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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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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에세이에서)

 

 

이제까지는 철학과 일상생활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이제까지 얘 기된 것은 철학과 일상생활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 철학적 생각 은 체계적, 보편적이며 일상생활의 감상은 혼잡하다는 것, 그러나 철학은 일상생활의 감상에 의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과연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합시다.

광물학은 광물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물학은 생물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법학은 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경제학은 경제에 대해 서 연구하고, 역사학은 역사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처럼 우리 는 학문의 이름을 들으면 그 학문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철학에서 문제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요?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서 는 철학이 무엇을 다루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과연 철학이란 무엇을 다루는 학문일까요?

인간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여러 명이나 배출한 고대 그리 이스의 사람들은 철학을 `필로소피아'(philosophia)라고 불렀습니다. 이 필 로소피아라는 말은 `필로스(philos)`소피아'(sophia)라는 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필로스'란 사랑이라는 뜻이고 `소피아'란 지혜라는 뜻입니다. , `필로소피아'란 지혜를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고대 그리이스 사람들이 지혜를 사랑한다라고 말했을 때 그 뜻하는 바는 세계에 대한 인 식을 탐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철학을 한다 하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탐구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철학하면 세계에 대 한 근본인식과 근본태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때 말하는 `세계' 란 세계지도라고 말할 때의 그것과는 달리 `존재하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철학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근본인식과 근본태도를 가리키 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속에는 자연도 포함되고 사회도 포함되고 인간도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철학이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본인식과 근본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 대한 근본인식과 근본태도를 다른 말로 표현하여 세계관이 라고도 합니다. , 철학은 세계관입니다. 세계관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앞에서 우리는 철학을 세계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세계관은 세계 를 어떻게 보는가,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했습니 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에게 어떤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과 연 어떠한 의미가 있기에 우리들은 이 세계관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일까 요? 이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우리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은 즐거운 것이며 이 세상은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은 것 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즐거움을 맛보기 위한 것이며 세상의 골치아픈 일은 덮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 람을 향락주의자라고 부릅니다만, 돈이 많고 여유가 있으며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내어 즐길 수 있는 사람중에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 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인생은 슬픈 것이고 의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상에 있는 모든 사물은 허무한 것이며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죽 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염세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실패만을 거듭할 때 이런 생각을 갖기가 쉽습니다.

한편, 인생이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인간을 미약하다고 생각하고 전지전능한 절대자만이 우리의 운명과 장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 든 일은 절대자의 뜻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절 대자에게 맡김으로써만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을 개척한다든지 해결하려고는 생각하지 않고 절대자 가 해주기만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숙명론자라고 부릅니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 중에 이러 한 사람이 많으며 또한 점을 쳐서 자기의 장래를 알아보려는 사람, 사업이 잘되라고 고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이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어떠한 문제가 닥쳤을 때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원인을 생각해 보고 그 원인을 제거함 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현실주의 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여러가지 태도와 생각을 가 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향락주의자, 염세주의자 등으 로 명확하게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향락주의자, 염세주 의자, 현실주의자등의 여러 요소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전형적인 향락주의자, 염세주의자, 숙명 론자, 현실주의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사람들 에게 하나의 공통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해봅시다. 예를 들어 `실업'이라는 문제가 생겼다고 해봅시다.

 

향락주의자의 경우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는 생활에 여유가 있으며 직업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하더라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크 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 문에 좋아할 지도 모릅니다. , 이 사람에게 있어서는 실업이라는 것이 전 혀 문제가 되지 않기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 러 이것의 해결을 위한 노력 역시 하지 않습니다.

 

염세주의자의경우는 어떠할까요? 그는 이 세상 자체가 괴로움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업이나 해고라는 문제도 단지 그러한 괴로움 중의 하나 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고를 당하든 안 당하든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이 며 빨리 죽은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의 경우도 실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숙명론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실업이란 아주 큰 문제이다. 실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실업은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절대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므로 우리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절대자에게 기원하는 일이다." , 실업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절대자에게 맡기고 자기 자신은 아 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절대자에 빌 뿐인 것입니다.

