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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 허유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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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 허유


 

중국 하남성 동남쪽에 있는 기산은 요임금 때의 고사 소부와 허유가 은둔했던 산이다. 

허유(許由)는 본시 중국의 패택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던 어진 은자(隱者)였다. 그는 바르지 않은 자리에는 앉지도 않았고, 당치도 않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의(義)를 지키고 살았다. 


이러한 소문을 들은 요임금은 천하를 그에게 물려 주고자 찾아갔다. 이 제의를 받은 허유는 거절하며 말하였다. 

"이렇게 훌륭한 천하를 잘 다스리신 요임금을 어찌하여 저같은 자가 이를 대신하여 자리에 오를 수가 있겠습니까? 더욱이 저같이 볼품 없는 인간이 어찌 광대한 천하를 맡아 다스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말없이 기산 밑을 흐르는 영수 근처로 가버렸다. 

 


요임금이 다시 뒤를 따라가서 그렇다면 구주(九州 : 중국 전토)라도 맡아 달라고 청하자 허유는 노여운 마음마저 들어 이를 거절하고 속으로 '구질구질한 말을 들은 내 귀가 더러워졌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아무 말없이 자기의 귀를 흐르는 냇물에 씻었다. 

이럴 때 소부라는 사람이 조그만 망아지 한 마리를 앞세우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며 그 광경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갑작스레 강물에 귀를 씻으시오?" 

"요임금이 찾아와 나더러 천하나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하기에 행여나 귀가 더러워지지 않았을까 하고 씻는 중이요". 

이 말을 듣자 소부는 "하, 하, 하!" 하며 목소리를 높여 크게 웃는 것이었다. 
"여보, 소부님 왜 그리 웃으시오?" 하고 허유가 민망스레 묻자 소부는 답하였다. 

"평소의 허유님은 어진 사람이지만 숨어산다고 하는 소문을 퍼뜨렸으니 그런 산뜻하지 못한 말을 듣고 낭패를 당하게 된 것이오. 숨어사는 은자라는 것은 애당초부터 은자라고 하는 이름조차 밖에 알려지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법이오. 안 그렇소? 한데 그대는 여지껏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뜨려 명성을 얻은 것이오".


 

그리고서는 소부는 망아지를 몰고 다시 영수를 거슬러 오라 가더니 망아지에게 물을 먹이며 말하였다. 

"그대의 귀를 씻은 구정물을 내 망아지에게 먹일 수 없어 이렇게 위로 올라와 먹이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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