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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학습사전 / 소설(ㄴ~ㅁ)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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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소설

 [문학과 영화]「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원작 양귀자, 감독 장길수]

 

페미니즘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문예사조이자 중요한 사회현상 중 하나라고 할만큼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다. 거기에 부응해 최근 국내문단에서도 페미니즘 소설들이 많이 쓰여지고 있고 또 그와같은 시류를 타고 영화화된 것들도 여러편이 있다. 예컨대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화제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아마도 여성이 남성을 납치해 감금하는 존 파울스의 「콜렉터」식 설정 때문일 것이다. 「콜렉터」에서는 나비채집이 취미인 한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납치해 자기 집 지하실에 가두어 놓는데 반해 「나는 소망한다…」에서는 한 페미니스트 여자가 남자를 납치해 자기 별장에 감금한다. 후자가 전자와 다른 점은 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채집해 놓고 소유감을 즐기는데 반해 후자는 정 반대의 목적으로 남자를 감금해 놓고 고통을 가한다는 점이다.

 

「나는 소망한다…」는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한다. 즉 납치와 감금과 폭력을 통해 남성에게 여성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납치되어온 남자는 바로 그러한 반대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또는 모든 남자들이) 여성에게 행사해 온 감금과 억압과 폭력의 부당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같은 것은 필연적으로 남성들의 잘못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또 하나의 억압체제와 폭력구조를 수반하게 된다. 바로 그같은 모순을 이 작품은 여자 주인공과 그녀의 남자 조수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즉 여자는 자신이 증오하고 응징하고 있는 남성들의 억압과 폭력을 자신의 조수에게 똑같이 행사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의 심층구조는 훨씬 더 복합적이다. 예컨대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반항하던 남자의 체념과 순응이다. 처음에는 부당함을 항의하던 남자는 반복되는 폭력과 회유 속에서― 마치 폭력가정의 여자들처럼― 결국은 체제순응적이 된다. 바로 그 순응(제도화)과정을 여자는 은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감금된 남자가 「텍스트」가 되고, 이 모든 과정이 저자의 「글쓰기」와 연결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이 작품에서 과연 여자는 내내 자신의 「텍스트」를 관찰하며 글을 써 나가고 있다.

 

장길수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는 원작의 그러한 주제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비교적 잘 살려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작품 초반에 삽입된 여자들의 증언이나, 자막처리된 강민주(최진실 扮)의 글쓰기 내용, 그리고 신속한 장면 전환 등의 편집기술이 돋보였고,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상황을 제법 흥미있게 이끌어 나간 점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납치된 남자 백승하(故 임성민 扮)의 이미지도 배역과 잘 맞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모든 한국영화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어둡고 세련되지 못한 색상과 음향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 영화처럼 별로 제작비가 필요없는 영화라면, 색상과 음향에 보다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인건비가 아닌 시설비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 : 황순원 소설

 

제1부

 

1.

이건 마치 두꺼운 유릿속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것 같은 느낌이로군. 문득 동호는 생각했다. 산밑이 가까워지자 낮 기운 여름 햇볕이 빈틈없이 내리부어지고 있었다. 시야는 어디까지나 투명했다. 그 속에 초가집 일여덟 채가 무거운 지붕을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전혀 전화(戰禍)를 안 입어 보이는데 사람은 고사하고 생물이라곤 무엇 하나 살고 있지 않는 성싶게 주위가 너무 고요했다. 이 고요하고 거침새 없이 투명한 공간이 왜 이다지도 숨막히게 앞을 막아서는 것일까. 정말 이건 두껍디 두꺼운 유릿속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느낌인데. 다시 한번 동호는 생각했다. 부리를 앞으로 향한 총을 꼭 옆구리에 끼고 한 발자국씩 조심조심 걸음을 내어디딜 때마다 그 거창한 유리는 꼭 동호 자신의 순간순간 짓는 몸 자세만큼씩만 겨우 자리를 내어줄 뿐, 한결같이 몸에 밀착된 위치에서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절로 동호는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발단부)

* 감상 : 6·25의 참상 그리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전쟁 으로 인해 인간이 겪는 공포, 고독, 본능, 상처 등을 리얼리즘적 수법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 줄거리

① 제1부

동호, 현태, 윤구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은 전우들이다. 동호는 자신의 순수성과 꿈을 상실케 한 후유증(後遺症)으로 방황하다가 현태, 윤구의 충동질로 작부(酌婦)인 옥주에게 동정을 바친다. 강박성과 결벽성, 그리고 옥주에 대한 동료 의식으로 그녀에게 몰입하던 동호는 옥주가 단지 육체의 쾌학만을 위해 매음(賣淫)한다는 것을 알고 그녀와 정부(情夫)를 살해하고 자신도 동맥을 끊어 자살한다.

② 제2부

부친의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던 현태는 어느날 우연히 자신이 전쟁터에서 무고하게 죽인 여인과 비슷한 행색의 모녀를 발견, 혼란에 빠진다. 죄의식에 시달려온 현태는 드나들던 술집 작부가 자살하는 것을 고의로 방조(傍助)한 죄로 무기 징역을 언도받는다. 한편 현실주의자 윤구는 전쟁에서 체득한 비정함으로 현실생활을 이기적으로 살아간다. 가정 교사로 있던 주인집 딸을 임신시켰으나 무리한 중절을 하다 그녀가 죽게 되고 윤구는 혼자만의 살 길을 모색한다. 동호의 순결한 옛 애인 ‘숙이’는 동호의 죽음을 추적하다 현태에세 겁탈당하고 아이를 가진다. 현태가 구속되자 아기를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윤구에게 의지하려 하나 윤구는 이를 냉정하게 거절한다.

* 주제 :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

* 출전 : [사상계](1960)

 

󰏐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이 작품은 6․25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작중의 모든 액션의 일차적인 계기는 그 전쟁에서 연유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쟁이란, 외적 계기에 지나지 않으며, 근원적 계기는 그전쟁을 감당해야 했던 작중인물 개개인의 자의식의 갈등관계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개인들의 상호간의 부딪침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자의식의 상처’의 양상이야말로 이 작품의 비극의 결정적 계기인 것이다. 이 작품에 있어서 작중인물 상호간의 관계는 가해, 피해의 관계로서 전개된다. 말하자면 모든 타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의 자의식에 대한 가해자일 수 밖에는 없다. 따라서 각자는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주체적으로는 피해자이지만, 객체적으로는 가해자일 수 밖에 없다. 이리하여 모든 관계는 가해, 피해의 상승관계로서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양상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 양식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근원적 고독의 문제에로 확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단편(3장), 연작 소설

 

1.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 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戒告狀)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어머니가 조각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 놓았다. 의사가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으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 마, 영희야.”

큰 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그래 죽여 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결말부)

* 감상 :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찬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 서 드러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적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작 자는 난쟁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폭로, 고발하고 있다. 작품 결말부의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 이 작품의 연작(連作) 구성

뫼비우스의 띠 / 칼날 / 우주여행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육교 위에서 / 궤도회전 / 기계도시 /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 클라인씨의 병(甁) /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에필로그.

* 주제 : 도시 빈민의 고통과 좌절

 


●날개 : 이상(李箱) 심리주의 단편 소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사 아내가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쭉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도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 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득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 그야말로 현란(絢爛)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가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는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아내와의 불화와 정상적 삶의 욕구 - 결말부)

* 감상 : 매춘부인 아내에 붙어 사는 무기력한 ‘나’를 통해 자아의 분열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 주의 소설이다. 주인공 ‘나’의 유일한 삶의 지반이었던 아내로부터의 배반감이 그를 막다른 골 목으로 몰아넣고, 그러므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란 그의 외침은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탈출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제(剝製)된 천재는 무기력 한 탈출 의지로 실패감을 맛보게 된다.

 

* 줄거리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지식 청년인 ‘나’는 아주 몸이 약하고 자의식이 강하다. ‘나’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감각이 흐 린 편이다. 뿐만 아니라, 게으르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지쳐 있다. ‘나’는 접객 업소에 나가는 아내와 33번지의 어떤 셋방에서 세를 들어 산다. 그런데 ‘나’의 집은 아내의 방과 ‘나’의 방이 장지로 구획지어져 있다. 장지를 격한 아내의 방에는 가끔 가다 내객이 찾아온다. 그리고 거기 서 아내는 손님과 식사를 시켜 먹고 좀 해괘한 수작(매음)도 벌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나’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법이 없다. ‘나’는 그저 아내가 시켜 주는 밥을 먹고, 아내가 수면제 를 먹여 잠을 재우는데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먹고난 뒤 낮잠을 자거나 혼자서 공상에 잠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던 ‘나’는 어느날 수면제 아달린인 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는 거의 현실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격리된 존재임을 알 수 있 다. 아내는 지리가미를 사용한다. 이것은 성적인 행위를 상징한다. 그것은 아내의 부정한 행 위인데도 ‘나’는 그것을 보고도 기분 언짢아 하지 않는다. 또한 여성용 팬티인 사루마다를 아 무렇지도 않게 입기도 한다. 또한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맏거나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 한 욕구를 대신하는 것이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알 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 하며,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 로 돌아온 ‘나’는 어느날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될 아내의 매음 행위을 보고, 바지 포켓 속에 남 은 돈 몇 원 몇십 전을 문지방에 놓고 줄달음질을 쳐서 경성역으로 나간다. 아내를 오직 한 번 차지해 본 이외에는, 주인공 ‘나’는 숙명적으로 아내와는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 부부라 고 단언한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제 거동에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 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 에 올라 스물 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할 때, 정오 사이렌이 울린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 오늘은 없는 이 날개를 떠 올린다. 그리고 외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날아 보자꾸나.”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배경 : 일제 강점기 서울 거리, 18가구가 살고 있는 33번지 유곽(遊廓)

* 성격 : 자기고백적, 상징적

* 등장인물

· 나 : 경제적인 생활능력의 결여, 사회활동 전무한 무기력한 남편. 아내의 부정과 자아 의식의 갈등을 일으켜 극히 불안한 심리적 자의식을 보이는 인물. ‘나’와 아내의 관계는 ‘닭이나 강아 지처럼’이란 동물적 비유가 의미하듯 종속적 관계이다.

· 아내 : ‘외출, 내객(來客), 돈’으로 알 수 있듯 아내의 직업은 창녀이다.

* 주제 : 전도된 삶과 자아 분열 의식 속에서 본래적 자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내면 의지

* 출전 : [조광](1936. 9)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 : 당(唐)나라의 이공좌 지음.

 

주인공 순우분(淳于棼)이 홰나무 밑에서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늙은 괴목 안에 대괴안국(大槐安國)이 있어, 순우분은 왕의 부하가 되고 남가의 태수(太守)가 되어 30년을 부귀영화를 누린다. 그 후 적국과 싸워 크게 지자 태수직에서 파면되고 왕은 그를 가두었다가 집으로 돌려 보낸다. 이때 꿈을 깨어 괴목의 구멍을 파 보니 거기에는 개미집이 있었고, 또 하나의 개미집이 남쪽 가지에도 있었다는 이야기 --- 󰃫 <남가일몽(南柯一夢)>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1편

 

이 작품의 배경은 경주인데, 유학자인 박생이 하루는 글을 읽다가 깜박 조는사이에 꿈속에서 염라국에 들어간다. 비참한 지옥을 보고 놀란 박생은 수문장의 안내를 받아 염라왕을 만나게 된다. 박생은 염왕과 많은 질문(음양, 귀신의 도, 군자·소인의 구별, 고금의 치란(治亂), 속세 종교의 혹세무민(惑世誣民)적 죄악에 대하여)을 주고 받는데, 여기에 그의 종교관·인생관을 박생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후반부에 가서는 염왕으로부터 염라국의 왕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다. 돌아오는 길에 수레에 올랐으나 이것이 넘어지는 바람에 박생도 넘어졌고,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두서너 달 후에 병으로 죽게 되었는데, 신인이 나타나 염라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금오신화>의 여타 작품과는 달리 상대 주인공으로서 여자를 등장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으며, 김시습의 종교관, 국가관, 세계관 등 사상이 잘 표출된 작품이다.

* 구조 : 환몽구조(幻夢 構造) : 현실 -- 꿈 -- 현실

 


●논이야기 : 채만식 소설

 

일인들이 토지와 그 밖에 온갖 재물을 죄다 그대로 내어 놓고 보따리 하나에 몸만 쫒기어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 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거 보슈 송 생원. 인전들 내 생각나시지?”

한 생원은 허연 탑석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대 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믈흐믈 웃는다. (중략)

“일없네. 난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네. 제에길 삼십 육년두 나라 없이 살아 왔을려냐. 아아니 글쎄, 나라가 있으면 백성한테 무얼 좀 고마운 노릇을 해 주어야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고 살지. 독립이 됐다면서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당을 뺏어서 팔아먹는 게 나라 명색야 ?”

그러고는 털고 일어서면서 혼잣말로

“독립이 돼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길 잘 했지.”

* 감상 : 이 작품은 1946년 [해방 문학 선집]에 수록된 농촌 소설이다. 그의 다른 작품 <도야지> 와 함께 과도기의 사회상을 풍자한 수작으로 꼽힌다. 해방 직후 혼란기의 사회상을 냉소하는 듯한 태도로 묘사함으로써 독특한 풍자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소설은 8.15 직후 과도기 의 사회상 중 국가의 농정을 풍자한 소설로 두 개의 중심 사건이 기둥을 이룬다. 지식인으로 서 당대 농민의 참상을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폭로하고, 농민을 수탈하는 사회 제도에 대한 날 카로운 비판과 개혁 의지가 냉소적인 태도로 묘사되어 독특한 풍자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 줄거리 : 일본인들이 토지와 그 밖의 모든 재산을 두고 쫒겨 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생원은 우쭐해졌다. 일본인에게 땅을 팔고 남의 땅을 빌려 근근히 살아오던 한 생원은 일 본인들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일본인이 쫒겨 가면 땅을 다시 찾게 된다고 큰소리를 쳐왔던 터였다. 한일 합방 이전에 한태수는 동학란과 관련하여 무고하게 옥에 갇히고 석방되는 조건으로 고을 원님에게 강제로 아홉 마지기의 논을 빼앗긴다. 한 생원은 남은 일곱 마지기마져 술과 노름, 그리고 살림하느라 진 빚 대신에 일본 인에게 팔아 넘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런 가난한 소작농 한 생원에게 땅을 도로 찾게 될 것 이라는 기대는 큰 기쁨이었다. 일본인들이 물러 가니 땅은 그전 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 대와 함께 한 생원은 술에 얼근히 취해 자기 땅을 보러 간다고 외친다. 그러나 막상 찾으리라 고 바라던 땅은 이미 소유주가 바뀌어 찾기 어렵게 되고, 논마져 나라가 관리 하게 되어 다시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때 한 생원은 허탈감을 느낀다. 한 생원은 마침내 자신은 나라 없 는 백성이라 하며 해방되는 날 만세 안부르기를 잘했다고 혼잣말을 한다.

 

* 갈래 : 풍자 소설, 농민 소설, 사회 소설

* 구성 : 입체적 구성

* 배경 : 동학란, 한일 강점기, 8·15 때, 군산 부근의 한 농촌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어조 : 냉소적 어조

* 주제 : 국가 농업 정책(토지)에 대한 비판 의식.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김승옥 단편 소설(1963)

 

온 들에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들이 아스라니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장식처럼 붙어 보였다. 그 바다가 황혼녘엔 좀 높아 보였다. 들을 건너서 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해풍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짠 냄새뿐 말하자면 감각만이 우리에게 자신을 떠맡기고 지나갈 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리들은 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일까. 설화가 없어서 우리는 좀 우둔했고 판단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세상을 느끼고만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항상 종말엔 패배를 느끼고 말듯이 우리도 그러했다.

* 감상 : 이 작품은 1인칭 독백 형식으로 특정한 서사적인 줄거리보다는 내면 의식의 서술이 주가 되고 있다. 1960년대 사회적 배경이 제재가 되고 있으며 배경은 의식 속에 내면화되어 ‘상황’ 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적 내용을 감각적인 언어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서술 방식 으로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의 사용 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지적인 내용을 암시하고 있 다. 성공의 신화를 쫓아 도시로 나아간 많은 시골 젊은이와 같이 누이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으나 침묵만을 배워 온다. 즉, 누이는 도시에서 개인주의와 ‘군중 속에서 느낀 고독’에 의해 침묵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도시적 삶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누이만의 것이 아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제 나름의 사연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실타래같이 얽힌 이율 배반성 속에 있는것이어서 결국은 개인에게 밀려 나고 마는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고독한 데 반해 항혼과 해풍의 사람들은 의지의 신화에 소외된 채 짙은 패배감 속에 고독을 느낀다.

