 드러내면 실패하고 말 것이다. 비속하지 않도록 절제를 해야 한다. 지나침은 현명한 자에게는 금기다. 때로는 침묵을 지키고 방심한 듯한 태도로 자신의 완벽함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식의 노련함은 은폐가 진짜 효과적인 과시가 될 수 있다. 그런 식의 무관심이 호기심을 가장 잘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완벽함 전체를 한번에 드러내지 않고 가끔 조금씩 점차로 보여 주는 것도 노련한 수완이다. 모든 빛나는 업적은 더 큰 업적의 담보가 되어야 하고, 모든 찬사 속에는 다음 찬사에 대한 기대가 놓여 있어야 한다.

273.

어떤 휘장도 달지 마라. 장점도 그것이 휘장으로 쓰이면 과실이 될 수 있다. 휘장은 별난 일에 대해 수여되는 것이며 그것을 단 별난 사람은 고립되기 쉽다. 미모조차도 그것이 넘쳐흐르면 품위를 떨어뜨린다. 이미 평판이 안 좋아 나쁜 결과를 가져온 별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통찰력조차 지나치면 수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274.

그대의 적대자에게 대적하지 마라. 그러한 상대방의 적대심이 계략에서 나오는지 비열함에서 나오는지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라. 첩자를 경계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반대 계략은 없다.


275.

부재(不在)함으로써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라. 자리에 있으면 명성이 줄고 자리에 없으면 명성이 늘게 된다. 자리에 없을 때 사자처럼 평판을 받던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 개꼬리 정도로밖에 취급당하지 않는 수도 있다. 실제 얼굴을 대할 때보다 상상력이 평판을 더 좌우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착각은 들어갈 때 귀로만 듣고 나올 때야 비로소 눈으로 본다. 늘 자신을 좋은 평판 한가운데 놓는 사람만이 자신의 명망도 지킬 것이다.

276.

건실한 사람. 이 세상에서 올바른 거래는 이미 끝이 났고, 진실은 거짓으로 간주된다. 좋은 친구는 적고, 최고의 봉사를 하고도 최저의 대가밖에 받지 못한다. 이것이 오늘날 세상의 관습이다. 그렇다고 남들의 그릇된 행동을 따를 것이 아니라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값어치 없는 일들을 보노라면 우리의 정직성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그러나 건실한 사람은 남들이 어떤 사람인가 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277.

지혜로운 사람의 호의를 사라. 뛰어난 사람의 미지근한 승낙이 일반 대중의 찬사보다 더 낫다. 지혜로운 자는 통찰해서 말하니 그들이 하는 칭찬은 결코 고갈되지 않은 민족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278.

창의력을 지녀라. 이를 가진 자는 최고의 천재이다. 창의가 천재의 일이라면 적절한 선택은 이성을 지닌 자의 일이다. 그러나 창의야말로 하늘이 주는 재능이며 그 수는 매우 드물다. 좋은 선택은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지만 훌륭한 창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


279.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그러면 무시당할 것이다. 존경받고 싶으면 스스로를 존중하라. 밀고 나가기보다는 끌어 당겨라. 남이 원할 때 가라. 그래야 도착했을 때 그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남이 부르지 않았을 때 가지 마라. 그러면 그들이 환송하지 않아도 떠나야 할 것이다. 자발적으로 무슨 일을 감행하는 사람은 그 일이 잘못된 경우 모든 비난을 다 받고, 일이 잘 되더라도 아무도 그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280.

남의 불행에 같이 동조하지 마라. 불행의 늪에 빠져 그대의 구원을 청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그들은 그대가 와서 그의 불행을 같이 나누고 위로해 주기를 원한다. 그들은 그대가 불행에 빠졌을 때는 등을 돌리다가 이제 와서 그대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 불행의 늪에서 익사 직전에 있는 그들을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없이 돕기 위해서는 큰 주위가 필요하다.


281.

누구에게나 어떤 것도 신세지지 마라. 만일 그러면 자신을 노예로, 그것도 모든 사람들의 노예로 만들고 만다. 남의 선물보다 자유가 훨씬 더 값진 것이니 사람은 이를 더 소중히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자기에게 의탁하게 만들기보다는 자기가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도록 하라. 특히 자기가 받는 친절을 꼭 호의로만 다 받아들이지 마라. 이는 타인의 의도적인 계략일 수도 있다.


282.

결코 흥분상태에서 행동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망칠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행동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자신을 위해, 분별 있고 흥분 상태에 있지 않은 중개자를 내세워라. 연극에서도 관객은 침착하기 때문에 연기자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283.

상황에 맞게 살아라. 우리는 행동도 생각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추구하라. 시간과 기회는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인생을 미리 만들어 놓은 법칙대로만 살아가지 마라. 그것이 아무리 고상한 미덕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만 살아가지 마라. 그대가 오늘 버린 물을 내일 마셔야 될지도 모르니까.

