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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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신약

 

 

서양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오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돌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 주위에 아무리 값진 것들이 있어도 우리가 그 값어치를 모른다면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일러주는 예가 된다. 실제로 우리들 주위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다이아몬드의 경우와 같은 예가 흔하게 있다. 나처럼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일상으로 대하는 산과 들의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그런 경우를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남부 지방 어느 곳에서나 자생하고 있는 풀 중에 「방아풀」이란 것이 있다. 최근 이 풀에서 탁월한 효능의 노화방지성분이 발견되어 곧 상품화 단계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어지려는 생각과 늙어서도 건강을 지켜 나가려는 생각은 한결같다. 그래서 방아풀에서 뽑아낸 성분으로 노화 방지약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될 것이다. 또 듣기로는 고추에서 기존 마취제보다 몇 배나 효능이 뛰어난 마취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쑥에서 키닌에 면역이 생긴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특효약 중에 엉겅퀴의 경우가 있다. 엉겅퀴는 산과 들에 자생하고 있는 풀이다. 꽃은 자줏빛이고 잎과 줄기에 가시가 있어 사람은 물론 짐승도 피해 다니는 들풀이다. 그래서 아무도 엉겅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성경에서도 엉겅퀴에 대하여는 좋지 않게 쓰여 있다. 성경의 첫번째 책인 「창세기」 3장에 보면 인류의 조상이 죄를 짓게 되자 그로 인하여 땅도 함께 저주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땅에서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나게 되었고 사람은 그 땅에서 종신토록 땀 흘려 일하면서 살게 되었다고 했다. 이래저래 엉겅퀴는 우리들에게 볼품없는 풀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1995년 여름 내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다. 성인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연구하고 있는 한 전문가가 내게 엉겅퀴를 대량 재배하여 자기 회사에 수출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의아하여 물었다.

 

『엉겅퀴라면 한국의 산야에 흔한 식물인데 무엇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나의 물음에 그가 답하기를 자기 회사에서 지난해 간경화증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그 원료가 엉겅퀴에서 추출한 성분이었다. 그런데 그 효능이 뛰어나 매출을 많이 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묻기를 그렇다면 엉겅퀴는 어느 곳에서나 자생하고 있는 풀인데 왜 한국에서 수입하려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의 답인 즉 자기 회사에서 세계 각지의 엉겅퀴를 채취하여 성분을 검사한 결과 한국산 엉겅퀴가 다른 지역에서 자란 엉겅퀴보다 효능이 뛰어났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쪽에 몇 차례나 수출을 제안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답하기를 한국에서는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풀이 엉겅퀴이니 우리 두레마을 농장에서 재배하여 수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 사람들은 그렇게 흔한 엉겅퀴에서도 그런 좋은 약을 개발하여 환자들을 돕고, 또 수입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런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마을 노인들이 황달환자가 생기면 엉겅퀴를 삶은 물을 먹여 부기가 빠지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우로 미루어 보건대 우리도 엉겅퀴가 간에 약효가 있음을 모르진 않았을 텐데 왜 약품으로 만들어 널리 보급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런 땅에서 번영을 누리는 길은 오직 하나다. 우리들 주위의 들풀 하나에도, 곤충이나 돌멩이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여 그 속에 담긴 효능을 연구하여 상품으로 개발하는 일이다. 그런 창조정신과 개척정신을 살려 나갈 때 우리 겨레의 활로는 열릴 것이다. 지금처럼 대충 대충 넘어가는 버릇으로 인해 우리 것을 살펴 개발하고 세계적인 상품을 만드는 정신을 지니지 못한다면 어찌 선진한국을 이룩하여 나갈 수 있겠는가. 엉겅퀴 하나에도 국운이 걸려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기울여 대할 일이다.

 

김대환〈인하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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