* 줄거리

1. 축전(祝電)

‘가하’오빠.

부호(符號)라는 걸 만든 이에게 평안이 있으라. 엉망진창된 나의 감정을 감정의 뉘앙스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인연 없는 의사(意思) 전달 수단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이 신기함이여.

 

이 작품은 작품 전체가 서사적 줄거리를 가진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사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단지 화자의 독백 형식 속에 ‘나’라는 인물과 누이가 도시로 와서 적응하려다가 실패하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 1장 : 축전(祝典) - 동생의 순산에 축전을 보내고 축전의 약어가 가지는 신기한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이는 언어의 힘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인식을 뜻한다.

(2) 2장 : 프로필 - 작중 화자가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울에 와서 만난 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위선적인 인물, 즉 얼치기요, 가짜, 흰수작만 하는 소설가이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 파탄되어 가는 상경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3) 3장 : 갈대들이 들려준 이야기 - 도시에서의 좌절로 인한 누이의 귀향과 좌절의 아픔, 도시적 삶의 이해를 위한 주인공(작중화자)의 상경

(4) 4장 : 누이의 결혼 - 도시화로 인한 삶의 개별화 현상과 그로 인한 궁극적 심판이 불가할 정도의 가치의 상대화 현상

(5) 5장 : 일지초(日誌炒) - 작중화자의 짤막한 글을 모은 것이다. 개인적이고 위선적인 도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흔적들을 읽을수 있다.

(6) 6장 : 다시 축전(祝典) - 1 장의 내용을 다소 변용하여 싣고 있다.

누이도 나의 축전을 받아들고 과히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리라. 제발 지금 나의 이 뒤얽힌 감정 중에서도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이 한 가지의 기도가 실현된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 등장인물

· 누이 : 도시로 갔다가 시골로 돌아옴.

· 나(김형) : 서술자. 누이를 이해하기 의하여 상경함.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구성 : 전 6장의 분장체 구성

* 주제 : 도시화에서 비롯된 삶의 개별화 현상과 가치의 상대화

 


●눈길 : 이청준 소설

 

1

 

-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 속에서 별러 오던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나의 얼굴을 멀거니 건너다본다.

-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나는 이제 내친걸음이었다. 어차피 일이 그렇게 될 바엔 말이 나온 김에 매듭을 분명히 지어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예, 내일 아침에 올라가겠어요. 방학을 얻어 온 학생 팔자도 아닌데, 남들 일할 때 저라고 이렇게 한가할 수가 있나요. 급하게 맡아 놓은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 그래도 한 며칠 쉬어 가지 않고… 난 해필 이런 더운 때를 골라 왔길래 이참에는 며칠 좀 쉬어 갈 줄 알았더니….

- 제가 무슨 더운 때 추운 때를 가려 살 여유나 있습니까.

- 그래도 그 먼 길을 이렇게 단걸음에 되돌아가기야 하겄냐. 넌 항상 한동자로만 왔다가 선걸음에 새벽길을 나서곤 하더라마는… 이번에는 너 혼자도 아니고… 하룻밤이나 차분히 좀 쉬어 가도록 하거라.

- 오늘 하루는 쉬었지 않아요. 하루를 쉬어도 제 일은 사흘을 버리는 걸요. 찻길이 훨씬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기선 아직도 서울이 천리 길이라 오는 데 하루 가는 데 하루….

- 급한 일은 우선 좀 마무리를 지어 놓고 오지 않구선….

노인 대신 이번에는 아내 쪽에서 나를 원망스럽게 건너다보았다.

그건 물론 나의 주변머리를 탓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 그처럼 급한 일이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올 때 급한 일들은 미리 다 처리해 둔 것을 그녀에게는 내가 말을 해 줬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좀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름 여행을 겸해 며칠 동안이라도 노인을 찾아보자고 내 편에서 먼저 제의를 했었으니까. 그녀는 나의 참을성 없는 심경의 변화를 나무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매정스런 결단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까닭 없는 연민과 애원기 같은 것이 서려 있는 그녀의 눈길이 그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었다.

- 그래, 일이 그리 바쁘다면 가 봐야 하기는 하겠구나. 바쁜 일을 받아 놓고 온 사람을 붙잡는다고 들을 일이겄나.󰡓

한동안 입을 다물고 앉아 있던 노인이 마침내 체념을 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 항상 그렇게 바쁜 사람인 줄은 안다마는, 에미라고 이렇게 먼길을 찾아와도 편한 잠자리 하나 못 마련해 주는 내 맘이 아쉬워 그랬던 것 같구나.

말을 끝내고 무연스런 표정으로 장죽 끝에 풍년초를 꾹꾹 눌러 담기 시작한다.너무도 간단한 체념이었다. 담배통에 풍년초를 눌러 담고 있는 그 노인의 얼굴에는 아내에게서와 같은 어떤 원망기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 곁을 조급히 떠나고 싶어하는 그 매정스런 아들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도 엿볼 수가 없었다. 성냥불도 붙이려 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 풍년초 담배만 꾹꾹 눌러 채우고 앉아 있는 눈길은 차라리 무표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그 너무도 간단한 노인의 체념에 오히려 불쑥 짜증이 치솟았다. 나는 마침내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 노인의 무표정에 밀려나기라도 하듯 방문을 나왔다.장지문 밖 마당가에 작은 치자나무 한 그루가 한낮의 땡볕을 견디고 서 있었다.

 

 

* 감상 : 근대화의 과정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통의 '효(孝)'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에 젖어 있는 이기적인 자식과 그 자식에 대한 노모의 사랑이 대조되고 있다. 아들인 '나'는 자수 성가하여 도시에 정착해 있는데 모처럼 아내와 함께 노모를 찾는다. 노모가 사는 마을은 지붕 개량 사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후를 위해 집을 개축하려고 하는 의사를 비친다. 그러나 '나'는 노모의 의사를 못들은 척하고 귀경을 서두른다. 이 때 아 내는 노모의 사랑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 등장인물

-나 : 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어려웠을 때 부모가 자신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려 지붕개량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는 모친의 의사를 무시한다. 자식 노릇을 못한 자신이 나 자식 뒷바라지를 못해 준 어머니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기적 인물이다.

-처 :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교량 역 할을 충실히 하는 인물이다. 모친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에 당혹해 한다.

* 주제 : 사라져 가는 효 정신

 


●닥터 지바고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소설

 

󰏐 [문학과 영화]「의사 지바고」…혁명에 찢긴 「시인의삶」

[원작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감독 데이비드 린]

 

러시아의 노벨상 수상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를 살다가 간 어느 시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과 죽음을 장대한 스케일로 그린 장편소설이다. 1917년 3월에 일어난 러시아혁명은 러시아인들의 모든 것을뒤바꾸어 놓은 금세기 최대의 사건이었다.

 

그 시절을 살았던 러시아인들은 모두 피할 길 없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들어갔으며 그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뿐인 목숨과 사랑을 잃었다.

 

러시아혁명은 궁극적으로 차르의 절대왕정과 레닌의 공산주의, 백군파와 적군파, 우파와 좌파, 귀족과 평민 그리고 지주와 노동자 사이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혁명은 그 두 계층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사랑까지도 파괴했다.

 

예컨대 이상주의자 대학생 파샤는 혁명 이데올로기를 위해 애인 라라를 포기하며시인 지바고 역시 혁명의 와중에서 가족과 가정을 포함한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혁명은 언제나 보다 더 나은 세상의 창출을 그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사랑과 삶은 언제나 무시되고 고통 당한다. 모든 것을 상실하는 역경과 극한상황 속에서 지바고를 지탱해주는 것은 오직 문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그리고 그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뮤즈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 라라다. 순박한 그의 아내가 현실세계를 상징한다면 정열적인 그의 애인라라는 자유분방한 예술세계를 표상한다.

 

그는 라라와 더불어 설원 속에 은거하며 시를 쓰는 행복을 경험하지만 그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작가는 결코 사회적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며 예술 역시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단절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바고는 라라와 헤어진다. 그녀는 시인이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결코 붙잡을 수는 없는 「예술 혼(魂)」의 상징이다.

 

「의사 지바고」는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그해 아카데미 각색상과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 감독상 조연상에 추천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오마 샤리프가 지바고 역을, 줄리 크리스티가 라라 역을, 그리고 찰스 채플린의 딸인 제럴딘 채플린이 지바고 부인 역을 맡았으며, 그 외에도 알렉 기네스와 로드 스타이거 등 대형배우들이 출연해 좋은 연기를 펼쳤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인도로 가는 길」을 감독한 데이비드 린의 작품답게「의사 지바고」역시 대형화면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심지어는 지바고가 사투를 벌이며 걸어가는 눈내리는 대설원조차도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 같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린 감독은 러시아 특유의 대륙성문학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풍경에의 과도한 의존은 원작의 잘 짜인 구성과 스토리 전개를 다소산만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린의 「의사 지바고」는 서사시적 구성과 문학적 상징을 적절히 조화시킨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레일이 파손되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지바고의 피난열차는 힘차게 전진하는 혁명군 사령관 파샤의 열차와 대비되어 격변기를 사는 시인 지바고의 좌절감과 무력함을 은유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 모스크바로 돌아가 거리를 헤매던 지바고가 우연히 라라가 탄 차를 발견하고 뒤쫓아가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상징적이면서도 감동적이다. 죽을때까지 이상향을 쫓아가는 것이야말로 바로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된태도이기 때문이다. 「의사 지바고」는 「내 사랑 어디에」라는 유명한 주제가로 60년대 음악팬들과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달궁 : 서정인 장편 소설

 

* 갈래 : 장편, 연작소설

* 배경 : 현대, 서울, 전북

* 경향 : 사실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시점의 이동

* 제재 : 한 여인의 죽음과 여러 군상들의 삶의 모습

* 주제 : 인생의 참모습

 

󰏐 감상의 길잡이

인실이란 여인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소설의 내용 중 일부분이고 그 보다 더 많은 분량은 여러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달궁(지리산 속 지명)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무식한 중년 여자인 인실이의 삶을 기준으로 세상의 부조리, 우스꽝스러움, 뒤틀림과 맞서게 하고 있다. 그 ‘싱싱한’ 인실이의 시각을 통해 당연한 것, 힘있는 것을 무너뜨려 준다.

이 작품은 여러 삽화의 집합체이기에 인과적인 구성 또는 줄거리는 없다. 다만 작가는 대체로의 윤곽만 전달할 뿐이다.

 


●닳아지는 살들 : 이호철 단편 소설

 

순간 벽시계가 열두 시를 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일제히 시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안이 술렁술렁해졌다. 시계를 쳐다보던 세 사람의 시선이 다시 늙은 주인 쪽으로 향했다. 코 앞의 사마귀를 만지던 늙은 주인이 어리둥절하게 아들과 며느리와 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복도로 통한 문이 열리며 방안의 불빛이 복도 건너편 흰벽에 말갛게 삐어져 나갔다. 열두 시가 다 쳤다. 네 사람의 시선이 그 쪽으로 옮겨졌다. 조용했다. 왼편 벽으로부터 서서히 식모가 나타났다. 히히히히 하고 이상한 웃음을 띄우고 서 있다. 제딴에 미안하다는 뜻인 셈이었다.

“벤소에 갔었시유.”

하고 말했다.

순간 영희가 발작이나 일으킨 듯이 아버지 쪽으로 달려갔다. 한 손으로 식모를 가리키며, 한 손으로는 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쪼개지는 듯한 큰 소리로 말했다.

“아부지, 자 봐요. 언니가 왔어요, 언니가 ······ 정말 열두 시가 되었으니까 언니가 왔어요. 이제 정말 우리 집 주인이 나타났군요. 됐지요? 아부지 자, 어때요? 됐지요? 아부지.”

식모가 이번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정말이에요. 아부지, 저렇게 언니가 왔어요. 그렇게도 기다리시던 언니가 왔어요.”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도 식모를 내다보는 영희의 눈길은 적의(敵意)로 타오르고 있고, 아버지는 영희의 부축을 받으며, 저리 비키라는 것인지, 혹은 어서 들어오라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게 한 손을 들어 허공에다 대고 허우적거리고, 성식과 정애도 엉거주춤하게 의자에서 일어서 있었다.

꽝 당 꽝 당

그 쇠붙이 소리는 밤내 이어질 모양이었다. (결말부)

* 감상 : 영희의 일가족은 항상 거실에 모여 앉아 이북으로 시집가서 돌아오지 않는 맏딸을 기다 리고 있는데, 그녀가 언젠가 찾아 들어올 문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정작 그 문을 열고 나가 기 다리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신경을 자극하는 꽝당꽝당하는 쇠붙이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소리 는 60년대 이후 진행된 근대화의 물결과 그 바람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영희 일가족은 이 쇠붙 이 소리에 아무 희망없이 숨어지내며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 등장인물

· 아버지 : 은행장으로 있다 은퇴한 70노인으로 반 백치(白痴)가 다 된 인물.

· 영희 : 항상 불안하게 소리치며 지껄이는 딸

· 성식과 그의 아내 : 말수가 적고 안경만 번쩍이는 성식과 아내는 아버지와 거의 같이 백치가 되어 가고 있는 인물

· 선재 : 일상에서 속물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로서 사랑없이 영희와 약혼함

* 배경 : 공간적-한 집안(거실), 시간적-어느날 저녁~자정

⇨ 공간적 배경의 한정 : 어떤 희망도 밖의 현실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암담한 시대 상황 의 미

 


●대지(大地, The Great Earth) : 펄 벅 소설

 

왕룽의 결혼

그날 아침, 젊은 농부 왕룽(王龍)은 잠에서 깨자마자 서둘러 방을 치우고 아침밥을 지어야 했다. 장가 드는 날 아침이었지만 자기 몸만 치장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늙은 아버지를 모시면서 혼자 꾸려 온 살림이라 구석구석 쌓인 일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대강 집을 치우고 왕룽은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명절 때만 입는 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치렁치렁한 변발을 풀고 빗어 내려 손질했다.

몸단장을 마치고 난 후 왕룽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색시감은 성안에 사는 황부잣집 종으로 있는 여자라고 했다. 들에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회색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성문으로 들어가 황부잣집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막상 큰대문 앞에 서니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원래 숫기도 없는 데다가 여태껏 이렇게 큰 집에 와 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왕룽은 간신히 용기를 내어 황부잣집으로 들어갔다.

“저, 저는 왕룽이라고 하는데, 색시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 말 한마디 꺼내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왕룽은 꾹 참고 황부잣집 문지기에게 자기 사정을 이야기했다. 문지기는 그를 깔보는 듯 쳐다 보더니 문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었다. 황부잣집은 그가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어마하게 큰 집이어서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집 사람들은 왕룽을 먼저 큰마나님에게 인사시킨 후에 색시감을 보여 주었다. 그녀의 이름은 오란(阿蘭)이라고 했다. 왕룽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이라 차마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가만히 목소리를 들어 보니 참한 여자인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사실 황부잣집에서 하녀 하나 시집 보내는 일은 하찮은 일이었기에 그들은 왕룽과 오란을 대충 인사만 시켜 집에서 내 보냈다.

* 감상 : 한 중국인 농부의 인생 역정을 통해 살고 사랑하고 죽어가는 인간 본연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중국 농민 생활에 대한 풍부하고 진실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 주었으며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며 ······

어떤 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사실상 어떤 문화와 그 문화권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 나라, 그 민족의 언어를 미묘한 느낌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생활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만일 소설가 펄 벅에게 중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없었다면 중국과 중국인의 삶을 풍부하고 진실되게 묘사한 소설 <대지>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가난한 농부인 왕룽이 부잣집 종으로 있던 오란과 결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은 왕룽과 오란 부부가 땅과 지위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사실 왕룽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인 오란의 공이 컸다. 언제나 말없이 왕룽을 따르는 순종적인 여인, 오란. 남편이 첩을 들이고 구박을 하는데도 한없이 참고 견디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은 과거 동양의 전형적 여인상이다. 세월이 흘러 왕룽은 늙고, 아들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아들들은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토지를 별로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팔아버리려 한다. <대지>에는 그 후의 이야기가 나타나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러한 결말을 통해 왕룽의 아들들이 땅을 팔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청나라 말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하지만 소설 전체에서 특별히 시대적 상황이나 공간적 배경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다. 왕룽이 사는 곳도 그저 북방의 어느 시골로만 나타나 있다. 청나라 말기는 격동의 시대로 펄 벅 자신이 그 혼란한 시대를 체험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역사적 배경을 뚜렷하게 언급않은 것은 <인간의 삶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대하(大河) : 김남천 장편 소설(1939)

* 줄거리

· 박성권은 갑오농민전쟁 당시 군대를 따라다니며 장사 하여 돈을 번 후 성천 고을에 정착한 후에도 고리대금업으로 재산을 불린다.

