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동화 X,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동화 X,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

로이스 굴드 지음, 박정선 김영훈 옮김.

(또 하나의 문화1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중에서)

 

 

 

어느날, X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을 X라고 붙인 것은 누구도 이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물론, 그 아이의 부모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답니다. 처음에는 X에게조차 알리지 않았지요.

 

사실은 이 아이가 '어린아이 X에 관한 연구계획'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과학적 비밀실험의 주인공이었거든요. 굉장히 유능한 과학자들이, 정확히 말해서 23천만 달러 72센트가 들어가는 이 실험(아무리 굉장히 중요한 실험 대상인 아이라고는 하지만 한 어린이에게 들이기엔 너무 많은 듯이 보이는 돈이죠)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아기 달래는 일이나, 토끼인형을 사주는 일, 영화관에서 먹을 팝콘을 사주는 일, 캠핑 전날 맞아야 할 예방 주사비, 게다가 이를 뺄 때마다 주어야 할 반짝이는 동전들-이런 모든 비용들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계산이 나왔나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X가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이 실험의 자세한 부분들까지 일일이 계획하고 또 X를 기를 부모들을 위해 지침서를 써야만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X를 키워 줄 부모를 찾아내는 것이었지요. X를 돌봐 줄 부모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했어요. 수천명의 지원자들은 수천 번의 시험을 치고, 수천 개의 교묘한 질문에 답해야 했지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실패를 했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남자아이이거나 여자아이이지,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아닌,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도 모르는 X라는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 거의 모든 이들은 X라는 아이가 남자나 여자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걱정했어요.(과학자들은 그들의 말이 옳을 거라고 인정했지만,하여튼 X는 이러한 특수한 문제에 신경쓰지 않는 부모가 필요했어요) 지원자 가족 중에는 밀튼과 아가타라는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분들은 아이가 X였었다 하더라도, 왜 이제는 X라는 이름 말고 밀튼이나 아가타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없는지 이해 할 수 없어 했답니다. 뜨게질한 조그만 드레스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모가 있는 가족, 작은 야구장갑을 보내고 싶어하는 삼촌이 있는 가족 등은 X가 자랄 이상적인 가족일 수 없지요. 무엇보다도 이미 다른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비밀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어요. 설사 그 비밀이 23천만 달러 72센트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X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려고만 든다면 목욕탕 속에 있는 x를 잠깐 엿보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그러므로 결국 과학자들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X를 키우겠다고 하는 존스씨 부부를 찾아내게 되었어요. 존스씨와 부인은 X를 돌보고, 먹이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일을 부부가 똑 같이 돌아가며 하겠다고 약속해야 했어요. 또 아이 돌보는 사람을 절대 고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어요. 과학자들은 아이 돌보는 사람이 아마도 목욕탕에서 X를 훔쳐볼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존스씨 부부가 X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 많은 친구와 친척들이 그 아이를 보기위해 왔지요.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이 비밀실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들은 X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를 매우 궁금해 했어요. 존스씨 부부가 웃으면서 "X예요"라고 말하자 아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들은 "그 아이의 귀엽고 작은 보조개를 봐요"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이 튼튼한 작은 근육을 봐요"라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까꿍"하면서 정답게 소곤댈 수밖에 없었지요. 그 사람들은 모두 존스씨 부부가 농담을 하고 있는 줄로 알았어요. 하지만 물론 존스씨 부부는 농담을 하고 있었던게 아니었지요. 그래서 친구들과 친척들은 속으로 매우 화가 났어요. 모두들 그들 가문에 X라고 하는 아이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당황했어요.

 

"사람들은 그 아이가 어디 잘못된 데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들 중 몇몇은 이렇게 소근거렸어요.

"그 아이는 분명 어딘가 잘못 되었어"라고, 다른 이들도 뒤에서 수근댔지요.

"천만에요"

 

존스씨 부부는 그들에게 명랑하게 말했어요.

"이 말할 수도 없이 귀여운 X에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거에요?"

누구도 이 질문에 대답을 못했어요. X밖에는요. 그 애는 막 병우유를 다 마시고 난 참이었으니까요. X는 크고 만족스러운 트림으로 대답을 대신했어요.

