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반어와 역설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반어와 역설

 

 

반어와 역설은 구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알아 두면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1. 반어

 

반어는 불일치를 의미한다. 이는 크게 상황적 반어와 언어적 반어로 나눌 수 있다.

 

상황적 반어란, 기대되는 상황과 실제 상황이 불일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상황이 A라는 것이라면, 실제 상황은 -A가 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자. 인력거꾼인 김첨지는 비 오는 날 의외로 돈을 많이 벌게 된다. 이로 미루어 예상되거나 기대되는 상황은 무척 행복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아내가 죽은 가장 불행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기대되는 상황과 실제 상황이 어긋난 경우로 상황적 반어의 대표적인 예이다.

 

언어적 반어란, 표현된 언어와 의미하는 언어가 불일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 표현은 A라고 했는데 의미는 A가 아닌 다른 것일 경우나, -A일 경우이다. 가령 모든 거짓말은 반어에 속한다.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에게 변명을 하거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등의 구절이 모두 반어이다. 더 상세히 [진달래꽃]을 보자. 문맥으로 보아 시적 화자는 ''을 매우 사랑한다. 그 사랑하는 ''이 떠나가는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고 하니 거짓말이요, 반어가 된다.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린다고 해 놓고는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이 말 자체도 거짓말이요 그런 만큼 반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반어는 표면 논리에 의미의 초점이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면의 논리에 의미의 초점이 놓여지는 특징이 있다. 가령, ‘먼 후일 그대가 찾아 오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는 구절을 보자. 이 때의 의미는 잊었노라라는 표면에 놓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때까지 잊지 않고 있었노라는 이면적 의미가 부각된다. 따라서 반어이다.

 

일상 대화 중에는 꼭 거짓말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그러나 완전히 반대되는 표현법이 있어 이것도 반어가 된다. 즉 표현은 A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A)가 되는 경우이다. 가령, '그래 니 똥 굵다'는 말은 표면적으로 칭찬이지만, 이면적으로 비난이므로 반어이다. '잘 났어, 정말!'도 마찬가지다. 그 의미는 '참으로 못났다'는 것이다.

 

 

2. 역설

 

역설은 표현 논리상의 모순이 일어날 때를 가리킨다. 역설 역시 상황적 역설과 언어적 역설이 있다. 상황적 역설은 어떤 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어떤 것을 노래하는 인간의 보편 심리를 가리킨다. 가령, ‘청산에 살고 싶어라고 노래하는 경우, 청산이 결여된 곳에 사는 자가 이런 노래를 부르는데 어떤 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어떤 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 심리이다. 이런 상황적 역설에 바탕을 두고 지은 시는 그 보편성 때문에 여러 사람의 입에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의 경우도, ‘강변이 없는 상태에서 강변을 노래하는 것이니만큼 상황적 역설의 보편성을 띤다.

 

언어적 역설은 대비 연상 작용에 의한 것이다. 즉 반대되는 사실을 연상함으로써 이를 관념적으로 연합시킨 것이 역설이다. 예컨대, 삶에서 그 반대쪽에 있는 죽음을 연상하고,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는 표현을 하면 역설이 된다. 그 결과는 표면 논리의 모순이다. 언어적 반어가 거짓말이라면 언어적 역설은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가령 '죽는 것은 사는 것이다'는 표현은 '죽는 것''사는 것'과 같이 봄으로써 논리상 오류를 범한다. 'A=(-A)', 'A하니까 (-A)하다, 'A+(-A)'라는 표현은 모두 역설을 의미한다. 한용운의 '흐르고 흐르는 남강은 가지 않습니다.'는 구절은 역설의 좋은 예가 된다. '흐르는 남강=흐르지 않는 남강'이 되어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언어적 역설의 의미는 표현된 논리의 이면에 서린 의미심장한 것으로 그 뜻을 깨달을 때 인지의 쾌감이 온다. 언어적 반어가 그 이면적 뜻이 반대적인 것으로 금방 노출됨에 반해, 언어적 역설은 상당히 깊은 사고를 해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고 그런 노력이 가해진 다음에 의미를 알아차리므로 인지적 쾌감은 그만큼 더 커진다.