· 박성권에게는 아들 4명과 딸 1명(그 중 3남 형걸의 첩의 자식)

· 큰 아들 형준은 성혼하여 집안 일 전체를 관장하는 일을 배움

· 형걸과 동갑내기 형인 제2남 형선이는 ‘정라수’라는 인물의 딸 보부와 혼인한다.

· 보부를 짝사랑했던 형걸은 심리적으로 방황하다 자기 집 여종(쌍네)와 사랑을 나눈다.

· 형걸은 동명학교 교사로 부임해 온 문우성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몰입.

· 전도하러 갔던 형걸은 기행(부용)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 형준은 쌍네를 잊지 못하여 찾아갔다가 박대에 분노하여 쌍네와 형걸의 관계를 쌍네의 남편 (두칠)에게 고자질하며, 두칠은 박성권 집을 떠난다.

· 쌍네는 두칠을 따라 원산으로 갈 것인지, 그로부터 벗어날 것인지 고민하다 형걸이를 만난 다.

· 형걸이가 그녀를 무관심하게 대하자 그녀는 죽을 결심을 하고 강으로 뛰어 간다.

· 여러 문제로 답답해 하던 형걸이 부용의 집을 지나다가 아버지와 부용의 목소리를 듣는다

· 우는 부용을 바라보며 형걸은 새로운 삶을 위해 이 고장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 제목의 상징성 : ‘우리 근대사의 큰 흐름’

* 갈래 : 세태적 가족사소설

* 배경 : 개화기(1907-1910년), 평양에서 원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어느 마을

* 시점 : 전지적 작가

* 등장인물

· 박성권 : 동학농민혁명을 틈타 치부(致富)한 인물. 냉혹하고 악착(齷齪)같은 성격의 소유자

· 박형걸 : 박성권의 3남으로 첩(부용)의 자식. 보부를 형에게 빼앗기고 쌍네와 관계를 갖지만 기독교에 귀의하여 자신의 잘목을 회개(悔改)한다.

· 박형준 : 박성권의 큰 아들. 아버지를 닮아 다소 타락한 면이 보임

· 쌍네 : 가난한 농가의 딸로 그의 아버지에 의해 박성권의 노비로 팔림

· 문우성 : 형걸의 정신적 지주

* 의의 : 1930년대 후반 문학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집대성

 제1부만이 단행본으로 발행(인문사 발행)되고 속편이 발표되지 않았기에 미완성 작품

 


●데미안 : 헤르만 헤세(H. Hesse) 소설

(전략)

내가 그린 꿈속의 새는 여행을 떠나서 내 친구를 찾아 냈다. 아주 희한한 경로를 통해 답장을 받았다.

우리 학급의 내 자리에서 수업시간 사이의 쉬는 시간이 끝났을 때, 나는 내 쪽지 속에 꽂혀 있는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가끔 학생들이 수업 중에 몰래 쪽지를 전할 때에 하는 식 그대로 접혀 있었다. 누가 이런 종이쪽지를 내게 보냈을까 하고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때까지 어떤 동급생과도 그런 교제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학교에서 흔히 하는, 무슨 장난에 끼라는 내용 이려니 생각했다. 나는 결코 그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종이 쪽지를 읽지도 않고 책 앞쪽에 다 꽂아 두었다. 비로소 수업 중에야 우연히 다시 그것을 손에 들게 되었다.

나는 그 종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무심코 펼쳐보고 그 속에 몇 마디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훑어보고 나는 어떤 말에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깜짝 놀라 그것을 읽어 보았다, 읽는 동안에 내 심장은 무서운 한기를 만난 듯 운명 앞에서 오싹하고 움츠러들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나는 여러 번 그 글을 읽은 다음에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데미안의 회답이었다. 나와 그를 빼고는 아무도 그 새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내 그림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그 뜻을 이해하고 나에게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무엇보다도 그것이 나를 괴롭혔지만―

* 감상 : 1919 년에 발표된 헤세의 자전적 소설,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불가사의 한 소년 데미안에 의해 자기발견과 삶의 인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수기 형식의 작품.

 


●돈(豚)(1933) : 이효석 단편 소설

 

󰆲 어디서 들었는지 공장에 들어가기가 분이의 소원이더니 그 곳에서 여직공 노 릇을 하는 분이와 만나 나도 노동자가 되어 같이 살면 오죽 재미있을까. 공장에서 버는 돈을 달마다 고향에 부치면 아버지도 더 고생하실 것없겠지. 돼지를 방에서 기르지 않아도 좋고,......

······ 상상을 통한 식이의 내면세계 욕구 부분

 

󰆳 “앗!” / 날카로운 소리에 번쩍 정신이 깨었다. 찬바람이 휙 앞을 스치고 불시에 일신이 딴 세상에 뜬 것 같았다. 눈 보이지 않고 귀 들리지 않고 잠시간 전신이 죽고 감각이 없어졌다. 캄캄하던 눈앞이 차차 밝아지며 거물거물 움직이는 것이 보이고, 귀가 뜷리며 요란한 음향이 전신을 쓸어 없앨 듯이 우렁차게 들렸다. 우렛소리가 ······ 바다 소리가······ 바퀴소리가······ 별안간 눈앞이 환해지더니 열차의 마지막 바퀴가 쏜살같이 눈앞을 달아났다.

······ 상상에서 현실로 깨어나는 부분 --- 󰃫 <일장춘몽(一場春夢)>

* 감상 : 이 작품을 기점으로 이효석은 자연성을 예찬하는 서정적 문학으로 돌아섰다. 주인공 식이 는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 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 주제 : 원시적인 욕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생활의 애환

* 의의 : 이 작품을 계기로 이효석은 경향파 문학(동반작가)에서 탈피하여 순수 서정 문학을 추구 했다.

* 출전 :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발표.

 


●독 짓는 늙은이 : 황순원 단편 소설

이튿날, 송 영감은 애를 시켜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오게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오자, 송 영감은 애더러 놀러 나가라고 하며 유심히 애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치 애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앵두나뭇집 할머니와 단 둘이 되자 송 영감은 눈을 감으며, 요전에 말하던 자리에 아직 애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된다고 했다. 얼마나 먼 곳이냐고 했다. 여기서 한 이삼십 리 잘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보낼 수 있느냐고 했다. 당장이라도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치마 속에서 지전 몇 장을 꺼내어,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송 영감의 손에 쥐어 주며, 아무때나 애를 데려오게 되면 주라고 해서 맡아 두었던 것이라고 했다.

 

송영감이 갑자기 눈을 뜨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에게 돈을 도로 내주었다. 내게는 아무 소용 없으니 애 업고 가는 사람에게 주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애 업고 가는 사람 줄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송 영감은 그래도 그 사람을 주어 애를 잘 업어다 주게 해 달라고 하면서, 어서 애나 불러다 자기가 죽었다고 하라고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저고리 고름으로 눈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중략)

지금 마지막으로 남은 생명이 발산하는 듯 어둑한 속에서도 이사스레 빛나는 송 영감의 기던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가 찾던 것이 예 있다는 듯이. 거기에는, 이번에 터져 나간 송영감 자신의 독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송 영감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단정히, 아주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렇게 해서, 그 자신이 터져 나간 자기의 독 대신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결말부)

* 감상 : 일생을 독 굽는 일에 바쳐 온 한 노인의 좌절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갈등은 주인공인 송 영감의 늙음에서 기인한 아내에 대한 배신감, 좌절감과 장인(匠人)으로서의 집념 사이에서 전개된다. 젊은 아내의 배신과 독 굽기의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온 독가마 속에서 비장한 최후를 마치는 한 노인의 처절한 장인적 집념과 고뇌를 그렸 다. 작가 특유의 문체와 서술 기법을 통해, 우리의 전통적 인간상의 하나인 ‘독짓는 늙은이’ 가, 붕괴되어 가는 전통적 사회 질서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소설은 대화가 거의 생략되어 있고 등장 인물과 사건의 정황을 작가가 직접 제시하고는 있 으나 편집자적 해설의 경지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 시키고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소설은 구성 단계상 결말에서 갈등이 완전히 해소 되지는 않고 있으며, 비극적 결말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암시와 여운의 결말이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등장인물

· 송영감 : 주인공. 평생 독을 짓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 아내가 도망한 후 독과 함께 자살함.

· 당손이: 송영감의 아들. 남의 집 양자가 됨.

· 앵두나뭇집 할멈 : 당손이를 양자로 보내는데 일조를 함.

* 주제

· 현대 사회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독’의 상징성 : 전통적 가치

· 투철한 예술 정신의 표현

· 인간의 본연적인 삶의 집착과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 출전 : [문예](1950)

---  문학이론 <집념과 좌절>

 


●동물농장(動物農場, Animal Farm by George Orwell, 1945)-부제 <동화이야기> : 조지 오웰 소설

작품의 이해

 

인간 존스(Jones)의 장원(裝園)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수많은 동물들은 평소에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던 차에, 늙은 수퇘지 올드 메이저(Old Major)의 유언에 따라서 반란을 일으킨다. 농장 주인 존스씨와 관리인들은 추방당하고, 동물들은 농장을 <동물농장>이라고 개명하여 희망한 미래를 향해서 진력한다.

그들의 지도자는 수퇘지인 스노우볼(Snowball)과 나폴레옹(Napoleon)과 스퀼러(Squaler) 등인데, 스노우볼은 풍차를 건설해서 농장을 기계화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음모가인 나폴레옹은 이상주의자인 스노우볼을 추방하고, 그에게 가담했던 동물들도 차례로 처형해서 일약 독자자로 출세한다. 건설된 풍차가 한 번은 바람으로 붕괴되고, 두 번째는 농자의 탈환을 계획한 존스씨에 의해서 폭파되지만, 동물들은 그것으로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만 하는 말(馬)인 복서(Boxer)가 있다. 그러나 그 복서도 결국 과로(過勞)로 쓰러진다. 복서는 지체없이 폐마(廢馬)로 도살업자에게 팔려간다.

수년 후 풍차는 다시 재건되어 생산은 향상되지만, 돼지 이외의 기타 동물들의 생활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일찍이 혁명 초기에 제정된 7개 강령(綱領)도 수정된다.

‘두 다리는 나쁘고 네 다리는 좋다.’는 슬로건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로 둔갑(遁甲)되어 인근 농장주들과 상거래도 튼 돼지들은 그들을 초대하여 밤새도록 연회를 베푼다. 두 다리로 서서 인간들과 건배(乾杯)를 주고 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가를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동물농장은 장원농장으로 환원(還元)된 셈이다. 장원이란 농노(農奴)를 사역(使役)시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분화(分化)를 드러낸 중세기의 농장이다.

이 작품은 말할 것 없이 구소련에 대한 풍자(諷刺)소설이다. 작자는 1917년 2월 혁명에서 1943년의 테헤란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면서 스탈린의 독재(獨裁)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권력은 타락하게 마련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타락한다.”는 말대로 어느 독재자가 권력을 남용할 때 그것이 어떤 책략(策略)으로 현실을 호도(糊塗)하면 어떤 조작으로 국민을 우롱(愚弄)하는가 하는 가장 가증(可憎)스런 실례를 오웰은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오웰의 문체(文體)는 명료하고 가식(假飾)이 없으며 강렬하고 경제적이며 소박하고 솔직하다. 게다가 구어체(口語體)의 모범적인 문장으로 영문의 이해는 물론 작문, 회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 소설은 1944년 2월에 완성되지만, 당시 소련은 영국의 동맹국이었기에 소위 외무부간의 간섭도 있고 해서 출판을 인수하는 곳이 없었다. 종전(終戰) 때인 1945년 8월이 되어서야 출판의 빛을 보게 된다. 그러나 머지 않아 미, 소의 냉전시대가 찾아오자 금방 일대 베스터 셀러가 되었다.

 


●동백꽃 : 김유정(金裕貞) 단편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발단부) (중략)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결말부)

 

· 얼리었다 : 서로 얽히게 되었다.

· 대강이 : ‘머리’의 속어

· 덩저리 : ① 물건이 뭉쳐 쌓인 부피, ② 덩치의 속어 (여기서는 ②의 뜻)

· 면두 : ‘볏’의 경기·강원지방 사투리. 꿩이나 닭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조각

· 헛매질 : 상대방을 직접 치지 않고 엉뚱한 데를 치는 일

· 쪼간 : [의미 불분명] 문맥적으로 ‘일, 건수, 사건’의 의미

· 쌩이질 : 한창 바쁠 때에 쓸데없는 일로 남을 귀찮게 구는 일. ‘씨양이질’의 준말

* 갈래 : 토속적 농민소설

* 배경 : (시간) 1930년대 봄, (공간) 강원도 산골 농촌 마을

* 성격 : 향토적, 해학적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문체 : 향토적 사투리 구사, 토속적 문체

* 어조 : 해학적 어조

* 구성 : 과거-현재의 역전 교체 구성

· 발단 : 닭싸움으로 인한 감정 발단(현재)

- 오늘도 우리 수탉이 점순네 수탉에게 마주 쪼임

- 점순이가 약을 올림

· 전개 : 나흘 전의 사건(과거)

- 점순이가 감자를 주었다가 거절당한 뒤, 나의 닭을 학대함

· 위기 : 나의 분풀이 행동(과거)

- 나의 닭에 고추장을 먹여 점순네 닭에게 도전시켰으나 실패

· 절정 : 점순네 닭을 죽이게 됨(현재)

- 빈사지경이 된 나의 닭을 보고 홧김에 점순네 닭을 때려서 죽임

· 결말 : 점순과의 화해 및 애정 확인(현재)

* 등장인물

· 나 : 소작인의 아들. 우직하고 순박한 청년. 점순의 구애(求愛)를 이해 못하고 거절하나 결국 닭싸움을 계기로 구애를 받아들인다.

· 점순 : 마름의 집 딸로 깜찍, 조숙한 처녀. 적극적 행위로 자기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동적 인물.

* 주제 : 산골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 의의 : 판소리 미학의 현대적 계승

* 출전 : [조광](1936. 5)

 

󰏐 표준어로서의 동백꽃인가 ? 방언으로서의 동백꽃인가 ?

여기에서 밝혀 두고 싶은 것은 작품의 표제인 <동백꽃>인데 이 작품에서의 동백꽃은 따뜻한 지방의 해안인 남해안에 핀 후피향나무과에 속한 늘푸른 작은키 나무인 관상용 동백이 아니라, 강원도에 널리 산재해 있는 학명이 <생강나무>를 지칭한 것이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에 딸린 갈잎 작은 큰키나무로서 나무가지를 꺾었을 때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 생강나무 열매를 따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바르는 것이 마치 동백기름 같아 흔히 강원도 지방에서는 동백꽃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후피향나무과와 녹나무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았으면 싶고, 한편 동백꽃을 산수유로 잘못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


 

●두 파산(破産) : 염상섭 단편 소설

스물 예닐곱까지 도쿄 바닥에서 신여성 운동이네, 연애네, 어쩌네 하고 멋대로 놀다가 지금 영감의 후실로 들어 앉아서 세상 고생을 알까, 아이를 한번 낳아 보았을까, 사십 전의 젊은 한 때를 도지사 대감의 마님으로 떠받들려 제멋대로 호강도 하여 본 옥임이다. 지금도 어디가 사십이 훨씬 넘은 중늙은이로 보이랴.

머리를 곱게 지지고 엷은 얼굴 단장에, 번질거리는 미국제 핸드백을 착 끼고 나선 맵시가 어느 댁 유한 마담으로 알 것이지, 설마 일 할, 일 할 오부능로 아귀다툼을 하고 어려운 예전 동무를 쫓아다니며 울리는 고리대금업자로야 누가 짐작이나 할까?

* 성격 : 세태소설

* 배경 : 광복 직후, 서울 황토현

* 경향 : 사실주의

*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 등장인물

· 정례 어머니 : 정치를 한답시고 돌아 다니는 남편을 못 믿어 은행빚을 내어 국민학교 앞에서 문방구 구멍가게를 차려 놓고 생계를 유지하나 장사가 어려워 옥임에게 빚을 지고 가게를 운영 하나 결국 남편의 자동차 사업 실패로 친구 옥임에게 가게를 넘긴다. (물질적 파산자)

· 옥임 : 동경유학생 시절 신여성임을 부르짖으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었으나, 도지사 대감의 후실이 된다. 그런데 남편이 중풍을 앓을뿐더러 반민자(反民者)로 몰려 있던 중 고리대금업에 삶의 재미를 갖게 되며 친구 정례까지도 저버리는 성격 파산자

· 교장 : 옥임에게 받을 돈이 있는 교장은 옥임의 부탁으로 정례에게 받을 돈을 대신 받아가라 는 말을 듣고 정례 모친을 졸라댄다.