 

분명히 아무데도 잘못된 데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친척들은 X에게 함부로 선물을 사다줄 수가 없었어요. X에게 작은 풋볼모자를 보낸 사촌들은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어요. 분홍색 꽃무늬 놀이옷을 보낸 이웃들도 존스씨 부부가 그들의 집앞을 지나갈 때면 차양을 내리곤 했어요. 과학자들이 준비한 지침서에는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기 때문에 존스씨 부부는 이런 일들로 괴로와하지는 않았어요. 그외에도 그들은 X를 돌보는 일과 X를 잘 기르기 위해 필요한 수백 가지 다른 과제들로 매우 바빴어요. 존스씨 부부는 그들이 어린 X와 어떻게 놀 것이냐 하는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지요. 만약 X를 공중에 던지면서 얼마나 튼튼하고 활동적인가 하고 말한다면, 이것은 X를 남자애처럼 다루는 거지요. X를 꼭 껴안고 키스를 하면서 얼마나 사랑스럽고 깜찍한 아이냐고 말한다면 이것은 X를 여자애처럼 다루는 것이지요. 지침서 1654페이지에서 과학자들은 "X를 던지고, 쓰다듬어 주는 일을 모두 많이 하십시오. X는 강하고, 사랑스러우며, 활동적이어야 합니다. 깜찍하게 기르려고 특별히 애쓰지는 마십시오"라고 일러두었지요.

 

그러는 동안 존스씨 부부는 다른 문제(예를 들면 장난감이난 옷을 고르는 일)때문에 또 고민을 해야 했어요. 처음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존스씨는 점원에게 "내 아이에게 줄 옷과 장난감을 사러 왔어요" 라고 말했어요. 점원은 웃으면서", 손님. 그런데 남자앱니까,여자 앱니까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경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존스씨는 X에게 알맞은 것을 찾기 위해 어찌할 도리없이 가게를 전부 뒤지며 돌아다녀야 했지요. 하지만 가게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소년용' 혹은 '소녀용'으로 나뉘어 쌓여 있었어요. '소년 용 잠옷''소녀용 속옷' 그리고 '소년용 불자동차''소녀용 부엌기구 세트'따위가 있었지요. 그날밤 존스씨 부부는 지침서의 2326페이지를 들여다 보았죠. 그랬더니 이렇게 적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여러 가지를 충분히 다 사시오."

 

그래서 그들은 소년용품부에 가서 씩씩해 보이는 푸른 잠옷도 사고 소녀용품부에 가서는 꽃무늬가 박힌 속옷 등 많은 것을 사왔어요. 또 장난감도 여러 종류를 샀답니다. 오줌을 싸고서 "아빠"하고 소리치는 남자인형과 세 나라 말로 "나는 제너럴 모터스의 사장이야"라고 말하는 여자인형도 샀어요. 그들은 또 상아탑에 갇힌 잘생긴 왕자를 구한 용감한 공주에 관한 얘기책과 유명한 무용가와 야구선수가 된 오빠와 동생에 관한 얘기책도 샀지요.(아마 당신은 누가 무엇이 됐는지 추측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린아이 X에 관한 연구계획의 최고책임자는 존스씨 부부가 사들인 물건들을 모두 검사해 보고 이대로 계속 하세요라고 말했어요. 그들은 또 존스씨 부부에게 "X가 원하는 놀이는 무엇이든 하게 하고 놀리거나 부끄러워하게 하지 않도록 하시요. 만약 X가 더러운 돌맹이들을 집안에 가지고 들어오더라도 절대 착한 X, 더러운 돌을 가져오지 마라 하고 말하지 마시오라고 씌어진 지침서의 4629페이지를 보도록 일렀어요. 또 그 책에서는 "만약 X가 넘어져 울더라도 '씩씩한 X야 울지 말아라'라고 말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착한 X도 더러워질 때가 있고 씩씩한 X도 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X가 얼마나 더럽든, 얼마나 심하게 울든 걱정마시오. 그게 모두 다 경험이 되는 겁니다"라고 써 있었어요.

 

존스씨 부부가 X의 유모차를 밀고 공원에 갈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웃으면서 다가와 아이와 장난치면서 "남자에요, 여자에요?"라고 묻는 것이었어요. 존스씨 내외도 같이 웃으면서 "X에요"라고 대답하곤 했지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고 때로는 욕지거리를 해대기도 했어요. 마치 존스씨 내외가 그들에게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시간이 흘러 X가 다른 애들과 같이 놀 수 있을 만큼 자라자 존스 씨 내외의 어려움은 더 커졌어요. 한번은 작은 여자애가 모래통 속에 있는 X의 삽을 빼앗고는 X의 머리를 그것으로 때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 못 써, 트래시"

그 어린 소녀의 어머니가 꾸짖기 시작했지요.

