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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무용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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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무용

 

김말복

 

 

무용 예술의 총체성과 포스트 모더니즘

고대 그리스인들은 예술을 표현적 예술(무용, 음악, 시)과 구성적 예술(건축, 조각, 회화)로 나누었는데, 무용은 표현 예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었다. 즉, 춤과 음악과 시가 오늘날처럼 서로 다른 독립된 장르를 형성하지 않고 하나의 전체로서 춤이라는 활동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무용을 중심으로 거기에다 시(말)와 음악의 반주로 이루어진 삼위 일체의 예술인 코레이아(Choreia)가 그것이다.

 

말과 몸짓과 멜로디, 그리고 리듬을 통해 인간 감정과 충동을 표현하는 코레이아 예술을 통해 그리스인들은 위안이나 감정의 정화를 기대했다. 이 중에서도 무용이 그 정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코레이아란 용어 자체가 이 예술 형태 속에서 무용이 중심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 준다. 왜냐 하면, 코레이아는 군무를 뜻하는 코로스(Choros), 오늘날의 코러스(Chorus)란 어원으로부터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코레이아로부터 음악, 시가 분리되기 이전까지 무용은 그리스인들의 근본적 예술이었다.

 

코레이아로부터 말을 소재로 하는 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에 의해 독립된장으로 발전될 수 있었고, 소리를 매체로 하는 음악은 피타고라스에 의해 독자적인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움직임을 수단으로 하는 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철학적 조명이 없었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정신과 육체의 이상적 조화를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한 무용의 교육적 가치와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순수한 신체 움직임은 천시하는 경향을 지녔던 데에 원인이 있었다. 그리하여 20세기 초엽까지 춤의 본질이 희생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즉, 전통적인 심신 이원론의 토대로 말미암아, 신체를 경멸하고 불신하는 역사 속에서 춤이 신체의 활동이라 간주되어 평가 절하를 받아온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심신 이원론을 깨고 출현한 현상학자들의 공으로 오늘날은 신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현대 예술들에서도 포스트 모더니즘의 한 요소로서 이상에 대한 반발로써 신체의 의미가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신으로서의 신체'를 매체로 하고 있는 무용은 시각 예술이라 할 수 있는 회화나 청각 예술이라 할 음악과 본질적으로 하등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시간성을 그 본질적 요소로 가지고 있는 음악이나 공간성을 본질적 요소로 가지는 회화에 견주어 무용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모두 지닐 뿐만 아니라 신체성과 또 이들이 동시에 진행됨으로써 확보되는 총체성을 그 본질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무용은 더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예술 형태라 할 수있다.

 

그리고 오늘날 무용은 현대의 다른 예술들에게까지 영향을 발휘하여 그 본래적 모습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움직이는 조각'이라든가 '해프닝' 그리고 행위가 들어간 음악의 움직임 등이 그 예이다.

 

예술들 간에 장르의 구별이 없어지는 흐름 속에서, 코레이아로부터 독립하여 활동하던 예술들이 다시 종합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할 때 퍼포먼스의 특질이 가장 두드러진 무용 예술이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다른 모든 예술의 요소들을 흡수하여 응집력 있는 예술 형태로 종합하고 그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오늘날 코레이아가 부활하는 듯한 흐름 속에서 무용 예술은 다시 중심적인 예술로서 각광을 받으며 부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삶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아의 마음과 분리되지 않은 신체를 통해 역동적인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고대 코레이아에서의 무용보다 철학적으로 훨씬 탄탄하게 무장되어 있다.