 

이에 비해 현실주의자는 실업이라는 문제가 닥쳤을 때 현실적으로 생각하 고 행동할 것입니다. , 실업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합 니다. 두 말할 것 없이 실업이란 우리에게 괴로운 것입니다. 실업을 당하면 당장 생활을 해나갈 수 없으며 가족의 생활은 파탄에 빠집니다. 따라서 현 실주의자는 "실업은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왜 실업이라는 문제가 생기는가를 생각해서 그 적당한 해결방법을 찾아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합 니다.

 

지금까지 든 여러가지 경우의 예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점입니다.

,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다시 말하면 이세상을 어떻 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 말을 우리가 앞에서 든 말로 바꾸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세계관에 따라 그의 행동이 달라진다.

이처럼 세계관은 우리의 머리 속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우리의 행동까지도 결정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 니다. "세계관은 실천적 성격을 갖는다, 철학은 실천적 성격을 갖는다." 철학 의 이러한 실천적 성격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철학의 실천적 성격 때문에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철학의 이러한 실천적 성격 때문에 올바른 철학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잘못된 철 학을 가진다면 우리의 행동도 잘못된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올바 른 철학이란 어떠한 철학일까요? 이번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철학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나 철학자만이 세계관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도 자기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기 나름대로 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의에서 흔히 "이 세상에서 돈이 최 고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말이 옳든 그르든 간에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그 동안 겪은 경험을 통해서 이러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세계관중 에는 이처럼 자기가 겪은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러한 세계관을 상식적 세계관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상식적 세계관이란 어떠한 성격의 것일까요? 상식적 세계관은 한 개인 혹은 몇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이지 못합니 다. 또한 충분히 생각하고 반성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동일한 사람이 서로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경우 조차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하여 재산을 모은 사람이 매년 사업이 잘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경 우가 있습니다. 이 사람의 경우 돈을 모은 것은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였고, 자기자신도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도, 한편으로는 귀신의 힘을 빌기 위해서 고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는 서 로 반대되는 행동입니다. 이처럼 상식적 세계관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심 지어 어떤 경우에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까지 합니다.

 

철학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나침반과 같은 구실을 합니다. 우리가 잘 아 는 지역을 간다거나 조그만 산에 가는 경우, 또는 조그만 호수에서 배를 타 는 경우에는 나침반이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전혀 모르는 지역, 아주 높고 험한 산, 또는 넓은 바다로 나가는 경우에는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 합니다. 그런데 자석의 N극이 어떤 때는 남쪽을 가리키다가 어떤 때는 동쪽 을 가리키고 또 어떤 때는 북쪽을 가리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한 나침반은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자석의 N극은 항상 북쪽을 가 리키고 S극은 항상 남쪽을 가리킬 때 비로소 나침반은 그 효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상식적 세계관으로는 부족합니 다. 왜냐하면 상식적 세계관은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생활범위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새로 운 생활을 한다거나 미지의 세계로 나갈 때, 또는 일관된 생활을 하고자 할 때는 상식적 세계관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그러므로 체계적 세계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면 체계적 세계관이면 무엇이나 다 좋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실감있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가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몇 몇 신흥종교의 경우일 것입니다. 이들 신흥종교의 경우 대부분은 교의라는 형태로 체계적인 골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 종교의 세계관은 이러한 교의에 의하여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종교는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우상에 의존해 있는 것이며, 결국 인간의 이성을 초월해 있는 것입 니다. 그리고 이들 신흥종교 역시 인간의 이성을 초월해 있다는 점에 그 특 징이 있는 것입니다. , 신흥종교는 그 교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체계적 세 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홍 종교의 세계관은 초인간적인 우상을 기초로 한 세계관입니다. 그러나 철학의 경우에는 인간의 이성이 그 유일한 수단입니다. , 철학은 인간의 이성을 기초로 한 것입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철학은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세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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