284.

인간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 때보다 더 가치를 잃게 되는 때가 없다.

285.

남의 존경과 사랑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보통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을 받으면 안 된다. 사랑은 증오보다도 그 가치가 덜한 것이다. 호감과 존경은 서로 결합되기 힘들다. 너무 두려운 존재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 않다. 사랑을 하면 신뢰하게 되고, 한 걸음 더 신뢰할 때마다 존경심은 한 걸음 더 후퇴한다. 차라리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것이 그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것보다 낫다.


286.

사람을 분석할 줄 알라. 영리한 사람의 분석력은 신중한 사람의 자제력과 맞먹는다. 낯선 사람을 분석하려면 고도의 머리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심성과 성품을 아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소리를 들어보면 그 쇠의 성분을 알 수 있듯이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 말은 사람의 올바른 정도를 나타내지만 그보다 그의 행동을 나타내는 표적이 된다.



287.

사람의 성품은 그가 지닌 직위보다 우월해야 한다. 그 반대가 되서는 안 된다. 아무리 직위가 높더라도 사람은 자신을 늘 그보다 더 높이 보이게 해야 한다. 포용력 있는 사람은 이를 해낸다. 위대한 아우구스트 황제도 자신의 명예는 군주로서보다 인간으로서 더 훌륭한 데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 고상한 심성과 자신감이 따른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품성이다.

288.

성숙함에 대해서, 이는 외모도 빛나게 하지만 그의 인격을 더욱 빛나게 한다. 성숙함은 모든 다른 능력에 앞서 위엄을 부여하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으로서 평정은 그의 정신의 얼굴이다. 이는 무감각한 바보가 아닌 정숙하고 위엄 있는 사람에게만 볼 수 있다. 성숙함은 완성된 인간을 만들어 낸다. 모든 사람은 그 성숙 정도에 따라 한 완전한 인간이 된다. 사람은 어른이 되면서부터 진지함과 위엄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289.

뛰어난 사람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 풍부한 재능, 깊은 성찰, 고상하고 쾌적한 취향. 이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옳게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치 살쾡이처럼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잘 깨닫는 사람이 있다. 또 현재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하고 곧장 그 일에 착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거두는 수확은 크다. 그러나 좋은 취향은 삶 전체에 향기를 부여한다.

290.

배고픔을 다 채우지 마라. 감로주의 술잔일지라도 입술에서 떼어야 한다. 욕구야말로 소중한 가치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갈증이 나더라도 이를 가라앉히되 완전히 풀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것은 양이 적을수록 그 값어치는 배가 된다. 누구의 마음에 들려면 그의 구미에 갈증을 돋구는 것이 상책이다. 남에게 한꺼번에 다 만족을 주지 않으려면 그에게 지나치게 맛을 보이기보다 맛을 덜 보이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그는 나중에 힘들여 얻은 행운을 곱절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91.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그것과 절충하라. 누구나 자기의 관심에 따라 의견을 갖고 또 이에 대해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의견이 충돌하는 때가 있다. 두 사람 다 자기 쪽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현명한 자는 좀더 숙고하여 일에 착수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이유를 검토해 보라. 그러면 더 이상 그렇게 고집을 피우며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자기만 옳다고 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292.

언제나 마치 남이 보고 있는 데서 행동하듯이 하라. 남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보는 사람은 사려 깊은 사람이다. 그는 사방 벽에도 눈이 달려 있음을 안다. 혼자 있을 때도 마치 온 세상이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 어차피 세상이 뒤에 다 알게 될 일이라면 그는 지금 세상 사람들 앞에 자신의 행동을 보여 그들을 자신을 위한 증인으로 삼는 것이다.


293.

고상한 품위를 지닌 사람. 뛰어난 성품이 뛰어난 인간을 만들고 한 사람의 뛰어난 인간이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낫다. 신 안에서는 모든 것이 무한하고 헤아릴 수 없듯이 영웅도 모든 것이 위대하고 당당하다. 그의 모든 행동과 말이 위대함과 숭고함에서 넘쳐흘러 나온다.


294.

그렇게 하는 척하지 말고 실제 그렇게 하라.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마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내세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매사를 아주 어리석은 방법으로 마치 신비로운 일인 양 꾸민다. 이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지닌 장점을 결코 내세워서는 안 된다. 가만히 행동하고 남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내버려 두라. 자신의 행동을 보이되 이를 매도하지 마라. 영웅처럼 보이기보다 정말 영웅이 되려고 노력하라.

 



295.

사랑하라. 또 사랑하라. 얼마나 환상적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96.