* 주제 : 물질적, 정신적으로 파산된 인간을 통한 혼란한 사회상 풍자

* 출전 : [신천지](1949)

 


●등신불(等身佛) : 김동리 단편, 액자소설

 

* 줄거리

 

▲ 외부 이야기 (1)

- 나는 일제 말기 학병으로 끌려가 남경에 주둔해 있다가 대학 선배인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 출, 정원사라는 절에 몸을 의탁한다.

- 그곳에서 등신불을 보게 되는데, 그 불상은 옛날 만적이란 스님의 소신(燒身) 공양으로 성불한 몸에 금을 씌운 것이다.

- 나는 원혜대사를 통해 신비로운 성불(成佛)의 이야기를 듣는다.

 

▲ 내부이야기

- 만적은 당나라 때 인물로 자기를 위해 이복 형제를 독살하려는 어머니로 말미암아 큰 갈 등을 겪는다.

- 집을 나간 형(신)을 찾아 집을 나와 출가(出家)한다.

- 10년이 지난 어느 날, 찾던 이복 형이 문둥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인간 사의 고뇌를 벗어나기 위해 소신공양을 결심 (23세)

- 소신공양 준비 1년 후, 그날 여러 가지 이적(異蹟)이 일어났는데 새전(賽錢, 신령 앞에 바 치는 돈)이 쏟아져 그 돈으로 만적의 타다 만 몸에 금을 씌우고 금불각을 짓게 되었다.

 

▲ 외부 이야기 (2)

-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불상에 인간적인 고뇌의 슬픔이 서려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 이야기를 마친 원혜대사는 ‘나’에게 남경에서 진기수씨에게 혈서(血書)를 쓰느라고 입으로 살을 물었던 오른손 식지(食指-집게손가락)를 들어 보이라 고 한다.

- 나는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이 손가락과 만적의 소신공양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지 대해서 아무 말이 없다.

- 북 소리와 목어(木魚) 소리만 들려 온다.

 

* 배경 : 1943년 여름(태평양 전쟁 당시), 중국 양쯔강 북쪽 정원사

* 시점 : (외부 이야기) 1인칭 시점, (내부 이야기) 만적에 대한 이야기, 3인칭

* 문체 : 만연체

* 주제 : 인간 고뇌의 종교적 구원

· 등신불 = 인성(人性) + 불성(佛性)

· 소신공양 = 자기 구원 + 타인 구제

 


●레디 메이드 인생 (ready-made 人生) : 채만식 단편 소설

 

1.

“뭐 어디 빈 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폭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두 팔을 쭉 내뻗고 기지개라도 한 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K사장과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공손히 마주 앉아 얼굴에는 ‘나는 선배인 선생님을 극히 존경하고 앙모합니다’는 비굴한 미소를 띠고 있는, 구변 없는 구변을 다하여 직업 동냥의 구걸 문구를 기다랗게 늘어 놓던 P······. P는 그러나 취직 운동에 백전 백패의 노졸(老卒)인지라 K씨의 힘 아니 드는 한 마디의 거절에도 새삼스럽게 실망도 아니한다. 대답이 그렇게 나왔으니 인제 더 졸라도 별수가 없는 것이지만 헛일 삼아 한 마디 더 해 보는 것이었다.

“글쎄올시다. 그러시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 주십사고 무리하게 조를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 그러면 이 담에 결원(缺員)이 있다든지 하면 그 때는 꼭 ······.”

이렇게 말하고 P는 지금까지 외면하였던 얼굴을 돌리어 K사장을 조심성 있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K사장은 위선 고개를 좌우로 두어 번 흔들고는 여전히 하품 섞인 대답을 한다.

“결원이 그렇게 나나 어디 ······ 그리고 간혹 가다가 결원이 난다더라도 유력한 후보자가 몇십 명 씩 밀려 있어서 ······.” (발단부) (중략)

 

11.

일찍 맛보지 못한 새 살림을 P는 시작하였다. 창선이가 도착한 날 밤.

창선이는 아랫목에서 색색 잠을 자고 있었다. 외롭게 꿈을 꾸고 있으려니 생각하매 전에 없이 애정이 솟아오르는 듯하였다.

이튿날 아침 일찍 창선이를 데리고 **인쇄소에 가서 A에게 맡기고 안내키는 발길을 돌이켜 나오는 P는 혼자 중얼거렸다.

“‘레디 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결말부)

* 감상 : 레디 메이드 인생이란 기성품(旣成品) 인생이란 뜻으로 팔리기를 기다리는 기성품처럼 직업을 기다리는 실업자를 의미한다. 1930년대 세계적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조선의 지식인들 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실업자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니 자연 생활 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룸펜, P의 이런 모습을 통해 시대 현실을 풍자하 고 있다.

 

* 줄거리 : 이 작품의 주인공 P는 농촌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그는 한때 향학열에 들뜬 사람들 의 열기에 힘입어 어렵사리 신식 공부를 했다. 개화 이후 한국 사회는 이상한 교육열이 팽배 해 있었다. 너도 나도 상급학교에 진학을 헀고 그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이른바 지식 청년의 과잉 생산 사태가 빚어졌다. 그것을 이 작품에서는 레디 메이드 인생이라고 본 것이다. P도 그와 같은 과잉 생산된 지식인 청년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일찍 장가를 들어 시골에는 열 네 살된 아들까지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해서 아내와 이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 창선이를 극빈자에 속하는 형의 집에 맡겨 놓고 있다. 그 아들은 학비가 없어서 보통 학 교조차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펀지를 받는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다닌다. 그는 조금 안면이 있는 어떤 신문사의 K사장을 찾아간다. 그 러나 거기서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거절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없는 일자리 를 구할 게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 뜻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설교를 듣는다. 참담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기거하는 사글세 방으로 돌아온 P에게는 그러나 두 가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주인의 집세 독촉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골 형이 부친 편지다. 그 편지에는 아들 창선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끼니도 이을 길이 없어 그 애처로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는 어떻게 차비가 마련되면 애비인 P에게 올려 보내겠다고 쓰여 있는 것이다. 잔뜩 심사가 착잡해 있는 P의 거처로 M과 H가 찾아온다. M은 법률을 전공해서 육법전서를 줄줄 외는 친구다. 그리고 H는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청년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 결같이 빈털털이인 식민지의 지식 청년이다. 셋은 M의 법률 서적을 잡혀서 돈 6원을 손에 쥔 다. 그것으로 그들은 실컷 싸구려 술집을 순레하면서 술을 마신다. 이런 생활을 하는 P에게 시 골에서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든다. 아들 창선이를 인편에 올려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돈 15원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풍로니 남비니 양재기 숟가락 등을 사서 아들과 자취 할 채비를 차린다. 그리고는 어느 인쇄소의 문선과장을 찾아간다. 거기 심부름꾼으로 아들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그 취직시킬 아이가 누구냐고 묻자 P는 바로 자기 아들이라고 밝힌다. 그 리고 그럼, 왜 공부를 시키지 않고 이런 데 맡기느냐는 문선 과장의 반문에 그는 말하는 것이다.

 

* 문체 : 판소리적 어투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등장인물

· P : 동경 유학을 하고 잡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실업자. 한때 좌익 운동에 가담.

· M, H : P의 친구이며 역시 실업자.

* 주제 : 지식인 계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 식민지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비판

* 출전 : [신동아] 31~33호(1934. 5월~7월)

 


●만무방 : 김유정 단편 소설

한 식경(食頃)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 거리더니 그제서 기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리었다. 봇짐을 등에 짊어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손을 놓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 조졌다. ‘어이쿠쿠, 쿠’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이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 도적 : 도적의 실체는 동생 ‘응오’였음

· 우두망찰하다 : 갑작스러운 일로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

· 북새 : 여러 사람이 한 곳에서 부산하게 법석이는 일

* 감상 : 주인공 응칠이를 중심으로 농촌 사회의 제도의 불합리성과 모순, 폭력성을 세밀하게 그려 보여 줌으로써 현실의 절박한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현실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민중의 건강함도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이다.

 

* 줄거리

· 깊은 산골 어느 가을날, 전과 4범자요 만무방인 응칠이는 송이 파적이나 하고 있다 남의 닭을 잡아 먹는다.

· 숲속을 빠져 나온 응칠은 성팔이를 만나 응오네의 논의 벼가 도둑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팔이를 의심해 본다.

· 응칠도 5년 전에는 처자식이 있었던 성실한 농군이었으나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야반도주 (夜半逃走)했던 것인데 응오를 찾아왔다.

· 진실한 모범 청년인 응오는 벼를 베지 않고 있다가 닷 말쯤 도적을 맞게된 것이다.

· 응칠의 동생 응오는 병을 않아 반쯤 송장이 된 아내에게 먹일 약을 달이기도 하고 산치성을 올리려고 하자 극구 말렸으나 대꾸도 않고 반발함.

· 응칠은 오늘 밤에는 도둑을 잡은 후 이곳을 뜨기로 결심한다.

· 도둑을 잡으러 산고랑 길을 오르는데, 바위 굴속에서 노름판이 벌어졌기에 여기에 끼었다가 서낭당 앞 돌에 앉아 덜덜 떨며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한다.

· 이윽고 복면을 한 도적이 나타나자 응칠은 몽둥이로 허리께를 내리져서 복면을 벗기니 응오 임이 밝혀진다.

· 눈물을 적시며 응칠은 황소를 훔치자고 동생을 달랬지만, 부질없다는 듯 형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는 동생을 보고 응칠은 대뜸 몽둥이질을 하여 쓰러뜨린 뒤 아우를 등에 업고 내려 온다.

 

* 배경 : 1930년대 강원도 산골 마을

* 성격 : 반어적

*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 주제 : 식민지 농촌 사회의 피해상

* 출전 : [조선일보](1935)

 

 반어법

응오가 자신이 애써 가꾼 벼를 자기가 오히려 도적질해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에 놓인다. 모범적인 농군을 반사회적 인물로 몰고 간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다. 일년 농사를 짓고도 남는 것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 뿐이라는 인식은 당시의 소작농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 󰃫 문학이론 <반어>

 

󰃚 김유정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노름’ 장면은 매춘(賣春) 행위, 금광 등과 함께 농촌 풍경 중의 하나이다. 위의 작품에서도 노름 장면이 나오는데(재성, 머슴, 기호의 노름) 이와 같은 ‘노름’ 모티프(motif)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 ❶

❶ 절망적 상황에 빠진 농민들의 자포자기적인 도피 행위

② 건강한 경제 사회 구조를 좀 먹는 비정상적 경제 행위

③ 절망적 사회 속에서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도약의 기반

④ 인간 대 인간끼리 속을 터놓고 사귈 수 있는 사교의 다리

⑤ 수탈 행위 속에서 빼앗긴 자가 누리는 즐거움의 수단

 


●만복사저포기(萬福寺 樗蒲記) : 남원의 총각 양생(梁生)이 만복사의 부처와 저포 놀이를 하여 이겨서, 그 절에 숨어 살던 처녀의 죽은 영혼과 결혼하는 이야기로 소설적 상상력이 풍부함. 김시습 <금오신화> 중 1편

 

󰏐 이 작품의 지리적 배경은 전라 남원이다. 작자가 금오산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당시 이름난 명승지였던 남원을 찾아 광한루에도 올랐을 것이고, 만복사도 찾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느낀 인상을 작품화한 것이다. 주인공 양생(梁生)은 일찍이 부모를 여읜 노총각이다. 항상 외롭게 살 수는 없어 아름다운 배필을 짝지워 달라고 부처에게 발원한다. 여기에 양생은 저포(樗蒲)로써 부처와 내기를 하는데, 양생이 이긴다. 내기 약속대로 부처는 한 여인을 양생과 만나게 하는데 그 상대는 3년 전에 죽인 여인의 환신이다. 양생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3일간의 사랑은 그 여인이 저승으로 돌아감으로써 끝난다. 그 후 양생은 지리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

곧, 이 작품은 불교의 발원(發願) 사상으로 시작해서 윤회(輪廻) 사상으로 끝을 맺고 있다.

 


●만세전(萬歲前) : 염상섭 장편 사실주의 소설. 원제(原題) : <묘지(墓地)>

 

사실 말이지 나는 그 소위 우국지사(憂國之士)는 아니나 자기가 망국 백성이라는 것은 어느 때나 잊기 않고 있기는 하다. 학교나 하숙에서 지내는 데는 일본 사람과 오히려 서로 통사정을 하느니만큼 좀 낫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의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때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망국 백성이 된 지 벌 써 근 십 년 동안 인제는 무관심하도록 주위가 관대하게 내버려 두었었다. 도리어 소학교 시대에는 일본 교사와 충돌을 하여 퇴학을 하고 조선 역사를 가르치는 사립 학교로 전학을 한다는 둥, 솔직한 어린 마음에 애국심이 비교적 열렬하였지만는, 차차 지각(知覺)이 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간혹 심사 틀리는 일을 당하거나 일 년에 한 번씩 귀국하는 길에 하관에서나 부산, 경성에서 조사를 당하고 성이 가시게 할 때에는 귀치않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마는 그 때뿐이요, 그리 적개심이나 반항심을 일으킬 기회가 적었었다. 적개심이나 반항심이라는 것은 압박과 학대에 정비례하는 것이나, 기실 그것은 민족적으로 활로를 얻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칠 년이나 가까이ㅣ 일본에 있는 동안에, 경찰관 이외에는 나에게 그다지 민족 관념을 굳게 의식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래 정치 문제에 흥미가 없는 나는 그런 문제로 머리를 썩여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하여도 가할 만큼 정신이 마비되었었다. (일본인에 대한 민족 관념이 마비된 나의 태도 - 전개부)

* 감상 :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 신음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고뇌가 잘 드러내고 있다.

* 줄거리 : 조선에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 전 해 겨울,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하며 학기말 고사 를 준비하던 나는 갑자기 귀국하게 되었다. 늘 앓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았기 때문이 다. 나는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으므로, 단골 카페로 정자(靜子,시즈꼬)를 찾았다. 나는 그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목도리를 선물한다. 나는 아내가 죽어 간다는 소식을 받고도 이렇단 충격도 없었다. 그럭저럭 시간이 되어 하숙집을 들러 정거장에 나갔더니 시즈꼬가 기 다리고 있었다. 차 속에서 그녀에게 선사받은 보자기를 끌러 보니, 술병과 먹을 것에 편지가 있었다. 나는 그녀를, 영리한 계집애 이므로 동정할 만하며, 카페의 접대부로서는 아깝다고 생 각한 적은 있었으나, 한 번도 그 이상 어떻게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정자는 나의 이 러한 생각에 불만을 토로했었다. 시모노세끼까지 별일 없이 왔다. 시모노세끼에 내리자 그저 조선 사람이란 트집으로 귀찮게 구는 형사들에게 크게 시달렸다. 나는 여기서 부터 조선 사람 이란 것을 유별나게 느끼게 되었다. 연락선에 탔을 때 사방에서, 특히 일본인들에게 식인종(食 人種)이라고 조롱하는 소리와 경멸의 눈초리를 받게 되었고, 배떠나기 전에 심문에서 협박까지 받게 되었다. 부산에 내려서도 또 형사에게 시달렸다. 나는 기진맥진되었다. 이윽고 거리로 나 왔을 때 나는 조선 사람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그런 집은 없었다. 기차가 김천역에 도착했을 때, 서울 집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김천 형이 금테 모자에 망토를 두르고 역에 나와 있었다. 나 는 역에 내렸다. 나는 국민 학교의 훈도인 형의 덕택으로 여기서는 형사의 수작을 받지 않게 되었다. 형 댁에는 새 형수가 한 사람 와 있었다. 형수가 아들을 못 낳아서 새로 맞아들였다 고 한다. 어떻든 한 번은 내 의견을 꺼내 놓고 마는 나는 기어코 못마땅한 어조로 한바탕 불 만을 터뜨렸다. 정말 딱한 일이다. 이윽고 형은 산소 걱정을 시작했다. 총독부 법에 의해서 지 금부터 무덤은 공동 묘지밖에 쓸 수 없다고 해서이다. 얼마나 할 일이 없기에 산 사람 묻을 구멍부터 염려를 하고 있나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기차를 탔다. 차 속에 서 나는 옛날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던 협잡군 김의관과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 나는 한동안 그의 생각을 했다. 영동역에서 어떤 젊은 갓 장수가 탔다. 그 역시 공동 묘지 일에 대해서 걱 정하고 있었다. 차가 심천에 대자, 헌병이 타더니, 차 속을 수색하였다. 그는 갓 장수를 데리고 내려갔다. “세상은 구데기가 끓는 무덤이다!” 나는 탄식했다. 서울 역에 내렸다. 나는 인력거 로 곧 집으로 갔다. 인력거 속에서는 가죽만 남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가엾은 생 각은 나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니, 혼수 상태에 빠져있던 병든 아내는 슬며시 눈을 뜨고 생그 레 웃는 듯하더니 눈물을 흘렸다. 삼사일 집에 들어박혀 세월을 보냈다. 아버지는 아침만 끝 나면 술모임에 나가신다. 아내에게 양약을 쓰라고 권하면 펄쩍 뛰시는 아버지다. 때문에 나는 술이나 마시며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사이 시즈꼬에게서편지가 왔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여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얼마 후 돈 백원을 넣어서 답을 보내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관계도 끊기로 했다. 그것으로 시즈꼬와의 지난적 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서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나는 급히 장례를 치르고 집을 떠나기 로 했다. 서울역에 나오니, 친구 병화와 을라가 나와 주었다. 차가 떠나려 할 때 큰집 형이 내 게 다가서며 “내년에 속현(재혼)을 해야지.”했다. 나는 “겨우 무덤에서 빠져 나왔는데요.”하고 웃었다.

