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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의 사회정의론을 소개하라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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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의 사회정의론을 소개하라.

 

 : 전통적으로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그 사회가 실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설정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이 실현된 경제 제도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바탕으로 상호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 경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빈부의 차이를 초래한다. 더욱이 로크적인 자유방임주의 국가는 빈부의 차이를 시정할 적극적 노력을 전개할 수 없다. 자유방임주의적 국가는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보호하는 것으로 그 책무를 다한다. 만약 국가가 가난한 자의 이익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면 그것은 부자들로부터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빼앗는 잘못된 행동이다. 그래서 로크는 개인에게 국가에 대항할 혁명권을 인정한다. 이에 반해 마르크스는 정의로운 사회가 실천해야 할 제 1의 덕목으로 평등을 강조한다.

 

마르크스의 시각에서 볼 때 이제까지의 인류의 역사는 경제적 지배계급이 국가라는 강제적 권력을 통해 피지배계급을 착취해온 수탈의 역사며 자유는 그러한 수탈을 은폐 왜곡하는 이데올로기다. 자본주의는 그 수탈의 정점에 이른 역사적 단계다. 자본주의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 구성되는 바, 노동자의 노동력에서 유래하는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모두 착취하는 자본주의야말로 역사의 근본적인 악이 극단에 이른 최종적 단계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혁명을 통해 계급과 국가가 소멸된 사회를 지향한다. 그러한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다. 그런데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선 사회주의 국가가 과도기적으로 요구된다. 사회주의 국가란 프로레타리아가 객관적 당파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공산주의적으로 개조해 나가는 과도기적 국가 형태다.

 

근대 사회를 이끌었던 초기의 주도적 이념이 자유라면, 자유가 안고 있는 자기 모순을 지양하고자 했던 이념은 평등이다. 자유와 평등은 상호 대립하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서로 상반된 사회 경제 제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자유와 평등의 상호 대립은 새롭게 극복 지양된다. 공산주의가 해체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본주의 역시 평등의 이념을 수용하여 수정 자본주의로 거듭 발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과거 냉전 체제에서와 같이 자유와 평등 혹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서로를 수용하여 발전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 속에서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존 롤즈(John Rawls)의 사회정의론을 살펴보는 것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안목을 넓히는데 적합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나 공산주의나 표면상으론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어떤 사회가 참으로 정의로운 사회냐?"하는 물음이다. 이 물음이야말로 사회철학의 가장 근본적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해 존 롤즈는 기본적으론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평등의 이념을 적절히 수용한 강력한 정의론을 제시한다. 존 롤즈는 자신의 정의론의 관점에서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성을 비판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적 국가는 적극 개입할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의 임무란 단지 개인간의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부의 차이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다. 정치적 불평등은 해소되었으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다. 존 롤즈는 경제적 불평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화될 수 있는 불평등과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을 구별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경제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인 만큼 빈부의 차이는 필연적이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의 원천을 노동자의 노동력에 한정하나 그것은 초기 자본주의를 모델로 한 해석일 뿐 자본가가 시장에 투자하는 자본 역시 잉여가치의 원천이며 더욱이 만약 자본가가 자본을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장 자체가 운영될 수 없을 것이요 그렇다면 노동자의 삶의 질은 향상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의 경제적 불평등은 정당화될 소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를 과연 우리가 정의로운 사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여부다. 고전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로크는 자연상태에는 누구나 경작할 수 있는 황무지가 지천이며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한 마음씨를 지녔기에 우려할 만큼 빈부의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나 이는 부르주와의 이익을 은폐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Hume)의 지적처럼 정의론이 문제되는 상황은 1) 재화가 적절히 부족한 상태, 2) 이기적 인간성이다. 만약 재화가 무진장하거나 전혀 없다면, 또한 인간성이 완전히 선한 것이라면 굳이 정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크의 자연상태는 이러한 조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이 로크는 자연상태가 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의 역사적 단계라고 주장하나 실재로 자연상태는 역사에 존재한 바 없는 허구의 상태에 불과하다. 고전적 자유민주의 체제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 은폐하고 있음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rt Mill)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이라는 두 개념으로 이루어진 이 슬로건에서 강조점은 "최대 행복"에 있다. 그리고 "최대 다수"는 결코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다. 그렇다면 밀의 입장은 최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도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는 밀의 입장에서는 소수의 노예제까지도 가능하다라고 비판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강조하긴 하나 그 이면에는 부르주와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빈부의 차이를 심화 은폐하는 모순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인데, 그러나 이 체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여 강제로 절대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잉태된 것이 생산력 저하, 평균적 삶의 수준 저하, 그리고 일당 독재의 부패인데,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롤즈는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평등의 이념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정의론을 제시하는 바 그의 방법 절차 및 정의론의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롤즈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원칙을 채택하기 위해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을 가정한다. 원초적 상황은 로크의 자연상태와는 달리 부르주와의 이익을 은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초적 상황은 계약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누구나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조건을 전제한다. 이러한 조건으로 롤즈가 제시하는 것은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과 상호무관심(Mutual indifference)이다. 무지의 베일이란 계약당사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해 무지한 상태를 의미한다. 즉 자신의 출신배경, 가족 관계, 학력, 재력,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무지를 의미하는데, 이는 계약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장치다.

