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소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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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소비 문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수많은 미디어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디어적 환경에 길들여져 온 것이다. 그러므로 미디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현대인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힘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 특히 소비 문화라고 하는 현대 사회의 특성은 미디어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미디어와 소비 문화의 관련성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이 명제는 미디어를 단순히 테크놀로지가 만든 유용한 수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미디어는 중립적인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성을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메시지'이다. 미디어라는 형식은 사회적 소통 양식의 변화를 초래하고 인간적 삶의 조건을 바꾸어 놓는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게 미디어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 맞게 우리 자신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킨다. 미디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며, 그 자체에 이미 '메시지'를 내장하고 현대적 삶의 양식을 지배하는 양식인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소비 문화는 미디어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미디어는 상품 생산과 유통이라는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이며 거꾸로, 대량 생산과 소비의 과정이 없다면 미디어의 존재 자체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미디어와 소비 문화는 서로 밀접히 관련되면서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와 소비 문화가 현대인의 삶과 의식을 심각하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는 말 그대로 '매개'라는 의미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미디어적 현실로 재편한 강력한 힘이다. 특히 현대인의 내면적 특성은 미디어라는 존재 형식이 짝으로 삼고 있는 소비 문화적 양식에 맞게 변화된다. 미디어는 우리를 실제 현실이 아니라 미디어가 보여주는 간접적·반복적 현실 앞에 앉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텔레비전 광고의 상품들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디어가 창출하는 간접화된 현실은 이미 일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조건짓고 있는 것이다.

 

푹신한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는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은밀히 강제하는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무방비로 수용한다. 미디어가 우리 자신을 '프로그래밍한다.'는 표현은 그래서 결코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현대인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삶의 양식을 받아들이면서 끊임없이 수동적 존재가 되어 간다. 미디어의 형식을 통해 세계는 일정하게 분절되어 보여지고,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라 미디어가 선택한 세계만을 수용한다. 특히 이 소비 문화적 현실에서,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아니라 미디어가 제공한 욕망이며, 우리의 판단은 우리의 판단이 아니라 미디어가 은밀히 강제하는 판단이다. 그것은 미디어에 의해 우리의 주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환경에 의해 우리의 의식이 마비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체적 판단과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대안적 삶의 추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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