* 배경 : 3.1운동 전해인 1918년 겨울의 동경과 서울

* 시점 : 1인칭 주인공시점 (주인공인 ‘나’가 보고 느낀 것을 서술)

☞ 주인공 이인화(李寅華-‘나’)는 당대의 현실을 무덤으로 인식하고 지나치게 자기학대적이고 감상적으로 살아가는 인물. 당대 지식인의 전형

 

* 구성(전 9장) : 여로(旅路)형

· 1장 : 동경에서 유학 중인 내가 받은 아내의 위독 전보

- 사회의 여러 모순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 만을 가짐

- 원만하지 못했던 부부 관계로 인한 음울함.

· 2장 : 동경에서 신호(神戶)라는 곳으로 가서 음악학교 학생인 을라(乙羅)를 만남

· 3장 : 하관(下關)에서 배를 탐

· 4장 : 연락선(聯絡船)을 타고 부산 도착

· 5장 : 부산에서 술을 마심

· 6장 : 부산에서 김천(金泉, 작품 속에서 ‘금천’)을 거쳐 서울 도착

· 7장 : 서울 집의 분위기

· 8장 : 서울에서의 배회

· 9장 : 아내의 죽음, 동경으로 돌아감

 

* 등장인물

· ‘나’(이인화) : 자학적이고 감상적인 주인공. 도쿄 유학생으로 아내의 위독 전보를 받고 귀국 하는데 그의 조선 현실 인식이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이룬다. 아내가 죽고 난 뒤 카페 여급 과 관계를 청산하고 도쿄행 열차에 오른다.

· 아버지 : 고루(固陋)한 사고관

· 형 : 보수적 성격의 전형적 인물

· 김의관 : 사기꾼

* 주제 : 지식인(知識人)의 눈으로 본 식민지 조선(朝鮮)의 암담한 현실

· 일제 하의 우리 민족의 수탈당하는 모습

· 주인공(이인화)의 허무주의적 경향(우리민족의 현실 반영)

-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속에서 궁핍한 조선인의 삶의 군상들을 목격하는데, 포악한 무단 정치, 가혹한 수탈, 무자각 상태의 조선인, 구태의연한 가족 제도, 겉멋이 잔뜩 든 여성, 의 리 없는 친일파 등이 뒤섞여 있는 이른바, 사회·집안 모두 구더기가 끓는 ‘공동묘지’ 같은 답답한 환경에서 탈출하여 자유인이 되고 싶어 한다.

* 출전 : [신생활](1922)(제목 [묘지(墓地)]로 발표 연재)

 

󰃚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조선인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

젊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시들은 배추잎 같고 주눅이 들어서 멀거니 앉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빌붙는 듯한 천한 웃름이나, 헤헤 하고 싱겁게 웃는 그 표정을 보면 가엾기도 하지만 분이 치밀어 올라와서 소리라도 버럭 질었으면 시원할 것 같다.

‘이것이 산다는 꼴인가? 모두 뒈져 버려라!’

찻간 안으로 들어 오며 나는 혼자 속으로 외쳤다.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1) 조선인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혐오하고 있으며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2) 조선인들과 일정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음

 

󰏐 [횡보문학 100년] 조선사회 모순 묘사…「만세전」

--지식인 소설 한계 뛰어넘어 근대적 자아각성 그린 작품

1922년 [묘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만세전]은 염상섭의 작가적 여정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염상섭은 이 작품을 통해 [표본실의 청개구리], [제야], [암야] 등과 같은 초기작의 [자아 탐구]로부터 민족의 몰락이 진행되는 식민지 조선, 그 [현실의 발견]으로 나아간다. 일본 자전소설의 난삽한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조선의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진중한 산문정신을 입증한 것도 이 작품이다.

 

[만세전]은 일본 유학생인 주인공이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귀국하는 이야기다. 동경에서 고베, 시모노세키, 부산, 김천 등을 거쳐서울로 돌아왔다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다시 떠나는 여로가 소설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짓궂게 따라붙는 일본인 형사, 곤궁에 허덕이는 조선인 노동자, 어린 처녀를 첩으로 들여 아들 낳기를바라는 형, 친척집을 뜯어먹으려는 일가붙이들,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아내의 유종을 재래식 의술에 맡겨 죽게 만드는 가족들의 무지 등을 목격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조선 사회를 [구더기들이 들끓는 묘지]라 말하며 무덤을 탈출하듯 다시 동경으로 떠난다.

 

이처럼 [만세전]은 전형적인 지식인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전통과 풍속에 좌우되는 사회 관계와 가족 관계는 처음부터 논리적으로구성되어 있지 않다. 그 비논리적인 사회와 가족을 향해 논리로 자기를관철하려는 비장함과 유치함이 지식인 소설의 본질을 이룬다.

 

그러나 [만세전]은 이같은 지식인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3․1운동직전의 조선 사회가 가진 삶의 총체적 표현을 지향한다. [만세전]은 당대 조선 사회의 모든 모순과 추악함이 그것에 대한 모든 미적지근한 저항감과 더불어 총체적으로 묘사된, 작지만 거대한 시대의 벽화이다.

 

[만세전]의 이러한 도약은 [이인화]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성격에서시작된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은 주인공은 옷을 사고 이발을 한후, 술집으로 애인 시즈코(정자)부터 찾아간다. 그는 아내가 죽거나말거나 사실은 무관심하면서 허겁지겁 달려간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시즈코를 안는다. [나의 행위는 나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있으며 어떠한 선험적인 도덕도 여기에 간섭할 수 없다]는 근대적 자아의 각성이 주인공의 위악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주인공의 위악이 [만세전]을 평범한 지식인 소설과 분리시킨다. 세계는 악하지만 나 역시 악하다고 인정할 때 세계와 사물은 좀더 객관적이고 좀더 공평하게 보이게 된다. 근대화되는 세계의 사물은 좀더 객관적이고 좀더공평하게 보이게 된다. 근대화되는 세계의 비인간성을 감상적으로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보와 타락의 양면성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겨난다. [만세전]에서 나타난 이 [위악의 눈]은 이후 염상섭 문학의 가장 큰 강점을 이루었고, 그로 인해 염상섭 소설은 오늘날 모더니티의 의미가 다시 운위되는 한국 사회와 문학에서 선구자적 업적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필자는 문학청년 시절 이 [만세전] 주인공의 위악성을 통해 현실의 심연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대작가의 자아를 상상했다. 그것이 [이인화]였고, 필자의 필명은 그렇게 정해졌다. <이인화/ 소설가․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단편 소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군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낚아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을까.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진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칠십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된다. 장판은 잔치 뒷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군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장날 저녁은 정해놓고 계집의 고함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줏집 말야.”

계집 목소리로 문득 생각난 듯이 조선달은 비죽이 웃는다.

“화중지병(畵中之餠)이지. 연소패들을 적수로 하구야 대거리가 돼야 말이지.”

“그렇지두 않을걸. 축들이 사족을 못쓰는 것두 사실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줏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가지구 나꾸었나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길만은 알 수 있나……궁리 말구 가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그다지 마음이 당기지 않는 것을 쫓아갔다. 허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얽둑배기 상판을 쳐들고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밑이 떨리고 그자리에 소스라쳐버린다. 충줏집 문을 들어서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 된 서슬엔지 발끈 화가 나버렸다. 상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이 제법 난질군인데 꼴사납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낮부터 술 처먹고 계집과 농탕이야.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돌아다니누나. 그 꼴에 우리들과 한몫 보자는 셈이지. 동이 앞에 막아서면서부터 책망이었다. 걱정두 팔자요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상기된 눈망울에 부딪칠 때, 얼결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동이도 화를 쓰고 팩하고 일어서기는 하였으나, 허생원은 조금도 동색하는 법없이 마음먹은 대로는 다 지껄였다󰠏󰠏어디서 주워먹은 선머슴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게도 아비 어미 있겠지. 그 사나운 꼴 보면 맘 좋겠다. 장사란 탐탁하게 해야 돼지, 계집이 다 무어야. 나가거라, 냉큼 꼴치워.

그러나 한마디도 대거리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가는 꼴을 보려니, 도리어 측은히 여겨졌다. 아직두 서름서름한 사인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이 섬짓해졌다. 주제도 넘지, 같은 술손님이면서두 아무리 젊다구 자식 낳게 된 것을 붙들고 치고 닦아셀 것은 무어야 원. 충줏집은 입술을 쭝긋하고 술 붓는 솜씨도 거칠었으나, 젊은 애들한테는 그것이 약이 된다나 하고 그 자리는 조선달이 얼버무려 넘겼다. 너 녀석한테 반했지? 애숭이를 빨면 죄된다. 한참 법석을 친 후이다. 담도 생긴데다가 웬일인지 흠뻑 취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허생원은 주는 술잔이면 거의 다 들이켰다. 거나해짐을 따라 계집 생각보다도 동이의 뒷일이 한결같이 궁금해졌다. 내 꼴에 계집을 가로채서는 어떡헐 작정이었누 하고 어리석은 꼬락서니를 모질게 책망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지난 뒤인지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에는, 마시던 잔을 그자리에 던지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충줏집을 뛰어나간 것이다.

“생원 당나귀가 바를 끊구 야단이에요.”

“각다귀들 장난이지 필연코.”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동이의 마음씨가 가슴을 울렸다. 뒤를 따라 장판을 달음질하려니 거슴츠레한 눈이 뜨거워질 것같다.

“부락스런 녀석들이라 어쩌는 수 있어야죠..”

“나귀를 몹시 구는 녀석들은 그냥 두지는 않을걸.”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니 나귀는 코를 벌름거리고 입을 투르르거렸다. 콧물이 튀었다. 허생원은 짐승 때문에 속도 무던히는 썩였다. 아이들의 장난이 심한 눈치여서 땀밴 몸뚱어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좀체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레가 벗어지고 안장도 떨어졌다. 요 몹쓸 자식들, 하고 허생원은 호령을 하였으나 패들은 벌써 줄행랑을 논 뒤요 몇 남지 않은 아이들이 호령에 놀래 비슬비슬 멀어졌다.

“우리들 장난이 아니우. 암놈을 보고 저 혼자 발광이지.”

코흘리개 한녀석이 멀리서 소리를 쳤다.

“고녀석 말투가……”

“김첨지 당나귀가 가버리니까 온통 흙을 차고 거품을 흘리면서 미친 소같이 날뛰는걸. 꼴이 우스워 우리는 보고만 있었다우. 배를 좀 보지.”

아이는 앙토라진 투로 소리를 치며 깔깔 웃었다. 허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뭇 시선을 막으려고 그는 짐승의 배 앞을 가리어 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아이의 웃음소리에 허생원은 주춤하면서 기어코 견딜 수 없어 채찍을 들더니 아이를 쫓았다.

“쫓으려거든 쫓아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술기도 돌아 몸이 유난스럽게 화끈거렸다.

“그만 떠나세. 녀석들과 어울리다가는 한이 없어.장판의 각다귀들이란 어른보다도 더 무서운 것들인걸.”

조선달과 동이는 각각 제 나귀에 안장을 얹고 짐을 싣기 시작하였다. 해가 꽤 많이 기울어진 모양이었다.

드팀전 장돌림을 시작한 지 이십년이나 되어도 허생원은 봉평장을 빼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지방도 헤매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같지는 않았다.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반 가까왔을 때 거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젊은시절에는 알뜰하게 벌어 돈푼이나 모아본 적도 있기는 있었으나, 읍내에 백중이 열린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고 하여 사흘 동안에 다 털어버렸다.

나귀까지 팔게 된 판이었으나 애끓는 정분에 그것만은 이를 물고 단념하였다. 결국 도로아미타불로 장돌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는 없었다. 짐승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에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짐승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한 필의 당나귀였다.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번의 첫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허생원은 오늘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 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전반부)

 

“나귀야, 나귀 생각 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사람을 물에 빠뜨릴 젠 딴은 대단한 나귀새끼군.”

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울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결말부)

* 감상

· 애욕과 혈육에 얽힌 인간의 정과 그 신비성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림

· 사실적인 배경 묘사는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함

· 전체적 진행은 대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암시와 추리 기법이 동원됨

 

* 배경 : 어느 여름 낮부터 밤까지(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가는 길)

* 구성

· 발단 : 봉평 장터에서의 일

- 한산한 장터, 여름 장의 때이른 파장.

- 충줏집에서 동이를 나무라는 허생원

 

· 전개 : 대화로 가는 길

- 달밤에 메밀밭 옆을 지남 ( 허생원이 지난 날의 과거 회상하는 계기 )

- 허생원의 과거 로맨스 : 동이의 나이만큼이나 오래 전에 허생원은 봉평장을 보고 잠을 자려 했지만 더워서 자지 못하고, 그래서 메밀꽃이 핀 개울가 물레 방앗간으로 갔었다. 마침 달밤. 뜻밖에도 울고 있는 제천의 성서방네 딸을 만나 하룻밤 지냄. ⇒ 하나의 삽화로 볼 수 있음.

⇨ 삽화의 시간적 배경(달밤)과 공간적 배경(메밀꽃 핀 개울가)는 현재의 시간 / 공간(분위 기)과 일치되는 것으로 현재와 과거가 교묘히 교차

- 동이의 내력과 어머니 이야기 : 어머니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른 채 동이를 낳았고, 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어떤 남자와 살다가 헤어져 지금 홀로 삶

 

· 절정 : 허생원과 동이의 관계

- 동이가 자기의 자식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허생원

- 마음이 가벼워진 허생원 : “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 결말 : 제천으로 가겠다는 허생원

- 동이와 함께 제천으로 가자고 제안함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며,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 동이가 왼손잡이임을 알게 됨

 

* 구성상의 특징 : 두 개의 플롯의 교차

· 플롯 Ⅰ : 시간적 추이

- 허생원의 평생 내력 : 유랑의 삶

· 플롯 Ⅱ : 공간적 이동

-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의 이동 : 자연스럽고 신비스러운 혈육에 대한 정을 부각

* 문체상의 특징 : 시적 분위기 연출, 사실적 묘사 문체

* 서술기법상의 특징

· 과거의 사건 : 요약적 서술 방법

· 현재의 사건 : 주로 장면적 제시 방법

* 등장인물

· 허생원 : 주인공, 숫기가 없고 아둑시니 같지만 투전을 하는 면, 서정적인 일면도 있음. 유랑 의 원형을 가진 떠돌이 인생

· 조선달 : 보조적 인물

· 동이 : 행동에서 허생원의 친자식으로 암시되는 인

* 주제 : 근원적인 인간의 애정

* 출전 : [조광] 제12호(1936)

---  문학이론 <심부형 화소(尋父形 話素)>

 

 1) 이 작품의 줄거리 진행방식은 ?

 평면적인 시간 진행 방식 위에 ‘과거회상’의 장면을 삽입하여 입체감을 살리고 있음.

 

 2) 이 작품에서 ‘배경’이 인물의 성격과 주제에 끼치는 영향은 ?

 메밀꽃 핀 산길의 달밤은 낭만적인 자연 배경으로, 허생원의 옛이야기를 꺼내는 데 효과적 이다. 이런 낭만적인 배경은 작품의 주제를 애수(哀愁)에 찬 그리움으로 이끌어 간다.

