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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과 실명제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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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과 실명제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이 보편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발전한 지 벌써 오래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간단하게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스스로 언론 매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과 단체의 홈페이지, 포털사이트에 접근해서 자신의 의견을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전달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이보다 더 훌륭한 의사 전달 도구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인터넷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다.

 

반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인격 살인이니 ‘21세기 신 마녀 사냥’, ‘사이버 인민 재판이라는 말들은 인터넷 부작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발생하는 원인을 익명성에서 찾아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이를 막아보자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익명성이 무분별한 언어 폭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안이 아니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주장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올린 기사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온 사례를 보면, 대체로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하나는 부정확한 사실을 옮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사적인 사건을 기사화한 것이다. 똑같은 사물이나 사건을 두고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실 그 자체도 얼마든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어떤 행위의 의도나 선악 여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나의 행동이 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다른 사람에게 읽힐 수 있음은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사리를 안다면 자신이 목격한 사실일지라도 마치 시나리오 쓰듯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옮겨서는 안 될 것이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 실수에는 도덕과 무관한 것도 있고 도덕적이지 못한 것도 있지만,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언제나 공개리에 비난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범죄자라도 그 인격을 보호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상 두 가지만 유의하더라도 인터넷 기사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신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네티즌들은 한 번 올라온 기사를 선악의 구분이 명확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이 대하고, 완전무결을 전제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고, 언제든지 실수를 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주는 착시현상일까, 우리는 컴퓨터에 앉는 순간, 가상의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 본질적 한계를 쉽게 잊어버린다. 어쩌면 이런 망각도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예일 수 있겠다.

 

실명제든 익명성 유지든 가상 공간은 이제 더 이상 가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곳은 이제 현실 공간과 분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곳에서도 현실 공간에서와 같이 공동체 구성원이 지녀야 할 미덕, 즉 인간의 불완전성과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타인을 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관용의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달리 무엇이 필요할까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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