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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비인간화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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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비인간화

 

 

현대 예술의 보편적 특성은 대중을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비통속성, 혹은 반통속성이다. 20세기 들어 예술의 변화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극심한 것이어서 예술에 대한 몰이해, 예술에 대한 일반의 무감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예술 작품들은 하나같이 관객들을 두 가지 형으로 나누는 기묘한 사회적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한 유형은 그 작품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소수파요, 다른 한 유형은 그 작품에 적의를 품는 다수파다. 즉 예술작품은 군중이라는 부정형의 인간집단을 두 개의 대립세력으로 가르는 일종의 사회적 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현대 예술의 특징은 새로운 예술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두 계층으로 분리하는 데 있다.

 

현대 예술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점에서 일반 대중에게 굴욕감과 소외감, 분노의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현대 예술이 이런 몰이해의 발길질을 당하게 되는 것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총괄적으로 인간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낭만주의와 자연주의의 작품을 지배하고 있던 인간적 요소들을 되도록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최근의 예술계 경향은 과거의 낡은 형식을 부수는 데 몰두함으로써, 새로이 창조될 무수한 형식과 언어를 익히고 이해하는 자만을 위해 있다.

 

새로운 예술이 지닌 몇 가지 성향을 보면 1. 예술의 비인간화, 2. 살아있는 형상의 배제, 3. 예술작품은 예술 작품의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4. 예술은 유희일 뿐이다, 5. 예술의 본질 중 하나는 아이러니다, 6. 예술은 초월적인 어떤 결론을 가지지 않는다. 등이다. 20세기 예술은 인간적 포기, 삽화적 포기, 감정적 포기를 통해 대다수 인간들을 따돌리고 특수 전문가들만을 향해 열려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대 예술의 인간 기피와 현실도피 현상이다. 현대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살아 있는현실의 모습을 지워버림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일상적 세계와 연결되는 끈을 끊고 하나의 가상적 신세계로 날아가도록 권한다. 19세기 예술작품이 서민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예술이 생활의 반영, 작가의 기질을 통해 본 자연, 인간적 운명의 표현 등을 포괄함으로써 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모든 예술은 생활은 생활이요, 예술은 예술이며, 이 양자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본다. 인간이 끝나는 데서 시인이 탄생한다.’는 관점이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생명 있는 형체로부터 도피한 현대 예술의 무생명성은 대중의 몰이해와 직결되어 모호성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현대 예술은 왜 생명 형식을 그처럼 혐오하고 비인간화하려는 것일까? 쉽게 말해서 그것은 서구 전통의 현실 해석에 대한 일종의 반항으로 보인다. 특히 19세기 사실주의에 대한 뚜렷한 반감이 주원인이다. 한 가지 스타일의 단순반복이 가져온 무디고 지루한 권태가 반항의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예술의 본질 중 하나를 아이러니로 본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애매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이제 더 이상 엄숙해질 수 없는 것이다. 예술에 사명과 미덕을 부여하며 신성시하던 과거와 달리 예술을 하나의 소극(笑劇)으로 보는 것, 이것이 현대의 특징이다.

 

또 한 가지, ‘주제의 결여가 현대 예술을 규정짓는다. 결론 없는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19새기 예술은 인간성의 가장 심오한 문제를 다룬 주제와 인류의 존엄성, 정당성을 마련하는 하나의 인간탐구로서의 의의 때문에 중요시되었다. 과거에 예술은 굉장한 구경거리이자 종교를 대신할 만한 일종의 엄숙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예술은 단지 운동경기나 유희처럼 취급되고, 늙은 세계 에 젊음을 주입시키려고 하는 하나의 노력 정도로 이해되길 바란다.

 

현대 예술의 특색은 예술이 그 자체의 중요성을 포기했다고 하는 점으로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예술가 개개인의 이해받지 못하는 하찮은 진전이, 보는 이 혹은 듣는 이의 경험세계를 확대시켜온 곳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우리가 찾는 것은 부분들이지 전체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궁극적인 힘이 결여되어 있다. 왜냐하면 민중이 우리와 같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오르테가 이 가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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