 


●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 단편 소설

 

갈밭새 영감은 서슴지 않고 두 손을 내밀었다는 거다. 다행히도 벌써 그때는 둑이 완전히 붕괴되고 섬을 치덮던 탁류도 빙 에워 돌며 뭉그적뭉그적 빠져 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 조마이섬을 지키다시피 해 온 영감인데 ······ 살인죄라니 우짜믄 좋겠능기요?”

게까지 말하고 나를 쳐다보는 윤춘삼 씨의 벌건 눈에서는 어느덧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법과 유력자의 배짱과 선량한 다수의 목숨 ······. 나는 이방인(異邦人)처럼 윤춘삼씨의 컁컁한 얼굴을 건너다 보았다.

폭풍우는 끝났다. 60년래 처음이니 뭐니 하고 수다를 떨던 라디오와 신문들도 이젠 거기에 대해선 감쪽 같이 말이 없었다. 그저 몇몇 일간 신문의 수해 구제 의연란(義捐蘭)에 다소의 금액과 옷가지들이 늘어갈 뿐이었다.

섬사람들의 애절한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육십이 넘은 갈밭새 영감은 결국 기약없는 감옥살이로 넘어 갔다.

그리고 새학기가 되어도 건우군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일기장에는 어떠한 글이 적힐는지 ?

황폐한 모래톱 ---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결말부)

* 감상 : 이 작품은 소외 계층이 겪어야 하는 삶의 애절함과 그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즉, 한국전 쟁으로 전사한 아버지와 가진자의 앞잡이요 깡패를 물속에 던지고 잡혀간 할아버지를 가진 소 년의 이야기이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사회 현상의 모순과 대결해 나가는 인간의 처절 한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현실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두운 일면을 그린 소설로, 하층 계 급의 삶에 대한 처절한 투쟁과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 수법으로 그렸다. 이 작품에는 작자의 현실에 대한 저항 정신과 고발 정신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이 소설은 조마이섬이라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비뚤어진 시대상에 항거하고, 서민의 고난을 증언한 작품이다. ‘모래톱’을 휩쓴 홍수의 와중에서 그 섬을 구해내기 위하여 유력자가 만든 엉터리 둑을 파괴한 행동, 이를 저 지하려는 유력자의 앞잡이를 살해한 갈밭새 영감의 저항은 부당하게 수탈당하고 억울하게 짓 눌린 삶을 되찿으려는 행위로서 ’자기 희생을 통한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내 땅을 부당하게 빼앗고 섬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는 유력자(有力者)에게 저항하는 한 농민의 처절한 투쟁을 통하여 비참한 농촌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 줄거리 : 이십년이 넘도록 내처 붓을 꺽거 오던 내가 새삼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별안간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교원 노릇을 해 오던 탓으로 우련히 알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살아오던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 진 모래톱-- <중략>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담임 했던 제자다. 당시 나는 K라는 소위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 고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조마이섬 사람들은 땅에 대한 한 (恨)을 지니고 있다. 자기네 땅을 가지고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외세의 압제와 제도의 불합리에 말미암아 오늘에 이르도 록 토지 소유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일제 때는 동양척식(拓植)회사의 땅으로, 그 후에는 문둥이 수용소로 소유자가 바뀌었다. 건우네 집도 마찬가지였다. 건우네는 아버지가 삼 치잡이에 나가서 죽고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 어머니와 같이 지낸다. 살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렇게 살기가 힘든 어느 날 조마이섬에 장마가 닥치고, 강둑을 파헤치지 않고는 섬 주민들이 살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된다. 이때 유력자의 앞잡인인 청년들이 나타나 이를 방해하고 엉 터리로 둑을 막는다. 섬을 통째로 삼키려는 무리들의 소행에 화가 난 갈밭새 영감이 청년 하 나를 탁류에 던진다. 이로 인해 영감은 구속되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건우는 행방 불명된다. 모래톱은 황폐해졌고, 새학기가 되어도 건우는 나타나지 않고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하였다.

나는 조마이섬에 사는 윤춘삼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이 방인처럼 보고 있었다.

 

* 갈래 : 단편 소설, 참여 소설, 농촌 소설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성격 : 저항적

* 등장인물

· ‘나’ : 교사이자 작가. 이 이야기의 서술자. 고발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물들과 사건을 객관 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갈밭새 영감 : 주인공 조마이섬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

· 건우 : 인식이 뚜렷하고 순박한 성격을 지닌 학생

· 윤춘삼 : 부당한 옥살이도 함. 저항적. 갈밭새 영감과 유사한 성격

* 주제 : 소외된 곳의 인간의 비참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 출전 : [문학](1966)

 


●모범경작생(模範耕作生) : 박영준 단편 소설

 

길서는 그 마을에서 가장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물론 사촌형뻘이 되면서도 기억이 같은 몇 사람은 길서를 시기하고 속으로는 미워까지 했으나, 동네 전체로 보아 소학교 졸업을 혼자했고, 군청과 면사무소에 혼자서 출입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도 지지않으리만큼 동네 사람들을 가르치며 지도했다. 나이 젊은 사람으로 일을 부지런히 해서 돈도 해마다 벌며 저축을 하여 마을의 진흥회니 조기회니, 회마다 회장을 도맡고 있는 관계로 무식하고 착한 농부들은 길서를 잘난 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서울서 모이는 농사 강습회에 군(郡)에서 보내는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 한 주일 전에 그리로 떠난 뒤로 길서를 칭찬하는 소리는 더 커졌다.

길서는 일본에서 돌아올 때 우선 자기 논두렁에서 가슴이 서늘함을 느꼈다. 논에 박은 ‘김길서’라고 쓴 푯말은 간 곳 없고 ‘모범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은 쪼개져서 흐트러져 있었다.

심술궂은 애들이 장난을 했는가 하고 생각하려 했으나 그 한 짓으로 보아서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갈래 : 농민소설

* 배경 : 1930년대, 어느 궁핍한 농촌

* 성격 : 사실주의적, 고발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 등장인물

· 길서 :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는데, 군의 농 사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면사무소에 들런 길서는 뚱뚱보 서기의 제안(일본 시찰단에 뽑히도록 해 줌)을 받고 술을 한잔 산다. 병충해도 수확이 반감될 것을 걱정한 마을 사람들은 길서에게 지주를 찾아가 감세(減稅)를 교섭해 달라 고 부탁하나 길서는 못들은 체 한다. 길서가 시찰단으로 일본에 간 뒤 동네 사람들은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모두가 길서 짓이었다는 걸안 마을 사람들은 그를 비난 한다. 격분, ‘김길서’라는 팻말과 길서 논앞에 있는 ‘모범경작생’ 이라는 말뚝을 뽑아 쪼개어 버 린다. 길서가 일본에 다녀 오는 길에 이 사실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 성두 : 자기 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해야할 형편임

· 의숙 : 성두의 여동생. 길서 애인. 길서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울음으로 일관하는 성격

· 마을사람들 : 처음엔 소극적이나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변화, 대항.

* 주제 : 일제하의 착취 당하는 농민의 모습 고발

·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이용당하는 길서를 농민들은 따가운 시선으로 쳐 다 본다.

* 의의 : 30년대 일제 농업친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한 작품

* 출전 : [조선일보](1934) 당선작

 

- 갈등의 양상

· 표면적 갈등 : 길서(吉徐) ↔ 성두

· 이면적 갈등 : 착취하는 일제 ↔ 창취당하는 농민선을 보낸다.)

 


●목넘이 마을의 개 : 황순원 단편 소설

 

아주 강아지가 밥을 먹게쯤 됐을 때, 간난이 할아버지는 집안 사람들보고도 아무 곳 아무개한테서 얻어 오는 것이라고 하며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내려왔다. 한 동네 곱단이네도 어디서 얻어다 준다고 하고 한 마리 안아다 주었다. 그리고 여웃골에서 그냥 갈 수 있는 절골 사는 아무개네도 한 마리, 서젯골 사는 아무개네도 한 마리, 이렇게 한 마리씩 다섯 마리를 다 안아다 주었다.

 

이런 이야기 끝에, 간난이 할아버지는 지금 자기네 집에 기르는 개가 그 신둥이의 증손자딸이라는 말과 원체 종자가 좋아서 지금 목넘이 마을에서 기르는 개란 개는 거의 다 이 신둥이의 증손자가 아니면 고손자들이라고 했다. 크고 작은 동장네 두 집에서까지도 요새 자기네 개가 낳은 신둥이 개의 고손자를 얻어 갔다는 말도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간난이 할아버지는 그 때는 아주 흰 서릿발이 내린 그 텁석부리 속에서 미소를 띄우는 것이었다. (결말부)

* 배경 : 일제 강점기, 평안도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결말부-에필로그 : 1인칭 관찰자 시점 )

* 문체 : 간결체, 담화체

* 표현상의 특징 : 묘사나 대화의 사용이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고 있다. * 구성 : 액자 구성 --- 󰃫 <액자소설>

· 도입(프롤로그) 액자 : 배경

· 액자부 : 주제와 관계된 중심 이야기

· 종결(에필로그) 액자 : 중학 2, 3년 시절 여름 때 외가에 있는 목넘이 마을에 가서 들었다는 점과 구비(口碑) 전승되어 온 이야기를 소설화하였음을 밝힘

* 주제 :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 끈기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일종의 우화(寓話)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전편에 걸쳐 ‘휴머니즘’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당대의 혼란한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어느 정도 제시해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제하의 비참한 삶 속에서도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신둥이’라는 개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점은 이념적 갈등이 가져온 민족의 비극을 치유하기 위해 작가가 보여준 하나의 비젼(vision)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신둥이를 통해 드러나는 ‘간난이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생명에의 외경심(畏敬心)이다.

 

형식적 특징도 무시할 수 없는데, 서두에는 배경을 제시하는 ‘프롤로그(prologue)’가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 결부시켜 사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결미 부분에는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말함으로써 허구성(虛構性)을 슬쩍 비켜나고 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이야기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문학적 고려일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황순원 소설의 문체가 그러하듯이 ‘섬세한 묘사나 직접적 대화의 사용이 절제’되고 ‘서술적 진술’이 주류를 이룬다. 그리하여 액자 양식과 담화적 문체가 어우러져 이 소설에 ‘설화적 분위기’를 제공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소설

<무궁화꽃이…>와 <남벌>

김진명씨의 소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이현세씨의 만화 남벌」. 소설과 만화로 각각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두 작품은 모두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국간의 힘겨루기에서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이고 그 와중에 북한이 남한의 협력자가 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최근 이 두편의 인기문화상품이 젊은 독자들의 국제정세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있다는 분석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金基正교수가 이 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논집](26집)에서 제기해 관심을 끈다.

 

金교수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재학생 3백명을 대상으로 「무궁화…」와 「남벌」의 구독여부, 남북한의 핵보유,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 일본 미국관 등을 설문조사해「무궁화…」와 「남벌」을 읽은 응답자와 읽지않은 응답자간의 차이를 분석했다. 응답자중 어느 책도 읽지 않은 학생은 20.9%였으며 두 책을 모두 읽은 응답자는 27.5% 「무궁화…」만 읽은 응답자는 35.3%, 「남벌」만 읽은 응답자는 16.3%였다. 조사 결과 구독자와 비구독자간에 가장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 것은 「핵문제」. 「한반도의 비핵화선언은 적절했다」라는 문항에 대해 소설을 읽은 응답자중 73.8%가그렇지 않다』고 답한 반면 비구독자중 부정적인 응답자는 40.6%였다. 또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만이 한국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책을 읽은 응답자는 47.6%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비구독자는 25%만이 긍정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핵개발을 해 한반도의 안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설문에 대해서도 두 종의 책을 다 읽은 응답자는 59.5%가 『그래야한다』고 답한 반면 안읽은 응답자는 21.9%만이 이에 찬성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의 일본관을 점검한 문항중 「일본은 한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해에 반대가 된다고 생각하면 무력침공할 것이다」라는 문항에 대해 책을 읽은 응답자는 57.1%가『그렇다』고 답한 반면 읽지 않은 응답자중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18.8%에 불과했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金교수는 『젊은 독자들의 배외주의적인 민족주의감성과 작가가 제시한 가상의 해법구도가 결합해 마치 현실적인 대안인 것처럼 인식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金교수는 『여론이 외교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제정치를 다루는 대중소설이 국민인식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녀도(巫女圖) : 김동리 단편 소설

 

할아버지께서는 그들이 떠나는 날에, 이 불행한 아비 딸을 위하여 값진 비단과 충분한 노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나귀 위에 앉은 가련한 소녀(낭이)의 얼굴에는 올때나 조금도 다름없는 처절한 슬픔이 서려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소녀가 남기고 간 그림--- 이것을 할아버지께서는 ‘무녀도’라 불렀지만--- 과 함께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도입부 )

* 줄거리 : 우리집에 있는 무녀도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경주읍에서 십여 리 떨어진 집성촌 마을 의 퇴락한 집에 사는 모화는 무녀였다. 그녀는 세상 만물에 귀신이 들어앉아 있다고 믿었으며, 그녀의 생활은 굿이 그 전부였다. 그녀의 식구는 넷이었는데, 남편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해변가로 나가 혼자 해물 장수를 하고 있었고, 아들 욱이는 무당의 사생아로서 동 네에서 배겨나기가 힘겨워, 몇 해 전에 마을을 나가고 없었으므로, 집에는 그녀와 고명딸 낭이 의 두 모녀가 앙상히 살아가고 있었다. 낭이는 귀머거리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대단한 화제 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방에 들어앉아 그 림만 그렸다. 한편 모화는 매일 술만 마셨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낭이를 소중히 했다. 모화는 낭이를 낳을 때의 태동으로 짐작해서 낭이를 용신(龍神- 용왕)의 딸의 화신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몇 해 두고 소식이 없던 욱이가 돌아왔다. 모화는 기뻐서 안고 울었다.

그러나 이윽고 욱이가 예수교에 귀의했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때부터 그녀 는 욱이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아들을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데, 욱이는 욱이대로 어 머니에게 마귀가 붙었다고 걱정했으며, 마태복음에 적혀 있듯이 낭이가 귀머거리가 된 것도 그 탓으로 알았다. 그는 하느님께 어머니와 누이를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잘 때도 언 재나 성경을 가슴에 품고 잤다. 어떤 날 밤, 욱이는 잠결에 가슴이 허전함을 느꼈다. 깨어보니 성경이 없었다. 때마침 부엌에 불이 밝혀져 있는데, 어머니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성경 첫 장을 불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뛰어 나가 성경을 뺏으려 했다. 그 때 머리 위로 식칼이 날았다. 그녀의 눈에는 욱이가 예수 귀신으로 보였다. 그는 기어코 세 곳 에 칼을 맞고 넘어졌다. 그녀는 그로부터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아들의 병을 간호했다. 그 사이 이 마을에도 교회가 서고 예수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들은 무속을 비방하며 돌아다녔다. 교회는 욱이의 청으로목사가 주선해서 세웠던 것이다. 욱이는 기어코 소생하지 못 하고 말았다. 그녀는 예수 귀신이 욱이를 잡아갔다고 말했으며, 매일 같이 귀신 쫒는 주문을 외었다.

달포가 지났을 때, 그녀는 물에 빠져 죽은 젊은 여인의 혼백을 건지는 굿을 맡게 되었다. 그녀 는 그날따라 어느 때보다 정숙했다. 외아들을 잃은데다가 예수교도로부터 박해까지 받고 사는 모화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예쁘게 보였다. 그녀는 신나게 굿을 했다. 그것은 그 녀는 이제 이 괴로운 세상을 떠나 용신에게 귀의할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여인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여인이 죽은 못 속으로 넋대를 쥐고 하염없이 들어갔다. 그녀는 마침내 꼭지물이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봄철에 꽃 피거든 낭이 더러 찾아 달라는 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기어코 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화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난 어떤 날, 낭이의 아버지는 나귀 한 마리를 몰고 모화의 집으로 왔다. 그는 낭이를 나귀에 태우고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그들은 곳곳으로 귀한 집을 찾아다니며, 그녀는 무녀의 그림을 그려주고, 아버지는 낭이에 대한 내력을 애기하고는 댓가를 받으면서 정처없이 또 돌아다녔다.

 

* 시점 : 도입부 - 1인칭관찰자 / 내부이야기 - 전지적 작가시점

* 배경 : 개화기, 경주부근의 촌락.

