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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 길은 순수인가 현실 참여인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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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 길은 순수인가 현실 참여인가

 

 

문학은 예술로서 미적. 정서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과 현실 사회를 반영.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을 모색하기도 한다. 문학이 후자에 치우쳐 수단화될 때, 문학은 순수성을 잃고 질은 떨어진다. 그러나 문학 또한 인간을 위해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면, 인간의 삶을 제쳐두고 예술성만을 고집하는 것 또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문학은 어디에 우선해야 하는가? 문학의 현실 참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문학의 현실 참여를 반대하는 입장

인간은 여러 가지의 가치를 필요로 한다. 물질적 가치, 지적 가치, 윤리적 가치, 미적 가치, 정서적 가치 등등. 인간은 그 여러 가지의 가치가 충족되고 조화를 이룰 때 절 높은 삶을 누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행위 중 그 모든 가치를 한꺼번에 이루어내는 것은 없다. 정치 행위든 노동 행위든 학술 행위든 각자 그 나름대로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문학 또한 그 나름대로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예술의 기능이 무엇인지는 또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어쨌든 문학의 본령(本領)은 어디까지나 예술인 것이다. 문학은 문학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학이 문학 이외의 수단으로 전락할 때, 그 문학은 예술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문학은 문학을 위하여 존재할 때, 즉 문학은 순수성을 유지할 때 예술성은 극대화되고, 그 혜택을 인간은 누릴 수 있다.

 

20년대 신경향파 문학은 사회주의 이념을, 70년대 전. 후의 민중 문학은 민중의 소망을 실현하려 했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하는 이상 그들 문학의 주제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사회주의 이념도 민중의 소망도 인간 삶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문학은 문학을 위해 그러한 주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문학 이외의 목적을 위해 문학을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문학이 문학 이외의 영역을 담당하려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 문학은 문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결국 문학이 인간을 위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의 현실 참여를 지지하는 입장

인간의 어떤 행위도 인간을 위해 기여할 때 존재 가치가 있다. 문학도 인간 행위이므로 마땅히 인간에 기여해야 한다. 문학이 인간을 위해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간, 그리고 시대 사회의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20년대와 70년대 전. 후의 우리 사회와 그 안의 민중들은 극한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학이 그 자신 예술 영역임을 이유로 순수성을 고집하는 것은 도탄에 빠진 인간을 외면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신경향파 문학과 민중 문학은 당시의 사회와 인간이 처한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도탄에 빠진 인간을 외면하고 자기네끼리만 문학의 고고함과 아름다움에 취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시기 그들 문학의 예술성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문학의 본령이 예술이니만큼 예술성은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 문학의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은 현실에 참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문학적 역량에 따른 문제이다. 현실에 참여하면서도 예술성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예술성의 상실은 결코 참여 문학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현실 참여 의욕이 지나쳐 예술성이 떨어진다 해도 그것이 사회의 요구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손실이다. 문학의 미적 기능과 정서적 기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그것을 수용할 만한 사회여야 한다. 그러나 그 두 시대는 그럴만한 때가 아니었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군화에 짓밟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와 정서(情緖)는 정신적 사치에 불과한 세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바에 문학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문학이 지닌 또 하나의 임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아무리 어려워도 시대 사회가 요구하는 바대로 현실에 참여하면서도 예술성까지 지키는 것은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임무 수행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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