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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대한 진보주의적 논거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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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대한 진보주의적 논거를 제시하라.

 

 :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사회적 영향력은 참으로 막대하다. 현대 기업은 고용과 환경 그리고 노동 등 제반 사회적 문제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은 단지 출자자의 자본을 위임받은 수탁자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로부터 막대한 사회자원을 신탁 받은 사회조직이다. 따라서 기업의 행위는 기업 내적인 차원에 한정될 수 없다. 오히려 기업은 이윤추구를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이익을 보호 증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자원과 능력을 고려할 때 당연한 귀결인 동시에 또한 변화하는 사회적 욕구에 부응함으로써 기업 스스로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한계와 성격을 규정짓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선 두 입장이 대별된다. 하나는 기업이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쳐서는 않된다라는 소극적 금지의 책임론이다.

 

이 원칙은 무해(無害)의 원칙이라고도 명명된다. 또 하나는 기업이 특정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라는 적극적 의무의 책임론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지닌 논자들은 통상 후자의 입장을 사회적 책임론으로 규정하는바, 그들은 특정한 가치의 적극적 추구 - 예를 들어 이타적 자선행위, 문화사업, 사회정의의 실현 - 를 기업의 고유한 업무로서가 아니라 정부나 사회단체의 고유한 업무로서 파악한다. 기업의 사회적 반() 책임론도 나름대로의 논거를 갖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체제다. 따라서 이윤추구를 초월한 특정한 가치의 촉진을 기업에게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한 가치추구는 기업 스스로의 선택사항이지 의무의 조건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소극적 금지의 책임론이 배제되진 않는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구되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소극적 금지의 책임론은 기업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이상 사회조직체로서의 기업이 당연히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요청이다. 즉 무해의 원칙은 모든 도덕 영역에 한결같이 적용되는 최소한의 도덕이다. 그러나 무해의 원칙이 최소의 영향력을 지닌 원칙은 아니다. 오히려 무해의 원칙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는 무해의 원칙이 사회의 전 영역에 적용되기 때문인데, 실로 무해의 원칙은 소비자, 동종의 다른 기업, 하청업체, 혹은 정부나 노사관계의 영역,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 환경에까지 적용되는 포괄적 원칙이다. 따라서 기업이 무해의 원칙을 충실히 준수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대한 논쟁 또한 그 귀결점을 찾게 될 것이다. 이윤추구를 지향하되 게임의 규칙 내에서 무해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 나가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모범적 윤리규범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어쩌면 우리에겐 사치스런 담론처럼 들릴 수도 있다. 정경유착, 국제 경쟁력 약화, 특혜금융시비, 빈약한 연구개발비, 과당 경쟁, 산업쓰레기, 문어발식 확장, 산업스파이, 부당한 인력 스카웃, 부동산 투기에까지 이르는 한국 기업의 누적된 모순은 참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참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기본적 원칙의 준수에서 출발한다. IMF의 비극이 결국은 우리가 자본주의의 기본적 원칙에 충실하지 않음으로써 비롯되었듯, 역으로 자본주의의 자기모순을 즉 여기에서는 자본주의적 기업이 갖는 자기모순을 극복하는 길도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윤리성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 반성으로부터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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