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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는 만능인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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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는 만능인가

 

 

 

노자는 국토가 아주 작고 백성이 아주 적은 나라, 즉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유토피아로 삼았다. 그가 그린 나라는 윗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개나 닭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도 백성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그런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없을 것이고, 혹 있다 해도 요즘 기준으로는 아주 미미할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큰 잘못을 해도 관대하게 대하고 스스로 반성하도록 하는 게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이다. 노자 철학의 핵심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관점에서는 그것마저도 필요 없을 것이다.

 

오늘의 사회를 소국과민의 사회와 비교하여 평가한다면 소도 웃고 말 것이다. 밤새 엄청난 사고가 나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마치 그것이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는 현대 사회는 철저히 인위(人爲)에 기초한 사회다. 이런 사회가 무위자연의 논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조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담론에서 무위자연의 지위를 갖는 논리 하나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것은 시장 원리. 시장의 원리가 물 흐르듯이 작동하면 만난의 근원인 경제의 어려움이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시장주의자에 따르면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배제하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맡겨두면 자연스럽게 경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들에 따르면 시장 경제에서 그 지배 원칙과 논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 원리이며, 눈에 보이는(인위적) 수단으로 간섭을 하면 시장 경제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자는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돌리고 이 분야에 있어서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국민도 많다.

 

시장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시장에는 오로지 경제적 이윤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윤 동기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에 관한 동기도 있다. 따라서 인간 사회에는 옳고 그름의 영역과 경제적 이윤의 영역이 다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우월한가. 옳고 그름의 영역은 사회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위에 이윤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치가 이러하기 때문에 시장은 만능일 수 없으며, 그것은 언제나 그 배경인 옳고 그름의 영역, 즉 가치 영역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가치 영역에서 출발한 규제와 정책이 잘못 선택될 수는 있지만 그 오류 가능성 때문에 시장이 만능이 되고 신의 손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귀국한다는 소식과 함께 그에 대한 사법처리를 두고 말들이 오가고 있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른 경제인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사례는 시장 영역과 가치 영역의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리 경제인들에 대해 관대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성숙한 사회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엄정한 처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정의로운 사회를 그 명분으로 내세운다. 명분은 분명해야 하는 것인데, 더 성숙하다는 것과 더 정의롭다는 것이 그처럼 서로 대립하는 개념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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