그리곤 X에게 돌아서서 묻는 거에요.

", 넌 여자냐, 남자냐?"

존스씨는 그때 모래통 옆에 앉아 있었는데, 숨을 죽이고 행운을 비는 수밖에 없었어요. X는 그때까지 그토록 호되게 맞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머리를 맞았지만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저는 어린 X에요"

"네가 뭐라고?"

그 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소리쳤어요.

"조그만 애새끼란 말이지?"

"하지만 어린 소녀들은 어린 X를 때려서는 안돼요."

X는 삽을 건네받으며, 상냥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지요.

"하옇든 때리는 건 나쁜 일이잖아요?"

 

그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X는 웃었지요. X는 잘해내고 있었던 거에요.

하지만 어느덧 X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어요. 존스씨 내외는 이번엔 정말로 걱정이었지요. 왜냐하면 학교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위한 규칙은 많이 있었지만 X에 대한 규칙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에요. 선생님은 남자애들은 왼쪽에, 여자애들은 오른쪽에 따로 서라고 말씀하실 거에요. 그리고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따로 놀 수 있는 놀이와 그들 나름대로의 비밀들이 생기겠지요. 학교 도서실은 여자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을 따로 갖추고 있을 거구요. 또 남자용이라고 씌어진 화장실과 여자용이라고 씌어진 화장실이 있겠고,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은 곧 서로 말을 하려들질 않겠죠. X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존스씨 내외는 몇 주일을 지침서와 씨름하느라 보내고 나서 ('학교 에서의 첫날'이라는 제목으로 249페이지 반이나 되는 충고가 있었어요.)어린아이 X에 관한 계획에 참가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긴급특별회의에 참석했어요.

 

과학자들은 X의 엄마가 X에게 야구공을 던지고 받는 방법을 가르치고, 아빠는 X에게 인형놀이를 하면서 커피를 대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 X는 공기놀이와 줄넘기를 할 줄 알아야 했고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들이 남자냐 여자냐를 물었을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하는 거였어요.

 

드디어, X는 준비가 다 됐어요. 존스씨 내외는 X가 새로 산 빨간 색과 흰색으로 된 바둑판 무의의 멜빵바지에 단추를 채우는 것을 도와주고, X의 필통에 들어갈 6개의 연필을 깍고, 새 책가방에 들어 갈 모든 책에 X의 이름을 써 넣어 주었어요. X는 이를 닦고 이제막 귀를 덮을락 말락하는 머리를 빗고, 도시락통에 휴지를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존스씨 내외는 X의 선생님에게 그 학급이 남, 여로 나뉘어 줄을 서는 대신, 이름순서로 설 수 있는지를 여쭤 보았어요. 그리고 X가 교장선생님의 화장실을 쓸 수 있는지도 물었어요. 왜냐하면 거기엔 그저 화장실이라고만 씌여 있었거든요. X의 선생님은 이 모든 문제 들을 잘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문제였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른은 아무도 X를 도울 수가 없었어요. X네 반의 누구도 전에 X를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겠어요? 어떻게 X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X의 옷을 보고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할 수가 없어요. 멜빵옷은 여자애들 옷처럼 단추를 왼쪽에 달아서 오른쪽으로 끼우게 되어 있지도 않고, 남자애들 옷처럼 그 반대로 되어 있지도 않으니까요. X가 짧은 단발을 한 여자아이인지 긴 머리를 한 남자 아이인지도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또한 X가 좋아하는 놀이를 보고서 말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웠구요. X는 여자애들보다는 공놀이를 잘했고 남자애들보다는 소꿉장난을 잘했어요. 몇몇 애들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선수는 누구니?"와 같은 교묘한 질문을 해서 X가 여자 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를 알아내려 했지요. 이건 쉬웠어요. X가 좋아하는 운동선수는 두 명이었거든요. 로빈 스미드라는 소녀 기수(말타는)와 로빈후드라는 양궁 챔피언 소년이죠. 그러자 그들은 "네가 좋아하는 TV프로가 뭐니?"하고 물었어요. 이건 더 쉬웠어요. X가 좋아하는 TV프로는 여자개가 주인공이고 남자개가 같이 나오는 래씨였거든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인형이라고 X가 말하자 모두들 X가 여자애라고 결정을 내렸어요. 하지만 곧 X는 그 인형은 사실은 로보트 라서 컴퓨터로 조종하는데, 그 로보트는 초콜렛 쿠키를 굽고, 부엌을 치우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고 말하자, 다른 아이들은 X가 남자 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를 알아 맞추는 일을 그쳐버렸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X의 인형을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요.