 

 

 

 

(문제1) 시적 상황과 관련하여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이 <보기> 시와 유사한 것은? (1997. 수능 기출)

------------------------<보기>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

임의 말씀 절반은

맑으신 웃음

그 웃음의 절반은

하느님 거 같으셨네

임을 모르고 내가 살았더면

아무 하늘도 안 보였으리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돌을 세우지 말라.

나이 무덤 주위에서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문제2)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드러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19942차 수능 출제)

---------------<보 기>------------------------------------------------------------------------------------------------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했다./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보았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었다.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

심경과 행동의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이 다 끝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사태의 전개에 당황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는 미래를 예상하고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에 서운해 하고 있다.

 

(해설) 1. <보기>에서는, ‘그대만 생각하는 크고 깊은시적 자아의 마음의 깊이를 사소함으로 표현함으로써 반어적으로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다. 에서도 임을 못 잊고 있으면서’ ‘잊었노라라고 표현하니 거짓말이요, 반어이다.

 

2. 명준이 절망적 상황에서 터뜨리는 웃음은 반어적 웃음이다. 행동인 웃음울고 싶은심경의 반어적 표현이다.

 

 

(문제3) 다음 예문을 통해서 역설과 반어의 구별을 확실하게 해 보자.

 

흐르고 흐르는 남강은 가지 않습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촉석루는 살 같은 광음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논개여, 나에게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주는 논개여

학문이 현실로부터 멀어질 때 현실에 더욱 많은 혜택을 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잘 났어, 정말!!

까불어 쌓더니 잘 했다. 고놈.

그래 니 팔뚝 굵다.

에이, 오라질년 조팝도 못 처먹을 년이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첨지의 마음은 아팠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여편네에게 맡겨 두고 도수장 앞에 와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저 달이 저렇게 밝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먼 훗날 그대가 날 찾아 오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여.

 

 

(해설3)

은 역설이다. 흐르는 남강=흐르지 않는 남강. 역설은 모두 대비 연상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니 표면 논리에서 모순되는 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구절의 경우, ‘흐른다’->‘가지 않다를 들 수 있다.

도 역설이다. 우두커니 서 있는 남강=줄달음치는 남강

도 역설. 울음을 주는 논개=웃음을 주는 논개.

역설. 비현실적현실적

는 반어. 사랑하는 이 떠나도 울지 않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⑥⑦⑧셋 다 반어다. 못났다는 뜻이며, 칭찬이 아닌 비난이다.

반어다. 표면은 욕설이지만 이면은 동정이다.

신명이 난다는 표현은 소용없는 발버둥을 의미한다. 즉 농민의 절망적 몸부림을 신명이라고 표현했으니 반어다. 흔히 이를 두고 절망적 상황에서 신명을 연상했으니 대비 연상이 작용된 것으로 보고 역설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대비 연상으로 역설이 성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비 연상은 한 문장이나 구절 속에서 일어나야 하며, 또 이 대비 연상의 결과는 제3의 의미 심장한 의미를 창출해야만 된다. 예문의 경우, 한 문장 안에서 대비 연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3의 의미 심장한 의미도 창출하지 못한다. ‘신명은 그대로 절망적 몸부림으로 반어적으로 해석될 뿐이다. 그러므로 예문은 역설이 아니라, 반어이다.

역설. 푸른 웃음의 들판=푸른 울음의 들판

역설. 괴로운 사나이=행복한 사나이

역설. 번뇌=별빛. [승무]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방법은 역설적이다. 관찰자는 승무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애쓰는데 그 의미는 번뇌는 별빛이라는 구절이다. , 번뇌라는 것을 춤을 추어 해탈의 경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승무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이다.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라는 심오한 주제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농무의 주제가 신명이라는 표현을 통해 절망적 몸부림을 나타내 보이는 반어적 표출 방법에 의거하는 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역설. 부재하는 님=존재하는 님

반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말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는 표면의 의미를 전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매우 잘 안다는 이면을 전하기 위한 말이다. 표면 논리 속의 이면 논리의 의미를 중시하기에 반어이다. 그대를 위한 그리움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그 때까지 잊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표현이다. 잊었어요가 아니라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반어이다.

보고 있다는 것은 대상이 현재 눈앞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보고 싶다는 것은 대상이 현재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함=존재하지 않음. 역설.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