사랑을 받으라.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게 희망을 주어라.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297.

사랑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우주가 변하듯이 만사는 불변일 수 없다.

298.

우리에게 시간과 기회가 있겠는가. 인생은 유한하다.

누군가는 인생은 환영 속 광기요 그림자이며 거짓말이니 지고(至高)의 선(善) 또한 그렇고 그런 것이리라.

299.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쟁취하는 것이다.



길의 노래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사랑인 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하늘을 벌겋게 수놓는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뒷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면,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 시인 이정하는 경남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우리 사랑은 왜 먼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이게 하는가>,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가 있다.


300.

 

To his coy mistress /Andrew Marvell

 

Had we but world enough, and time,

This coyness, Lady, were no crime.

We would sit down and think which way

To walk and pass our long love's day.

Thou by the Indian Ganges' side

Shouldst rubies find; I by the tide

Of Humber would complain. I would

Love you ten years before the Flood,

And you should, if you please, refuse

Till the conversion of the Jews.

My vegetable love should grow

Vaster than empires, and more slow;

An hundred years should go to praise

Thine eyes and on thy forehead gaze;

Two hundred to adore each breast.

But thirty thousand to the rest:

An age at least to every part,

And the last age should show your heart.

For, Lady, you deserve this state.

Nor would I love at lower rate,

But at my back I always hear

Time's winged chariot hurrying near;

And yonder all before us lie

Deserts of vast eternity.

Thy beauty shall no more be found,

Nor, in thy marble vault, shall try

That long preserved virginity,

And your quaint honor turn to dust,

And into ashes all my lust:

The grave's a fine and private place,

But none, I think, do there embrace.

Now therefore, while the youful hue

Sits on thy skin like morning dew,

And while thy willing soul transpires

At every pore with instant fires,

Now let us sport us while we may,

And now, like amorous birds of prey,

Rather at once our time devour

Than languish in his slow-chapped power.

Let us roll all our strength and all

Our sweetness up into one ball,

And tear our pleasures with rough strife

Thorough the iron gates of life :

Thus, though we cannot make our sun

Stand still, yet we will make him run.


수줍은 연인에게

 

우리에게 충분한 세상과 시간이 있다면

연인이여, 그대의 수줍음을 바이 탓할 것 없다.

우리는 허구한 사랑의 나날을 어느 길로 거닐면서

더러는 앉아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할텐데 ………

그대는 인도의 갠지스 강 가에서 루비를 찾고

나는 고향의 졸졸대는 험버강가에서

애틋한 사랑의 노래를 읊조려도 무관하겠다. 나는

대홍수 10년 전부터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가 바란다면 유태인의 개종 때까지

나의 구애을 거절해도 좋다.

나의 식물적인 사랑은 제국보다도

광대하게, 서서히 자랄 것이다.

일 백년은 그대의 두 눈을 찬양하고

앞이마를 찬찬히 바라보다가 보내고,

이백 년은 그대의 두 젖무덤을 경모하면서,

삼만 년은 육체의 남은 부분을 숭앙하다가 보내리라.

육체의 각 부분을 기리는 데에 최소한 한 시대씩 걸릴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시대에 그대의 사랑의 승낙을 받고 말겠다.

연인이여, 그대는 이만한 대접을 받을 만하고

나도 이보다 덜한 비율로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허나 나는 등뒤로 노상 듣나니,

시간의 날개돋친 전차가 다그쳐 오는 굉음을,

그리고 우리들의 시야엔 온통

광막한 영원의 사막이 가로놓여 있다.

그대의 아름다움은 더는 볼 수 없게 되고

그대 차가운 대리석 무덤에는

나의 사랑의 노래 이르지 못하리니, 굼벵이는

그토록 소중히 간직하던 순결을 시식하고,

그대의 고아한 존귀로움도 티끌이 되고

나의 온갖 욕망 또한 재로 변할지니,

무덤은 속편하고 아늑한 곳이 되겠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는 아무도 껴안지를 못하는 곳 ……

그러기에 지금 그대의 아침 이슬같이

고운 살결 고운 때깔 가시기 전에,

도약하는 영혼이 기공마다에서

찰나의 격렬한 불꽃을 내뿜는 동안에

우리는 어우러져 즐거움 만끽하고,

시간의 아가리에 어적어적 씹어 먹히우느니보다는

한창 사랑에 빠진 맹금처럼,

차라리 시간을 게걸스레 먹어치우자.

우리의 있는 힘과 온갖 감미로움을

한 개 공으로 똘똘 뭉쳐 구울려서,

삶의 철문의 이쪽에서 저 끝까지

거친 투쟁으로 우리의 쾌락을 쟁취하자.

이처럼, 우리는 태양을 멈추게는 못하지만

우리는 태양을 달아나게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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