학교가 파한 뒤, X는 다른 애들과 놀고 싶어했어요.

"체육관에 가서 공놀이를 하는 게 어떠니?"

X가 여자애들한테 물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X의 뒤에서 비웃는게 고작이었어요.

"공예실에 가서 바구니 짜는 건 어떠니?"

X가 남자애들한테 물었어요. 하지만 그 애들 역시 얼굴을 찌푸리고는 X의 등 뒤에서 기가 막힌 듯이 낄낄거리며 웃는 것이었어요.

 

그날 밤, 존스씨 부부는 X에게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어요.

X는 슬픈 표정으로, 공부는 괜찮았지만, 학교는 끔찍스러운 곳이라고 말했어요. 다른 애들이 전혀 X의 친구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거든요.

 

존스씨 부부는 한번 더 지침서를 살펴 보았죠. ‘다른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곳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했어요.

 

"무엇을 기대하셨습니까?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를 바보같은 소년-소녀 규칙에 복종해야만 하죠. 왜냐하면 그들의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은 X에게 당신들은 그같은 규칙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당신들 스스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일이 쉽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만-"

 

X는 지금대로 있기를 원했어요. 그렇지만 조금은 두려웠기 때문에 그 날 밤 X는 많이 울었지요. 그래서 X의 아버지는 X를 꼭 껴안고 달래주면서 울음을 그치게 해주었어요. 그리고 X의 어머니는 마법에 걸린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의 키스로 깨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X와 아버지를 격려했어요.

 

다음 날 아침, 모두들 한결 기분이 좋았고, 귀여운 어린 X는 깨끗한 빨강색과 흰색 바둑판무의 멜빵옷을 입고 씩씩한 웃음을 지으면서 학교로 갔어요. 그날 학교에서는 일곱 자로 된 단어의 철자 맞추기 대회가 있었고, 체육관에서는 일곱 명씩 편을 짜 릴레이 경주를 했어요. 또 소녀들을 위해 주방에서는 케이크 굽기 대회가 있었지요. X는 철자대회에서 이겼고, 또 릴레이 경주에서도 이겼고, 과자굽기대회에서도 거의 이길 뻔 했어요. 곤로에 불을 켜는 걸 잊었기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지만요. 누구도 모두 완벽하지는 못하지요. 다른 아이들 중 하나는 X에 대해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는 말하기를 "이기거나 지는 것은 X에겐 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애. X는 남자애들이 하는 것이나 여자애들이 하는 것 모두를 잘하고 모두 다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애"라고 했어요.

 

"생각해 봐"

아이들 중 다른 하나가 말했어요.

 

"아마 X는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보다 2배는 즐거움을 느낄 거야"

그리고 그날 수업이 끝난 후 과자굽기대회에서 X를 이긴 여자 애는 X에게 자기가 구운 멋진 케이크의 커다란 한 조각을 주었지요. 그리고 X가 달리기 대회에서 이긴 소년은 X에게 집까지 경주를 하자고 제의했지요.

 

그 다음부터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수지는 수업시간에 X의 짝인데, 어느날 갑자기 분홍옷을 입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하기 시작했어요. 그애는 X의 것과 같은 빨강색과 흰색의 바둑판 무늬의 멜빵옷을 입겠다고 우기는거에요.

 

그애는 자기부모님에게 멜빵옷은 장대를 기어오르는 데 훨씬 좋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짐은(학급 축구대표인데) 축구장 주위를 자기 여자 동생의 인형유모차를 끌며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는 헬멧만 쓰지 않고 축구선수 유니폼을 완전히 입었어요.

 

그리고는 유모차를 밀며 아기에게 말을 걸 듯, 자기 축구헬멧을 보며 "바위처럼 튼튼한 아기야"라고 노래를 부르며 축구장을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그애는 X도 그런 걸 하니까 자기가 해도 괜찮은 일이라며 자기집 식구들에게 말했지요. 무엇보다도 X는 축구팀의 쿼터백이 되었던 거에요.