* 구성 : 액자소설

· 도입액자 : 그림의 내력

· 내부액자 : 모자간의 갈등

  비극적 종말 (죽음)

· 종결액자 : 후일담

 

* 등장인물

· 모화 : 무녀. 기독교 수용을 반대

· 욱이 : 모화의 외아들. 사생아. 일찍이 모화가 절간으로 보냈으나 소식이 없다가 기독교인이 되어 돌아와 모화와 대립

· 낭이 : 모화의 딸. 욱이와 의붓남내간. 그림에 능하며 언어장애자

* 주제 : 토속 신앙(모화)과 기독교 신앙(욱이)의 대립

* 출전 : [중앙일보](1936) 발표, 1947년 단편집 <무녀도>에 실리면서 많은 부분 개작, 1978년 [을화]라는 장편으로 확장, 개작

 


●무정(無情) : 이광수 장편

경성 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오후 두시 사년급 영어 시간을 마치고 내리쬐는 유월 볕에 땀을 흘리면서 안동 김 장로의 집으로 간다. 김 장로의 딸 선형이가 명년에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하여 영어를 준비할 차로 이형식을 매일 한 시간씩 가정 교사로 초빙하여 오늘 오후 세시부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음이다.

 

이형식은 아직 독신이라 남의 여자와 가까이 교제하여 본 적이 없고, 이렇게 순결한 청년이 흔히 그러한 모양으로 젊은 여자를 대하면 자연 수줍은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확확 달며 고개가 저절로 숙어진다. 남자로 생겨나서 이러함이 못생겼다면 못생겼다고 하려니와, 여자를 보면 아무러한 핑계를 얻어서라도 가까이 가려 하고, 말 한마디라도 하여 보려 하는 잘난 사람들보다는 나으리라. 형식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우선 처음 만나서 어떻게 인사를 할까. 남자 남자 간에 하는 모양으로, ‘처음 보입니다. 저는 이형식이올시다.’ 이렇게 할까.

 

그러나 잠시라도 나는 가르치는 자요, 너는 배우는 자라. 그러면 미상불 무슨 차별이 있지나 아니할까. 저편에서 먼저 내게 인사를 하거든 그제야 나도 인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할까. 그것은 그러려니와 교수하는 방법은 어떻게나 할는지. (발단부)

* 줄거리

· 1-4장 : 경성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부자이면서 개명한 김장로 집 딸 선형의 미국 유학을 돕기 위해 영어를 가르침.

· 5-15장 : 신문명 운동가 박진사는 학교 경영난에 처하고 살인 강도 홍모가 500원을 탈취한 사건에, 박진사와 두 아들이 억울하게 연루되어 옥사함. 박 진사의 딸 영채는 이형식의 아내가 될 것을 그 아버지 생전에 구두로 언약함. 박진사의 투옥과 집안의 풍지박산으로 인해 영채는 고난 끝에 기생이 됨. 그 후 이형식이 서울에 있는 것을 알고 찾아감.

· 16-17장 : 형식은 은사의 딸 영채를 구원하여 아내로 삼으려는 생각을 하나, 기생이 된 사실 에 마음의 동요를 일으킴.

· 18-26장 : 경성학교 학생들이 배학감 배척 운동을 일으킴. 형식이 학생들을 만류 하나 오히 려 배학감의 오해를 삼. 배학감은 기생 계월향(영채의 기명)에게 야욕을 품음. 형식은 영채를 구해 낼 돈 1000원이 없음을 자탄함.

· 27-29장 : 형식이 선형과 영채를 생각함

· 30-35장 : 영채의 과거-평양에서 선배 기생 월화의 절개 의식을 배움. 대성학교 교장의 연설 에 감동하여 월화가 자결함.

· 36-46장 : 영채는 배학감과 교주 아들 김현수에게 능욕 당함. 신우선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체포됨. 형식은 영채의 수난에 번민함.

· 47-61장 : 형식이 영채를 찾아 갔으나 영채는 자살 편지를 남기고 평양으로 감. 형식과 기생 집 노파가 영채를 찾아 평양에 가나, 영채의 행방을 알 수 없음. 기생집 노파가 영채의 절개의 식을 높이 평가하고 영채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려고 생각함. 평양의 기생집에서 계향의 친절 을 받는 형식은 처음으로 여성미를 감각적으로 경험함.

· 62-66장 : 계향과 함께 박진사의 무덤을 찾은 형식은 영채를 끝까지 찾지 못하고 서울로 돌 아오며 자신이 ‘무정(無情)’한 인간임을 후회함.

· 67-75장 : 형식은 부모형제의 따뜻한 애정을 모르고 외롭게 자라, 부임한 경성학교의 학생을 사랑함. 기생을 찾아간 일로 배학감의 조롱과 함께 학생들의 야유를 받음. 학교를 사직함.

· 76-85장 : 김장로는 형식과 선형을 약혼시킴. 형식은 영채로 인하여 마음의 동요를 일으킴. (여기서 형식은 우유부단한 성격이 나타남) 7월에 도미 유학 갈전망이 보임.

· 86-94장 : 영채는 병욱을 만나, 의리의 결합보다 사랑의 결합이 소중함을 배움. 김병욱의 도 움으로 구습에서 벗어나 근대적 개인으로 태어남. 함께 일본 유학을 결심함.

· 95-123장 : 형식,선형,병욱,영채는 각기 부산행 기차를 타고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다 가 낙동강 범람으로 삼랑진에서 이재민(罹災民) 구호 음악회를 병욱의 주도로 엶.

· 124-126장 : 일행은 모두 교육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할 결심을 표명함.

[요약] 개인의 갈등 / 민족의 계몽

(삼각관계) 삼랑진 수재사건

* 배경 : 개화기, 서울·평양·삼랑진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의 특징

· 새로운 인간형 제시 : 자아의 각성,근대적,개혁적 인물

- 영채 : 입체적 인물

- 형식, 선형, 병욱 등 - 평면적 인물)

· 현시적 주제 : 개화사상 반영

· 적절한 심리묘사

· 운문체 탈피, 문장의 산문성(산문정신 구현)

· 소재의 현실성

· 묘사체, 구어체(언문일치)

· 서술 시제의 ‘현재’화

· 자유연애 표방 - 당시 유림(儒林)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음.

* 등장인물

· 이형식

- 주인공, 개화기 지식인, 개인과 민족,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속에 고뇌하는 인물(경성 학 교 영어교사)

- 김선형에 개인 교수를 하다가 미모에 현혹됨. 영채가 찾아와 고백하자 두여자 사이에서 방황함.

- 평양으로 떠난 영채를 찾으러 갔다가 죽은 줄 알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인습에 따라 살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따라 살 것을 다짐하며 선형을 사랑하기로 한다.

· 김선형(善馨) : 기독교 집안의 김장로의 딸(미국 유학 준비)

· 박영채

- 이형식의 옛 은사인 박진사의 딸, 형식의 어릴 적 친구

- 애국지사로 투옥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됨.(부친과 두 오라비는 세상을 떠남)

- 내심 형식을 사모하며 절개를 지켜 왔으나, 경성학교 교주의 아들 김현수에게 청량사에 서 겁탈 당한 뒤 평양으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러 떠남

- 평양행 기차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동경 유학생 신여성인 김병욱을 만나 생각을 달리한 다.

· 김병욱 : 반봉건, 신여성

- 우연히 영채를 만나 깨우친 후에 두 사람은 일본으로 음악과 무용을 배우러 부산으로 내 려 가는 길에 형식과 선형(신혼여행 겸 유학길)을 기차 안에서 만난다.

· 신우선(申友善) : 신문기자, 쾌할, 적극적 성격의 소유자. 삼랑진 수해 현장을 취재하러 왔다 가 형식, 선형, 영채, 병욱과 동참하여 민족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 함. ( 이형식 - 생물학, 박 영채·김병욱 - 음악, 선형 - 수학, 신우선 - 문필 활동 )

* 주제 : 개화기의 지식인의 새로운 사상과 구사상 사이의 갈등을 애정의 삼각관계로 설정, 결말을 민족주의에 의한 통합으로 해소시키고 있다.

· 근대적 시민 사회의 탄생을 겨냥한 민족적 자각과 혁신

· 자유연애와 민족의식의 고취

* 의의 :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이광수 첫 장편소설(두번 째 장편 - <개척자(開拓者)> (1917-18, [매일신보] 76회 연재 )

* 출전 : [매일신보(每日新報)] 연재(1917.1.1-6.14, 126회분). 1918년 광익서관에서 단행본 간행

---  <매일신보>( 126회는 후기(後記-에필로그(epilogue))에 해당함.)

 

 

[무정]의 문학사적 의의

 

Ⅰ. 서 론

<무정>은 우리 근대소설의 문을 연 것이기에 문학사적인 의미에서 기념비적이며, 작자 춘원이 그때까지 살아온 전생애의 투영이기에 춘원의 모든 문자행위 중에서도 기념비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무정>은 시대를 그린 허구적 소설이지만 동시에 고아로 자라 교사에까지 이른 춘원의 빈틈없고 정직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 자서전은 그대로가 당시 지식인 청년들의 자서전에로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작가가 의식했건 안 했건,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그가 생산한 문학작품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 삶의 조건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이 삶의 조건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는 진술은 그것이 삶의 물질적 조건으 그대로 재현․반영하고 있다는 뜻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삶의 물질적 개선에 그것이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II . 문학사적 의의

1. 시대적 진취성

춘원의 「무정」은 갑자기 불쑥 솟아난 작품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에 쓴 많은 논설의 연속선상에 놓이는, 이른바 춘원의 문자행위의 일환일 따름이다. 「개척자」도 그 사정은 같다. 「무정」은 「문학이란 하오」,「농촌개발」에 이어져 씌어졌고 또한 「오도답파기」등의 앞에 놓이는 저술이다. 「무정」을 이와 같은 문자행위의 총체성에서 검토하는 일은 춘원이 자기가 소속된 여러 작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즉 유학생으로서, 신문관멤버로서 또 총독부 기관지의 유력한 기고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나름의 집단적인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작품 「무정」이 과연 기념비적 작품이라면 무엇보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생명적 진취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가 소속된 계층의식이 상승계층의 세계관임을 의미할 것이다.

 

장편 「무정」이 힘 있는 소설이며 독자를 감동케 했음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며, 그 이유중의 하나가 이 작품 전체를 진취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힘일 터이다. 그것은 시류적인 풍속적․표층적 구조에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중심 내지 밑바닥을 흐르고 장차 상승계층으로 되고자 하는 역사적․사회적 방향성에 관련된 힘이다. 그가 예외적 개인이며, 상승계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다음 장면에서도 그 면모가 여실하다.

 

남들이 기생집에 가는 동안에, 술을 먹고 바둑을 두는 동안에, 그는 새로 사온 책을 읽기로 유일한 벗을 삼았다. 그래서 그는 동배간에도 독서가라는 칭찬을 들었고 학생들이 그를 존경하는 또한 이유도 그의 책장에 자기네가 알지 못하는 영문, 독문의 금자 박힌 것이 있음에서였다.

 

그는 항상 말하기를, 우리 조선 사람의 살아날 유일의 길은, 우리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세계에 가장 문명한 모든 민족 즉 일본 민족만한 문명 정도에 달함에 있다 하고 이러함에는 우리 나라에 크게 공부하는 사람이 맣이 생겨야 한다 하였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작가 춘원모양 예외적 개인이다. 경성학교의 10여명 교사 중, 인격파탄자이며, 영채를 강간하는 데 한몫 낀, 악명높은 배학감도 동경유학생이며, 더구나 동경고등사범 출신이었다. 형식이 상승계층의식을 대표한다면 배학감은 몰락계층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한쪽은 조금이라도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를 전달하고자 했고 한쪽은 기생집을 찾아다니기에 정신이 없다. 이형식과 학생과의 관계는 시대의 방향성에 직결된 진취성이다.

 

고상한 직업은 일본인들이 치지하고 그 다음의 사무적인 일이나 얻어 고분고분 자기 실력을 쌓아가는 쪽을 상승적 계층이라 하고 그 이데올로기를 두고 상승적 계층의식이라 한다면 과연 그것을 말의 바른 의미에서 진취성이라 해도 될 것인가. 이천만 동포와 더불어 이땅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점에 선다면 타협론이야말로 시대적 진취성이 아니면 안된다.

2. 사제관계의 견고성

「무정」은 상승적 계층의 가능한 최대치의 이데올로기를 문학적 장치, 즉 감각적 명징성으로 드러내고, 이를 계몽적 의식 또는 교사․생도간의 문제라 불러도 될 것이다. 작품 「무정」을 이루는 첫번째 구조층, 곧 표층적 구조가 시대적 진취성이라면 그것은 논설문 레벨의 구조에 해당된다. 그 중간적 구조, 다시말해 두 번째 구조층은 바로 이 교사․생도의 관계라 할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작품만이 갖는 독자적 감응의 영역이다. 「무정」의 독특한 힘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두번째 구조층은 몇 가지 유형으로 「무정」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을 하나로 묶으면 교사․학생의 관계구조가 된다.

(1) 형식과 선형의 관계 ‥‥ 형식은 소설 첫장면부터 선형의 영어 가정교사로 부임한다. “A, B, C……” 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이들의 사제관계가 매우 피상적이고 지속되지 못한 것은 이 형식을 가정교사로 초빙한 것이 아니라 사위감으로 고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삼랑진 여관방에서이다. 부부가 될 약혼자 사이의 갈등조차도 사제관계의 회복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정」의 특이성이자 이 시대의 가능성인 셈이다.

 

(2) 형식과 하숙집 노파의 관계 ‥‥ 하숙집 노파는 그야말로 무식한 구세대의 여인인데, 소실에서 쫒겨난 그런 여인이다. 사고무친인 고아출신의 이형식가 같은 처지의 노파 사이를 잇는 끈은 사제관계인 것이다. 즉 지식이 그 매게로 되어 있다.

 

(3) 월화와 영채의 관계 ‥‥ 월화는 지조있는 평양기생의 전형으로서 사나이다운 사나이가 없음을 탄식한다. 월화가 사나이다운 사나이로 존경하는 인물은 평양 대성학교 교장 함상모(사실은 안창호)뿐이다. 월화는 영채를 동반하고 함교장의 연설을 들으러 다닌다. 함교장의 감화를 받은 월화는 그 감화를 영채에게 이어주었다. 영채의 스승은 월화였다. 영채가 기생생활 7년동안 수절하며 형식을 기다린 것도 월화가 준 가르침의 힘에 의해서였다.

 

(4) 병욱과 영채의 관계 ‥‥ 「무정」의 사제관계가 작품 구성의 큰 전환점으로 작용되는 것은 병욱의 등장에서이다. 병욱의 등장으로 말미압아 「무정」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크게 가라진다. 「무정」의 전반부는 불과 4일간이다. 형식이 김장로 집에 가정교사로 부임한 첫날부터 영채가 죽고 선형과 약혼을 한다. 작자는 이 소설 후반부를 이으려면 영채 얘기를 계속해야 된다.어떻게 해야 새로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큰 모험을 한 것이다. 근대소설답지 않게, 즉 전형적 고대소설의 방식인 “각설……”하는 전환방식을 도입하였다.