 

무용과 시와 음악의 삼위 일체

왕성한 공연 활동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무용 예술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등한시되어온 감이 있다. 무용에 대한 여러 분야의 이론이 아직 우리 나라에 완전히 소개되지 않은 상태이고 또 막연히, 그리고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요즈음 "무용 철학이라는 게 도대체 있느냐?"라는 질문을 수 없이 많이 듣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에 무용에 관한 학문적 접근의 상황을 얘기해 주는 것이라 본다. 즉,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용의 이론화 작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무용이 오로지 공연 활동만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은 너무나 자명한 난센스다. 그것은 마치 돛이 없는 돛단배와도 같은 것이다. 어떤 무용 기법이나 스타일에 대한 이론적 해석과 설명은 마치 그 배가 어느 바다 위에 있느냐를 얘기해 주는 것에 비견될 것이고, 무용 예술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전반적인 물음을 통한 발전적 방향의 제시는 배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원시 사회에서는 절대적이라고 할 만한 지위를 누렸던 무용이 20세기 초엽에야 다른 예술과 동등한 것으로, 아니면 겨우 그들과 같은 서열에 낄 수 있게 된 원인은 무용 이론의 결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나 음악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피타고라스에 의해 독립된 학문 대상으로서 발전할 수 있었으나, 누구도 무용에 대해서는 철학적 해명이나 이론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까닭에 바로 20 세기 초엽까지 무용의 본질이 간과되어 왔던 것이다. 어느 예술이나 학문의 발전은 이의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고대로부터 20 세기 초엽에 이르기까지의 무용 이론의 부재는 바로 그 동안에 무용의 사회적 지위가 어떠했는가를 예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16~17세기에 걸쳐 서양 미술인 들이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이론을 세우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던 까닭도 거기에 있다. 아카데미의 목적은 바로 이런 이론화 작업의 산실이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할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호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대학은 바로 이러한 아카데미의 후신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 무용과 에서도 이러한 아카데미 정신에 대한 각성이 간절히 요망되고 있다.

 

그러면 한국 무용의 발전적 미래상은 어떠할까? 앞에서 예술 장르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시의 매체라 할 말이 대사나 낭독의 형태로, 혹은 음악의 형태라 할 노래나 합창이 자연스럽게 무용 현상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후기 현대파의시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실험과 결합을 시험하고 있다. 따라서 코레이아의 형태와 같은 예술을 무용 예술이 지향해 나가야 할 모습으로 제안하는 바이다. 코레이아에로의 복원을 통해 무용 예술이 다시 고대에서와 같은 권위를 회복할 것이라는 순진한 착상에서가 아니라, 무용 예술의 영역 확대와 표현성의 극대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밥의하나로서이다.

 

후기 현대 파의 여러 가지 시도들은 기존 무용 예술 개념에 근원적으로 도전함으로써 무용 영역을 확대하고 표현 성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몸짓으로 보인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코레이아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시와 음악의 표현성까지 수용해 강력한 효과를 산출해 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이것은 단지 후기 현대파의 갈증에 대한 처방일 뿐만 아니라 한국 무용이 발전해 나아가기 위한 우선적 방법이다. 무용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음악과의 긴밀한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신체 움직임의 추상성을 언어 매체의 정확성으로 보완한다면 무용 예술은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오페라나 총체극의 형태로 오해하지말기 바란다. 오페라는 무용이 완전히 빠진 상태의 것이고, 총체극은 연극의 요소가 압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 가지 매체가 모였을 때 무용은 그 '퍼포먼스'의 특질로 다른 예술 요소들을 응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될 때 비로소 무용은 단순히 추상적인 신체 움직임의 아름다움에서부터 정확한 어휘 구사력에까지 이르는 표현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컴퓨터와의 결합 시도

 

오늘날 새롭게 태어나는 코레이아가 고대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표현매체와의 결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모든 생활 속에 침투해 오고 있으며, 예술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앨빈 토플러가 명명한 정보화 시대(제 3의 물결)를 바라보고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무용 예술의 발전은 앞으로 가장 두드러질 것이다.

 

무용과 컴퓨터 기술의 결합을 꾀한 최초의 시도는 1960년대에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장 베만이 안무 디자인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작됐다. 70년대에 와서는 몇몇 연주자들이 라바노테이션(무용보)을 전산화하는 기술을 고안해 냈고, 이어서 기록들의 편집과 분석, 그리고 복잡한 조작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나아가 전산화된 무용보 체계는 그래픽스 요소와 전자 음향 합성 장치도 기억 장치에 집어넣음으로써, 기록된 무용이 컴퓨터의 모니터에 나타나게 할 뿐 아니라 컴퓨터로 음악을 반주할 수도 있게 되었다.

