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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 / 이현복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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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 / 이현복

 

 

 

우리 겨레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한글이라고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글이 우리 겨레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를 올바로 깨닫고 있다면 한글이 우리 민족 최고의 보배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글을 잘 아는 외국 학자들은 한글의 위대함에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한글을 가리켜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라고 찬탄한다. 어떤 학자는 한글을 󰡐인류 지성이 이루어 낸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까지 하였다. 그들은 훌륭한 한글을 보고 한민족이 우수한 민족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은 왜 그렇게 훌륭하고 위대하다는 말인가? 한글의 어떤 점이 그렇게 우수하기에 외국 학자들이 그토록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는 말인가?

 

한글은 발음 기관을 상형한 세계 유일의 음성 문자이다

한글은 인간이 소리를 낼 때의 발음 기관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인간이 말을 하기 위하여 소리를 낼 때는 입 속에 있는 혀, 입술, , 입천장, 목구멍 등의 발음 기관이 작동해야 한다. 가령, 목구멍 소리 //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꼴을 본뜬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이라는 글자는 바로 혀의 뒷부분이 연구개(부드러운 입천장)를 막는 모습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을 발음하는 순간에 얼굴 옆 모습을 X-광선 사진으로 찍으면 바로 기역자 같은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15세기에 이미 우리 나라의 음성학은 5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현대 음성학의 방법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X-광선도 찍을 수 없던 그 옛날에 어떻게 그러한 관찰과 분석을 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한글은 뛰어난 소리글자이다

한글은 소리글자(표음 문자)라는 특성을 지닌다. 말의 소리 하나하나를 각각 하나의 글자로 나타내는 것이다. , 자음과 모음을 ᄀ,,ᄇ이나 ,,같은 글자로 따로따로 나타낸다. 이것은 로마자와 같은 이치이다. 글자 한 자가 하나의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무엇이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가 않다.

 

일본의 󰡐가나 문자󰡑를 보면 금방 그 차이를 알게 된다. 일본의 가나 문자로 󰡐󰡑󰡐󰡑로 쓸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한글과 일본 글자는 구성이 다르다. , 󰡐󰡑󰡐󰡑󰡐ㅏ󰡑 소리를 따로 나눌 수 있지만, 일본의 글자는 한 덩이로 되어 있어서 따로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한글은 화학의 원소처럼 소리 하나하나를 구별해서 나타낼 수 있는 데 반하여 일본 글자는 한 덩어리로 나타낼 뿐 구성 요소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글은 로마자와 같은 소리글자이고 일본 글자는 소리마디글자(음절 문자)라고 한다. 소리글자가 소리마디글자보다 경제적이며 편리하다.

 

한글은 구조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한글 낱자들은 아무런 상호 관계가 없이 무질서하게 모아 놓은 것이 아니다. 같은 계열의 낱자끼리는 동일한 기본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가령, 한글의 //////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을 기본 글자로 하고 여기에 획을 하나 더하여 //을 만들고 //을 두 번 겹쳐서 //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면 왜 이 세 글자는 //이라는 글자 모양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까? 그 이유는, 이 세 가지 소리는 모두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같은 계열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 //, ////, //, //, 그리고 //, //, //도 마찬가지이다. 한글이 배우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로마 글자에는 이러한 특성이 없다. 가령, //과 같은 자리에서 발음되는 /k//g/는 발음되는 자리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글자의 모습에서 아무런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

 

한글은 만국 공통의 국제 문자가 될 수 있다

한글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발음 기관을 상형한 글자이므로 모든 민족과 인종에 공통적이다. 예를 들어, /k/ 소리를 발음하는 사람이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과 같은 동양인이든, 서양의 백인이든, 아니면 아프리카의 흑인이든 간에 입 안에서 혀의 모습은 모두 󰡐󰡑과 같은 모습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따라서, 󰡐󰡑/k/ 소리를 나타내는 인류 공통의 글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글은 진정한 의미에서 만국 공통의 국제 문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쓰는 한글 그대로가 세계 여러 나라의 문자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옛날 청나라의 원세개는 한글의 과학성과 위대함에 감탄하여 한글을 중국의 글자로 채택하면 좋겠다는 뜻을 표명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옛날 일본 내각에서도 한글을 일본의 글자로 도입할 가능성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글은 이같이 다른 나라 말을 적는 글자로 쓰일 수 있는 만국 문자로서의 자질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한글은 세계의 모든 언어의 발음을 상당 부분 정확하게 적어 낼 수 있어서 국제적인 음성 문자, 즉 만국 발음 기호로 활용될 수 있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글자이다

앞에서 한글은 발음 기관을 상형하여 만든 소리글자이고 그 구조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하였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한글은 배우기가 아주 쉽고 기억하기도 편리하다. // 낱자를 하나 배우면 ////은 저절로 익힐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제적인 글자로 널리 쓰이고 있는 로마자는 이 점에서 한글보다 못하다. 같은 계열의 글자이면서도 /k//g/는 전혀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따로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글 24자는 익히기가 쉽다. 경쟁을 벌이며 분초를 다투는 정보화 시대에, 이것은 한글의 커다란 장점이 된다.

 

한글은 민본주의의 산물이다

우선 한글은 통치자가 국민의 편익을 생각하여 창제한 글자라는 의미에서 인류의 문자사상 특수한 자리를 차지한다. 훈민정음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어는 중국말과 달라 한자와 뜻이 통하지 않으므로 백성들이 제 뜻을 글자로 나타내지 못함을 딱하게 여겨, 쓰기에 편한 새 국자(國字)를 만든다라고 한 것을 보면 백성을 위하는 대왕의 생각이 얼마나 크고 거룩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민주 사회도 아닌 전제 군주 국가에서 아무 힘없는 백성을 위하여 군왕이 새로운 나라 글자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오늘날의 민주 사회에서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500년 전에 민본주의 사상이 세종 대왕에 의해 찬란하게 꽃을 피운 것이다.

 

여러 해 전에 유네스코에서는󰡐세종상󰡑을 제정하여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이나 단체에 시상을 하고 있다. 한글을 만든 세종 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상은 바로 한글과 한국의 자랑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천문학자가 새로이 발견한 별 이름에 󰡐세종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국인이 아닌 일본 학자가 얼마나 세종 대왕을 숭배하였으면 남의 나라 옛 왕의 이름을 새로 발견한 별 이름으로 삼았을까!

 

우리는 새삼 한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깨닫고 이를 갈고 닦으며 세계 속의 한글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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