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글을 잘 쓰는 비결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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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비결

극작가 송지나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고 후배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는데 바로 글을 잘 쓰는 비결에 대한 것이다. 그 비결은 아주 간단해서 '자기가 쓴 작품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자기 작품을 남의 작품 보듯이만 할 수 있으면 무엇이 모자란지 넘치는지가 보이고 그러면 고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간단한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누군가 자기가 써놓은 작품에 대해서 비판을 하려고 하면, 중언부언 토를 달아가며 해명하기 바쁘거나 심지어는 정색을 해서 싸우려 들기가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 다음 발전이란 것은 없다.

 

가장 나쁜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설득시키려 드는 자세인데, 비평을 해주겠다는 사람에게 '당신이 얘기하는 이러저러한 부분은 사실 이러저러한 의도에서 쓰여진 것이다. 그걸 이해 못하겠느냐'는 식으로 강변을 하다보면 어느덧 스스로도 그걸 믿게 되어버린다. '아 그렇구나 내 작품에는 이런 훌륭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구나. 남들이 몰라줘도 상관없다. 나는 예술을 하고 있으니까..'하는 식으로 정리가 된다. 자기 발전을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후퇴 를 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내가 남을 보듯이 내가 나를 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한심한 것도 보이고 간교하거나 더러운 부분도 잘 보인다. 그런데 나의 그러한 부분은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설령 보인다 하더라도 잽싸게 합리화를 시킨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라 저쪽에서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낸들 별수 있겠어. 그런 때 그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심지어는 자신의 언행에 훌륭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마찬가지 얘기지만 이렇게 되면 자기발전이란 것은 없다.

 

글을 쓸 때는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된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지난번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 작가는 존재한다. 우리 살아가는 것에도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우리 사는 목적이 아닐까. 예술이든 정치든 단순근로이든 하는 일이라는 것은 단지 그 목적을 위해 연마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목적은 상실하고 도구에만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래의 글은 언젠가 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베껴 온 것입니다. 왜 갑자기 하드를 뒤져서 케케묵은 예전 글을 가져 왔는가하면 ... 이따금 이곳에서 여러분들의 의견에 답을 해주다보면 쓸쓸한 일을 겪기 때문이지요. 사이버 공간이란 곳은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좋은 점도 많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동전의 앞뒤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라.. 얼굴을 몰라도 얼굴 아는 것보다 더 친밀하게 내밀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가하면 ,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 더 쉽게 상처를 줄수도 있는 듯 해요 그러나 그 어떤 상처라도 잘만 조리를 하면 더 나은 성장의 거름이 될 수 있다고 낙천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괜히 한번 정리를 해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글을 올리고 그 평을 바랄 때 저는 몹시 부담스럽습니다. 읽고 평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과연 평을 한다고 해서 어떤 도움이 될지를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평이라는 것이 도움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듣는 분이 들으려는 귀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물론 세상에는 무책임하게 평이랍시고 해대는 헛소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헛소리에도 뭔가 들을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작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 그렇게 열어놓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만나는 강의실에서도 주어진 평을 진심으로 수용하기란 어려운 겁니다. 그러니 안면도 없는 이가 안면도 모르는 이에게 주는 평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두려운겁니다. 도움은 커녕 오히려 해가 되는건 아닐까...

 

그러나 글에 대한 평은 또 오히려 쉽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글에 대한 것이고...글이란 어느 정도 연륜을 인정 받는 전문성을 가지기 때문에 연륜이 많은 이로서 어떤 것을 지적해 줄 수도 있고, 또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지기도 하겠지요.

 

정말 어려운 것은 사람에 대한 평입니다. 그런데 저는 글에 대한 비평을 할 때에 작가 자신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결혼을 하셨나요?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은 편인가요? ]

 

이런 식의 질문은 작품을 평하는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됩니다. 작가의 약점을 찾아내는데도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되는 이들.. 특히 뭔가 아끼고 싶어지는 이들에게는 질문을 넘어서 인간성에 대한 간섭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와 오래 얘기를 나눠온 분들은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작가의 인간성이 곧 작품의 레벨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내 영혼의 깊이가 10Cm밖에 안되면 제아무리 현란한 글을 써봤자. 그 글은 깊이 10센티짜리 글밖에는 안됩니다. 인간에 대해서..사회에 대해서..작가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 곧 작품의 시각이 됩니다.

 

이건 아무리 작가가 사기를 쳐보려고 해도 안됩니다. 방송글의 경우에는 그 폐해가 특히 심합니다. 얕은 영혼의 작가가 그릇된 시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직방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암암리에 이 사회의 모델을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깊이만큼 (결국 그 이상은 몰라서 못합니다만) 남의 깊이에 대해 간섭을 합니다. 그것은 내 병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는 나의 간섭에 부르르 떨며 화를 내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하며 돌아서기도 하고 아주 소수의 경우 나의 얘기에 핵심을 잡아내어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때로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 나가기도 합니다. 그 소수의 경우가 내게는 소중합니다. 그래서 이 골치아픈 간섭병을 고치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냐구요? 글 잘 쓰는 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드라마 대본이나 영화 시나리오의 기술적인 면은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요즘에는 공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웬만한 이들은 대본 정도는 아주 깔끔하게 잘 써냅니다. 프롤로그 발단 전개 반전 클라이막스... 갈등에 복선...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순서도 틀리지 않게 잘 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글을 잘 썼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게 잘 쓰는 글이라면 십년 너머 글을 써온 저는 아주 잘 써야 할겁니다. 나사 돌리는 단순 기술자도 십년을 넘어 같은 일을 계속하면 나사 돌리는 것에는 거의 도사가 될겁니다.

 

눈감고 꿈꾸면서도 나사를 정확하게 돌려대겠지요. 그러나 글은 도대체 그런 기술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어서 매번 쓰기 시작할 때마다 막막하고 쓰면 쓸수록 어려워집니다.

 

왜냐구요. 글은 한석봉의 글씨쓰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에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어야 되고 , 전에보다 더 깊은 인간 속을 볼 수 있어야 되는데 .. 그렇게 성장하지 못한 내 자신으로서는 글을 잘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장이 뭡니까.. 세월이 가면서 깊어지기는 커녕 더 얄팍해는거 같고, 요령주의가 되고 혼탁해지고... 그런 영혼으로는 좋은 글이 나올 리가 없다는 걸 스스로 압니다.

 

그래서 오늘 새삼스럽게...생뚱맞게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 글 쓰는 기술자가 되기 전에..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을 더 중히 여겨주십시요. 그 훈련은 맨 먼저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입니다. 내 눈에 비치는 나는 알게 모르게 온갖 합리화와 변명으로 떡칠을 하고 있답니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내가 사실은 더 정확한 법입니다. 그러니 남이 아픈 말을 할 때 으음..고맙군..하고 생각할 수 있으면 아주 좋지요. 상대가 좋은 뜻으로 얘기하건 나쁜 뜻으로 얘기하건 무조건 비난을 할 때에도 으음...나에게 비료를 주는군..하고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애를 쓴다는 건 잘 안된다는 얘기입니다만..) 그것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첫번째 수련법입니다. 또 이렇게 길어져버렸군요... 그럼... 송지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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