 

70년대의 또 다른 발전은 무용을 위해 전산화된 신체 모형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막대기 형태의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스모리아의 <소시지맨 ( Sausageman )>(1978)과 엠메트의 <버블맨 ( Bubbleman )>(1978)으로 발전해 왔고, 곧이어 트와일라타프의 1983년 비디오 안무 <캐서린 휠>에서는 빛의 장대로 이루어진, 전산화된 무용수가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음악 비디오에서 전산화된 무용수가 등장하곤 한다.

 

또한 70년대에는 컴퓨터와 필름을 사용해 인간 동작을 분석하고 모니터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노력은 무용 기능학과 고니오미트릭스 ( gonomettics, 각도측정학)에 주로 사용되었고, 80 년대에는 더욱 정교해졌다. 특히 70 년대 말과 80 년대 초에 무용 교육자들 사이에 전산화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를 사용한 무용 지도법의 개발이 시도되기도 했다. 위스컨신 대학의 버프브레넌(1985)은 라반식 동작 분석법에 기초한 움직임의 분석을 컴퓨터화했으며, 1987년 미국 무용 협회 회의에서 이 기법을 소개했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마르고 아아스토로스(1984, 1987)는 로봇 팔의 미적인 동작의 가능성을 시함해 보았다. 80년대 초의 다른 여러 가지 혁신으로는 컴퓨터화된 그래픽 무용보 체계인 돔 시스템(1984)의 개발, 베네쉬 무용보를 위한 그래픽스 편집 기술과 라바노테이션을 위한 더정교한 전산화 프로그램, 무용이미지의 전산화, 그밖에 무용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이 있다.

 

로봇을 이용한 안무

 

무용 과학은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고, 8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 과학 연구가의 수는 아직 50명 미만이지만 그들은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 무용 과학 분야에서의 최근 연구 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무용의 비디오 디지털화

이것은 이미지를 디지털 화하는 과정의 연장인데, 곧 전산화된 비디오 이미지나 광경들을 사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효과를 위해 사이클로라마 (Cyclorama, 파노라마식 배경막)에도 적응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2)3차원의 모형 제작

다이안느 페티(1985)는 기하학적 디자인 프로세서를 사용해 무용수의 인간 모형을 제작했다. 그녀는 일련의 컴퓨터에 의해 발생된 포즈들을 사진 촬영해 이 이미지들을 자신의 안무ㆍ음악ㆍ의상, 그리고 조명 등에도 활용해 독특한 무용 공연을 했다. 그녀의 제작 의도는 무용을 실제 무용수들을 이용해 안무하기 전에 컴퓨터 상으로 무용 움직임을 먼저 디자인해 보려 한 것이었다.

⑶레이저ㆍ광전자 공학, 레이저 사진술(홀로그래피)

레이저 사진술은 20여 년 전 개발되자마자 바로 예술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레이저 사진 기법은 3차원적인 빛의 패턴들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위치를 바꾸거나 그 주위를 돌아다니는 데 따라 색과 전망이 달라지는 것이다. 무용 작품과 무용수들의 홀로그램(hologram)은 아직 창조되지 않았으나 그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

⑷데이터 뱅크와 정보 네트워크

최근에 두개의 중요한 전자식 무용 정보들이 개발되었는데, 가장 최근의 이벤트ㆍ출판물ㆍ연구ㆍ직업, 그리고 지원금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담은 원천(Source)(1985)이라는 정보망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무용학 연구자들을 위한 완전한 도서 목록 데이터 베이스(1986)이다.

