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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대중음악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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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대중음악으로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시사저널/1995.3.16)

 

 

 

중학교 때부터 뉴키즈[미국 록 구룹 뉴키즈언더블록]페클럽 회원이었다. 정말로 목숨걸고 따라다녔다. 뉴키즈는 나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생각한다. 콘서트에도 갔었다.깔려죽을 뻔했다. 뉴키즈가 한국에 올때를 대비해서 돈도 아주 많이 모았다 .그때는 정말 조 매킨타이어가 내 남편이 된것처럼 생각되었고, 친구들도 나를 미세스 매캔타이어라 불렀다.그는 나의 마음속의 왕자였다.

 

이는 서울소재 까여고 2학년 학생들로부터 수집한 [자신의 대중음악 수용과 취향에관한 자기 보고서] 중의 하나이다. 한국사회 언론 연구회가 두번 발간하는 <한국 사회와 언론 > 최근호<5>에서 김창남씨<광운대 신문 방송학 강사>는 서울 소재 인문계고등학교인 까여고와 따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자기보고와 집단 토론을 토대로하여 "청소년 집단의 하위 문화적 성격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내가 못하는 것 스타들이 대신해 준다"

김씨는 이 연구에서 주로 대중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하위 문화에 대해 유형별로 정리했지만, 얼마 전에 끝난 농구 대잔치에 몰려온 여학생들의 폭발적인 영광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면서 느낀 어른들의 생각, 이를테면 저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기서 저러고 있는가 라는 의문 따위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수도 있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그러한 특성들을 살펴보는 일은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있는 지표를 제공해준다.

 

에렌라이히는 92년에 나온 그의 책<비틀스 마니아:소녀들은 즐겁기를 원한다>에서 비틀스 펜들이 열광하는 것을 억압된 성적 에너지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에렌라이히에 따르면, 소녀들에게 대중스타가 지닌 매력의 하나는 그들이 그 스타와 결코 결혼하거나 잠자리를 같이 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들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에게 강요되는 성적인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스타를 성적인 대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남자스타를 추종하는 것으로 억압된 성적 열망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여학생은 자기 보고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얘들하고 가수얘기하다 보면 이상형 · 남편감 · 오빠감 · 친구감이 다 나와요. 애인감으로는 김민종이다, 오빠감은 신승훈이다, 이승환이다, 남편감은 또 별 사람이 다나와요. 어떤 애들은 그것을 일부러 퍼트리고 다녀요. , 유덕화는 내 남편이야. 손대지마.그러면서요.

 

위의 두 진술에서 알 수 있듯 에렌라이히의 분석은 한국의 청소년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아직도 봉건적 남녀유별의 가치관이 상당 부분 남아있는 교육체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성적 표현은 어떤 형태로 든 지극히 억압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대중 스타를 이성적 대상으로 삼는 상상적 유희를 통해 억압된 성적 열망을 부분적이나마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창남씨는 하위 문화 유형을 *육체적 참여를 통한 욕구해소 *나만의 상상적 공간으로의 도피 *스타일의 추구-동일시와 대리만족 *또래 집단의 정체성으로 나누고 있다.

 

육체적 참여를 통해 욕구를 해소한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다분히 육체적인 움직임이나 그와 유사한 느낌을 동반하면서 풀리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댄스곡 같은 격렬한 음악이 좋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이 음악으로 대신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육체적인 참여를 통한 발산이 두드러지는 것은 생활의 거의 전부를 학업에 바쳐야 하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억압감이 어느 집단보다 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육체의 동적인 움직임은 그 자체가 학업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는데 대중음악이 바로 육체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육체적 억압으로부터의 일탈이 가져오는 저항적 즐거움이다. 바흐친의 카니발이론은 중세 이후 카니발의 특성을 웃음과 육체적 기능의 극단성, 천한 취향, 공격성, 탈락. 퇴화성으로 보면서 이런 카니발은 일종의 무질서와 위반 의식의 발로이며 지배자의 통제를 손상시키고 전복할 수 있는 잠재력 즉 저항적 즐거움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롤랑바르트 또한 즐거움을 통해 육체가 문화적 결정에 대한 마지막 저항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즐거움이 육체적 성격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중음악을 통해 남에게 침해 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대학입시의 굴레를 피해 어디로든 가고 싶은데 갈 데도 없고 가출이나 자살할 용기도 없는 애들은 음악에 의존한다. 내 꿈 중의 하나가 누구든 와서 노래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의 자기 자리를 잠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조용하고 맑고 아름다운 공간을 ,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는 진술은 학업에 매달려야 하는 좌절의 일상에서 도피할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음악을 매개로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청소년들은 특정 노래를 선택하기보다 특정가수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의 취향이 노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용모, 머리모양, 옷차림, 율동, 액세서리 등가수가 체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스타일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 대부분 텔레비젼 프로나 가수들 애기를 해요. 서태지가 입은 옷이나 양현석이 멘 가방은 어디 가서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몰려가서 사오고 그래요. 단발머리를 해야 되니까 다른 건 할 수 없고 머리핀이나 액세서리에 신경을 써요. 한동안 하수빈 머리핀이 유행했어요. 요즘은 한물 갔지만등과 같은 진술에서도 잘 드러난다.

 

결국 스타일을 추구 한다는 것은 규제에 대한 위반의 의미를 일정 부분 지니고 규제에 의한 한계내에서 사소한 부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스타일은 강요된 한계와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타협의 결과인 셈이다. 청소년들은 자기를 대중 스타들과 동일시함으로써 얻는 대리 충족을 통해 그 한계를 벗어난다. 92년에 나온 루이스의 저서 <누가 그들을 사랑하는가 ;음악적 취향의 층위에서>에서 그가 한 표현을 빌리면 청소년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는 대중 가요를 한달 정도 안 들으면 아이들하고 대화가 안된다. 클레식을 좋아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대중 가요나 팝을 좋아해서 나만 바보 같은 생각이들 때가 있다라는 여학생들의 말들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청소년들의 음악 취향이 높은 집중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또래 집단의 공동체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창남씨는 이 연구에서 한국 청소년들의 하위 문화는 부모세대와 학교로 대표되는 일상의 억압적 장치들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저항적 실천은 일상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일탈하거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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