 

영채는 평양행 기차에서 동경유학생이며 음악을 전공하는 김병욱을 만난다. 영채의 신세타령을 들은 병욱은 대번에 그녀의 남성다운 성품으로 또 동정심으로 영채를 교육하기 시작하는데, 「무정」에서 매우 중요한 영채의 구제방식이 사제관계로의 전환에서 가능했음은 분명한 일이다. 영채의 타인과의 만남은 계속 하강적 상태였으나 병욱을 만나자 비로소 상승적인 것으로 되어, 구원의 빛으로 되었다. 구원은 새로운 지식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5) 형식과 모든 등장인물과의 관계 ‥‥ 이 대목은 삼랑진의 수해장면으 보고 다섯 사람의 결심을 모으는 곳이다. 삼랑진 수해로 기차가 불통되어 승객은 여관으로 들게 되고, 네 사람은 수재민구호에 나서, 의연금을 거두고 수해취재차 내려온 기자 신우선도 합석한다. 수해의 원인을 따지고, 민족의 앞길을 밝히기 위해 외국에 가서 공부하여 돌아오자는 이야기가 전개됨에 이르러 개인의 사소한 오해나 감정은 초극된다. 여기서 이형식을 중심으로 하여 선형․영채․병욱이 모두 사제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대단치도 않아 보이던 이형식이 대단한 인격자로 우람하게 세 처녀위로 군림함으로써 비로소 네 사람의 감정은 하나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3. 정결성 : 누이 콤플렉스의 구조

「무정」의 세 번째 구조층은 순진성 혹은 정결성이다. 작가 자시느이 말대로 미족주의라든가 자유주의를 내세웠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런 주의는 극히 막연한 것이다. 「무정」속에 엄밀하게 배어 있는 이 순진성이 휘황하게 작품을 빛내고 있음은 이 작가가 참으로 당시 상승계층의 ‘있을 수 있는 의식의 최대치’를 포착한 드물게 보는 예외적 개인임을 입증한 것이다. 순진성, 소년적 단순성이야말로 당시의 젊은 계층의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이형식이 선형을 만나 선형을 자기의 누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제3장)과 어긴 기생 계향을 내 누이입니다에서 이 누이라는 이미지아 순결성은 동일한 것이면서 또한 생명의식 그것과 같이 정신을 앙양케 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형식에게 있어 콤플렉스는 순결성의 상징이다. 어린 기생 계향을 “내 누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이 사실이 고조된다. 그리고 이 누이 콤플렉스는 고아로 자란 작가 춘원의 전기적 사실에 깊이 뿌리내려진 것이어서 그 어느 감정보다 감정의 추가 깊이 내려간 것이다. 누이의 존재가 정결함과 순수함의 상징인 것은 다음 두가지 점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하나는 영채의 구도덕으로 대표되는, 절을 지킨다는, 유교적인 것의 으뜸 덕목에 연결되는 것이며, 기독교, 특히 한국이나 일본 등 후진국에 들어온 기독교의 청교도주의적 덕목인 순결성과 연결됨이 그 다른 하나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교의 으뜸 덕목인 절개와 기독교의 으뜸 덕목인 청교도주의적인 것을 은밀히 연결시켜 놓았던 것이며 그것이 바로 「무정」의 모랄감각이다. 「무정」의 심층구조에 깔린 이 두 덕목의 자연스런 결합이야말로 이른바 순결성․정결성의 정체이다. 그것은 작가 춘원의 소년적 혹은 청년적 순진성이자 배움의 길에 있는 일반 독자들의 그것이기도 하다.

 

이형식은 학문에, 명예에, 성공에, 교사노릇에 열중하여 자주 순진성을 잃었다가 영채로 말미암아 그 순진성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이 누이 콤플렉스는 평양에서 계향을 만났을 때에 더욱 고조된다. 계향을 만나고, 은인인 박진사의 무덤을 보는 일으 통해 이형식의 마음은 순진성을 회복하기에 이른다. 그 순진성을 회복하자, 그의 마음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이형식의 생명감이자 작품 「무정」의 생명감이기도 하다.

 

또한 평양서 돌아오는 밤차 속에서 전개된 우주관은 기독교적 사상을 포기함으로써 획득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기독교적 청교도주의 혹은 정결사상을 포기함으로써 쟁취된 해방감 같은 것이었다. 그러기에 누이 콤플렉스라는 정결성에의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과 그것을 초극하여 자기나름의 청정한 우주관을 만들어 내는데서 솟아나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은 둘이 아니라 같은 것이다. 바로 생명력, 생명의 감각 그것이었다.

4.한(恨)의 구조

「무정」을 「무정」이게끔 하는 네 번째 구조층은 한이라 규정된다. 그것은 이 소설의 비중이 영채에 크게 놓여 있음을 새삼 일깨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무정」의 애당초 구성은 영채와 형식만을 주축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정」전편을 통해 가장 기괴하고, 불쾌하고 또 우습고 참기 어려운 대목은 영채가 두 사람의 사나이에 의해 강간당하는 대목이다. 아들인 김현수와 파렴치한 교육자 배학감에 의해 강간당하게 하는 일은 사무치는 한이 아니면 안된다.

 

작가는 청량사의 겁탈장면을 여러 모양으로 되풀이 상기시켜 놓았다. 이 사무치는 한은 다음 두 가지 사실로 더욱 고조된다. 배학감이나 김현수는 양심상 조금도 잘못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이형식의 무력함이다. 당장 나가서 “두 사람의 살을 뜯어먹고 뼈를 갈아마시고 싶었다”고 이형식은 생각했지만, 기껏해야 이형식이 할 수 있는 것은, 배학감을 향해서는 “여보, 배형. 이게 무슨 짓이요, 교육가로 강간이란 말이 웬말이요” 하며, 김현수를 향해서는 “여보, 당신은 귀족이요! 귀족이란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칭호는 아니지요.”

 

여기서 우리는 구시대의 가치관과 새시대의 가치관의 보이지 않는 대립과 그 대립의 자기모순을 똑똑히 볼 수 있다. 배학감과 김현수로 대표되는 새시대의 가치관은 물을 것도 없이 훼손된 가치관이며, 한편 박진사로 대표되는 훼손되지 않은 가치의 세계는 영채의 겁탈모양 새시대의 가치관에 의해 능욕된다. 기독교를 맹렬히 공격한 춘원이지만, 근대자본주의 문명을 일으킨 개신교의 청교도주의적 졍결성의 영향을 형식으로 하여금, 영채의 찢어진 치마와 피묻은 내의를 견디지 못하게 하였고, 박진사의 무덤의 흙과, 대동강에 시체가 되어 떠내려가는 영채의 시체의 이미지에 가슴을 쥐어 뜯게 했다. 그것은 구세대의 깊은 원한이자 망국 백성의 원한 그것이기도 했다.

III. 결 론

무정이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는 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무정」이 생명적 진취도의 계층이 상승계층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것은 시류적인 표층적 구조라 하며, 역사적, 사리적요구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는 「무정」은 상층적 계층의 가능한 문학적 장치중의 하나인 사제관계를 견고히 함으로서 오해나 갈등도 초극시켰다.

셋째는 누이 콤플렉스가 주는 순진성, 순결성, 신생성 등을 회복하여 자기나름의 청정한 우주관을 창조하였다.

마지막으로 훼손된 시대이지만 정신적인 순결함인 정조가 능욕을 당한데 대한 비애나 원한을 개별적인 것에서 망국적으로 비화시켰다.

 

<무정>의 지향적 욕구

“ ‘무정’이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지향 의식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 의식이다. 그것은 관습(慣習)에 묶이어 타의적으로 오륜(五倫)의 원리에 의해서 살아온 과거에서 벗어나 자아를 인지하고,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이웃이나 사회와 민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사회 의식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투쟁하는 형식의 자세나, 자아의 신장을 위해 구습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병욱의 주장이 바로 자아의 사회적 확대와 소명(召命)을 말하는 것이다.”

 

<무정의 특필 가치>

이 무정이 조선사회에 던진 파동도 특필(特筆)할 만한 것으로서 거장 이인직이 그새 몇 개 발표한 소설은 감정에 있어서 재래의 감정이었는데, 새로운 감정이 포함된 소설이 조선에 나타난 효시로도 <무정>은 특필할 가치를 가졌다. 대중에게 일고(一顧)도 받지 못하고 서거한 이인직 이후로 조선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환영된 소설로도 특필할 가치가 있다.

 

10년간의 조선문예 변천

이 기간에 있어서 신문예사상의 열심한 선전자로서 는 신문예형식의 안출자로서 육당 최남선씨와 춘원 이광수씨의 업적은 실로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부여치 안면 안된다. 육당의 <이상주의와 자립사상>의 감화는 [청춘]지의 독자만이 아니라 전조선의 청소년이 다 함 닙은 바이다. 한 그의 <신체시> 시작(試作)은 후일의 신시형의 선구를 닐우엇고, 춘원의 <구도덕에 대한 거운 반항의 관념과 이상주의적, 인도주의적 사상>도 전조선적으로 청년계를 풍미한 우에 그의 문장으로써 <어문일치>의 현대문의 형식은 수립되고 그의 소설로써 새로운 소설의 형식은 탄생되엇스니 당시의 청년으로 춘원의 <자녀중심론>에 경청공명하지 아니한 사람이 어대 잇섯으며, <어린 벗에게>와 기타 감상문에서 는 저 유명한 <무정>에서 그의 사상을 배우고 그 표현형식을 배우지 아니한 사람은 업섯다.

 


●무진기행(霧津紀行) : 김승옥(金承鈺) 단편 소설 --- 󰃫 <서울 1964년 겨울>

무진(霧津)으로 가는 뻐스

뻐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 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 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 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 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여튼 그들은 색무늬 있는 반소매 샤쓰를 입고 있었고 데드롱직(織)의 바지를 입었고 지나쳐 오는 마을과 들과 산에서 아마 농사 관계의 전문가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관찰을 했고 그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광주(光州)에서 기차를 내려서 뻐스를 갈아탄 이래, 나는 그들이 시골 사람들답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점잔을 빼면서 얘기하는 것을 반수면 상태 속에서 듣고 있었다. (중략)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해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중략)

“당신 안색이 아주 나빠져서 큰일 났어요. 어머님의 산소를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무진에 며칠 동안 계시다가 오세요. 주주총회에서의 일은 아버지하고 저하고 다 꾸며 놓을께요. 당신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쐬고 그리고 돌아와 보면 대회생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되어 있을 게 아니예요?” 라고 며칠 전날 밤, 아내가 나의 파자마 깃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진심에서 나온 권유를 했을 때도, 가기 싫은 심부름을 억지로 갈 때 아이들이 불평을 하듯이 내가 몇 마디 입안엣 소 리로 투덜댄 것도, 무진에서는 항상 자신을 상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과거의 경험에 의한 조건 반사였다. (발단부) (중략)

그러나 그럴 때의 무진은 내가 관념 속에서 그리고 있는 어느 아늑한 장소일 뿐이지 거기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 무진이라고 하면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청년(靑年)이었다. (중략)

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역구내를 빠져 나올 때 내가 본 한 미친 여자가 그 어두운 기억들을 홱 잡아 끌어 당겨서 내 앞에 던져 주었다. (중략) 그 여자의 비명이, 옛날 내가 무진의 골방 속에서 쓴 일기의 한 구절을 문득 생각나게 한 것이었다.

그 때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였다. (중략)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나는 이모가 나를 흔들어 깨워서 눈을 떴다. (중략) 아내의 전보가 무진에 와서 내가 한 모든 행동과 사고를 점점 명료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모든 것이 선입관 때문이었다. 결국 아내의 전보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세월에 의하여 내 마음 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전보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다투었다. 그래서 전보와 나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 살기로 약속한다. (중략)

덜컹거리며 달리는 뻐스 속에서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말부)

* 감상 : 이 작품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보편적 인간 심성을 기본 줄기로 한다. 주인공인 < 나>가 서울을 떠나 무진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떠남 󰠜󰋼 추억의 공간(고향) 󰠜󰋼 복귀>의 여로(旅路) 구조이다. 그 여정에서 <나>는 더 젊었던 시절의 고뇌를 다시 만난다. 즉 무진의 골방에서 불면의 밤과 수음(手淫), 담배 꽁초와 편도선, 6·25전쟁의 상처, 우편 배달부 를 기다리던 초조 등 어둡던 청년 시절을 다시 떠 올리는 것이다.

 

무진에서 <나>는 하인숙이라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 역시 과거의 <나>가 그랬듯 서울행을 목표로 무진 탈출을 꿈꾸고 있는 존재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 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녀는 <나>에게 과거를 떠올리는 끈이요, 감상(感傷)의 실체 였다. 그러나 그 의식의 다른 끝에는 시민과 책임이라는 상대적 가치가 놓여 있다. 그것을 일 깨워 놓은 것이 아내의 전보(電報)이다. 그리하여 <나>는 한 귀향자의 마음에 안개처럼 축축 히 배어드는 센티멘탈리즘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작가의 표현을 빌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 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고 <나>는 되뇌지만, 이것은 ‘마지 막으로 한 번만이다. 꼭 한 번만’이라는 조건으로 인하여 사실은 무진과 그 체험을 부정한다는 의미이다.

 

* 배경 : 1960년대 무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등장인물

· 나(윤희중) : 33세. 장인이 경영하는 제약 회사의 전무직에 오르게 되어있으나 주주총회를 앞 두고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고향인 무진으로 향한다.

· 하인숙 : 무진중학교 음악 교사. ‘나’를 만난 후 <허무>를 벗어나기 위해 무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인물. 그러나 그런 삶을 수용하며 머문다.

· 조 : ‘나’의 시골 중학교 동창생. 고시에 합격하여 무진의 세무서장으로 근무

· 박 : ‘나’의 중학교 후배이며 교사. 하인숙을 사랑하는 순정형의 인간

* 주제 :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로부터 벗어나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한 젊은이의 모습

 


●물레방아 : 나도향(羅稻香) 단편 소설

 

계집은 결심한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의 손은 떨리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꽉 감고 에, 여우 같은 년! 하고, 칼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고 힘껏 내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고 사람 죽인다! 소리 한 번에 그 자기에 거꾸러졌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르르 떨리더니 피가 새어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렸다. (결말부)

* 줄거리 : 달이 유난히 밝은 가을밤, 물레방앗간 옆에 어떤 남녀가 서서 수작을 한다. 늙은 남자 (신치규)는 달래는 듯한 말로 젊은 여자(방원의 아내)를 꾀고 있다. 대를 이을 자식을 하나 낳 아주면 내것이 모두 네것이 된다는 신치규의 말에 방원의 아내는 새침한 읏음만 짓는다. 둘은 방원을 쫒아낼 약속을 하고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간다. 사흘이 지난 뒤 방원은 신치규로부터 돌연 자기 집에서 나가달란 말을 듣는다. 애걸해봐도 소용이 없자 방원은 아내에게 안주인마 님께 사정 얘기를 해보라고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앞으로 자기를 어떻게 먹여 살릴 거냐며 앙탈이다. 방원은 홧김에 주먹과 발길로 아내를 치고 아내는 소리높여 꺼이꺼이 운다.

 

그 날 밤 술이 얼큰하여 돌아온 방원은 아내에게 사과할 생각으로 문고리를 잡아 흔든다. 아 내는 없고, 그는 옆집 아주머니로부터 아내가 단장을 하고 물레방아께로 가더라는 소리를 듣 는다. 그가 방앗간으로 돌아들자 막 신치규와 아내가 나오것이 보인다. 사지가 떨리고 이가 맞 부딪친다. 처음에는 놀라던 계집과 신치규가 이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방원에게 호통이다. 어제까지의 상전이란 생각에 한동안 주저하던 방원은 끝내 신치규의 멱살을 잡고 넘어 뜨린 후, 목을 누른다. 이제 그는 상전도 아니고 똑같은 사람, 아니 원수일 뿐이다. “사람살류! ”하 는 계집의 목소리에 사람들 소리와 칼소리가난다. 방원은 순경의 구두소리를 듣자 비로소 자 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곤 미친 듯이 일어나 옆에 있는 계집에게 어서 도망치자고 끈 다. 그러나 방원은 순경의 포승에 묶인 채 끌려가고 신치규는 머슴들이 업어 들인다.

 

석 달아 지나고 상해죄로 감옥에서 복역한 방원은 출옥했으나, 신치규는 아무일 없이 방원의 계집을 데려다 산다. 방원은 더욱 냉정해진 세상을 원망하며 칼을 품고 신치규의 집으로 달려 든다. 그러나 차마 계집을 죽일 용기가 나지 않은 그는 마지막 작심으로 자기와 같이 멀리 가 자고 계집을 위협하지만, 거절 당하자 결국 계집을 찌르고 자신도 거꾸러져 가슴을 찔리운 채 죽는다.

* 배경 : 1920년대 농촌의 물레방앗간

* 시점 : 전지적 작가

* 등장인물

· 신치규 : 50 중반이 넘은 탐욕스러운 늙은이

· 이방원 : 입체적 인물

- 수동적 삶의 자세 󰠏󰠏󰠏󰠏󰋼 적극적 자세

(맹목적 순종) (동등한 관계)

- 우직하고 순박한 농사꾼 󰠜󰠜󰋼 충동적 살인

· 이방원 아내 : 이지적이면서도 창부형(娼婦型), 물욕과 신분상승 욕구가 강함

* 주제

· 상전(신치규)의 탐욕에 대항하는 종(이방원)의 비극적 삶

· 본능적 육욕(신치규) + 물질에 대한 탐욕(방원 아내) ⇨ 도적적 인간성 타락

* 출전 : [조선문단](1925)

 

 <감자>에서 복녀와의 공통점, 차이점

* 상반되는 인물형 : <백치 아다다>에서 아다다 - 정신적 가치 추구

 

<감자> (복녀)

<물레방아> 이방원의 아내

공통점

윤리·도덕의 타락 (물적 욕구 추구)

차이점

환경으로 인한 타락

선천적인 요인 + 환경

󰃚 이 소설에서 ‘물레방앗간’은 ①신치규와 방원 아내의 밀회장소이면서 ②방원 아내의 죽음 장소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물레방앗간’의 상징적 의미를 쓰시오.

󰂼 ①부정한 애욕의 표출 장소 ②파탄(종말)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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