⑸동작 탐지기

원래 과학 실험실에서 사용되던 동작 탐지기를 무용 지도와 공연을 위해 사용하는 작업이

텊쓰(Tufts)대학에서 이루어졌다.(1986). 짧은 파장의 고주파를 내보내어 이들 파동이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신체의 위치와 속도를 산출하고, 이런 정보를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내는 것인데, 텊쓰 연구팀은 컴퓨터에 의해 형성된 움직임의 경로와 양식들을 도표로 만들어 냈다.

⑹로봇 안무

로봇 팔의 아름다운 동작의 수행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했던 마르고 아포스토로스는 그 뒤 일련의 로봇 안무 연구를 통해 컴퓨터로 조작되는 기계들의 표현적 잠재성을 보여 주었다. 뒷날 아포스토로스는 무용 지도를 위해 컴퓨터 전문 용어를 사용하였고 학생들과 커다란 로봇을 위한 작품도 안무했다(1987).

 

인간 무용수와 레이저 무용수

 

정보화 시대에서 무용 과학 기술의 발전은 무용인들의 컴퓨터 이해 정도에 달려 있다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기술은 무용 작품이나 연구뿐 아니라 그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무용 환경의 컴퓨터화가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용 교사나 학생들은 새로운 분야의 안무와 작품 제작의 자원을 가지게 될 것이고, 무용수가 반주 음악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ㆍ조명ㆍ배경 등을 무용수가 자신의 움직임에 맞게 편성해 나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무용수가 디지탈화된 자신의 비디오 이미지와 상호 작용하며 공연하는 시도는 이미 1984년에 있었다. 무용 전체가 컴퓨터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안무되고, 그 효과로 인위적인 왜곡과 조작, 그리고 현실성의 강조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공연들에서 무용수를 둘러싼 환경은 궁극적으로 공연장 전체로까지 연장되어, 관객도 자신의 좌석에 달린 컴퓨터 조작 장치를 통해 공연장 환경의 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스크린 뒤쪽에서 비춰지는 비디오 영사나 모니터되는 사이클로라는 무용수들의 살아 있는 것 같은 이미지들로부터 무한한 변화와 조작을 가능하게 하여 복잡한 이미지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레이저 사진술의 발달로 실제 사람이 공연하지 않고도 무용을 창작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컴퓨터에 의해 생겨나고 조작된 3차원적 인간 신체 모형은 움직임과 중력의 법칙에 제약받지 않으면서 무용 공연에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레이저 사진술의 무용수들은 실제 무용수들과 상호 작용하도록 안무될 수 있고, 관객들이 인간 무용수와 레이저 무용수 간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까지 발전할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은 배경과 소품, 무대 장치 등에까지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객과 공연자, 공연자와 주위 환경, 그리고 무용수들 사이의 전통적인 관계가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기술은 무용에 절대적인 환상을 낳게 되어 실재와 비실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극대화된 사실주의라 정의할 수 있는 일루져니즘(환영주의)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다. 일루져니즘은 관찰자로 하여금 보여진 것이 실제적 대상인지 조작에 의한 환영인지를 혼동하게끔 겨냥하는 운동 양식이다. 컴퓨터 기술은 그러한 경지를 만들어 낼 수 잇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계속되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컴퓨터 과학자와 무용 연구자들의 상호 협동을 통한 무용 과학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무용 연구자들과 과학 기술자들은 서로 경계할 필요가 없으며, 실지로 미래에는 이들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예술은 현대의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여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예술 논의에서 모방이나 표현 같은 주도적인 가치들이 상대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예술론이 나타나고 있듯이, 현대 예술도 기존의 형태에 대한 후기 현대파의 근원적인 도전을 통해 혼란스러운 난립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혼돈은 예술ㆍ종교ㆍ철학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혼란은 전반적인 흐름을 따르면서 서서히 정돈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는 데 앞장설 수 있는 예술가는 철학가의 대열에 끼일 수 있는 예술가라고 생각된다.


 

김말복/이화 여대 무용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위스컨신 메디슨 주립대학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페퍼다인 대학 경영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이화 여대 무용학과 조교수이다. 저서로는 『무용의 철학』(역서), 『무용 예술론-표현과 그 의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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