 

, 무지의 상태라 하여 인간과 사회 일반에 관한 무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상호무관심이란 말 그대로 계약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를 의미한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면 공정한 계약 자체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롤즈가 노리는 것은 계약당사자들이 한편으론 인간과 사회 일반에 대한 일반적 지식을 갖추고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무지함으로써 가장 공정한 태도에서 서로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는 것이다. 원초적 상황에선 누가 지배자이고 피지배자인지, 혹은 누가 자본가이고 노동자인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자신의 개인적 혹은 계급적 이익의 관점에 따른 선택은 원초적 상황에서 배제된다. 그렇다면 원초적 상황에선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상황은 그야말로 불안한 상황이다.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만큼의 불안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초적 상황 속에서 당사자들은 모험을 회피한다.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최소한 인간적 권리를 누릴 사회를 선택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당사자들은 적어도 정치적 자유는 보장된 사회를 선택할 것이며 만약 빈부의 차이가 있어라도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를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이 완전히 파산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은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전제하며 롤즈는 다음과 같은 정의의 원칙을 연역한다.

 

1원칙: 모든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같은 종류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바, 가장 광범위한 기본적 자유에 대하여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2원칙: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a) 최소수혜자(最小受惠者)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b) 기회균등의 조건 아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직과 지위에 결부되도록 조정되어야한다. 1원칙은 평등의 원칙이다. 이때의 평등이란 기본적 자유가 누구에게나 공정히 분배된 평등을 의미한다. 즉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을 포함한 정치적 자유, 언론 집회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모든 이들에게 공정히 분배된 평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기본적 자유가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선 경우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도 발생한다.

 

예컨대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 혹은 전쟁 등이 발발한 경우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록 기본적 자유가 유보되긴 하나 그 유보조건이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일반 대중에겐 기본적 자유를 유보하고 일부 특권층에겐 여전히 자유를 허용한다면, 그것은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것이다. 따라서 제1원칙이 지향하는 바는 절대적 자유의 권리가 아니라 자유의 평등이다. 2원칙은 차등의 원칙이다. 기본적 자유의 평등을 옹호하면서도 롤즈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에 대해선 불평등을 허용한다. 단 그러한 불평등은 두 가지의 조건 하에서만 정당화된다.

 

첫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보되 특히 그 사회의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사장과 노동자간에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긴 하나 그러한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자가 그러한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받는 혜택 이상으로 오히려 최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그러한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회는 총 생산가치가 1000이며 그 중 부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800, 빈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200이다. B라는 사회는 총 생산가치가 900이며 그 중 부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650, 빈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250이다. C라는 사회는 총 생산가치가 850이며 그 중 부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550, 빈자가 획득하는 가치는 300이다. 그렇다면 롤즈가 선택하는 사회는 당연히 C라는 사회다. 이 사회야말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똑같이 분배되는 사회를 롤즈가 정의로운 사회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사회는 강제적으로 평등을 실현하여 전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오히려 하향 평준화하는 공산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차등의 원칙이 정당화될 수 있는 두번째의 조건은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최소수혜자가 사회적 경제적 불평으로 인해 오히려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 할지라도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최소수혜자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할 기회가 공정히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학력이 미비하여 지금은 상대적으로 미천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좀 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즉 기회균등의 원칙이란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직과 지위가 균등하게 개방되어 있는 원리를 의미한다. 이상이 존 롤즈가 제시한 정의의 원칙이다. 그런데 모든 원칙에는 가치 서열이 있어야 한다. 원칙 서로간이 대립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의 서열을 원초적 상황을 되돌아 보며 규정해 보기로 한다. 원초적 상황에선 누구나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한다. 아무리 내가 참담한 상황에 빠져 있다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권은 다른 이들과 똑같이 보장받으려 한다. 따라서 정의의 원칙 중 가치 서열상 첫번째는 제1원칙이다.

 

또한 비록 최악의 상황일 망정 인간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누구나 노력하면 지금 보다 잘 살수 있는 사회를 선택하려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따라서 제2원칙 중 두번째의 조건인 기회균등의 원칙이 가치 서열상 두번째고,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라는 첫 번째의 조건이 가치 서열상 세 번째다. 1원칙과 제2원칙의 두 번째 조건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원칙인 반면, 2원칙의 첫 번째 조건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롤즈가 평등의 이념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원칙이다. 롤즈의 입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여 부분적으로 평등의 이념을 구현하는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가치 서열에 있어선 제1원칙과 제2원칙의 두 번째 조건이 제2원칙의 첫 번째 조건에 선행하나 내용적으론 제 2원칙의 첫 번째 조건이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오늘날 진보주의는 더 이상 공산주의 이념을 주장하지 않는다. 엘친의 지적처럼 공산주의 이념을 러시아라는 커다란 대륙에서 실험한 것 자체가 인류의 비극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자유민주주의가 지닌 자기 모순도 직시해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사회는 필연적으로 빈부의 차이를 낳는 것이요 따라서 국가는 시장 경제에 적극 개입하여 최소수혜자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이념이 바로 오늘날의 진보주의다.

 

즉 오늘날의 진보주의는 자본주의를 울타리로 하여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그러나 복지국가 역시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복지국가는 최소수혜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복지국가의 재정 적자는 누적되었고 국가 관료제는 더욱 비대해졌으며 이로써 정부가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고 국민의 노동 의욕은 감소하고 국가의 경쟁력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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