 

수지의 부모님들은 지쳐버리셨고, 짐의 부모님들은 너무나 걱정이 심했어요. 하지만 가장 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쌍동이인 죠와 페기가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하기로 결정했을 때였죠. 페기는 죠의 하키 스케이트와 현미경을 사용하고 죠가 하는 신문배달 일 바느질 기구, 요리책을 사용하고, 한 주일에 세 번 동네 아기 돌 보는 일 중에서 두 번을 맡아 했지요. 페기는 잔디를 깎기 시작했고, 죠는 양탄자를 빨았지요.

 

그 애의 부모님들은 페기가 생물학을 잘하고, 죠가 베개를 잘 꿰매어도 조금도 기뻐하시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그분들은 화가 났던 거에요. 그들은 이게 모두 어린 X의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X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니면 그가 여자가 될지 남자가 되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도 역시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페기와 죠는 X와 더이상 놀지 못하게 되었어요. 수지, 짐도 결국 모든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지만 이 행복하고 자유로운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고 X와 닮기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질 않았어요.

 

결국 죠와 페기의 부모님은 'X의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긴급 학부형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하셨지요. 그들은 X'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투서를 교장선생님께 보냈어요. 그들은 교장선생님이 바로 잡아 줄 것을 요구했지요. 그들은 존스씨 부부에게도 X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학부형회는 만약 존스씨 부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X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학교 양호선생님들이 X를 검사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어요. 만약 X가 남자애라고 밝혀지면 X는 남자애들 규칙을 따라야 하고, 만약 X가 여자애라고 밝혀지면 X는 여자애들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거에요. , 만약 X가 남자애도 여자애도 아닌, 성적으로 뒤섞인 중성인 아이라면 X는 학교에서 당장 쫓겨 나야만 한다는 것이죠.

 

교장선생님은 매우 당황했어요.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

"잘못된 아이?"

 

그렇지만 분명한 건 X는 뛰어난 학생이었어요. 선생님들도 모두 수업시간에 X를 가르치는 일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어요. X는 학생회의 회장이었고, 연극대회와 미술대회에서 1,2등상을 받았고 과학경시대회, 야외운동회날 달리기 시합에도 상을 받았지요. 그 렇지만 학부형회는 X가 문제아라고 주장했어요. X는 그들이 본 아이들 중에 가장 큰 골칫덩어리라는 거죠.

 

마침내 교장선생님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X의 행동에 대한 학부형들의 수많은 불만들을 존스씨 내외에게 전하고 학교문제로 다루기로 했어요. 양호선생님들에게 신체검사를 하게 한 후에, X에 대해 학교측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존스씨 부부가 즉시 이 사실을 과학자들에게 보고하자 그들은 지 침서의 85759페이지를 참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얼마 안 있으면 X는 정신과의사에게 검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길만이 X가 잘못되어진 아이인지 아니면 그밖의 모든 사람이 잘못되어진 것인지를 밝히는 방도일 것입니다." X가 검사받기 전날 밤, 존스씨 부부는 그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눈치를 보이지 않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존스씨가 말했어요. 그러자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이죠"라고 부인이 대답했어요.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이번엔 부인이 "무슨일이라도 생긴다면....?" 라고 말하자 존스씨는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라고 대답했어요.

 

X는 부모님에게 미소를 짓더니 그들을 꼭 껴안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X는 생각했죠(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그리곤 X도 아버지 어머니처럼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음날 9시 정각 X는 학교 양호실에 도착했어요. 양호실 밖 복도에서는 교장선생님뿐만 아니라 학부형회의 회원들, X의 담임선생님, X의 반친구들, 그리고 존스씨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도 X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 검사가 매우 어렵고 X에 대해 그들이 알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밝혀 줄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러나 서로가 물어보기는 꺼렸지요.

 

복도는 매우 조용했어요. 모두 긴장한 듯이 보였어요. 이따금씩 방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죠. 부저 소리, 윙윙거리는 소리, 그리고 벨 소리도 들렸어요. 문틈으로 불빛이 번쩍거리는 것이 엿보이기도 했죠. 존스씨 부부는 그것이 하얀 불빛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장선생님은 파란색이라고 생각했어요. X의 친구들 두세명은 그 빛이 노랑이나 초록색이라고 생각했고, 그런가하면 학부형회의 회원들은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했어요. 이러는 사이에 수백 가지의 질문을 던지는 선생님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X가 대답하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검사는 한참동안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X가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복잡하고 완전한 검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가엾은 X...) 존스씨 부부는 생각했어요. (당연한 일이지.) 학부형회의 회원들은 생각했어요. 그런가 하면 아이들은 (난 이제 X가 입은 것같은 멜빵 옷을 입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문이 열렸어요. 사람들은 문앞으로 모여들었고 검사결과를 몹시 궁금해 했어요. X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어요. 오히려 X는 웃고 있었지요. 그러나 의사선생님은 매우 당황한 듯이 보였어요.

"무슨 일이지?"

모든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죠.

"X가 무슨 잘못된 행동을 했나?"

페기와 죠의 부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거야"라고 중얼거렸어요.

 

"X가 검사를 다 마치지 않았나요?"

수지의 부모가 소리쳤어요.

"아니면 중요한 검사만 빼먹었나?"

이번엔 짐의 부모가 소리쳤어요.

"제발"

존스씨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신 후 교장선생님께서,

"지금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려고 하지 않습니까?" 라고 말씀하셨어요.

눈을 비비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의사선생님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제 견해로는 - 당신들은 X가 뭐가 매우 잘못되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셨지만 - 여기 있는 어린 X......"

"그래서요? 그런데요?"

 

한 부모님이 못참겠다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의사 선생님이 머뭇거리며

"여기에 있는..., 바로 X...."

 

또 찡그리며 계속하길

"말하자면 X......."

라고 할 뿐이었어요.

"어떻다구요? 말씀해보세요."

다른 부모님들이 다그쳤어요.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어린 X는 제가 이제까지 검사해본 어떤 어린이보다도 정상적인 아이입니다.”

라는 말에 몇명이 소리쳤고,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손뼉을 치며 서로 축하하면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지요.

""

 

교장선생님께서는 다시 조용히 하라고 하셨지만 아무도 듣질 않았어요. 학부형회 회원들은 화를 내기도 하고 당황해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X가 모든 검사를 마칠 수 있었을까? X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말인가? X는 전혀 잘못된 아이가 아니란 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리고 왜 의사선생님은 울고 계실까?" 이윽고 의사선생님은 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짓더니,

"여러분은 제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십니까?"

 

그는 말했어요.

"저는 너무 황홀해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X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X는 조금도 잘못되고 바뀐 아이가 아닙니다! 잘못되다니? 웃기는 말입니다. X는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안 그러니, X?"

하며 X에게 윙크를 보내자 X도 그에게 윙크를 했죠.

"그렇다면 도대체 X는 여자아이에요, 남자아이에요?" 라고 페기와 죠의 부모가 물었어요.

"우리는 X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고 싶어요."

", 그래요?"

 

라고 의사선생님은 말했어요.

", 걱정마세요. 여러분들은 언젠가는 다 알게 되실 겁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해 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뭐라고요?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요?"

 

부모들 중 몇몇이 의심스럽게 소리쳤어요. 수지, 페기, 죠가 즉시 대답을 했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X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비밀이 아닐 때가 올거라는 말씀이에요.”

 

이 말이 끝나자 의사선생님은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X의 부모님 쪽으로 가시더니 조금은 딱딱했지만 포옹하면서 "저도 언젠가 아기를 갖게 된다면 당신들의 지침서를 빌려 주실 수 있으시겠죠."라고 조용히 속삭였어요.

말할 것도 없이 존스씨 부부는 매우 행복했고, '어린아이 X에 대한 연구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매우 만족해 했어요. 수지도, 짐도, 페기도 그리고 다른 모든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죠.

 

물론 학부형들은 기뻐하지는 않았지만 의사선생님 판단에 따르기로 약속했어요. 또한 그들은 존스씨 내외에게 학부형회의에 명예회원이 되어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허락했어요.

 

그 다음날이 되자, X의 친구들은 빨강색과 흰색의 바둑무늬 멜빵옷을 입고 X를 찾아갔어요. 그들은 뒷뜰에서 X가 아주 작은 어린아기와 놀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 아기는 빨강색과 흰색 바둑무늬 멜빵옷을 입고 있었지요.

"우리집 새 아기가 어때?"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이나 하듯이 X가 물었어요.

"귀여운 보조개를 가졌구나."

라고 짐이 말했어요.

"탄탄한 근육도 가졌는 걸."

라고 수지는 말했죠.

 

이번에 죠와 페기가

"이 아기가 남자아기니 여자아기니?"

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X는 그들을 향해

"그렇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니?"

하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크고 장난기 있게 싱긋이 웃으며 말했어요.

"이 아이는 Y!"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